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게임시장은 흔히 갈라파고스로 불린다. 글로벌 시장과는 다른 일본만의 독특한 게임문화가 있고 또 시장이 독특한 만큼 외부 게임이 일본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런 어려운 일본 시장이지만 가능성을 보고 꾸준히 도전하는 국내 게임사들이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서서히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게임포커스에서는 매년 이맘때면 일본 게임사 혹은 일본에서 활동중인 국내 게임사 현지법인을 방문해 일본 시장의 현황 및 향후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기사화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하는 시간을 가져왔다.
올해도 역시 일본으로 기자가 날아갔는데, 올해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한국 게임사가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 자사 게임을 직접 출시해 매출순위 1위를 기록한 기념비적인 해였기 때문.
기자가 올해 만난 사람은 넷마블 재팬을 이끌고 있는 김태수 대표. 넷마블재팬은 2004년도 설립되어 2011년까지 PC게임 퍼블리싱 업무를 주로 했으며 방준혁 의장이 복귀한 넷마블이 모바일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에 발맞춰 넷마블 재팬도 모바일게임 전문 게임사로 변신을 시작했다.
현재 직원은 60여명으로 넷마블 본사 및 개발사와 협력해 일본 시장에 어떻게 진출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프로듀싱 업무 및 게임 운영업무, 마케팅 업무를 넷마블과 협업해서 진행하는 구조다.
김태수 대표는 2004년 넷마블 재팬 설립 당시 합류해 퍼블리싱 사업팀장 등을 역임한 뒤 2011년 넷마블 재팬 대표로 취임했다.
김 대표는 해외 게임사가 플랫폼을 거치지 않고 직접 출시해 처음으로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매출 1위를 찍는 신시대를 연 주역으로, (구)넷마블 재팬 시절 일본으로 건너가 사명이 두번 바뀌어 다시 넷마블 재팬으로 원래 이름을 회복하게 된 현재까지 일본 사업을 이끌어 온 '넷마블맨'이자 일본 사업 베테랑이다.
도쿄 신바시에 위치한 넷마블 재팬에서 김태수 넷마블 재팬 대표를 만나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일본 시장 안착에 대해, 그리고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리니지2 레볼루션'의 日 시장 흥행 요인
가장 먼저 떠오른 주제는 역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일본 흥행 요인.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넷마블 재팬은 '리니지2 레볼루션' 마케팅을 위해 TV, 유튜브, 서브컬쳐 채널 등에 각각 최적화된 다른 홍보모델을 기용했다. 마케팅의 핵심은 일본 유저들에게 '리니지2 레볼루션'의 높은 퀄리티를 알리는 것이었고 이것이 통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
"'리니지2 레볼루션' 성공을 위해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했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이라는 게임에 맞는 홍보 마케팅 준비를 잘 했고 그것이 일본 유저들에게 어필한 것이 흥행 요인인 것 같습니다.
MMORPG에 대한 기대감을 충분한 홍보 마케팅으로 잘 전달한 것 같습니다. MMORPG라는 것이 흔히 생각하듯 코어한 유저만 즐기는 장르가 아니라 새로운 무언가로 자리매김하길 바랐습니다. 모바일에 새로운 뭔가가 온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고 일반 유저들이 그렇게 받아들여준 것 아닐까 합니다.
사실 기존에도 모바일 MMORPG가 있긴 했지만 퀄리티가 이렇게 높은 건 없었죠. 우리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퀄리티를 잘 전달하면 된다고 생각했고 충분히 어필이 된 것 같습니다. 홍보 과정에서 이런 게임이 모바일에서 정말 돌아가느냐는 이야기를 참 많이 들었습니다"
사실 넷마블 재팬이 본격적으로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준비한 건 채 3년이 되지 않았다. PC 온라인게임 서비스를 주로 하다 2015년경부터 모바일게임 시장 공략을 준비했고 2016년 바로 성과를 냈다.
'세븐나이츠'로 일본 세일즈 최상위권에 진입하고 오랫동안 흥행을 이어가며 김태수 대표는 2016년 '올해의 넷마블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넷마블 재팬은 '세븐나이츠' 마케팅에서 얻은 노하우를 이번 '리니지2 레볼루션'에 아낌없이 쏟아부었는데, 특히 바이럴 마케팅에 특별히 신경을 많이 쓴 것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TV 광고에는 매스미디어로 폭넓은 팬층을 흡수할 수 있는 TV의 특성을 고려해 무게감있는 뮤지션을 모델로 선택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창출하고 한편으로 유튜브에서는 유튜브에 가장 맞는 사람을 창구로 활용했다. 서브컬처 계통으로는 인기 성우들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도 눈에 띄는 부분.
