다사다난했던 계묘년도 어느덧 저물어 가고 있다. 2023년은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이전보다 정상적인 모습으로 일상이 돌아오는 한 해였다.
게임업계는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입고 최근 큰 폭으로 성장했지만, 2022년과 2023년에는 이러한 성장세가 둔화되다 못해 명백한 침체기를 겪고 있다. 특히 3N 중에서는 넥슨만이 선방했을 뿐, 넥슨 제외한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실적은 시원치 못한 상황이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직접적으로 드러나고, 리스크가 큰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이야기가 다시 한번 돌면서,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신사업 도전과 신작들의 출시, 플랫폼 및 장르 다변화 등의 전략으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PC & 콘솔 게임이 두 개나 등장하면서 업계에 희망을 주었고, '항저우 아시안 게임'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등 국제 e스포츠 대회에서 극적으로 한국 팀이 우승을 거머쥐는 기쁜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2024년 갑진년을 앞두고 올 한해를 되돌아보는 송년 기획을 마련했다. 이번 송년 기획을 통해 게임업계를 웃고 울게 했던 2023년의 굵직한 소식들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 2024년 3월부터 시행
올해 상반기 게임업계의 '핫이슈' 중 하나는 바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였다.
그동안 팽팽하게 찬반이 맞서며 지지부진하던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 법제화는 1월 문체위 전체 회의 안건으로 올라오는 등 본격적으로 재 논의되기 시작, 2월 본회의를 통과하고 11월 문체부가 입법 예고했다. 시행은 2024년 3월부터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표시 의무화, 처벌 규정 신설이다. 이를 통해 게임 내 확률 정보를 표시하지 않거나 거짓된 확률 정보를 표시하는 등의 문제로부터 게임 이용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이번 개정안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유형, 구체적 의무 표시사항, 표시 의무 대상 게임물과 예외 인정 게임물, 확률 표시 방법 등을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물론 기존에도 게임사들이 자율적으로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정보를 공개해 왔으나, 일부 게임사들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거나 잘못된 확률을 고지하는 등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줄곧 있어 왔다.
하지만 2024년 3월 개정안이 시행되면 게임사들은 일부 교육, 종교 등 공익 목적의 등급 분류 예외 대상 게임물을 제외한 모든 게임물의 확률 정보를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제공해야 한다. 단, 지난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이 1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들은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다.
프로젝트 무단 유출 의혹 소송부터 표절 시비까지, 국내 게임사들의 법정 공방
올해에는 국내 게임사 간의 법정 공방도 잦았다. 올해의 소송전 결과는 일부 소송에서 1심 결과만 나오는 등 아직 결과가 명확히 나오지 않은 채 지지부진한 상태인 만큼 매우 장기화 될 전망이다.
넥슨은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가 자사에서 개발 중이던 프로젝트 'P3'를 유출해 개발된 게임이라고 판단, 아이언메이스 소속 핵심 개발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 건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아이언메이스는 넥슨의 요청으로 내려간 '스팀' 대신 새로운 플랫폼에서 글로벌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크래프톤은 양사 간 법정 공방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아이언메이스와 '다크앤다커 모바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지스타 2023'에 게임을 출품했다.
크래프톤은 게임의 개발 및 서비스와 별개로, 아이언메이스와 넥슨의 소송 결과와 사법적 판단을 존중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업계에서도 '사업적 판단으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와 '아직 소송 중인데 도의적으로 부적절하다'로 의견이 갈리는 등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이 외에도 엔씨소프트는 카카오게임즈 및 엑스엘게임즈, 웹젠이 자사 대표작들의 핵심 구성 요소를 모방했다며 저작권 침해 금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소송을 제기했다.
엔씨소프트와 웹젠의 소송에서는 1심에서 원고인 엔씨소프트가 승소한 상황이다. 법원은 웹젠이 엔씨소프트가 이루어낸 성과(게임의 개발 및 투자 등)를 무단으로 차용해 게임을 출시 및 서비스 했다는 점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해석해 1심에서는 엔씨소프트의 손을 들어줬다.
