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유저들이 게임의 승패에 대해 논할 때 “순전히 운 때문에 이겼네”, “실력 차가 너무 났다”, “와 이기려고 아이템 파밍 노력 열심히 했나봐” 등 운, 실력, 노력의 요소를 가지고 평가를 하곤 한다.
그렇다면 실제 게임에서의 실력, 운, 노력 요소는 어떻게 구분될까? 그 해답에 대해 넥슨코리아의 하지훈 시니어 프로그래머가 '게임플레이를 바라보는 세가지 시점: 실력, 운, 노력'이라는 강연을 통해 그 실마리를 제시했다.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하 프로그래머는 “게임은 누군가와 경쟁을 하기 때문에 재미있다. 얼핏 보기엔 경쟁으로 보이지 않는 게임도 이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과 보이지 않는 경쟁을 하는 재미가 있다(스코어 레코드)”라며 “그렇기 때문에 누가해도 마찬가지인 게임은 우리가 게임으로 잘 인식하지 않는다”라고 게임의 재미요소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게임 유저들이 누군가와 경쟁을 하는데 재미를 느끼는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역사 속에서 승리를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생존에 유리했고 그게 본능적으로 남아 있어서 그렇다”라고 진화심리학 적인 관점에서 분석했다.
그리고 실력, 운, 노력이란 이 승리를 쟁취하는 방법론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력, 운, 노력은 정확히 게임에 어떤 식으로 주었을까?
하 프로그래머는 먼저 실력 요소를 강화한 '실력 게임'은 다른 요소보다 게임을 하는 사람의 타고난 실력 혹은 강함이 중요한 게임이라고 주장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실력은 크게 신체 능력과 두뇌 능력으로 나뉘게 되며 신체 능력의 경우 반응 속도, 빠르기, 정확성 등으로 나뉘고 두뇌 능력은 탐색, 지식(기억력), 멀티 태스킹, 문제 해결 능력 등으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실력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에서 요구하는 능력들은 게임을 계속 하다 보면 조금씩 늘게 된다는 점이며, 그리고 그 실력이 늘면서 얻는 쾌감이 바로 실력 게임이 제공하는 재미 요소라고 설명했다.
반면 운 게임은 실력 게임과는 달리 전략이 존재하지 않고 단순히 개개인의 운에만 의존하는 게임을 말한다. 하 프로그래머는 설명만 들으면 운 게임에서 재미를 찾기 힘들 것 같지만 유저들은 이 운 게임의 결과를 통해 일종의 '스릴'를 느끼는 것으로 재미를 찾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노력 게임은 노력을 통해 축적한 자산이 많은 쪽이 이기는 게임으로 정확히 말하면 지금까지 쌓아 온 시간과 노력을 경쟁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경우 자신의 자신이 늘어나는 것을 보는 뿌듯함이 최고의 재미라고 언급했다. 노력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돈이나 시간이 유사한 가치를 가지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각각의 게임들은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물론 각 요소 별 특징이 다른 만큼 요소 별 게임을 반복한다고 했을 때에 나오는 반응도 조금씩 다른 특징을 보인다.
먼저 실력 게임을 즐기는 유저의 경우 초기에는 실력이 가파르게 증가하지만 어느 시점이 되면 실력의 증가가 멈추게 되며 실력 증가 그래프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도 다른 요소를 강조한 게임과 구별되는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형성되는 유저 간의 경쟁 구조는 정규 분포를 따를 것이라 예측할 수 있지만 그 분포가 어떻게 형성될지는 게임 서비스 전까지 예측하기 힘들며 실력 게임의 재미는 유저 개인의 실력 증가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는 유저는 실력 게임에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점차 이탈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갖고 있다.
운 게임은 개인의 운이 시간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람마다 결과 값은 다를지라도 전체적인 확률 측면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결과적으로 나오는 분포표를 개발자가 원하는 값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것도 운 게임의 주요 특징이다.
마지막으로 노력 게임은 일반적으로 노력과 결과값이 비례하는 평이한 성장곡선을 가지게 되며 성장 곡선의 한계는 콘텐츠 소진이 얼마나 빨리 되느냐에 따라 높이가 달라진다. 최종적인 도달 지점(모든 콘텐츠의 소모 지점)은 동일하지만 개인마다 그 속도가 다른 만큼 개발사 측에서 콘텐츠 소모 지점을 예측하는 것은 많이 힘든 편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 유저 분포가 안정을 찾는 실력 게임이나 운 게임과는 달리 노력 게임의 경쟁 구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무너지는 경향(신규 유저의 진입 장벽)이 있어 노력 게임은 어느 시점에서는 최종 도달 지점을 높여주는 업데이트가 필수가 돼야 한다.