마케팅과 게임 퀄리티도 중요하지만, 넷마블 재팬이 기존 한국 게임사들의 일본 도전과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은 '현지화 수준'이라 해야할 것 같다.
넷마블 방준혁 의장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 기존 게임의 언어만 번역한 게 아닌 그 나라에 맞는 게임을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생각에서 넷마블은 현재 일본 시장만을 타깃으로 일본에만 출시할 예정인 게임을 다수 개발중이다. 이런 생각은 '세븐나이츠'에도 적용되어, '세븐나이츠' 일본 서비스 버전은 국내 버전과 다른 면이 많은, 일본 시장에 특화된 게임으로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었다고...
단순 현지화 수준이 아닌, 일본에 맞춘 '컬쳐라이제이션'이 성패 가른다
이건 '리니지2 레볼루션'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세븐나이츠' 일본 서비스 때에는 제가 직접 선두에서 지휘를 해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일본 서비스 버전 개발에 8개월 넘게 걸렸는데, 단순 언어 현지화 수준이 아닌 '컬쳐라이제이션'에 걸린 시간입니다. 기존 게임을 분해해서 일본에 맞게 재조립하고 적합한 요소를 첨가한 것으로, '세븐나이츠' 일본 버전은 일본게임이라고 해도 될 수준의 컬쳐라이제이션이 되었습니다.
그런 평가(이건 일본게임이라는)를 받을 정도로 '컬쳐라이징'을 할 수 있느냐 못하느냐에서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한국게임들의 성패가 갈리는 것 같습니다"
사실 김 대표가 말하는 이 '컬쳐라이제이션', '컬쳐라이징' 같은 말들은 오래전부터 게임업계에서 회자되던 말들이다. 차이가 있다면 개념으로만 알고 실제 적용을 제대로 못하던 경쟁사들과 달리 넷마블은 사내 공감대를 형성해 철저하게 수행했다는 것이겠다.
"사실 컬쳐라이제이션을 해야한다는 것은 다들 이론적으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죠. 하지만 실제로 하려면 현실적 제약이 있고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한국게임으로 일본 게임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접근했습니다. 이제까지 선례가 없다고 안 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확신과 신념이 사내에 공유됐죠. 그냥 하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공감대가 있었기에 8개월에 걸쳐 컬쳐라이징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개발사 차원에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넷마블 차원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허락을 해 준 거죠.
그렇게 '세븐나이츠'가 물꼬를 터 준 덕분에 그 과정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리니지2 레볼루션'의 컬쳐라이제이션과 성공이 이어질 수 있었던 것 아닌가 합니다"
넷마블이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개발중인 게임들에 일본의 유명 IP를 붙이는 것도 이런 컬쳐라이제이션에 대한 신념에 기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태수 대표는 "컬쳐라이징과 일본 IP로 게임을 개발하는 건 다른 게 아닙니다"라며 "재료가 원래 있던 것이냐 아니면 재료부터 만들어 나가냐의 차이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컬쳐라이제이션이라는 시각에서는 똑같은 방향성을 갖는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 일 유저들 변화하며 가까워지는 것 같아
일본 모바일게임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이 '오토플레이를 지양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모바일게임들이 조작을 많이 요구하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가 유저들의 외면 하에 실패하는 걸 지켜봤듯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게임들은 오토플레이 때문에 '게임이 아니다'와 같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김태수 대표는 이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이제는 어느 정도 오토 수용이 된다고 봐야 합니다. 요즘 일본에 나오는 신작들을 보면 오토 기능이 안 들어간 게임을 찾아보기 힘든 게 사실입니다.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유저들이 오토 기능을 원하는 걸 파악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 유저들은 오토를 싫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낡은 생각입니다. 정말 그런지는 현재의 유저들에게 물어보고 확인해 봐야 하는 것이죠. 비슷하게 일본 유저들은 PVP 콘텐츠를 싫어한다는 선입견도 있는데 그것도 물어보고 확인해 봐야 하는 부분입니다.
예전에는 분명 그랬을 수도 있지만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사실 일본이 콘솔게임 시장이던 시절에는 콘솔게임을 오토로 하는 건 의미가 없었으니 그런 인식이 있는 게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시장이 된 후, 모바일게임은 기본적으로 반복플레이를 많이 해야 하는데, 오토플레이라는 것에 대해 선입견 없이 보면 고마운 기능일 수도 있는 것이죠. 일본 유저들도 그렇게 느끼기 시작한 것 아닌가 합니다.
