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面接), 서로 대면하여 만나 봄.
취업시즌이 되면 포털에는 '면접'과 관련된 기사와 질문이 쏟아진다. 특히 연관 검색어에는 주의 사항, 복장, 화장법, 머리스타일, 자기소개 등 면접에 관한 각종 노하우(?)를 엿볼 수 있는 검색어도 함께 등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면접이 MMORPG에서도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이미 아이온에서 면접은 필수가 되어버렸다. 주의 사항은 몬스터의 공격 패턴 숙지로 복장은 마법 저항과 마법 증폭 세트, 화장법은 고급 불의 저항 주문서와 생명력과 정신력의 자연 회복량을 증가시켜주는 음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
면접에 통과해야만 쟁과 사냥에 당당히 참여할 수 있는 MMORPG의 또 다른 문화. 아이온을 통해 '면접'에 대해서 살펴본다.
면접을 하는 이유
대부분 고레벨 유저들은 파티의 효율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저레벨에는 그저 파티만 구성되면 사냥하는 데 별다른 지장이 없었다. 그때는 아이템 파밍보다 스킬과 장비 교체를 위한 레벨 업이 중요시되는 시기였기 때문에 면접이 중요치 않았다. 그러나 중레벨부터 면접의 압박이 시작된다. 슬슬 파티의 효율을 강조하는 유저들이 파장을 잡고, 파티원을 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고 레벨에 도달하면 면접은 필수다. 스티그마 세팅과 스킬 세팅이 모두 완료되어, 아이템 파밍을 목적으로 움직이는 파티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일례로 아이온의 최고 레벨 인던 파슈만디르 사원(55레벨 이상 입장)은 단순한 장비 면접 외 루드라(파슈만디르의 최종 보스)의 킬 경험까지 확인한다.
킬 경험도 홈페이지에서 캐릭터 검색 기능을 통해 파티원 후보에 관한 장비와 스킬, 스티그마 세팅처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여기에 평판 면접도 진행, 서버나 직업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통해 매너와 비매너까지도 가늠한다.
이처럼 레벨이 올라갈수록 면접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장시간의 공략이 불가피한 인던의 등장에서 비롯됐다. 영웅 아이템(유일 아이템보다 상위 개념)을 주는 네임드가 많을수록 파티는 극딜을 앞세운 최단 시간 공략을 선호한다. 예를 들면, 공격력 490의 살성보다 10이라도 높은 공격력 500의 살성을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래서 면접에 통과하는 장비 세팅이 직업 게시판에서 화제가 될 때도 있으며, 때로는 면접을 두고 유저들끼리 설전을 벌이기도 한다.
면접, 필요악인가?
면접을 찬성하는 유저들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한다.
아이온처럼 정해진 인원(풀 파티는 6명)으로 진행하는 네임드 공략 파티는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전멸 위기에 몰린다. 예를 들면, 파슈만디르 사원은 수호성-살성-마도성-호법성-치유성을 주축으로 정령성-궁성-검성을 선택 후 입장한다. 유저들은 최고 레벨 던전이기 때문에 누구 하나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파티 분위기가 흐려질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이들은 면접은 파티의 불미스러운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므로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더욱 장비-평판 면접이 끝나더라도 경험자를 선호하는 것은 비단 특정 서버의 문제가 아니라도 강조한다.
스파탈로스 서버에서 수호성을 키우는 한 유저는 "경험자로만 구성된 파티라도 파슈는 1시간 이상 걸린다. 다들 1시간 안에 루드라를 공략하려고 파티를 하는 것인데, 한명 때문에 시간이 초과되면 그 사람을 뽑은 파장도 욕을 먹는다. 단지 한 사람 때문에 남은 5명이 피해를 감수하기에는 손해가 크다. 그렇게 면접이 싫으면 레기온 파티로 가서 전멸해봐야 면접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낄 것이다."라고 말한다.
또 유저들은 '면접'을 차별이 아닌 상식적으로 접근한다고 생각한다. 파티의 효율을 논하기 전에 퀘스트 아이템으로 준비한 딜러와 유일 아이템으로 최고의 성능을 갖춘 딜러가 있다면 대부분 파장은 후자를 선택한다. 비록 극단적으로 예를 들었지만, 실제 게임 상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면접이 이뤄진다.
그래서 면접을 파티원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이 많다. 네임드가 주는 아이템을 목표로 파티에 합류했지만, 누군가 제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면 호흡이 중요한 인던에서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루드라 킬을 하지 못한 치유성도 면접에서 탈락되는 경우와 비슷하다.
반면에 면접을 반대하는 유저들은 불공평하다고 말한다.
똑같이 결제를 하고 게임을 하는데 누구는 게임을 편하게 하고, 누구는 불편하게 즐긴다면 말도 안 된다는 논리다. 특히 경험자만 찾는 파티라면, 누가 처음부터 경험을 해보냐고 반문한다. 레벨 제한이 설정된 인던이라면 어떤 누구도 해당 레벨이 되지 못한다면 인던 입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력의 차이가 미미하다면 면접을 그저 형식에 불과하다고 강조한다.
스파탈로스 서버에서 살성을 키우는 한 유저는 "파장과 귓말을 하면서 풀 도핑(음식과 음료로 능력치를 일시적으로 올리는 것) 상태라면 파티에 민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예전에 상층 황방과 요새전 킬 경험이 많고, 파장과 인연이 있어 파티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인맥이나 장비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못한다면 나로서도 면접에서 떨어진다."고 면접의 고충을 토로한다.
그러나 인맥이나 레기온에 가입하지 않은 평범한 유저라면 면접이 또 하나의 진입장벽이 된다. 던전 입장 레벨을 게임사가 만든 진입장벽이라면 면접은 유저들끼리 만들어낸 악습이라는 것이다. 특히 캐릭터 검색 서비스까지 지원되는 아이온의 커뮤니티가 유저들의 발목을 묶는다는 이야기다.
이들은 자신에게 부족한 것을 남한테 도움을 받아서 사냥하는 것이 파티플레이의 묘미라고 강조한다. 치유성에게 힐, 살성과 궁성에게 딜, 수호성과 검성에게 탱, 마도성과 정령성에게 서브딜과 메즈, 호법성에게 보조힐과 진언(버프)을 준 것은 합심해서 게임을 즐기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한다.
게임을 즐기는 기준이 다를 뿐이다
면접은 찬반을 떠나 유저들이 만든 또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재미를 느끼는 기준이 다르고, 플레이 성향도 달라서 어떠한 누구도 정확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장시간 공략이 필요한 인던이 등장할 때마다 '면접'은 진행될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막는 것도 불가능하다. 이를 두고 유저들은 면접의 기준을 완화하거나 융통성 있는 파티 플레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결국 선택보다 필수의 개념으로 자리 잡은 '면접'을 게임업체에서 통제하고 유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설령 면접으로 유저들끼리 분쟁이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게임업체는 원칙적으로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자신의 입맛에 맞는 파티를 찾는 미봉책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희생과 배려가 중요시됐던 과거 MMORPG의 파티가 부러운 것은 비단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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