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게임 시장에서 화려한 풀 3D 그래픽과 연출, 찰나의 판단력을 요구하는 실시간 전투가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묵직하면서도 고전적인 하드코어 턴제 전략 게임 개발에 도전한 개발사가 있다. 바로 '메모리스: 포세이큰 바이 라이트(이하 메모리스)'의 개발사인 블랙앵커다.
2023년부터 '르모어: 인페스티드 킹덤'이라는 이름으로 얼리 액세스를 진행하며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이 게임은 4월 28일 새로운 이름과 함께 웹젠을 통해 마침내 정식 출시됐다.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얼리액세스 대비 3배 이상의 분량으로 확대된 메인 퀘스트를 비롯해 게임 전반에 걸친 개선이 적용됐다.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저들과 소통하며 깎고 다듬은 이 게임은 단순히 과거의 향수를 자극하는 고전적인 게임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있다. 하드코어 턴제 SRPG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내면서 동시에 생각하는 즐거움을 어떻게 생존과 클리어의 쾌감으로 이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증명해내고 있다.
정교한 도트 그래픽과 하드코어한 턴제 전투의 만남
게임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것은 단연 도트 그래픽이다. 도트 그래픽 하면 흔히 연상되는 귀엽거나 아기자기한 레트로 감성과는 거리가 멀다.
도트 그래픽이라는 한정된 틀 안에서 놀라울 정도로 폐허가 된 중세 도시의 참혹함, 암울한 분위기의 룩앤필이 정교하게 표현된 것이 매우 인상 깊다. 어두운 톤의 도트 그래픽으로 표현된 게임의 세계는 유저를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관 속으로 깊숙이 침잠시킨다.
전투 또한 만만치 않다. '메모리스'의 전투는 게임의 기획부터 의도된 수적 열세로부터 시작된다. 아군은 단 세 명 뿐이지만 적들은 어둠 속에서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단 한 명의 아군만 사망해도 실패 처리된다
수적 열세만이 이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는 아니다. 이동에 쓰이는 TP, 그리고 공격에 쓰이는 WP를 어떻게 적절히 배분하느냐도 상당히 고민을 깊게 하는 요소다. 한정적이면서도 중요한 자원이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할 필요가 있다. 특히 WP는 사용하는 아군의 위치나 장착한 무기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뿐만아니라 늘 부족하지만 적재적소에 활용해야 하는 아이템들, 특정 수치에 다다르면 무방비 상태에 빠지는 잠식 시스템 등이 더해지면서 '메모리스'의 SRPG적인 재미는 잘 쌓아 올린 탑처럼 견고하게 완성된다.
플레이어의 판단과 전략 전술은 단순한 선택을 넘어 클리어를 위한 유일한 동아줄이 된다. 매 턴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선택하는 그 과정과 전술적인 재미 자체가 바로 '메모리스'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에서 오는 재미, 그리고 '기억 슬롯'
특히 전투 도중 기둥을 정화하는 시스템은 이 게임의 최고의 역전 장치이자 핵심 매력 포인트 중 하나다. 정화를 시작하는 순간 주변의 모든 몬스터가 몰려들지만, 이 집중 공세를 버텨내기만 하면 전장의 모든 적을 소멸시킬 수 있다. 이는 수동적인 방어에서 벗어나 승부수를 던지는 짜릿한 역전의 쾌감을 선사한다.
'메모리스'는 일반적인 RPG와 같이 단순히 몬스터를 잡아 수치를 올리는 방식으로 성장하지 않는다. 대신 탐험 중 획득한 죽은 자들의 기억이 담겨 있는 '메모리스 파편'을 결속해 새로운 능력을 해금하는 '기억 결속' 시스템이 존재한다. 기억 결속은 자신의 파티 콘셉트를 구현하거나 혹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적극 활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억 슬롯을 통해 캐릭터의 운용 방식이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 조합에 신경 써야할 필요가 있다. 비 전투 상황에서조차 최적의 조합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끝없이 전략적 선택을 요구하며 SRPG로서의 재미를 충실히 따르고 있는 것이다.
고전적인 하드코어 턴제 SRPG의 정수를 담아내다
'메모리스'는 하드코어한 SRPG를 지향하는 만큼 아무래도 전반적으로 높은 난이도와 진입장벽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임 내에서 각종 시스템에 대한 상세한 튜토리얼을 제공하고 있기는 하나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모리스'는 고전적인 하드코어 턴제 SRPG의 재미를 찾고 있는 이들에게는 적극 권장할 수 있는 게임이다. 1GB 미만의 가벼운 용량 속에 담긴, 묵직하면서도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리는 전투 시스템과 압박감을 이겨내는데서 오는 쾌감은 장르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 될 것이다.
단순히 공격 버튼만 반복해서 누르는 자동 전투나 수치 싸움에 지쳤다면 한 수, 한 턴마다 캐릭터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이 잔혹하고도 매력적인 게임에 도전해보길 권한다. 턴제 전략 게임이 줄 수 있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즐거움을 다시금 경험하게 될 것이라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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