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DC17]시프트업 최주홍 기획팀장, '데스티니 차일드'는 레이드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등록일 2017년04월26일 17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국내 최대 개발자 컨퍼런스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NDC17)' 두번째 날인 26일, '데스티니 차일드'를 개발한 시프트업의 최주홍 기획팀장이 '데스티니 차일드 레이드 개발 이야기' 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출시된 '데스티니 차일드'는 '살짝 나쁜 모바일 RPG'를 모토로 하는 모바일 RPG다. 살아있는 듯 움직이는 일러스트를 위해 '라이브2D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책 3권 분량의 시나리오와 300여 종의 차일드를 조합하는 재미를 바탕으로 매출순위 대격변을 일으킨 바 있다.


최주홍 기획팀장은 '데스티니 차일드'의 레이드 콘텐츠인 '라그나 브레이크'의 개발 과정을 소개했다. 최 기획팀장은 "'라그나 브레이크'는 '리버스 라비린스'를 제외하면 정식 출시 후 추가된 사실상의 첫 콘텐츠였다. 오픈 당시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 스토어에서 1위를 달성해 과분한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라며 "기뻐할 틈도 없이 다음을 위해 달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부에서 콘텐츠를 빠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모여 레이드 콘텐츠를 개발하게 됐다"라고 회고했다.

'데스티니 차일드'는 시즌 0부터 현재까지 세 번의 레이드 시즌을 거쳤다. 최 기획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다른 콘텐츠보다 레이드가 잔존율 방어 효과가 가장 뛰어났다.

최 기획팀장은 "시즌0은 일종의 테스트이자 파일럿 개념의 업데이트였다. 기존의 모바일게임 레이드와 다른 시도를 많이 했기 때문에 불안한 부분이 있었고 문제도 많았다"라며 "시즌0에서 가장 실수가 많았다"라고 말했다.


최 기획팀장은 "레이드의 사전적 의미는 '습격'과 '급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게임에서의 '레이드'는 사전적 의미와 다르다"라며 "일반적으로 게임에서의 '레이드'란, 아주 강한 적을 다 함께 물리치고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을 일컫는 말이며, 이 범위 내에서 해당 게임의 모드와 플레이를 얼마나 잘 살릴 수 있느냐가 기획의 능력"이라고 설명했다.

최 기획팀장이 밝힌 '데스티니 차일드'의 레이드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세 가지는 ▲다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한다 등이었다. 그는 "얼핏 보기에는 굉장히 쉽게 보일 수 있지만,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한다는 조건이 어렵고 굉장히 중요한 내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 굉장히 어렵다. 다같이 하는 것은 받아낼 수 있는 적이 강하거나 오래 버틸 수 있는 적이어야 하는데, 이는 곧 그만큼 적이 강하다는 의미이다"라며 "레이드의 보스는 덩치가 크고 강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는 쉽게 건드리기 어렵고, 상대적으로 레이드 콘텐츠를 즐기기 어렵다. 이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최 기획팀장은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한다는 점도 어려운 문제였다. '데스티니 차일드'에서는 차일드가 중요한 콘텐츠고 유저들이 차일드를 많이 모아 키우게 하면 할수록 콘텐츠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라며 "여러 방법이 있지만 당시 다양한 모드로써 풀어내자고 결론지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레이드를 처음 개발하는 것이다 보니 위험 요소가 있었고, 안정적으로 게임 내 존재하는 다섯 가지 속성을 기준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최 기획팀장은 "위에 설명한 디렉션(Direction)을 바탕으로 이를 바탕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는 개발 팀원들과 프로그래머 등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다. 모두 개발자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게이머이기 때문이다"라며 "실제로 유용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기획은 그런 부분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기획자에게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팀원의 아이디어를 많이 들어야 한다"라고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프트업 개발자들이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 과정을 거쳐 나온 의견은 크게 네 가지였다.먼저 보스가 여러 명 일수록 차일드가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최고레벨을 50으로 잡았다. 또, 레이드에서 얻은 재화로 전용 상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레이드 관련 차일드를 전용 코인으로 구매하게 했다.

