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1위 LOL(롤)에 대한 4년간의 도전, 그리고 오버워치의 역전

등록일 2016년07월05일 10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블리자드의 '오버워치'가 '리그오브레전드'를 누르고 PC방 순위 1위를 차지하면서 영원히 무너질 것 같지 않던 LOL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출시 직후부터 점차 점유율 차이를 좁혀가던 오버워치는 PC방 일간 점유율 1위를 잠깐 차지하더니 드디어 200주가 넘게 국내 PC방 점유율 주간 1위를 차지했던 LoL을 누르고 6월 셋째 주 주간 전체 순위에서 마침내 정상에 올랐다. 정식 출시된 지 이제 한 달, 항상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것 같던 '1등' LOL의 자리를 차지한 블리자드 오버워치의 기세는 그동안 LoL의 아성에 도전했던 무수히 많은 온라인게임들 보다 거침없다.

오버워치는 과연 그 수 많은 도전자들과 무엇이 달랐을까

테스트부터 '역대급', 출시 전 부터 화제가 집중 된 블리자드의 힘
오버워치는 국내 온라인게임의 제법 유구한 시스템인 'F2P(Free to Play)'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지 않았고 또한 국내에서 성공을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봤던 MMORPG 장르가 아님에도 국내 온라인게임 시장을 독점하던 LoL에 정면 승부할 만큼 단숨에 몸집을 불렸다.

'오버워치'의 흥행 조짐은 정식 출시 전부터 나타났다. 5월 5일부터 6일간 진행된 오픈 베타테스트는 전세계 970만명이 참가한 역대급 규모였으며, 테스트 기간 동안 국내 PC방 사용량 순위(이하 PC방 순위, 게임트릭스 기준) 3위에까지 올랐다. 5월 20일, 21일 양일간 부산에서 개최된 오버워치 출시 기념 행사인 '오버워치 페스티벌'에는 약 2만 여명의 팬들이 참석하는 등 온, 오프라인에서 화제를 낳았다.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PC방 점유율 2위 차지, FPS 장르를 바꾸다
오버워치는 5월 27일, 정식 출시 이후 3일 만에 점유율 14%에 도달, '서든어택'을 뛰어넘고 PC방 순위 2위에 올랐다. 오버워치의 PC방 점유율이 20%를 넘긴 것은 그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6월 2일이다. 상위권의 다른 게임의 점유율을 먹어 치우면서 연일 상승에 상승을 거듭하던 오버워치는 비로소 '절대 강자'같던 LoL의 점유율 30% 벽을 깨뜨린다. 오버워치의 일일 점유율과 LoL의 일일 점유율의 간극은 10%, 7%, 5% 그리고 1%로 좁혀졌으며 마침내 6월 17일 오버워치는 LoL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당시 오버워치 점유율 29.25%, LoL 점유율 29.08%).

6월 둘째 주(13~19일)까지 LoL은 주간 순위 1위를 지켜낼 수 있었으나 셋째 주(20~26일)에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더군다나 오버워치의 인기는 국내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도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기준 전세계 오버워치 플레이어의 수는 약 1천만 명을 돌파했다. 6월 말 게임에 적용된 랭크게임 '경쟁전' 모드를 통해 e스포츠 경기로 자리잡기 위한 움직임도 그에 따른 인기도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LOL'에 대한 4년간의 도전, 그리고 실패
한편 무너지지 않을 줄 알았던 철옹성 같던 LoL을 오버워치가 무너뜨린 상황을 마냥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LoL과 오버워치, 두 게임의 PC방 점유율을 합하면 60%에 육박한다. 그나마 오버워치 등장 이전에 안정적인 점유율을 보이던 서든어택은 10% 이하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오버워치의 등장 이전까지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LOL의 독주로 인해 국내 다른 게임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볼멘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 그리고 어떤 게임을 출시해도 LOL에 쏠린 게임유저들의 민심을 되돌려 놓을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실제로 지난 4년간 국내 게임사들도 꾸준히 신작 대작게임들을 출시했지만 그 어떤 게임도 LOL을 뛰어넘지 못했다. 아니 LOL 뿐만 아니라 서든어택이나 피파온라인3 등과 같은 상위권 게임을 넘어선 게임은 단 하나도 없었다.

