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김형태 디렉터 "같이 콘솔로 나아가자"... 정부에는 '표현의 자유' 글로벌 수준 맞춰줄 것 주문

등록일 2024년05월03일 14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스타 개발자 김형태 대표가 직접 디렉터를 맡아 개발해 선보인 액션게임 '스텔라 블레이드'가 출시 후 호평 속에 순항중이다.

 

개발자 이전에 헤비 게이머인 김형태 대표는 일찍부터 콘솔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갖고 있던 차에, 창업한 회사 시프트업이 궤도에 오른 5년 전 콘솔게임 제작에 착수했다.

 



 

SIE 세컨드파티, 시프트업이 먼저 제안
'스텔라 블레이드'는 특히 국산게임 중 처음으로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가 직접 유통하는 '세컨드파티' 게임으로 출시되어 화제를 모았다.

 

"SIE는 커뮤니티에서 이름만 보던 회사이고 연관이 없던 곳이었습니다. 콘솔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열망으로 제작에 나서 프리 프로토타입으로 한 지역을 만들어 플레이 가능하게 된 시점에서 SIE에서 연락이 와서 서드파티 담당자를 만나게 됐죠.

 

그런데 마침 그때 SIE를 이끌던 요시다 슈헤이 전 대표가 한국에 와 있어서 담당자와 함께 회사로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리고 마침 플레이가 가능한 버전이 만들어져서 직접 플레이를 해 가능한 끝까지 클리어한 뒤 어디가 좋고 어디는 불합리하고 어디는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거기에서 이야기가 급진전되어 소니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게 됐고, 최고의 게임을 만들 것이니 최고의 유통사가 필요하다, 소니의 세컨드파티가 되고싶다고 제안해서 SIE에서 수용해 줘서 파트너십이 시작됐습니다"

 

김형태 대표가 직접 밝힌 세컨드파티가 된 과정이다. 만드는 게임에 자신을 갖고 먼저 제안해 SIE가 받아줬다는 것으로, 김 대표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일화라 해도 될 것 같다.

 



 

김형태 대표는 혼자 콘솔 대작을 만들자는 결심을 한 뒤 1호 팀원으로 시작해 개발진을 늘려 나갔다. 콘솔게임에서는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생각에 세계관 설정과 스토리를 담당할 기획자도 초기에 뽑아 게임의 뼈대를 세웠다.

 

당초 이 게임은 '프로젝트 이브'라는 제목으로 알려졌는데, 사실 김형태 대표는 게임에 '프로젝트 XX' 식의 제목을 붙이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의아함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프로젝트 이브'라는 제목이 너무 유명해져서 바꾸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고, 결국 최종적으로 '스텔라 블레이드'로 제목이 확정됐다.

 

당시 상황에 대해 묻자 김형태 대표는 "프로젝트 이브는 어디까지나 프로젝트명이었고 사실 제목에 프로젝트명을 붙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빨리 바꿔야겠다 싶었는데 제목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되니 나중에는 바꿔야 하나 고민이 많이 되더군요"라며 "그래서 정작 프로젝트 이브로 제목을 등록하려니 해당 제목으로는 등록을 못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오리지널 제목을 정하게 됐습니다. 논의 끝에 '별의 끝에서 내려온 검(전사)'을 뜻하는 '스텔라 블레이드'로 결정하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훌륭한 개발진과 게임 완성시켜 자랑스러워, 다음에는 더 멋진 것 보여드릴 것
출시후 좋은 반응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김형태 대표는 어떤 느낌을 받고 있을까가 궁금했는데, 그는 "색다른 경험을 한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개발자 이전에 헤비 콘솔 유저였고, 신작 게임이 출시될 때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고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출시 후에도 계속 회자되고 나중에 상도 받는 이런 일련의 과정이 저에게는 겪어보지 못한 경험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콘솔게임 개발에 참여한 적이 있지만 너무 어린 시절이었죠. 이번에 '스텔라 블레이드'를 내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여주시고 응원의 메시지도 많이 주셨습니다. 처음의,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개발하라는 말씀부터 순수하게 콘솔게임 개발을 응원한다는 메시지까지 많은 분들이 응원해 주셔서 따스한 분위기에서 개발할 수 있었던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프트업에서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에 참여한 80여명의 개발진은 개발자라면 한번쯤 꿈꿔볼 콘솔 대작 개발이라는 꿈을 위해 모인 개발진으로, 김형태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다른 좋은 자리가 있었음에도 콘솔 대작 개발을 위해 참여한' 이들이다. 게임이 출시되고 난 현 시점에서 개발진의 느낌은 어떨까가 궁금했다.

