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소규모 개발팀 '미카 팀'(MICA TEAM)이 만든 '소녀전선'이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녀전선은 한국 모바일게임의 일반적인 성공방정식인 대규모 사전등록 바람몰이와 지하철, 버스, TV를 뒤덮는 광고행렬을 거치지 않고 20만명 규모의 사전등록과 네트워크 광고만으로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3위까지 올라서며 국내 게임업계를 그야말로 깜짝 놀래키고 있다. 특히, 리니지M과 리니지2 레볼루션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성적이기 때문에 더 놀랍다.
사전등록 20만명이라면 그 동안의 상식으로는 현재 소녀전선의 매출순위에 0이 한두개는 더 붙어야 정상일 것이다.
국내 게임사들의 관심을 못 받던 이 게임이 이렇게 크게 흥행하자 업계의 일부 사업, 마케팅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 게임사가 규모의 경제로 한국 게임을 밀어낸다거나 중국 게임사가 돈을 앞세워 어뷰징을 통해 매출순위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황당한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기도 했다.
이런 이야기들은 소녀전선이 시간이 지나도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 게임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이 호의적이라는 점 앞에 사그라들었지만 애초에 말이 안 되는 비방에 불과했다. 전자는 10여명 규모에 불과한 개발사 규모조차 파악하지 않고 하는 소위 '아무말'에 불과하며, 후자는 게으름에 기인한 인지부조화라 해야겠다.
PVP와 경쟁보다는 유저들이 게임 자체를 즐기게 하는 것에 집중하고, 뽑기(가챠)를 더 정교하게 만들기보다는 게임에 대한 애정을 불러일으키고 중장기적으로 모든 유저에게 동일한 경험을 가능케 하는 디자인이 돋보이는 게임이 바로 소녀전선이다. 소녀전선에 대한 국내 관계자들의 섵부른 분석은 조금만 알아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이런 장점들을 찾아내려 하기 보다 선입견에 기인해 쉬운 결론으로 달려가 버린 게으른 행위에 불과해 보인다.
이런 비방중상들은 일본 '함대 콜렉션'으로 촉발되어 이미 성공 케이스로 자리잡은, 처음부터 가혹한 과금을 요구하지 않고 유저들의 경쟁과 승부보다는 꾸미기 요소를 통한 과금, 유저들의 충성도를 올려 기꺼이 과금하게 하는 과금모델에 대한, 그리고 뽑기보다는 자원을 중심으로한 게임 디자인을 통해 유저들이 부담을 덜 느끼게 해 진입장벽을 낮추고 충성도를 높이는 게임구조에 대한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고백일 뿐이다.
개발규모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소녀전선의 높은 완성도와 게임성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사내 높은 분들의 '소녀전선이 왜 잘 되냐'는 질문에 궁색한 답을 내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이다. 자연스럽게 인지부조화라는 말이 떠오른다.
함대 콜렉션이 일본에서 크게 성공할 때 국내에서는 게임디자인, 과금구조에 주목하기보다는 일본 시장의 특수성, 모에 캐릭터에 과금하는 일본 유저들의 특성 정도로 치부하고 너무 쉽게 흘려보냈다. 여전히 함대 콜렉션이 어떤 게임이냐는 질문에 게임디자인 등에 대한 지식은 전무한 채 함선 모에화로 성공한 게임으로 인식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함대 콜렉션의 게임 구조, 과금 구조를 받아들여 개선했다. 단순 모에화 게임들도 쏟아졌지만 그 한편으로 개선된 게임디자인, 과금시스템을 높은 퀄리티의 게임성, 최고 수준의 일러스트레이터와 성우를 기용해 만들어낸 뛰어난 캐릭터성과 결합시키려는 시도도 이어졌다. 그 최상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소녀전선이라 봐야할 것이다.
소녀전선이 한국 시장에서 이렇게 크게 흥행할 거라고 예상한 이가 많지 않았던 것은 사실이다.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 예상했던 기자의 예상도 훌쩍 뛰어넘었고, 퍼블리셔인 롱청이나 개발사 미카 팀에서도 현재의 흥행결과에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그 동안 유저들에게 가혹한 과금과 경쟁만을 강요하며 다른 길을 찾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던 국내 게임사들의 게으름과 이미 수년 전부터 드러나기 시작한 중국의 높은 개발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 봐야할 것 같다.
소녀전선은 유저들의 경쟁을 강요하지 않는다. 게임에 필수적인 요소에 무거운 과금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물론 원하는 캐릭터를 얻기 위해 자원을 소모해 무한정 제조를 한다면 과금에 한도가 없겠지만 다른 게임들에 비해 최고등급 캐릭터가 나올 확률은 매우 높은 편이며 확률이 대부분 공개되어 있다. 중장기적으로 과금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유저가 동일한 경험을 할 수 있게 게임이 설계되어 있으며, 지름길에 과금요소가 일부 있지만 한 번 과금하면 다시 과금을 하지 않아도 충분하다.
핵심 과금요소라 할 수 있는 소녀전선의 스킨(의상)뽑기는 캐릭터의 능력치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는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키워줄 뿐이다. 이런 스킨들에 지정되어 있는 '천장'(일정 액수까지 과금해도 안 나올 경우 해당 아이템을 제공하는 한도치)도 1~2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천장이 없는 스킨도 극히 일부 존재)
사실 1~20만원도 큰 금액이지만, 모바일게임에서 원하는 캐릭터 카드나 장비를 얻으려면 한도없이 나올 때까지 돈을 쓰라고 강요하는 게임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이 천장의 높이는 한국, 일본을 통틀어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녀전선 유저들의 게임에 대한 평가들을 살펴보다 '한국 모바일게임은 대개 과금을 해야 덜 불행해지는데 소녀전선은 과금을 하면 행복해진다'는 반응을 보고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소녀전선의 완벽에 가까운 SD캐릭터 구현을 보고 느껴지는 바가 없는지, 왜 전투에서 많은 조작과 반복 플레이를 강요함에도 유저들이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는지, 천장을 그렇게 낮게 설정했는데도 왜 매출이 잘 나오는지, 수십만원을 기꺼이 과금한 '돈을 쓴 유저들'이 게임사와 게임에 대한 욕을 '왜' 하지 않는지... 제대로 살펴보고 연구해 봐야할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여러 면에서 소녀전선은 국내 게임사들이 오랫동안 갖고있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게임이다. 지금이라도 뭔가 트집을 잡으려고 하기전에 더 연구하고 게임의 퀄리티를 더 끌어올리려는 노력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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