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성인 게임중독자들을 위한 최고의 선물 'GTA 5'

폭력과 선정성, 그리고 게임으로서의 자유

등록일 2013년11월27일 18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 9월 17일, 논란과 기대 속에 락스타게임즈의 'Grand Theft Auto 5(이하 GTA5)'가 발매됐다.

록스타 노스가 개발하고 록스타 게임즈가 배급하는 시리즈의 최신작이자 1997년 'GTA1' 발매 이후 12번째 작품인 ‘GTA5'는 미국 서부의 도시 로스엔젤레스를 재현한 가상의 도시 ‘로스산토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시리즈가 출시될 때마다 불거지는 폭력성과 선정성 논란에도 ’GTA5'는 발매 후 24시간 동안 엔터테인먼트 산업 역사상 전례가 없는 약 8억 달러(한화 약 8,600억 원)의 수익을 거뒀으며 7개 부분의 새로운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비록 지난 6일,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콜 오브 듀티 : 고스트‘가 발매 후 24시간 만에 10억 달러(한화 약 1조 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GTA5의 매출 기록은 깨지긴 했지만 이른바 'GTA'효과로 인해 성장 폭이 줄어들고 있던 미국 게임 시장의 누적 매출액을 끌어올리는 등 GTA5는 여전히 전세계 게임 산업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패키지 시장의 불모지라고 불리는 한국에서도 ‘GTA' 신드롬은 어김없이 부활했다. 여기에 유통사인 H2인터렉티브에 의해 국내 소비자들이 즐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한글화’가 더해져 국내에서도 초회 예약판이 전부 품절됐으며 발매 이후로도 오프라인/온라인을 통해 타이틀을 구매하기가 어려웠을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아왔다.

혹자는 수량 조절에 의문을 표하기도 했지만 아무렴 어떤가. 10,000장을 찍으면 100장도 팔리기 어려운 국내의 열약한 패키지 시장에서 모처럼 게임 소프트웨어가 주목을 받는 것은 국내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포켓몬스터’, 순순히 금을 내놓으라고 협박해 화제가 된 ‘문명’ 시리즈 이후로 처음일 것이다.

출시 후 2개월이 지났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싱글 플레이를 마치고 멀티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소통하고 있는 지금, 'GTA5'는 무엇을 보여주었고 앞으로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까. 

세 명의 주인공, 사회의 어두운 이면에 맞서다
이번 ‘GTA5’에서는 전작들이 보여주었던 주인공의 일상을 다르게 공유하고 있다. 전작들이 단 한명의 주인공에 의해 모든 이야기가 진행되었던 것에 반해 이번 작품은 3명의 주인공(마이클, 프랭클린, 트레버)을 통해 이야기가 전개되며 이를 통해 좀 더 흡입력 있는 몰입감을 제공한다.

GTA5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트레버, 프랭클린, 마이클

시리즈 최초로 가족이 존재하는 ‘마이클’은 가족과의 갈등을 가지고 있는 가장(家長) 캐릭터이며, ‘프랭클린’은 갱스터 출신이면서 갱스터의 삶에 지속적인 고민을 하는 고뇌형 캐릭터로 등장하고 전작인 ‘GTA4 TLaD'의 주인공 조니를 아무렇지 않게 죽일 정도로 기상천외한 캐릭터로 등장하는 ‘트레버’ 역시 괴팍한 행동 속에 남모를 과거를 가지고 있는 사이코패스 캐릭터로 등장하게 된다.

전혀 접점이 없을 것만 같은 세 주인공은 여러 가지 사건에 얽매이며 하나의 큰 줄기에서 만나게 된다. 이번 작품 역시 스토리 진행을 통해 권력과 이익에 사로잡힌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여러 가지 시각에서 보여주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는 각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성격에 맞는 방법으로 사건들을 해결한다.

