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불참으로 위기설까지 나오던 지스타가 글로벌 유력 게임사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며 한숨 돌린 모양새다.
'위쳐', '사이버펑크'의 CD 프로젝트 레드를 필두로 일본의 코에이 테크모 게임즈, 세가, 중국의 넷이즈 게임즈, 호요버스 등 내로라 하는 글로벌 게임사들이 지스타에 BTC 부스를 내고 국내 게이머들과 만날 예정이다.
지스타가 여전히 국내 게이머들에게 게임을 소개하고 소통하는 자리로 기능함을 증명하는 라인업이라 해도 될 것 같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에서는 이렇게 글로벌 게임사들을 유치하고 융복합 전시를 강화하는 한편, 인디게임 쇼케이스 확대, e스포츠 대회 유치 등 단순 게임 행사에서 게임을 중심에 둔 종합 엔터테인먼트, 융복합 행사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고 해외 게임사로만 전시장을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지스타조직위원회에서는 지스타를 글로벌 게임사들에게 매력적인 행사가 되도록 하는 노력과 변화에 힘을 기울이는 한편 국내 게임사들이 다시 지스타를 찾도록 하는 데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글로벌 게임쇼로 해외 게임사 꾸준히 유치하려면 개최 시기 변경까지 고려해야
게임스컴이 한창이던 8월, 게임스컴에 대형 부스를 내고 참여한 한 중국 게임사에 '왜 중국 게임사들이 지스타에는 많이 나오지 않을까'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도쿄게임쇼와 지스타 중 택일해야 한다면 기자님이라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였다.
중국 게임사들도 콘솔 싱글플레이 게임이나 멀티플랫폼 미소녀게임들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서구권 게임스컴에 게임을 소개했다면, 같은 내용으로 도쿄게임쇼나 지스타에 나가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나마 아시아권에도 한번 소개하러 나가야한다는 명분이 있으니 한번쯤 출품을 한다면, 둘 중 아무래도 도쿄게임쇼에 무게가 실릴 수 밖에 없다는 말도 이어졌다.
지스타 2026에 불참을 결정한 넥슨의 도쿄게임쇼 2026 부스 전경
해당 게임사 관계자가 제시한 해법은 지스타의 상반기 개최였다. 하반기에 게임스컴-도쿄게임쇼에 게임을 소개하러 나가고, 상반기에도 큰 규모 행사가 있다면 나갈 명분이 있다는 것이다. 서구권에서 이 부분에 착안해 새 게임쇼를 만들려는 시도도 나오고 있는데, 아시아권에서 지스타가 상반기에 열린다면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장소를 수도권으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중국,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들 중 부산이라 문제라는 의견은 한번도 듣지 못했다. 하지만 시기를 지적하는 의견은 제법 많았다. 상반기, 연초로 가서 대만게임쇼와 경쟁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식이다.
올해 호요버스, 넷이즈, 빌리빌리게임즈 등 중국 게임사들이 참여해 중국 게임사들의 참여가 활발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한일령 상황에서 일본에서 열리는 도쿄게임쇼에 참여하기가 부담되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글로벌 히트작을 양산하고 있는 중국 게임사들을 지스타로 꾸준히 부르기 위해서는 개최시기 변경도 고려 대상에 있어야할 것이다.
한국 게임사 적어 스포트라이트 받기 쉽다 판단? 한국 게임사와 글로벌 게임사 함께 부르려면...
올해 지스타에는 평소 지스타에서 만나보기 힘들던 해외 유력 게임사들이 대거 부스를 내고 참가한다. 신작을 다수 준비중인 게임사들이 많은 스팀 유저들이 존재하고 콘솔게임 시장 규모도 매년 커지고 있는 한국에 개발중인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찾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미 다른 행사나 방송 등으로 공개된 게임이 대부분이라는 점인 것 같다. 부산영화제나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에 '프리미어'(세계 최초 공개)로 상영되는 해외 작품들이 그 영화제의 위상을 보여주듯, 지스타가 신작을 아시아에 소개하는 창구, 글로벌 게임쇼의 위상을 가지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도쿄게임쇼 직후 열리는 행사라 지스타에서 먼저 게임을 공개한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 텐데, 역시 개최 시기를 변경한다면 좀 더 현실성을 띄는 이야기가 될 것 같다.
9월 열린 도쿄게임쇼 취재로 바쁘게 뛰어다니던 중에 모 일본 게임사 관계자와 나눈 대화가 인상에 깊게 남았다.
작년 지스타를 참관하고 돌아가 올해는 지스타에 참가하기로 했다는 일본 게임사 관계자는 기자에게 대뜸 "기자님, 지스타 기간에 한가하시죠, 저희 개발자들을 데려갈테니 인터뷰 일정을 잡아 인터뷰를 좀 합시다"라고 제안해 왔다.