LOL이 처음 출시됐던 2011년 12월. LoL은 서비스 100일 만인 2012년 3월 말, 게임트릭스 주간 점유율 1위에 올랐다. 당시는 '아이온'과 '서든어택', 그리고 '피파온라인2'이 최상위권을 장악하던 시절이다. 160주 동안 점유율 1위를 이어가던 아이온이 자리를 내주었을 뿐 더러 약 6년 만에 외국 게임이 PC방 순위 1위를 차지한 굉장한 사건이었다.

허나 LoL이 1위를 기록했던 시기의 점유율은 고작 13.9%였다. 2위인 아이온은 13%, 서든어택은 10.1%로 최상위권 게임들의 점유율 격차가 크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 달 만에 LoL은 점유율 20%를 넘기며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이때 2, 3위 게임과 10%가까이 점유율 차이 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LOL의 독주가 시작됐다. LOL은 그 이후 PC방 점유율을 꾸준히 높혀가며 독보적인 1위 자리를 만들어냈다.

물론, LOL의 독주기간 동안 LoL의 아성을 한번 흔든 게임이 있었으니 바로 '디아블로3'였다. LoL의 두 배에 가까운 30%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고 이 때 아이온과 서든어택의 점유율은 한 자리수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디아블로3는 한 때 40%까지 점유율을 올렸지만 업데이트 등의 문제로 인해 금세 주춤거려 아쉬움을 낳았다.


블레이드&소울 부터 시작된 국내 게임들의 도전
아이온이 내려가고 두 외국 게임이 순위 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엔씨소프트가 '블레이드&소울(이하 블소)'에 거는 기대는 특히 컸다. 2012년 6월, 블소는 출시 나흘 만에 점유율 20%까지 오르며 당시 1위였던 디아블로3를 제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한 달 만에 e스포츠 열기로 부활한 LoL에 다시 1위를 내주게 되었다. 그 이후 LoL은 PC방 점유율 40% 대를 유지하며 점유율 1위 기록을 매주 경신해갔다. 2014년 월드컵 시즌을 겨냥한 대규모 PC방 이벤트로 '피파온라인3'의 일일 점유율 39%를 기록하며 LoL을 제친 적이 있지만 단 며칠에 불과했다.

LoL이 거침없이 독주하는 동안 국내 게임업계는 온라인게임 시장을 두고 '침체'했다거나 '외산 게임 점유율 높다'라는 식으로 온라인게임 시장을 재단했으나 이는 동시기에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성장률 증가 폭이 낮아진 것일 뿐이었다. 정체되어 있다고는 하나 LoL이 독주하는 약 4년 간 국내 게임사들은 기존 소비자들의 눈을 돌릴만한 만족스러운 게임을 선보이지 못했던 것 뿐이다.


블소와 피파온라인3의 뒤를 이어 2013년 1월에 나온 엑스엘게임즈의 야심작 '아키에이지'는 개발비 400억 원이 들어갔으며, '룬의 아이들' 시리즈로 유명한 전민희 작가가 스토리를, 양방언 감독이 OST 작곡을 맡아 출시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은 작품이었다. 공개서비스 시작 첫날 동시 접속자 수 10만명, PC방 점유율 4.83%를 기록하며 전체 5위에 오르고 곧 아이온을 제친 뒤 4위를 기록했다. 거침없는 흥행력을 과시하던 아키에이지는 침체 되어 있던 온라인게임 시장을 되살릴 구세주 대우를 받았다. 그러나 6% 대를 웃돌던 점유율은 상용화를 기점으로 반토막이 났다.

NHN(현 네이버)에서 독립한 NHN엔터테인먼트는 테라의 영광을 잇기 위해 2013년 MMORPG '에오스'를 출시한다. 공개 서비스 후 에오스는 꽤 오랫동안 PC방 점유율 순위 10위권 내의 자리를 지켜내며 안정적인 성적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미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넘어간 게임 흐름을 되돌릴 수 없는 법. 결국 에오스는 2015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윈드러너로 선전하던 위메이드가 2014년 4월 PC 온라인 시장에 희망을 걸고 선보인 '이카루스'는 개발 기간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공들여 만든 (역시)대작 MMORPG다. 출시 직후 PC방 점유율 순위 5위에 진입하며 초반 흥행에 성공했지만 한 달 여 만에 10위권 바깥으로 떨어졌다.

