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난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진행된 제 78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논의/확정했다. 하지만 이 종합대책에서 또 다시 게임중독이 언급된 것으로 확인돼 잠시 잠잠해졌던 게임중독 논란이 다시 재점화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바로 국민 정신건강 문제의 사전 예방과 조기 관리다. 정신질환이 의심되거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진단 후 치료가 아닌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빠르게 하고 이를 위한 각종 건강보험 제도, 치료방법 및 개인 부담을 줄여 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골자다.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중독 및 자살 예방/관리 강화' 부분이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중독 문제에 대한 선별 검사를 강화해 중독자에 대한 조기 치료/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식이 언급되어 있는 해당 부분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내 인터넷게임, 스마트폰 사용 등에 대한 중독 선별 검사를 강화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론 중독, 인터넷게임 예방교육 및 선별 검사를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간 업계와 학계의 반대에 막혀 지지부진했던 인터넷 중독에 대한 질병코드 신설도 추진된다. 이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넷 게임 중독 선별 검사에서 자체적인 기준에 의거 중독군으로 분류된 사람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 확실하게 구분하겠다는 보건복지부의 의지를 드러낸 움직임이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질병에는 하나의 질병분류코드가 부여된다. 하지만 질병분류코드가 부여되기 위해서는 그것이 의학계에서 명백한 질병으로 인정받을 때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중독은 한국정신중독의학회를 제외한 의학계 전반적으로 '중독' 프레임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게임의 중독 현상에 대해서는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알려진 그 어떠한 연구에서도 게임을 중독물질로 구분한 사례는 없다. 심지어 한국정신중독의학회에 소속된 의사들 사이에서도 게임을 중독으로 봐야 되는지에 대한 의견 대립이 첨예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중독자와 다름 없는 행동패턴을 가지고 있는 소수에 대한 치료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질병코드 신설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질병이라는 낙인이 찍혔을 때의 산업이 받게 되는 충격파와 더불어 게임을 시작으로 점차 다른 범위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 중인 게임 중독 관련 연구의 결과 역시 경우에 따라 전세계에서 비웃음 받는 한국 의학계의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11년 정신질환 실태 역학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한 차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바 있다.
인터넷 중독코드 신설 움직임에 다수의 기업들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질 않고 있다. 인터넷의 범위라는 것이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SNS, 쇼핑 등 관점에 따라 다양한 범위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를 빙자한 보건복지부의 입맛대로 밥벌이가 아니냐는 원색적인 비난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도 우려를 표명했다. 김성곤 사무국장은 “이미 게임 과몰입과 관련해 문화부를 포함한 소관부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관점으로만 일을 처리하려고 하는 보건복지부의 발표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국가적으로도 낭비이며 정부가 내세우는 핵심 정책에도 역행이 되는 부분인 만큼 복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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