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느끼는 '심', 더 인간에 가까워진 '심'을 만나다 '심즈4'

등록일 2014년09월18일 10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갓게임'이란 유저가 신(혹은 신과 같은 존재)이 되어서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의 인생이나 세계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게임을 말한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세계 3대 게임 크리에이터 중 하나인 피터 몰리뉴의 '블랙 앤 화이트' 등이 있다.

블랙 앤 화이트는 유저가 인류의 운명을 관장하는 신이 될 수 있는 게임이라면 한 가정의 운명을 책임지는 작은 의미의 신을 체험해 볼 수 있는 게임도 존재한다. 바로 EA의 인기 게임 시리즈인 '심즈'이다.

심즈 시리즈는 '심'이라 불리는 플레이가 가능한 캐릭터들의 일상을 관리하며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게임이다. 심들의 생활은 실제 인간 생활과 다를 바 없지만 유저들이 심들의 보이지 않는 신이 돼 각 심마다 자신이 생각한 나름의 스토리를 대입하고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독특한 게임성으로 각 시리즈마다 많은 마니아들을 양산해내고 있다.

이런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 '심즈4'가 지난 2일 출시됐다. 이에 '심즈3'의 동글동글한 심의 모습에 실망해 이제껏 '심즈2'까지만 플레이 했던 기자가 오랜만에 등장한 심즈4를 플레이 해봤다.


인간에 더욱 가까워진 심
심즈4에 등장하는 심들의 외향은 심즈2의 날카로운 심이 아닌 심즈3처럼 동글동글한 편이지만 전작보다 후덕한 느낌은 덜한 편이다.

심즈4는 심 제작 시스템부터 심즈2와 달리 정교해진 만큼 고려할 부분이 늘어났지만 이 모든 제작 과정을 마우스 드래그로 세밀하게 조정할 수 있도록 해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바뀐 편이다. 심즈4 심 만들기에서 제일 놀라웠던 것은 몸매 조절 외에도 걸음걸이 목소리 등 다양한 요소를 이용해 개성 강한 심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로 인해 목 두께, 어깨 크기, 발크기 등 세밀한 몸매 조절과 목소리 조절로 다 같은 몸매와 목소리에 얼굴만 달랐던 심즈2와는 달리 더욱 개성 강한 심 제작이 가능해졌다.

심즈2의 심 제작 창
심즈4의 심 제작창

심즈4에서 심의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은 바로 '무드렛'이다. '기분'으로 표현할 수 있는 무드렛은 친구들과 이야기거나 책 읽기, 컴퓨터 검색 등 다양한 행동을 통해 시시각각 변하게 된다.

무드렛의 변화는 왼쪽 하단에 위치한 심의 상태로 확인할 수 있으며 무드렛에 따라 걸음걸이가 달라지고 심 혹은 사물과의 상호작용에서 해당 무드렛에서만 발생하는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친구의 모욕적인 언사 등으로 인해 화남 상태의 무드렛이 되면 자신을 모욕한 친구는 물론 주변인에게도 '고함치기' 등의 화남 무드렛에서만 활성되는 행동이 가능하며 심의 소망도 현재 무드렛과 관련된 행동을 하길 바라게 된다. 이는 기분에 따라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그저 컴퓨터로 작업 멘트 조사해봤을 뿐인데 '유혹적' 무드렛으로 돌입했다

이 무드렛은 학생의 성적과 어른의 승진과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변 사물을 통한 무드렛 관리가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심즈4는 주변 장식품에 따라 무드렛이 달라지게 되는데 일부 장식장에는 '집중', '장난스러움' 등의 무드렛에 큰 영향을 주는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것들이 다수 존재하므로 이 들을 어떻게 배치하느냐도 게임의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심즈4는 심즈2와 달리 'TV 보면서 먹기' 혹은 '이야기하면서 게임하기'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해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졌다는 느낌이다. 다만 이런 기능으로 인해 빨리 식사를 완료하고 출근해야 하는데 기어코 다른 심들이 대화하는 곳에서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기 위해 가까운 테이블을 두고 집 밖에 있는 야외 테이블로 향한다던가 등의 원치 않은 돌발 행동을 자주해 6명을 플레이 해도 무난하다라고 생각된 심즈2와 달리 심즈4는 가족이 4명만 되도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에도 직장 및 학교에 간 심에게만 활성화되는 '인맥 쌓기', '열심히 하기', '직장 상관에게 아부하기' 등의 소소한 행동도 심즈2에서는 없던 요소여서 기자에게는 흥미롭게 느껴졌다.