 

"출시에 맞춰 사내에서 론칭 축하 모임을 가졌습니다. 많은 개발자들의 소감을 들으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신이 여기서 보낸 시간이 굉장히 의미있는 시간이었고, 지금 이렇게 개발자로서 완성된 게임을 세상에 내놓는데 그 게임이 의미있게 받아들여져서 자랑스럽다는 분이 많았습니다.

 

스텔라 블레이드를 만들며 스스로가 성장했고 다음에 더 멋진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들 하는데, 이들과 함께하고 이분들의 인생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만들어줄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한 마음이고 이 모든것들이 다 유저들이 좋은 평가를 해 주신 덕분입니다.

 

여러분이 SNS에 하는 말도 다 보고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영문 오피셜 계정이 있는데 그 관리자가 저입니다. 그래서 눈팅을 열심히 하시며 여러분이 좋아하실 만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 노력중입니다"

 



 

게임 개발을 오래 했지만 콘솔게임 출시는 처음 경험해 보는 이동기 테크니컬 디렉터는 "론칭일에는 저나 팀원들이 모두 한두시간도 못자고 유저들이 플레이하는 모습이나 게시판을 지켜봤다"며 "좋은 평가를 해주셔서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고, 지적해주시는 부분은 어떻게 개선하자는 이야기도 나누고 있다. 이런 경험은 오랜만에 하는데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이고, 콘솔게임은 이런 '게임을 딱 오픈하는 느낌'이 좋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최종 패치된 버전이 개발진이 의도한 버전, 하지만 유저들 아쉬움 알고 있어
'스텔라 블레이드'에는 데이원 패치로 일부 의상 디자인에 변경이 생겼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시프트업 개발진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상황.

 

김형태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 줄기차게 "데이원 패치를 받고 하시는 최종 결과물이 개발진이 의도한 최종 결과물"이라는 입장을 밝혀 왔다.

 



 

캐릭터 의상에 대해 김 대표는 "의상이 무조건 야하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퀄리티를 올리기 위해 수정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 과정에서 에로티시즘이 떨어지거나 오히려 더 강조되기도 한다"고 운을 뗀 뒤 "최종적으로 저희가 보여드리고자 하는 것은 패치된 버전이 맞고, 그것이 최종 프로덕트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유저 여러분을 만족시킬 답변은 아닐 거라는 것도 잘 알기에 내부에서 대책을 논의중이며 조만간 그 부분에 대해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텔라 블레이드'에 들어간 많은 복장 중 김형태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의상은 '기본 의상'이며, 의상을 해제하면 나오는 '스킨 수트'는 가장 애착이 가는 의상이라고.

 

"사실 다른 것도 언급하고 싶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되니 말하기 힘든데, 기본 의상은 굉장히 좋아하는 의상입니다. 기본 의상은 텍스쳐나 질감 등을 직접 수정해서 굉장히 많이 뜯어고쳐 제 색으로 만든 것이라 좋아하는 의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옷을 벗으면 나오는 스킨 수트가 있는데 이것은 제가 15년전 쯤 디자인한 의상을 재해석해서 다시 구현한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제 취향이 모두 담겨 애착이 가는 의상이지만 사실 이것은 의상이 아니니 그 상태로 플레이하기보다는 옷을 입고 플레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들 너무 벗고 플레이하니 기본이 그런 것인 줄 알고 집에서는 못하겠다는 분이 많던데 오해하지 않도록 옷을 입혀서 플레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형태 대표의 농담섞인 답변이다.