각 게임의 특징, 개발사와 개발자의 활용방법은
한편, 하 프로그래머는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실력, 운, 노력 요소를 어떻게 사용해야 좋을지에 대한 팁도 공개했다.
먼저 실력 게임의 경우 유저 개인 실력의 성장이 더뎌지는 시기가 오면 제공할 수 있는 재미가 현저하게 줄어 들어 실력이 낮은 하위권 유저들의 이탈이 가속화 돼 게임 서비스를 오래하면 상위권 유저들만 남는 '그들만의 리그'화가 돼 수명이 다른 게임에 비해 짧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늘리는 작업이 필요한데 그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실력적인 요소를 추가한다거나 게임에 운 적인 요소를 추가해 하위권 유저들이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노력 게임이나 운 게임은 게임을 오래 플레이 해 재미를 소진했어도 다른 게임에서 재미를 복구할 수 있지만 실력 게임의 경우 재미가 복구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장르의 선점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만약 이미 다른 게임이 장르를 선점한 가운데 같은 실력 게임 장르로 시장에 진입하고 싶을 경우, 전 세계적으로 '비쥬월드'가 3매치 게임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스테이지 형식으로 노력 요소를 추가한 '캔디 크러쉬 사가'를 예를 들며 노력적인 요소를 포함해 게임 스타일의 변주를 꾀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운 게임을 제작하려는 개발자들에게는 운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은 필수적으로 보상을 바라는데 컴퓨터로 진행되는 운 게임에서 현실의 보상을 제공하는 순간 사행성 게임이 되므로 순수한 운 게임은 제작할 수 없다고 조언했다. 다만 현실에서의 보상을 줄 수 없으니 게임 내에서의 보상을 제공하는 등(일반적인 뽑기 시스템) 노력 게임과 연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운과 실력을 구분하는 것은 현실에서도 어려우며 실력이 좋은 사람이 100% 이긴다는 보장도 없으며 일반적으로 운을 실력으로 포장할 수 있는 '심리전'이라는 요소도 있어 실력 게임이라도 운적인 요소를 추가해 유저가 본인의 실력이 증가했다고 착각을 유발하는 것도 좋은 게임 개발 수단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때의 주의 사항도 설명했는데 게임에 승리에 결정적인 운적인 요소를 넣고서 이건 심리전을 통한 실력 게임이라는 우를 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 프로그래머는 지금까지의 설명은 모두 게임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것이었으며 만약 게임의 엔딩이 존재하는 유한한 게임이라면 실력 게임에서의 그들만의 리그화와 노력 게임에서도 콘텐츠 소진 문제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에서는 실력+노력(+운) 게임이야 말로 굉장히 이상적인 게임이라며 게임의 엔딩의 의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일깨웠다.
다음은 이번 강연에 대한 주요 Q&A를 정리한 것이다.
운, 실력, 노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게임이 많다고 했는데 이상적으로 느껴지는 비율이 있는지 궁금하다
이상적인 비율이 하나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 게임의 경우 퓨어한 노력 게임이 많지만 다른 요소를 추가해 성공한 게임도 많고, 운과 실력은 실질적으로 구분이 힘든데다 운과 실력이 합쳐진 노력이 배제된 게임에서도 명작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는 이상적인 비율이 있다기보다는 “운과 실력으로 게임을 구성해봤는데 이런 문제가 생겼을 때는 노력 요소를 추가 하는건 어떨까?”, “노력 게임을 만들었는데 우리 인력 상 업데이트를 빨리 하기는 힘드니 게임 콘텐츠 소모를 늦추기 위해 실력 요소나 운 적인 요소를 추가하자” 등의 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실력 게임이 대인전에서 팀전으로 넘어가고 있고 노력 게임은 시간에서 돈 중심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실력 게임이 대인전에서 팀전으로 가는 것은 운 적인 요소가 작용했다고 본다. 물론 3:3 팀전일 때 3명의 팀원을 다 내가 모아야 하는 것이면 운 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랜덤 매칭으로 팀을 구성하고 그 팀원 중에 잘하는 사람이 있을지 게임을 방해하는 사람이 있을 지는 개인적인 운에 달렸기 때문이다.
노력 게임이 시간에서 돈 중심으로 넘어간 것은 개발사가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게임 개발이 수익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시간과 돈으로의 트레이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개발사가 의도했다고 본다. 다만 시간과 돈의 밸런스는 게임 출시 전 개발사가 충분히 생각해봐야 한다.
실력 게임에서 신규 유저가 올드 유저들이 만든 진입 장벽을 깨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스스톤'처럼 운 요소를 추가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실력 게임에 운 요소를 너무 많이 넣으면 실력이 높아지면서 강해지는 쾌감도 옅어지는 만큼 그 비율은 잘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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