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지카', '헬다이버즈' 등의 게임을 개발한 스웨덴 소재 개발사 애로우헤드 게임 스튜디오의 신작 '헬다이버즈 2'가 2월의 화제작으로 떠올랐다.
1월 '팰월드'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이어, 2월에는 '헬다이버즈 2'가 '스팀' 동시 접속자 41만 명을 돌파하는 등 화제작으로 급부상했다.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까지 고려하면 동시 접속자가 적게는 1.5배, 많게는 2배 까지도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사실 전작 '헬다이버즈'를 비롯해 애로우헤드의 게임들은 독특한 게임성을 가졌지만 대중적으로 성공한 타이틀은 아니었다. '헬다이버즈 1'은 '스팀' 최고 동시 접속자 수가 6천명 대로, 1만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다소 마니아 성격이 짙은 게임이었던 셈이다. 나 또한 출시 후 몇 년이 지나서야 친구들과 잠깐 즐겼던게 전부다.
하지만 '헬다이버즈 2'는 출시 직후 '스팀'에서만 10만 명의 유저가 몰렸고 입소문을 타며 현재에 이르렀다. 개발사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러한 흥행의 배경에는 무엇이 있었던 것일까? '헬다이버즈 2'는 전작에서 얼마나 발전했을까? 약 일주일 가량 '헬다이버'가 되어 민주주의를 전파한 소감을 전한다.
[진리부에서 검열한 리뷰입니다.]
탑뷰 슈팅에서 정통 TPS로의 변화, 강점만 챙기는 좋은 선택
애로우헤드의 대표작 '매지카'나 전작 '헬다이버즈'는 모두 탑뷰 시점의 비교적 캐주얼한 감각을 지닌 게임이었다.
전작의 화면 하나를 모든 팀원이 공유하는 시스템은 '헬다이버즈'스러운 독특한 것이었다. 이 화면 공유 시스템은 '헬다이버즈' 특유의 플레이 스타일과 상당히 잘 어우러지며, 아군 오사 등 예상외의 결과를 불러오는 '헬다이버즈'만의 매력을 뽐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전작의 탑뷰 슈팅은 유니크할지언정 접근성이나 대중성 측면에서 명백히 마이너스 요소였다. 보다 '슈팅'에 걸맞는 게임 방식인 TPS가 당시에 없었던 것도 아니었고, 한 화면을 공유하는 4인 멀티플레이 슈팅 게임이라는 점은 접근성이 나쁜 것이 사실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 '헬다이버즈 1'을 플레이했을 때 이런걸 누가 생각해 냈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하지만 이번 작은 정통 TPS, 그것도 규모가 꽤 큰 (AAA라는 수식어를 달 수 있을 정도의) 멀티플레이 협동 TPS로 변모했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꽤 준수한 완성도를 자랑하는 게임을 완성했다. 개발사 이력을 생각해보면 이번 작은 그야말로 '대격변'이다.
'헬다이버즈 2'에서는 전작처럼 팀원이 화면을 공유하지는 않지만, 의도 하지 않은 예상외의 결과나 타 게임에서는 '트롤링'으로 간주될 수 있는 아군 오사 등의 플레이 경험은 그대로다. 전장이나 시점은 크게 변화했지만 핵심 게임성이 변화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 작에서는 전작의 화면 공유 시스템에서 오는 유니크함을 내려놓은 대신, 아군 오사 등의 핵심 게임성을 그대로 가져가면서도 보다 슈팅 게임적으로 확장하고 완성했다는 점에서 '헬다이버즈 2'의 흥행 포인트를 엿볼 수 있다.
3인칭은 PVP 슈팅 게임에서는 단점이 부각되는 시점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오롯이 PVE 게임이다. 슈팅의 재미와 치열한 전장의 현장감을 살리는데 탁월하다는 강점만 챙길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유머화된 죽음', 실수와 죽음조차도 게임의 일부다
타 게임에서의 PVE 콘텐츠, 던전이나 레이드 공략을 떠올려 보자. 이제는 너무나 당연해져 버린 '탱딜힐'과 같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실수 없이 플레이 해야 원활하게 클리어가 가능한 게임들이 수두룩하다.
PVP가 다른 유저들과의 갈등과 경쟁이 주가 된다면, 요즘 게임에서의 PVE에서는 같은 팀원이 원수다. 패턴 하나만 실수해도 공략 실패로 이어지기도 하고, 이는 곧 팀원 간의 불화의 씨앗이 되곤 한다.