 

리니지라이크 해서 편하게 돈벌라는 소리 많이 들었지만,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판단했어
사실 '스텔라 블레이드'가 처음 발표되었을 때에는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게임 하나만 보여준 상태였던 시프트업이 갑작스레(?) 콘솔 대작 개발에 나선다는 발표에 많은 게임업계 관계자가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이렇게 기사를 쓰는 기자 역시 그런 회의에 가까운 입장을 오랫동안 견지했고, 출시 후 김형태 대표에게 사과를 전했다.

 

오랫동안 시프트업의 콘솔 도전에 대해 '도박', '투자를 받기 위한 무리수' 같은 말을 쉽게 들을 수 있었고, 김형태 대표 역시 그런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어려움을 이겨내고 완성된 게임을 선보인 시점에서 콘솔 도전을 고민중인 국내 게임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달라고 부탁했다.

 

"'스텔라 블레이드' 개발을 시작할 때 니케와 스텔라 블레이드를 같이 시작했는데, 그 때 사실 '너는 왜 그런 돈도 안되는 것을 하려고 하느냐, 리니지라이크를 하면 연간 1000억씩 깔아두고 편하게 사업할 텐데' 같은 이야기를 아주 많이 들었습니다. 당연히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런 시각이 함정이라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같은 길을 갈 때 나도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은 함정이라 보고, 언제나 시대를 선도하는 것은 기존 방향을 가지 않는 쪽입니다.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고 새로운 시도가 플랫폼에서 기술과 함께 자리잡을 때 다음 패러다임에 대응이 가능하다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휩쓸려나가게 됩니다.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를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나 작은 회사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개발에 큰 돈이 들어가는 작품이고 실패하면 고스란히 실패의 결과물을 감내해야 하니까요.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를 위한 내 고민이 들어있나, 레퍼런스는 있다 해도 내 오리지널리티가 얼마나 있고, 유저들을 즐겁게 해줄 무언가가 있는가를 고민해 가며 만드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기존 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더해서 한걸음씩 나아가는 작품이 계속해서 나와 줬으며 좋겠습니다"

 

김형태 대표가 전하는 메시지이다.

 



 

그는 콘솔게임 육성에 나서겠다는 정부에는 '문화'에 집중하고 '표현의 자유' 보장에 힘써줄 것을 주문했다.

 

"정부의 인프라 지원도 중요하겠지만 시장, 유저, 개발사가 모두 다시 한번 우리가 무엇을 즐거워하는가, 무엇이 즐거운 것인가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게임이라는 것이 문화 상품인데 상품보다는 문화인 것 자체에 집중하고 좀 더 자유도를 부여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표현의 자유 면에서 세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정도를 표현하는 데에는 제한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입니다.

 

동료 게임인 여러분에게는 저희가 열심히 증명하려 노력할 테니 같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어 나가자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모든 이들이 모바일 MMO만 만들다 보면 멸종 시기가 분명 올 것입니다. 환경 변화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이 나올 수 있게 정부만이 아니라 게임사들도 같이 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김형태 대표는 마지막으로 콘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스텔라 블레이드는 여러분을 위한 게임이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그는 "5년 전 여러분께 발표한 기억이 난다. 사무실에서 책상을 치우고 데모 영상을 시연했다. 당시 5명이 만든 영상이었다. 거기서 시작해 개발진 규모가 80명 정도까지 늘어난 상태로 완성했다"며 "5년 전 약속을 지금 와서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이고, 기다림을 이겨내고 게임을 환영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 게임은 여러분을 위한 게임이다.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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