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영상진흥원(원장 백종훈)에 입주해 꾸준히 창작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만화가 박건웅 작가의 그림책 《세월 1994–2014》가 제30회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ennial of Illustrations Bratislava·BIB)’에서 ‘황금사과상(Golden Apple Award)’을 수상했다.
BIB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2년마다 열리는 세계적인 어린이·청소년 도서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로, 1967년 시작된 이후 유네스코,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슬로바키아 문화부가 공동 후원한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과 함께 세계 3대 그림책상으로 꼽히며, ‘황금사과상’은 BIB의 최고상인 그랑프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상이다.
BIB 2025 전시는 2025년 10월 3일부터 2026년 1월 11일까지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의 BIB 갤러리에서 개최되며, 이번 전시에는 한국 그림책 10종의 원화 65점이 함께 전시된다. 한국관은 KBBY(한국아동청소년도서협회)가 주관하여 한국 그림책의 예술성과 다양성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박건웅 작가의 수상작 《세월 1994–2014》는 1994년 일본에서 건조되어 18년 넘게 운항한 ‘세월호’가 한국 바다에 투입된 뒤 1년여 만인 2014년, 304명의 소중한 생명과 함께 침몰하기까지의 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그림책이다.
심사위원장 호세 안토니 타시에스 페넬라(Josep Antoni Tassies Penella)는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어린이 그림책의 주제로 삼았다는 점이 놀라웠다”며, “비극조차도 사려 깊고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박건웅 작가는 주최 측에 보낸 수상 소감 영상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한국에서는 ‘그림’이라고 부르는데, 그림은 ‘그리워하다’의 준말”이라며 “그림은 누군가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기억한다는 의미에서, 그림은 고통스럽고 절망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위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록 작은 그림들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많은 사람들이 이 그림들을 통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공감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건웅 작가는 지난 20여 년간 전쟁과 국가권력의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다루며, 사회적 비극 속 침묵과 방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잊혀서는 안 될 역사 속 인물들을 조명해 왔다.
그는 ▲2002년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신인상 ▲2011년 오늘의 우리만화상 ▲2014년 부천만화대상 대상 ▲2024년 대한민국 그림책상 특별상을 수상하며 꾸준히 작품 세계를 확장해 왔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 백종훈 원장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만화도시 부천의 창작클러스터로서 국내 만화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공간과 인프라를 제공하며 다양한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며 “이번 박건웅 작가의 수상은 진흥원의 창작 지원이 거둔 뜻깊은 성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