물론 '헬다이버즈 2'에서도 '팀원이 원수'라는 말은 통한다. 아군 오사나 우리 팀이 던진 '스트라타 젬' 폭격이나 유탄 발사기, 수류탄, 박격포 센트리, 지뢰에 휩쓸려 죽는 것이 허다하다.
하지만 '헬다이버즈 2'에서의 실수나 '트롤링'은 잠깐 스쳐 지나가는 헤프닝에 불과한 것으로 느껴진다. 이는 '죽음'이 곧장 미션 실패로 이어지는 등의 큰 리스크를 가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션 중 팀원을 살릴 수 있는 증원 수는 꽤 넉넉하며 이를 통해 다시 전장에 즉시 복귀할 수 있다. 오히려 헬포드로 강하하며 중장급 적을 노리거나, 다시 살아나서 보급이 채워졌다고 좋아하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죽는 것조차도 미션을 수행하는 과정이나 게임의 일부분으로 여겨지고 용인되도록 설계돼 있다는 점은, (자의든 타의든) 죽음으로 인한 실패의 리스크나 스트레스를 상당 부분 줄여준다. 또 이렇게 많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은 인명 경시가 은은하게 깔린 '헬다이버즈'의 세계관과도 상당히 잘 어우러진다.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덜한 이유 중 하나로는, 게임 내에서 다뤄지는 '유머화된 죽음'을 다른 이들과 쉽게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커뮤니티 등지에서는 잘못 던져 튕겨 나온 수류탄이나 유탄에 죽는 장면, 내가 부른 '스트라타 젬'에 휩쓸려 폭사하는 장면, '래그돌' 상태로 이리저리 튕겨 나가는 캐릭터 등 슬랩스틱 코미디처럼 어이 없고 웃긴 '움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헬다이버즈 2'를 할 때만큼은 '즉시 리플레이' 등의 녹화 기능을 켜두길 권하고 싶다. 꼭 웃긴 장면이 아니더라도 '바일 타이탄'의 머리에 '이글 500kg 폭격'을 제대로 적중시키거나, 수십 마리의 적을 '스트라타 젬' 한 번에 쓸어버리는 멋진 장면도 생각 외로 자주 나온다. 이걸 '움짤'로 다른 이들에게 공유하면 상당히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보다 더 많은 적들에게 민주주의를 전파하십시오
'헬다이버즈 2'를 관통하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블랙 유머와 해학이다. 이전작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헬다이버즈 2'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더욱 강화됐고, 또 이를 표현하는 방법도 노련해졌다. 특히 애로우헤드는 '유저를 어떻게 게임의 세계관에 몰입시키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노련하다.
이 게임은 오프닝 영상에서부터 왜 당신이 '헬다이버'가 되어야 하는지, 외계 세력과의 전쟁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게임의 세계관과 배경을 압축 요약해 보여준다. 그리고 '통제된 민주주의'를 내세워 문제들을 합리화한다.
이러한 B급 감성이 진하게 묻어 나오는 해학은 과하면 독이고, 부족하면 이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치거나 흥미롭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헬다이버즈 2'에서는 이 중간 지점을 매우 잘 캐치하고 있다. 비단 오프닝뿐만 아니라 로딩 중 나오는 팁이나 각종 업그레이드의 설명 등을 둘러보다 보면 그 노련함을 보다 잘 느껴볼 수 있다.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는 해학과 유머 덕분에, 처음에는 '뭐야 이거 좀 웃기네' 정도에 그치다가도 어느새 이러한 나사 빠진 세계관에 몰입해 한 명의 '헬다이버'가 되어 "민주주의를 위하여!"라고 외치는 나를 볼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을 아우르는 배경 설정들은 미화된 군국주의와 침략 전쟁, 인류 우월주의를 그리고 있다. 당연하게도 유머 코드가 들어가지 않았다면 자칫 위험하고 극단적인 사상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애로우헤드는 뒤틀린 인간 군상이나 유머러스하게 비튼 표현들로 이를 노련하게 피해간다.
게임 내에서만 그치지 않고, 아웃게임에서도 이러한 유머 코드는 그대로 이어진다. 레일건 등 강력한 무기에 너프가 필요하다는 이를 '오토마톤'의 첩자라고 몰아세우거나, 민주주의 전파를 위해 입대(게임 구매)를 종용하거나 하는 식이다.