2025년 지스타 때에도 참가하는 한국 게임사, 신작이 많지 않아 간담회나 인터뷰 일정이 별로 없어 기자들이 여유롭게 취재일정을 가져갔다는 것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2026년에는 더 적은 한국의 게임사, 신작이 출품되니 여유가 더 많을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지스타 2025 엔씨 부스 전경
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더 쉽고, 인터뷰나 소개 행사 등이 더 주목받을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활발히 참여할 경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스타 조직위원회에서는 국내외 게임사들이 함께 참여했을 때 해외 게임사들을 배려하는 일정, 행사를 직접 마련하는 것도 시야에 둬야할 것이다.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이 2026년 행사부터 해외 게임사, 기관들의 행사를 직접 주최해 진행, 취재 등에서 협력해 좋은 반응, 성과를 거뒀는데 지스타 조직위원회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하던 대로 할 것이 아니라 다른 행사도 참고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2026 지스타의 중요성, 증명해야 게임사들 돌아온다
지스타는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개발중인 게임들을 소개하기 위해 부스를 내고 유저들에게 게임을 알리는 BTC, 그리고 해외 바이어들에게 개발중인 게임을 보여주고 수출을 타진하는 BTB의 양 축으로 진행돼 온 행사였다.
그런데 게임산업의 무게추가 온라인게임에서 모바일게임으로, 그리고 다시 멀티플랫폼, 특히 그 동안 국내 게임사들이 큰 비중을 두지 않던 스팀, 콘솔을 중심으로 옮겨가다 보니 기존 방식대로 게임을 소개, 마케팅하던 방법론이 맞지 않게 된 측면이 분명 있다.
스팀, 콘솔게임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보니, 국내 행사보다는 서구권의 게임스컴, 아시아 대상으로는 도쿄게임쇼나 빌리빌리게임쇼에 참가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낸다고 판단했기에 국내 유력 게임사들이 지스타가 아닌 도쿄게임쇼에 부스를 내는 것이라는 점도 직시해야 한다.
지스타 2026 불참을 결정한 엔씨가 AGF 2026 메인 스폰처로 참가한다고 발표해 충격을 안겨줬다
국내 한정으로 '서브컬쳐' 장르로 불리는 미소녀 캐릭터를 게임의 핵심 요소로 내세운 미소녀게임 장르가 주류 장르로 올라서며 대형 게임사들이 앞다퉈 미소녀게임을 개발하게 된 것, 인디게임을 퍼블리싱해 큰 성과를 내는 사례가 나오며 소규모 게임을 퍼블리싱하는 게임사가 많아진 것도 국내 게임사들이 지스타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환경적 요인이다.
국내 게임사들이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을 후원하거나 일본의 '비트서밋'과 같은 해외 인디게임 행사에 참가하는 경우가 느는 것이나, 서브컬쳐 마니아들이 모이는 AGF에 과거 지스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국내 게임사들이 줄지어 참여하는 것은 그런 흐름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발표한 지스타 전시, 부대행사 라인업 발표를 보면 2026년 지스타에서 콘솔게임, 온라인, 모바일게임, 미소녀게임에 인디게임, e스포츠까지 모두 품을 수 있는 종합게임쇼로 여전히 잘 기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가 읽힌다.
여전히 다 잘 할 수 있다고 나섰으니, 각각의 분야에서 얼마나 사람을 모으고 어떤 마케팅 효과를 내 주고, 얼마나 선전 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해야 하게 됐다.
지스타 2025 관람객들
지스타 2026을 잘 개최하고 제대로 성과를 내야만 한국 게임사들이 다시 지스타를 돌아보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지스타를 처음, 혹은 오랜만에 찾은 해외 게임사들에 대한 케어도 잘 해야 한다. 국내 게임사들이 다시 찾으면서 해외 게임사들도 계속해서 불러올 수 있는 행사로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겠지만 잘 해내길 바란다.
기자로 20년 가까이 지스타를 방문해 왔는데, 지스타 기간은 언제나 1년 중 가장 바쁜 기간으로 끝나면 파김치가 되곤 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스타는 역대 지스타 중 가장 일정에 여유가 있는 지스타로 기억에 남았다.
올해 도쿄게임쇼에는 한국 게임사들이 신작 게임을 들고 대거 참가해 평소의 지스타를 연상시킬 정도로 바쁜 일정을 보냈는데, 지스타도 다시 예전처럼 바쁜, 그만큼 볼 것이 많고 기자이자 게이머로서 즐거운 행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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