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허브센터에서 진행하는 '모바일게임 현지화 지원 사업'이라는 지원 프로그램이 있다. 이 이름을 들어본 개발사도 있을 것이고 처음 들어보는 개발사도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은 한번이라도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참가한 개발사는 다음 해에도 계속 신청하는 양질의 지원 프로그램이지만 지원 내용에 비해 개발사의 신청이 많지 않아 게임업계는 물론 한콘진에서도 신기해 하는 지원 사업이기도 하다.
모바일게임 현지화 지원 사업은 국내 중소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콘텐츠진흥원 글로벌게임허브센터가 2013년부터 시작한 사업으로, 한해에 40개의 모바일게임에 대해 현지화를 지원하고 있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는 회사는 게임 번역회사로 2004년부터 꾸준히 활약해 온 라티스글로벌 커뮤니케이션스(이하 라티스글로벌)이다. 콘솔게임, 온라인게임의 해외 현지화 및 한국어화 작업을 오랫동안 도맡아 게이머들에게도 친숙한 라티스글로벌이 모바일게임 시대를 맞아 모바일게임 현지화에도 뛰어든 것이다.
게임인들이 이 사업에 대해 들으면 '우리 게임을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번역만 맡긴다고 잘 될까?'라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 라티스글로벌이 진행하는 현지화 지원사업이 단순 번역 지원이 아닌 글로벌 올인원 서비스로 진화했다는 것은 다른 기사에서 전했으니 이번에는 라티스글로벌이 생각하는 좋은 게임번역이 어떤 것인지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글로벌 올인원 서비스로 진화하는 한콘진 '모바일게임 현지화 지원사업'
라티스글로벌 게임사업부 사무실에서 만난 윤강원 대표는 "좋은 게임번역은 유저들의 게임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어 주면서도 기획자가 만든 의도된 경험을 충분히 잘 전달하는 번역"이라고 말했다.
게임 번역사업을 10여년 해 온 윤 대표는 게임이라는 문화상품을 어떻게 번역해야 다른 나라의 유저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때문에 라티스글로벌은 직역, 소스를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라 게임이 가지고 있는 경험을 어떻게 다른 나라의 문화에 맞게 옮기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라티스글로벌은 외국 게임의 한국어화와 한국 게임의 외국어화 양쪽 모두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온라인게임에서는 엔씨소프트 등 대형 게임사들이 라티스글로벌의 주요 고객이이었다. 특히, 모바일게임 시대로 오며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현지화 지원사업에 뛰어들며 많이 배우고 역할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한콘진이 진행한 모바일게임 현지화 지원사업은 지원을 받은 모바일게임사 뿐만 아니라 라티스글로벌에도 모바일게임과 글로벌 게임업계에 대해 좀 더 배우는 계기가 된 것이다.
"온라인게임의 경우는 저희가 번역한 걸 현지에 있는 퍼블리셔나 지사에서 폴리싱 작업을 거쳐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GM 등 현지인들이 번역된 걸 보고 때빼고 광내는 작업을 한번 더 했던 거죠. 때문에 내용이, 때로는 챕터 전체가 바뀌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에서는 우리가 만들어 내는 품질이 게임 번역의 최종 품질이 되는 거에요. 번역해 해외 마켓에 올리면 그 길로 바로 유저들과 만나게 됩니다. 책임감도 커졌고 단순 번역지원만으론 안 되는 구조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저희가 하는 서비스를 보면 텍스트를 받아서 번역해서 넘겨주는 게 주요 작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게임을 통째로 받아서 사전에 플레이해 보고 용어, 스타일, 캐릭터들의 말투, 콘셉트 등을 잡아내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실 온라인게임이나 콘솔게임의 번역을 할 때에는 모든 작업을 문서로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실제 게임 안에서 이게 어떤 장면에 나오는지, 어떤 맥락인지 확인을 못하고 그저 텍스트를 번역하게 됩니다. 맥락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게임으로 나와서 보면 엉터리 번역이 되는 그런 번역이 나오게 되는 거죠.