게임의 수명에 커뮤니티의 힘이 크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개발사나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소니조차도 국내에서 입대 영장과 수양록으로 콘셉트 PR을 했을 정도니 말 다했다.
비약적인 발전 이룩한 최신작, 뛰어난 몰입감과 현장감 그리고 '낭만'
인게임 측면에서도 애로우헤드는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했다. 슈팅 감각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며, 각종 미션을 함께 수행하는 '헬다이버즈' 시리즈의 핵심 게임성을 해치지 않고 TPS로 잘 옮겨왔다. 솔직히 앞서 언급했듯 탑뷰 시점은 유니크할지언정, 현장감이나 슈팅의 재미를 살리기에는 부적합했다. TPS로의 변화는 정말 '신의 한 수'라고 평하고 싶다.
의외로 '이런 것도 되네' 싶을 정도로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는 디테일 요소들도 상당히 많아 즐거웠다. 총기 RPM 변환, 출격 직전 스쳐 지나가는 미션 선택 홀로그램에 착륙 지점이 반영돼 보이는 것, 함교에서 바라보는 함선의 이동 중 광경, 탄이 장갑을 뚫지 못하고 도탄 되는 효과, ICBM 발사 후 일어나는 폭발, 건물 파괴나 적의 약점 및 부위파괴 등이 그 예다.
특히 인게임에서의 현장감과 몰입감은 매우 뛰어나다. 궤도에서 직접 내려 꽂는 각종 포드나 폭격이 꽤 사실적으로 그려지며 이를 통해 느낄 수 있는 낭만, 소위 '뽕맛'이 상당하다. 떼거리로 몰려오는 적들을 '스트라타 젬' 한 방에 쓸어버리는 쾌감도 상당하다. 소소하지만 캐릭터의 감정 표현이나 특정 조건에 따라 나오는 전투 대사들도 몰입감을 돕는 요소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스트라타 젬'을 빼놓고 '헬다이버즈'를 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최고의 특수부대라 하기에는 매우 빈약한 캐릭터와 무기의 성능을 커버해주는 것이 이 '스트라타 젬'인데, 일반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광범위 폭격부터 센트리, 중기관총, 방어막, 보급 등 다양한 것들을 호출 가능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무기와 '스트라타 젬'의 업데이트도 눈여겨볼 만한 포인트다.
실력이 오르고 '숙련된 헬다이버'가 되어가는 과정을 체감할 수 있다는 것도 PVE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게임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고난이도에 도전하고, 보다 빠르게 '스트라타 젬'을 사용하고, 적재적소에 무기를 사용하는 그 과정을 유저가 체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B급 유머와 해학을 담은 격렬한 은하계 전쟁 PVE 슈팅 게임, '헬다이버즈 2'
'헬다이버즈 2'는 정말 낭만과 '남자의 로망'이 가득한 게임이다. 흔히들 게임을 칭찬할 때 '영화 같은'이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데, (개인적으로 썩 좋아하는 표현은 아니지만) 이 게임을 하면서는 정말 '스타쉽 트루퍼스'나 '터미네이터'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식상하거나 고리타분한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실이다.
미화된 군국주의를 해학으로 비꼬는 유머러스함, 준수한 완성도의 건 플레이, TPS로의 성공적인 변화로 만들어낸 몰입감과 현장감, 화끈한 연출로 '로망'을 만족시키는 '스트라타 젬', 상상 이상으로 세심하게 구현되어 있는 디테일 등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 전작에서 등장했지만 아직 나오지 않은 앞으로의 업데이트 및 콘텐츠도 기대가 크다.
물론 현재 진행중인 문제도 있다. 서버 불안정, 퀵 플레이 불가, 접속 불가, 미션 보상 누락, 아쉬운 무기 밸런스 등이 그것이다. 소소하게는 미션 완료 후 나오는 정산의 속도가 너무너무 느리다는 것 정도를 더할 수 있겠다.
리뷰를 마무리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도 서버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서버 관련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 더욱 많은 '헬다이버'들이 '슈퍼 지구'의 위대한 민주주의를 전파해야 하기 때문이다. 리뷰를 마친 후에도 당분간, 또 생각날 때마다 즐겁게 플레이할 게임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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