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6]동의대학 전경란 교수, 게임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어떻게 변해왔나

등록일 2016년04월28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다. 그렇다면 게임의 과거는 현재에 어떤 말을 걸고 있는가?"
 
전경란 교수는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Edward Hallet Carr)의 말을 인용하며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16)에서의 강연을 시작했다. 27일 NDC16의 둘째 날 진행된 전 교수의 강연은 '같은 게임 달리보기'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게임의 역사에 관한 강연이었다.



 
게임의 역사를 논할 때 게임 그 자체의 연대기를 나열하거나 기술적인 발전 정도를 논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전경란 교수는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의 흐름을 중점으로 오늘날 게임을 둘러싼 담론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다루었다.
 
전경란 교수는 "게임은 기존의 오락물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게임은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게임과 놀이문화는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구성되고 변화해왔다"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는 오늘날 게임의 전신을 놀이, 오락 문화 그 자체로 보고 60년대 국내의 유흥 문화가 활발해지던 시점부터 전자 오락기가 유행하게 되던 80년대까지, 당시의 기사를 자료로 활용해 사회적 인식과 평가를 짚어갔다.
 
1961년, 게임에 관한 최초의 입법 사례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유기장법((遊技場法)'이다. '빠찡꼬'와 같은 기계 오락시설을 비롯 실내 야구, 당구장 등이 국내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몰리게 되자 시설 관리 차원에서 만들어진 법안이다. 이 법안을 두고 당시의 놀이 문화에 대한 규제법으로 보는 시선도 있을 수 있으나 이 당시 공공 질서나 시설 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개념이나 의식이 자리잡지 않았기 때문에 필요한 법안이기도 했다.



 
당시 한국은 전쟁을 겪고 사회의 재건과 경제 성장에 대한 모토가 사회 전반을 강력히 지배하던 시기다. 때문에 자연스럽게 오락 문화는 생산주의적 사회 관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락 문화는 다양한 갈래로 성장했다. 앞서 언급한 놀이 시설뿐만이 아닌 주간지의 등장, 텔레비전의 확산 등으로 한국인의 놀이문화는 크게 변화를 겪었다.
 
게임의 역사를 다룰 때 가정용 오락기, 즉 콘솔게임기는 빼놓을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국내는 특이하게도 일본이나 해외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국내에는 가정용 게임기에 대한 경험이 극히 드물게 나타난다. 전 교수는 국내에서는 텔레비전의 위상이 워낙 높았고 가족 모두가 시청해야 하는 텔레비전을 오직 게임을 위해 자리를 내줄 수 없는 구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0년대 한국의 텔레비전 보급률은 약 80% 가까이 되었고 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텔레비전에 푹 빠져 살았다. 흥미롭게도 당시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시청자들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은 현재의 게임을 향한 시선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전경란 교수는 “빠찡꼬 시설이 없어지자 경마장으로 사람들이 몰려간 것처럼, 텔레비전 앞의 사람들이 게임으로 옮겨갔을 뿐이다. 놀이의 욕망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옮겨갔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존재하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처음부터 놀이 문화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게임은 가장 낙인 찍히기 쉬운 자리에 있다”라고 설명했다.
 
게임은 그 동안 단순한 전자오락에서 산업의 주역으로, 또 명실상부한 문화 콘텐츠로, 또 예술의 영역으로도 논의되며 그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전 교수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들은 편협한 시각으로 게임을 재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게임을 긍정한다 해도 역시 좁은 시각으로 보며 맹목적인 찬동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며 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게임을 대할 것을 권장했다.
 
끝으로 전경란 교수는 미츠코시 신의 저서 '디지털미디어 100년 후를 상상한다'의 글을 인용하며 강연을 마쳤다. 기사에 그 인용문의 전문을 적는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 때는 여러가지 풍부한 상상력이 다양한 사회 영역에 제시되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미디어가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만, 어떤 한 가지 모습이 국가적, 산업적으로 확립되면 그러한 다양한 가능성이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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