기본적으로는 오토가 있냐 없냐의 문제라기보다는 밸런스의 문제라고 봐야 합니다. 오토가 없어도 되는 밸런스면 없어도 되고 있어야 하는 밸런스면 있어야 하는 것이죠. 한국 게임들의 특징이 반복이 좀 많다는 겁니다. 일본 게임들보다 반복 요소가 좀 많지 않나 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느끼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 게임은 오토가 좀 있는 편이 게임을 더 수월하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오토 기능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데 굳이 오토를 넣을 필요는 없지요. 오토 기능이 최첨단 기술도 아니고 편의 기능일 뿐인데 필요하면 넣는 것이고 필요가 없다면 안 넣어도 되는 겁니다.
중국 시장을 봐도 중국 게임 상당수는 오토 기능이 강해서 혼자 알아서 다 해줍니다. 하지만 조작을 많이 요구하는 게임도 나와서 성과를 내고 있고 오토 기능을 전혀 제공하지 않는 '페이트/그랜드 오더'같은 게임이 받아들여졌다는 걸 생각하면 단순히 오토 기능이 있냐 없냐만 보고 판단할 순 없고 그 게임이 할만 하냐 아니냐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 유저들이 변하는 만큼 한국 유저들도 변하고 있다
일본 유저들이 변하는 만큼 한국 유저들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김태수 대표의 시각.
"한국 모바일게임 매출순위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기가 없으면 상위 랭킹에 올라갈 수가 없는데, 50위권을 쭉 보다 보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어떤 식으로든 유저들에게 사랑받으면 장르나 소재를 불문하고 상위권으로 갈 수 있는 시장입니다. '소녀전선'같은 게임들이 증명해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세게임'이라는 건 어떤 시대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게임은 있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그 게임만 하는 건 아닙니다. 그 게임을 즐기는 유저라도 다른 게임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것이고요.
모바일게임은 한 사람이 2~3개를 플레이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한국 유저들도 하나를 메인에 두고 열심히 하지만 서브, 서드 게임이 있을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럴 경우 다른 스타일의 게임들을 함께 즐기는 경우도 늘어날 겁니다.
갈수록 사람들이 게임을 다양하게 즐기는데 당장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더라도 게임 장르, 소재가 다원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봅니다. 일본은 이미 그렇게 된 것 같고요. 다양한 게임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양국 유저 사이에 차이가 큰 부분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앱플레이어에 대한 시각을 보면, 일본 유저들은 앱플레이어를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PC 이용률의 문제도 있을 텐데, 일본 게임업계 관계자 중에도 블루스택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겁니다"
IP 중요, 하지만 기본기가 우선되어야
변하는 화경에서 넷마블이 준비중인 게임들은 일본의 유명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IP를 활용한 것들이다. IP에 대한 김태수 대표의 생각은 어떨까?
"IP를 가진 게임들은 분명히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측면에서 IP가 잘 알려져 있는 상태에서 모객을 할 경우 세계관을 이미 알고있는 유저가 많아서 어필하는 에 도움이 되고 유리한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IP가 전부는 아닙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IP가 좀 더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게임에서는 게임으로 충분히 재미가 있느냐 없느냐로 성패가 좌우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넷마블 재팬은 IP로 승부했다기보다는 철저하게 게임성으로 승부해 성과를 낸 케이스입니다. '세븐나이츠'의 경우 원작 IP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픽도 완벽히 일본풍이냐하면 아니었죠. 하지만 게임성이 받쳐주고 퀄리티가 납득할 수준이 되니까 유저들이 받아들여줬습니다.
일본 유저들이 생각보다 좀 단순하게 봐 주시는 것 같습니다. IP가 뭐냐는 것보다 게임을 보고 평가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음에도 IP를 가진 게임들을 준비중인 입장에서, 김태수 대표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이 서서 IP를 붙여 게임을 개발한 것이지 IP를 먼저 두고 이 IP가 아니면 안 된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닙니다"라며 "넷마블 재팬은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에 IP게임들 뿐만 아니라 오리지널 게임까지 다양한 게임을 선보이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넷마블에서는 일본 IP를 활용한 게임들을 최적의 타이밍에 출시하기 위해 개발일정을 맞춰 진행하고 있다는데 풀어 설명하자면, 유명 애니메이션 IP의 속편이 방영될 시점에 맞춰 게임을 내고 유명 게임 IP를 활용한 신작을 원작 게임 속편이 나오는 타이밍에 출시한다는 것이다.
김태수 대표는 "IP의 가장 큰 장점은 이미 그 IP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이 있고, 어필하기 쉽다는 겁니다. 그러니 팬들이 가장 주목할 타이밍에 액션을 한다는 건 당연한 선택이라 봅니다"라며 "게임 IP를 사용할 경우 애니메이션 등 다른 IP에 비해 팬 베이스는 비교적 작은 편입니다. 애니메이션 IP가 마케팅 면에서는 훨씬 강력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렇다고 게임 IP로 만들면 성공 가능성이 낮냐고 하면 그건 아닙니다. 원작자가 게임을 만들던 집단이라는 건 큰 강점입니다"라며 "가능성은 다들 똑같이 갖고 있는데 얼마나 잘 만드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강조했다.