'데더다'와 'P의 거짓'의 성공, PC & 콘솔 시장 두드리는 국내 게임사들
현재 국내 게임사들의 주력 사업 모델은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이다. 인터넷 망의 보급과 맞물린 PC 온라인게임의 대두,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일어난 모바일 플랫폼으로의 전환에 따라 게임업계는 움직였고 이러한 환경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PC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에 집중하는 사이, PC & 콘솔 게임(패키지 게임)에 대한 경쟁력은 극도로 약화됐다. PC & 콘솔 게임의 개발력이나 노하우는 눈에 띄게 발전하지 못했고, 극히 일부 게임을 제외하면 20년 가까이 '불모지'라 불리울 정도로 이렇다 할 성공작이나 도전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 가운데 '스팀'이라는 글로벌 초 거대 ESD의 등장과 성장은 국내 게임사들에도 기회로 다가왔다.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가 유례 없는 대성공을 거두면서 '스팀' 플랫폼에 대한 게임사들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에 게임사들이 적극적으로 '스팀'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3년은 국내 게임사들이 PC & 콘솔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원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와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이 모두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성공하고 평단과 게이머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공과 호평에 대해 업계에서는 모바일 MMORPG 또는 수집형 RPG 일변도에서 벗어난 플랫폼 및 장르 다변화, 새로운 유저 및 권역 공략의 신호탄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한계에 가까워진 내수 시장에서의 성장에서 벗어나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100만 판매량 시대'를 열었다는 점에서 보다 큰 의미를 지닌다. 국내 게임사들이 2024년에도 신작 PC & 콘솔 게임을 통해 이러한 기조를 이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으로 국위선양, e스포츠 선수들의 활약
올해는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등 국제 대회가 열리면서 e스포츠 팬들을 즐겁게 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포함해 정치권에서도 선수들의 활약에 축사를 보내는 등 이례적인 관심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먼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e스포츠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었으며, '리그 오브 레전드', '스트리트 파이터 5', 'FC 온라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등 4개 종목의 한국 국가대표팀이 꾸려졌다.
한국 국가대표팀은 출전한 전 종목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특히 '꼬마' 김정균 감독이 이끈 '리그 오브 레전드' 대표팀, 노장 김관우 선수가 이변을 만들어낸 '스트리트 파이터 5' 대표팀이 금메달을 거머쥐면서 e스포츠 강국으로의 저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이 외에도 올해 T1의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우승은 업계는 물론이고 팬들에게도 잊지 못할 가장 뜨거운 이슈 중 하나일 것이다.
올해 '롤드컵' 결승전은 5년 만에 한국에서 치러져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4강에 진출한 LCK 팀은 T1 단 한 팀만이 남아, 한 번이라도 패배할 경우 개최지인 국내에서 중국 LPL 팀간의 내전으로 대회가 마무리 될 뻔했다.
하지만 T1은 강력한 우승 후보로 점쳐지던 징동 게이밍은 물론, 결승에 진출한 웨이보 게이밍까지 모든 LPL 팀을 꺾고 드라마틱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국내 '리그 오브 레전드'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T1은 올해 '롤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통산 4회 '롤드컵' 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또한 SK텔레콤 T1 시절인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 동안 한 팀에서 활약한 미드 라이너 '페이커' 이상혁 선수는 '소환사의 컵'을 네 번 들어 올린 전 세계에서 유일한 선수로 기록됐다.
'블루 아카이브'와 '니케' 등 올해도 이어진 국산 서브컬처 게임들의 강세
최근 본격화된 서브컬처 게임 바람은 2023년에도 이어졌다.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시장과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제는 규모나 파급력이 주류 수준으로 올라왔다는 평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다양한 신작들이 서비스를 시작하며 도전장을 내미는 한편, 기존에 인기가 높았던 게임들의 순항도 계속됐다. 이중에서도 국내 개발사에서 개발한 '블루 아카이브'와 '승리의 여신: 니케'는 성공한 서브컬처 게임의 대표주자로 평가받고 있다.
두 게임은 국내 게임사들이 공략에 난항을 겪었던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공했으며, 국내에서도 유의미한 지표를 보여주며 순조롭게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또한 두 게임은 각각 '미소노 미카'나 '레드후드'와 같이 많은 기대를 받는 캐릭터의 업데이트 때마다 일본 iOS 매출 순위 1위를 차지하는 등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먼저 '블루 아카이브'는 넥슨게임즈에서 개발한 서브컬처 모바일게임이다. 청량하고 밝은 비주얼과 매력적인 세계관 및 캐릭터, 수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스토리와 음악으로 국내를 포함해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타이틀로 자리매김했다.