경찰과의 추격전은 이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콘텐츠

각 사건에 등장하는 인물들 역시 갱이나 범죄자들이 주가 됐던 전작들에 비해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실제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는 여러 인물들을 통해 미션의 몰입감을 높였다. 기본적인 미션의 난이도는 전작들을 꾸준하게 즐겨왔던 게이머들이라면 크게 어려울 것은 없지만 미션 해결 등급을 높이기 위해선 각 미션의 세부사항(교통신호 준수, 차량 파손 최소화 등)들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100%를 달성하기 위해선 생각보다 많은 반복 플레이를 요구하게 된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존재한다. 하나의 큰 이야기를 세 명의 캐릭터가 나누어 진행하다 보니 개개인의 이야기 완성도가 주인공이 한 명이었던 전작만 못하다는 것인데 세 명의 주인공을 내세워 플레이의 다양화를 선보인 만큼 이를 활용한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연출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좀 더 짙어진 폭력성과 선정성, 거부감은 줄었다
‘GTA' 시리즈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폭력성과 선정성은 이번 작품에서 좀 더 짙어졌다. 살인과 절도, 마약, 총기, 섹스라는 시리즈 전통의 단골 소재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히 메인 콘텐츠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게임 내 이용가능한 스트립 클럽 내부, 언제나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시리즈 전통의 소재를 계승했지만 ‘GTA5’에서는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에서 전작들과는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게임이 갖고 있는 폭력성과 선정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캐릭터에게 일종의 당위성을 부여하는 시나리오 전개 방식 역시 기존 시리즈처럼 단순한 명령 하달 방식으로 진행되는 부분을 최소화 시켰는데 이는 전작들의 게임 플레이에 거부감을 느끼는 유저들을 위한 변화로 해석된다. 

언제나 다양한 사건에 휘말린다

특히 세 명의 주인공을 플레이 한다는 플레이 패턴의 변화 자체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느낄 수 있는 'GTA'의 콘텐츠를 사실이 아닌 게임으로써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미션을 클리어 하기 위해 세 명의 주인공들이 협업해 해결하게 되는데 이러한 게임 방식은 유저들이 하나의 캐릭터에 쏠릴 수 있는 지나친 몰입을 적절히 차단시키고 해소시키며 유저를 1인칭 시점이 아닌 철저한 3인칭 시점에 머물게 한다.

유저들이 게임을 즐기며 주인공의 이야기에 동화되는 만큼, 각 캐릭터가 가지는 정서는 유저들의 플레이 패턴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적절히 순환시키면서 보여줄 만큼만 보여주는 ‘GTA'의 변화는 이번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해야 될 부분이다. 다만 미션을 진행하면서 반복적이고 지루한 미션들이 상당수 존재하는데 전체적인 미션 숫자를 줄이더라도 미션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GTA'의 미래 멀티플레이
'GTA5'의 멀티플레이는 싱글 플레이에서 즐겼던 거의 대부분의 콘텐츠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지역에 따라 인터넷 환경에 따라 멀티플레이를 즐기는 것이 조금은 불편할 수 있지만 전작들에 비교한다면 꾸준히 개선되고 발전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유저들은 일반적인 온라인 게임과 마찬가지로 자신 만의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으며 다양한 미션, 협력 퀘스트를 수행하며 캐릭터의 랭크를 올릴 수 있다.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비교적 쉽게 랭크를 올리는 것이 가능하며, 랭크를 올리게 되면 좀 더 좋은 상위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랭크에 얽매이지 않고 레저 생활을 즐길 수 있다

인공지능이 통제하는 싱글 플레이가 아닌 사람이 사람들과 공존하는 멀티플레이는 좀 더 역동적인 게임을 연출한다.

차량 절도 및 금품 탈취, 즉 ‘범죄’라는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은 변함없지만 그 과정에서 주식을 통해 재산을 불리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하며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유저들이 있는가 하면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유저들을 죽이거나 맵의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이스터에그를 찾기 위해 모든 지역을 탐험하는 유저들도 있으며 로스앤젤레스의 코리아 타운과 마찬가지로 자신들 만의 지역을 구축하고 무리를 짓는 유저들도 존재한다. 

이 일련의 모든 과정들은 유기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흡사 살아 숨쉬는 현실세계와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살아 숨쉬는 역동적인 세계를 그려내는 멀티플레이

일반인에게 'GTA'는 폭력적인 게임으로 기억되곤 한다. 게임의 폭력성, 선정성 문제는 게임의 흥행 성적과 함께 언제나 논쟁의 소재로 각종 미디어를 통해 다뤄진다.

그러나 'GTA'를 즐기는 유저들에게 'GTA'가 어떤 게임인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10명 중 8, 9명은 '그냥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폭력성과 선정성을 무조건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살인을 저지르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도 아니며 절도를 하기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도 아니다. 제한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마음 껏 즐길 수 있게 하는 'GTA'의 가능성을 보고 열광하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GTA' 시리즈가 일반적인 게임들과 궤를 달리하는 점이다.

멍하게 앉아 게임 세상이 돌아가는 것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다

게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나 정교한 컨트롤이 없어도 즐길 수 있는 'GTA'의 가능성은 앞으로 더욱 넓어질 것이다. 오큘러스 VR(Occulas VIrtual Reality)이 가상 체험 헤드셋 시뮬레이터 '오큘러스 리프트(Oculus Rift)' 프로젝트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가상현실 세계로의 진화를 이끌고 있는 지금, 록스타 게임즈가 또 어떠한 가능성을 제시하며 성인 유저들을 열광시킬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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