기대작 메이플스토리2와 검은사막에 걸었던 기대... 그러나
2015년에는 넥슨의 '메이플스토리2'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으로 '정말' PC온라인게임 시장에 부흥기가 찾아오리라 여겼다. 2014년 12월 말 출시된 '검은사막'은 서비스 첫날 PC방 점유율 5.18%를 기록하며 전체 순위 4위에 올랐으며 하루 동안 50만개의 캐릭터가 생성되었다. 그러나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점유율이 1%대로 하락하고 만다. 최근 글로벌 서비스의 성공 덕에 재조명 받게 되었으나 국내 시장에서 오픈 첫날의 영광을 다시 누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출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메이플스토리2는 사전 캐릭터 생성 수 40만 건을 돌파, 서비스 첫 날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웠고 출시 직후 MMORPG 장르 내 PC방 사용량 1위, 전체 5위에 오르며 초반 흥행세를 과시했다. 몰려드는 유저를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행복한 고민을 하는 듯 보였지만 콘텐츠 고갈 및 내부적인 문제로 유저들이 대거 이탈, 현재 메이플스토리1보다도 낮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밖에도 넷마블이 모바일게임 사업에 매진하게 만든 MMORPG '엘로아'가 2015년을 스치고 지나갔고, 신작이 오랫동안 뜸했던 MMORPG 장르에 기꺼이 뛰어든 네오위즈게임즈의 '블레스'는 출시 직후 MMORPG 장르 내 1위, 전체 4위에 올랐고, 신작 게임 가운데 제법 오랫동안 10위 권에 머물렀던 작품이다. 그러나 서비스 약 3개월 뒤에는 PC방 순위가 10위 권 바깥으로 떨어 지고 말았다.


10위권 내에서 조차 찾아보기 어려운 국내 게임사들의 신작
게임트릭스 주간 PC방 사용 순위를 보면, 지난 4년간 출시된 신작의 이름은 10위 권은 물론 20위 안에서도 찾기 힘들다. PC방 점유율 10위권내 게임들은 LoL, 서든어택, 피파온라인3,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등 출시된지 이미 수년이 지난 게임들이다.

오버워치가 등장하기 까지 국내 신작 온라인게임의 연이은 실패(?) 원인을 무엇이라고 꼬집어 이야기하기는 힘들지만, 같은 시기 급격한 성장과 도전이 이루어지던 모바일게임 시장과의 연관성은 깊다. 특히 기존 온라인게임사들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규모의 경쟁을 펼치는 것이 흔한 풍경이 되었고, 성공한 모바일게임을 가지지 못한 기존 온라인게임사가 비전이 없다고 여겨지는 분위기가 업계를 지배했던 것과 무관하지 않다.(유감스럽게도 블리자드는 '하스스톤'으로 모바일에서도 성공했다).


국산 온라인게임, 아직 기대는 남았다
과연 오버워치의 흥행은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의 부활을 돕는 초석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유사 장르의 범람을 낳게 할까? 마침 최근 국내외에서 팀제 TPS, 혹은 FPS 신작들이 속속들이 출시되며 시장의 호평을 받고 있다. 유비소프트의 '레인보우 식스: 시즈', '더 디비전', 캡콤의 '바이오하자드 엄브렐라콥스', 그리고 국내에는 아직 개발 중인 네오플의 '공각기동대 온라인'과 엔씨소프트의 '프로젝트 AMP'가 있으며, 조만간 출시를 앞둔 넥슨지티의 '서든어택2'도 있다. 특히 '서든어택2'는 지향하는 바가 분명히 다름에도 다양한 부분에서 오버워치와 비교되는 일이 잦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제 막 출시 한 달을 맞은 오버워치가 4년간 한국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1위를 지킨 LoL처럼 오랫동안 흥행할 수 있을지는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하지만 국내 게임업계가 지난 4년간 해왔던 것처럼 같은 방식으로, 같은 게임으로 오버워치와 LoL에 승부를 걸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온라인게임 종주국'이라는 낡은 명칭에 사로잡혀 이미 한참 세계적인 흐름을 놓쳐버린 오늘날, 가장 익숙했던 시장에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도전을 감행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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