일본 시장 공략에 성공한 게임 중에서는 '승리의 여신: 니케'도 빼놓을 수 없다. '승리의 여신: 니케'는 모바일게임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미소녀 건슈팅 액션이라는 독특한 장르, 깊은 몰입감을 선사하는 스토리와 뛰어난 음악을 특징으로 내세워 일본에서 크게 성공했다.
이처럼 서브컬처 게이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한 게임들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올해 국내 게임사들도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도전을 계속했다.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를 통해 경험을 쌓았던 카카오게임즈는 올해 초 '에버소울'을 올해 초 서비스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 '에버소울'은 고정 팬층을 확보한 후 최근까지도 업데이트를 꾸준히 이어오며 순항 중이다.
또 그동안 '뮤'를 중심으로 한 MMORPG 위주로 개발 및 서비스하며 서브컬처 게임과는 크게 연이 없었던 웹젠은 최근 일본 개발사들의 게임 다수를 확보 및 퍼블리싱 하며 경험을 쌓은데 이어 자체 개발 신작 '테르비스'도 2024년 서비스 할 예정이다. 2024년에도 서브컬처 게임의 순항이 계속될 수 있을지, 그리고 업계의 관심이 지속될 것인지 주목된다.
문제의 본질은 '젠더 갈등' 아닌 원청에 피해 입힌 하청, 스튜디오 뿌리 이슈
올해 하반기의 가장 큰 이슈라면 역시 애니메이션 제작 스튜디오 '스튜디오 뿌리' 이슈를 꼽을 수 있다. 원청의 요구로 제작된 작업물에 남성 혐오 표현이 교묘히 삽입돼 원청인 넥슨 등 게임사에 큰 피해를 입힌 사건이 '젠더 갈등'으로 변질되는 등 여전히 이슈는 현재 진행형이다.
스튜디오 뿌리는 넥슨 등 국내외 주요 게임사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애니메이션 제작 외주를 맡긴 곳이다. 게임 PV와 인게임 연출을 담은 영상을 주로 제작하면서 원청-하청 관계로 꾸준히 협력해온 곳이다.
그런데 이 업체에서 제작한 홍보물 일부에서 1프레임 단위로 남성 혐오 표현이 교묘하게 숨겨져 있던 것이 발견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관련 홍보물들을 모두 비공개 처리하고, 홍보물은 물론이고 사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까지도 포함해 전수조사를 진행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의심스러운 표현들이 계속 발견되었고, 여기에 더해 홍보물 제작에 참여한 스튜디오 뿌리 소속 직원이 과거 SNS에서 과격한 남성 혐오성 관련 글을 작성하거나 관련 글을 재개시 하는 등의 행적이 발견되기까지 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다.
하지만 스튜디오 뿌리는 '문제가 지적된 건들에 대해 의도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다는 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 책임을 통감한다', '문제가 되었던 담당자는 퇴사를 결정했다' 등의 내용이 담긴 2차 사과문을 게재 한 시간 만에 삭제했다.
또 이어 한 매체 단독 인터뷰를 통해 '해당 원화는 남성 원화가가 그렸다', '넥슨이 악성 유저들의 말은 믿으면서 몇 년 동안 함께 작업한 우리 말은 듣지 않았다'며 기존과는 다른 주장을 폈다.
이 외에도 판교 넥슨코리아 사옥 앞에서는 여성 단체들이 원청이자 명백히 피해자인 넥슨을 도리어 가해자 취급하며 시위를 벌였고, 이에 동조하는 언론에서는 이를 보도하며 '젠더 갈등'으로 왜곡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의 본질은 원청 요구에 부합하지 않은 결과물을 납품한 하청의 문제라는 지적이 대다수다. 하청 업체인 외주 스튜디오를 믿고 제작을 맡긴 홍보물에 교묘하게 숨겨진 남성 혐오 표현이 발견되었고, 이로 인해 홍보 및 마케팅에 소모된 각종 시간과 비용이 모두 물거품이 됐기 때문이다.
'친 게임' 의원으로 잘 알려져 있는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은 "이 문제는 진영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하청 업체의 직원이 원청 업체의 의지에 반해 원청 업체에게 피해가 갈만한 행동을 독단적으로 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소비자가 문제를 제기한 이상, 상품을 만든 제조사는 소비자들의 니즈(요구)에 맞춰 수정하는 것이 당연하며, 그것이 시장 경제의 기본 질서다"라며 "이 문제의 악질적인 점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 그들만의 혐오 표현을 숨겨 넣는 데 희열을 느낀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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