기본이 되는 대화 장면에서조차 이게 누가 누구에게 반말을 하고 있는지, 어떤 분위기인지도 모르니 어쩔 수 없이 가장 무난한 의미로 번역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 지원사업에서의 현지화는 저희가 직접 플레이하며 살펴보고 번역을 합니다. 그러다보니 QA도 직접 해야 하고 업무 내용이 넓어졌습니다. 번역만 하면 되었던 것에서 활동 영역이 커진 것으로 예전의 라티스글로벌이 번역 전문가인 소수정예가 일하는 조직이었다면 이제는 고객들과 게임 개발에 대한 모든 일을 다 이야기해야 합니다"
사실 라티스글로벌은 게임 번역사업만 하는 게 아니라 다방면에서 번역 사업을 진행중이다. 자동차나 휴대폰 설명서 등의 번역과 게임 번역의 가장 큰 차이는, '상품 자체냐 상품에 대한 설명이냐'이다. 자동차나 가전제품 관련 번역작업은 제품에 대한 설명 혹은 기술문서 번역이 주가 된다.
"설명서나 기술문서는 드라이하게 번역하면 됩니다. 하지만 게임은 그 자체로 상품이라 번역 결과물이 유저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끼는 사용자 경험 안에 포함되게 됩니다. 중요성이 훨씬 큰거죠.
설명서나 기술문서가 원문 그대로 사실관계를 적시하는 게 중요하다면, 게임 번역에선 문화코드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입니다.
게임 작품이라 텍스트 번역을 아무리 잘 해도 해당 국가의 정서, 문화와 맞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유머코드 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소스를 정확하게 잘 번역하는 '언어화'는 당연한 것이고 그 위에 '문화화'가 더해져야 좋은 현지화가 됩니다"
윤 대표가 이끄는 라티스글로벌이 추구하는 궁극적 목표는 '수입된 것 같지 않은, 처음부터 현지 언어로 쓰여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번역'이다.
"일본 같은 시장에서 특히 그런 부분에 더 신경을 씁니다. '이건 번역투인데?', '이건 좀 어색한데?'라는 느낌을 주면 바로 외면하는 유저들이 일본 유저들입니다. 그러다 보니 일본어로 번역할 때에는 의미만 통하게 옮겨선 안되고 리라이팅 과정을 거쳐 번역같지 않은 번역이 되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좋은 현지화를 위해 개발사에게 필요한 건 무엇일까.
윤강원 대표는 인터내셔널라이제이션'이라 잘라 말했다. '국제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 이 말은 현지화를 잘 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 자체를 잘 하는 것을 가리킨다.
현지화에 장애가 될 개발요소를 사전에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으로, 개발 단계에서 현지화를 처음부터 고려하고 현지화에 장애가 될 요소를 처음부터 걷어내고 개발을 진행해야 한하는 건 근래 일본, 미국 등에서도 자주 나오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아직 이런 부분에 신경을 쓰는 게임사가 많지 않은 게 현실. 게임 구조에서 멀티 랭기지를 고려하지 않고 개발해 언어별로 버전을 따로 만드는 모바일게임 개발팀 이야기를 요즘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윤강원 대표는 글로벌 경험이 적은 개발사들에게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빠른 단계에서 게임을 보여주고 협의하면 빠르고 정확한 번역, 그리고 현지화가 용이한 개발이 가능해집니다. 개발 단계에서 오류를 수정하면 1의 노력을 들이면 되지만 개발 막바지에 고치려고 하면 100의 노력이 들게 됩니다. 출시 후에 고치려면 1만 정도의 노력은 들여야 할 겁니다.
UI에서 '확인'이라는 버튼을 딱 두글자만 들어갈 수 있도록 디자인하고 수정이 쉽지 않아 독일어 등 유럽 언어로 번역해 적용하는 데 애를 먹는 사례와 비슷한 경우를 요즘도 자주 보게 됩니다. 저희는 게임번역 전문기업으로 게임회사들이 잘 되어야 저희도 사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해외 서비스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언제든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간단한 노하우를 설명드리는 건 전혀 문제가 안됩니다. 라티스글로벌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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