더불어 앞서 언급된 디렉션(Direction)의 핵심 내용 중 하나였던 '초보 참여 가능 및 보상 획득'과 '데스티니 차일드'의 특징 중 하나인 스토리 모드도 지원하게끔 개발됐다. 최 기획팀장은 "이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이 문제들이 끝까지 발목을 잡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브레인스토밍'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기획에 들어간다. 마치 컴퓨터의 '메인보드'처럼 레이드를 구성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구성', 레이드에서 어떤 스킬을 사용하고 메타는 무엇인지 정의하는 '전투',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설정하는 '레벨 디자인', 마지막으로 예상 인원과 플레이 타임, 그리고 실력에 따른 재화 획득량과 소비량을 예측하는 '경제 밸런싱'까지 다양한 부문에서 기획이 진행된다.

최 기획팀장은 "기획에서는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기획서는 그것을 확인하는 문서이고, 빠진 것이 있는지 문서화 하는 것이다"라며 "현업 종사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작업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시간 절약 면에서 좋다"라고 덧붙였다.


시즌0에서의 문제점을 바탕으로, 시즌1에서는 다양한 방면에서 수정 및 개선이 이루어졌다. 그는 "먼저 시즌0 보스가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초보도 즐길 수 있게끔 난이도를 낮췄다"라며 "이를 위해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버프를 적용했다. 이는 시즌0보다는 보스가 강하지만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 디버프 회피와 지속시간 감소 버프도 적용했다"라고 설명했다.

누구나 5분 동안 레이드 보스를 공략할 수 있게 되자, 내부 예상과 달리 유저들은 공격적인 덱을 구성해 최대 효율을 추구했다. '프레이'가 없으면 유저들이 원하는 대미지가 나오지 않게 됐고, 리스크가 큰 '양날의 검' 스킬을 사용해 유기적인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리자'와 '주피터'를 사용해 보스의 방어력을 깎는 등 더 안정적인 조합을 완성해 레이드를 공략했다.

최 기획팀장은 "레이드 보스의 체력이 800만인데, 내부 테스트 당시 좋은 차일드로 구성된 파티로 최대 200만의 딜을 넣었다. 그래서 내부에서는 유저들이 절대 200만을 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며 "그러나 유저들은 레이드 업데이트 첫날 400만, 최대 520만의 대미지를 넣었다. 그것을 보고 정말 많이 배웠고, 그 이후로 늘 쫓기는 느낌을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획이 끝난 후 실제 개발이 시작되면 매니지먼트적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다음 콘텐츠에 대한 기획도 구상해야 하는데, 먼저 선보인 콘텐츠의 매니지먼트가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작업 리스트를 바탕으로 일련의 과정을 거쳐 점검 후 업데이트가 라이브 서버에 적용되게 된다. 최 기획팀장은 "업데이트가 적용되면 두근두근 한다. 유저들이 좋아해줄까 보다는, 문제가 터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먼저 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초창기 레이드 콘텐츠의 뜨거운 감자였던 '주차' 문제와 '숟가락'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최 기획팀장은 "순위에 따른 보상의 차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유저들은 손쉽게 보상을 얻기 위해 주식 분산투자 하듯 '숟가락'을 올렸다. 이는 절대 원하지 않은 결과였다"라고 회고했다.


더불어 그는 "또, 발견한 레이드를 친구들이 클리어 해줬을 때 레이드 보스의 레벨이 오르게 되면 초보들의 경우 플레이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발견한 레이드에 직접 참여해야만 레벨이 오르도록 했는데, 효율이 좋은 스테이지를 찾아내 일부러 올라가지 않고 보상을 받는 '주차'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최 기획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유저들은 효율이 높은 10레벨과 21레벨에 '주차'를 많이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11레벨부터 20레벨에 등장했던 '산타클로스' 보스가 빙결 상태이상을 사용해 매우 번거로웠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시프트업은 '숟가락' 방지를 위해 보상은 대미지 2%부터 인정하고, 주차장 방지를 위해 난이도와 보상을 조정했다. 또, 레이드 오픈 직후 모든 보상을 얻고 레이드를 플레이 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슬레이어즈' 시스템을 추가했다. 이러한 시스템들의 추가로 유의미한 잔존율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레벨 별 완료 카운트도 완만하게 조정됐다. 지난 시즌에서는 일명 '주차장'에서의 완료 카운트가 지나치게 높았지만, 이후 시즌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고 40레벨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최 기획팀장은 "내부 평가를 내려본 결과, 다 같이 플레이 하게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초보도 함께 할 수 있게 된 점, '리자'와 '티아마트'등 낮은 등급의 차일드도 골고루 사용하게끔 한 것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숟가락'과 '주차장', 2주차 플레이 동기 부여 미흡, 과도한 플레이로 인한 피로도 누적 등의 문제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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