복잡한 집 짓기는 이제 그만, 쉬워진 건축과 아이템 구매
심즈 시리즈에서 심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집 짓기이다. 심들의 동선을 고려해 지어야 하는 집은 이전 시리즈에서는 방 배치, 벽 분할, 창문 배치 등 고려할 것이 많다 보니 기자를 포함한 많은 유저들이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포기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심즈4는 건축 탭에 아예 방 전체를 살 수 있도록 해 디자인을 굳이 따지지 않는 유저라면 가격과 용도에 맞는 방을 구매해 일렬로 늘어놓기만 해도 집을 지을 수 있다.


또한 구매 탭에 검색 기능을 추가해 일부 아이템의 카테고리를 모르는 초보 유저들도 쉽게 해당 아이템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해 상당히 편리하다.

구매 인터페이스는 편해졌지만 일부 아이템에는 구매 조건을 달아놔 게임이 조금 까다로워졌다는 느낌은 들었다. 예를 들어 최고급 컴퓨터를 사려면 특정 직업군의 레벨을 6이상 돌파해야 하는데 직업 레벨 올리는게 쉽지 않다 보니 최고급 컴퓨터를 사기 위해서는 돈이 아무리 많더라도 노인 심이 되거나 그 근처에 다다라서야 구매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아이템에도 쓸데없이 현실을 잘 반영해 저가 제품은 고장도 잘나고 가스 렌지 같은 경우는 불도 잘 나는 편이라 일주일에 한 번은 가스 렌지에 불이 나 몸에 불이 붙은 심의 모습을 보면 씁쓸한 기분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권층을 위한 아이템

이런 제한 콘텐츠는 각 심에 스토리를 부여하는 심즈 시리즈와는 조금 맞지 않는 듯하다. 유저들은 심을 만들 때 자수성가 형 심을 만들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최고급만 누리는 부자 심을 만들어 어려움 한 번 겪어 보지 않은 채 최고급 제품만 쓰는 공주님, 왕자님 캐릭터를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템 제한으로 인해 해당 컨셉을 조금 바꿔야 한다던가 원래 예상했던 인테리어와 조금 다르게 수정하는 등 유저들의 상상력을 제한하는 역할을 해 '유저가 신이 돼 자유롭게 심들의 인생을 결정한다'는 원래 심즈 시리즈의 게임 의도와는 다소 동 떨어지는 듯한 느낌이다.

클라우드를 통한 아이템 배포
심즈2를 플레이 하던 유저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던 파일은 바로 다운로드 콘텐츠를 넣어놓는 파일이었다. 기존 심즈2에서는 유저가 제작한 아이템을 다운로드 폴더에 넣어야지만 게임에서 활성화 되므로 직접 다양한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취향에 맞는 유저 제작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아야 했다.

하지만 심즈4에서는 오리진과 연계되는 라이브러리를 제공해 특별히 사이트들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게임 내에서 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제작한 심과 집을 클라우드로 등록할 수 있어 아이템 배포의 장벽을 낮췄다. 이렇게 등록한 심은 담벼락 등 우회하는 방법으로 다운로드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배포해 복사 심 제작의 귀찮음을 최소화 시켰다.


심즈4를 플레이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역시 심들의 감정이 풍부해졌다는 점이다. 비록 이로 인해 AI가 자주 꼬여 피곤하긴 하지만 다양한 무드렛에 따라 같은 상황에서도 다른 반응을 보이는 심의 반응은 심즈 특유의 유머코드가 잘 녹아 들어 소소한 재미를 주는 항목이다.

하지만 심이 감정이 늘어나며 더욱 자유로운 영혼이 된 반면 아이템의 제약으로 인해 유저들의 상상력에 한계를 준 점은 높은 자유도로 큰 사랑을 받았던 심즈 시리즈의 게임 의도와는 다소 동 떨어진 느낌이다. 물론 이 부분은 향후 유저 콘텐츠로 보완 가능하다지만 꼭 자유로운 플레이의 대명사인 심즈 시리즈의 최신작에 꼭 필요했을까란 생각도 해본다.

심즈 시리즈에서 오리지날 버전이란 맛보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기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오리지날은 맛보기인 동시에 향후 출시될 확장팩의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이미 오리지날에서 쉬운 건축 시스템, 풍부해진 심들의 감정 표현 등을 시리즈의 주요 특징으로 잡고 기본 토대를 쌓은 상태에서 향후 출시될 확장팩들이 이 게임에 어떤 식으로 또 다른 재미를 추가할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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