IP를 사용한다고 해도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과 세계관만 따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이 부분을 IP에 대한 마지막 질문으로 던졌다.
"IP에 따라 취해야 할 전략이 다른 것 같습니다. 팬들이 있고 그 IP에 대해 생각하는 깊이나 그 IP를 생각하는 느낌이 다 다를 수 있다고 봅니다. 원작에서 벗어나서 좋아할 수도 있고 원작을 따라가기를 바랄 수도 있지요.
'페이트/그랜드 오더'같은 경우 원작 페이트 시리즈의 팬을 기반으로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를 써 가면서 이쪽이 대히트를 했습니다. 이런 전략도 있는 것이고 원래 세계관에서 최대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 장점이 되는 게임도 있는 것이죠. 저희가 가진 IP 기반 게임들도 케이스 바이 케이스가 될 거라고 봅니다"
모바일게임에서 과거는 중요하지 않다, 현재의 모습이 중요
김 대표와 나눈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향후 국내 게임사가 강세를 보여온 한국 시장에서 일본 게임들이 흥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에 대한 것이었다.
"예전에는 한국 유저들은 일본 모바일게임을, 일본 유저들은 한국 모바일게임을 인정해 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가까워지며 판단기준이 게임성에 가장 좌우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오토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 이게 어느 나라 게임이냐보다는 이게 할 만한 게임이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봅니다.
예전의 한국 시장은 넷마블이 장르 변화를 주도해서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레이븐', '리니지2 레볼루션'까지 기준점을 만들어 왔습니다. 시장 양상이 다양화된다는 느낌을 1~2년 전부터 받고 있었습니다.
1위나 2위를 하기는 힘들지만 더 다양한 게임들이 의미있는 상위권 성적을 냈고 내고 있습니다. 유저들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현재를 봐도 '소녀전선'을 비롯해 다양한 성격의 게임들이 의미있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이 일본 게임사들에게도 한국 시장에 들어갈 좋은 타이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이제까지 들어간 일본 게임들은 일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들어간 것이지만 허들이 높은 게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1등을 찍고 간 게임이지만 한국에서 오토 기능도 없고 멀티플레이 매칭도 잘 안 되면 외면받을 수 밖에 없는 거죠. 충분한 게임성과 콘텐츠를 확보한 게임이라면 현 시점에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요 수년 간 만난 일본 지사에서 일하는 한국 게임사 게임인들은 입을 모아 과거부터 활약해 온 콘솔게임사들이 모바일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을 내 놨다. 하지만 여전히 모바일에서 활약하는 건 모바일에서 시작한 모바일게임 기업들이다. 콘솔게임사 중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 등 좋은 성적을 낸 게임사도 몇 있지만 많은 콘솔게임사들이 눈에 띄는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 이 부분에 대해 들어봤다.
"콘솔게임과 모바일게임은 다른 장르인 것 같습니다. 게임의 즐거움을 얻는 요소가 다른 것 같습니다.
게임을 구입해 일정 플레이타임 동안 플레이해 클리어하는 패키지 스타일 게임과 몇개월부터 수년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유저들이 계속 같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바일게임은 재미요소가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면 모바일에서도 잘 할 수 있겠지만 제대로 모바일게임을 구현하지 못한다면 개발을 어디서 했는지와는 상관없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겠죠. 어디가 만드느냐가 아니라 모바일게임의 재미를 어떻게 추구하느냐, 제대로 구현한 회사냐가 중요한 겁니다. 과거에 게임을 잘 만들던 회사가 모바일게임을 만들었다는 게 그 게임의 게임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 않나 합니다"
마지막으로 넷마블 재팬 대표로서 목표를 묻자 김태수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1등 게임사가 되는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넷마블은 글로벌 회사가 되었습니다. 글로벌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3대 시장 중 하나인 일본시장에서 1등이 되는 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1등 게임사가 되기 위해 다양한 게임을, 질 좋은 게임들, 유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게임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좋은 실적을 내려 합니다. 게임 순위 뿐만 아니라 게임사 중에서도 1등이 되는 게 목표입니다.
많은 좋은 게임들을 준비해 선보일 예정이니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향후 나올 게임들로 '리니지2 레볼루션' 이상의 성적을 내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한국 게임, 게임사들이 일본, 해외시장에서 잘 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김태수 대표를 '올해의 넷마블인'으로 만들어 준 '세븐나이츠'보다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김 대표의 목표대로 넷마블 재팬이, 넷마블 게임들이 일본 모바일게임 시장의 정상에 서게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다. 그의 목표가 이뤄진다면 내년 이맘때 다시 한 번 김태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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