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자연대, "레진 갑질 문제 우려, 레진은 적극적인 대화 나서길"

등록일 2018년01월31일 15시09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개발자연대가 레진의 작가 고소로 논란이 더 커진 소위 '레진 갑질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창작자로서 작가들과 연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 측은 지난 30일 일부 작가 등에 의한 근거 없는 레진 비방 사태에 대해 법적 대응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레진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에서는 두 명의 작가에 대해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임개발자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먼저 "게임개발자도 창작자"라며 "우리도 (웹툰 작가들과)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서 사태 추이에 대한 설명 및 게임개발자연대의 견해를 밝힌 후 "이제라도 레진이 적극적인 대화와 해명에 나서기를, 제한된 창구를 통해 자사의 주장만 반복하는 행위를 그만두기를, 의혹을 전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정의해 문제 제기를 허위사실로 고소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한다"며 "게임 관련 웹툰 등을 통해 게임 회사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한 작가분이 있으면 직접 도울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개발자연대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권익 보호와 증진을 위해 2013년 설립된 단체로, 특히 게임업계 노동환경 개선 면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온 단체이다.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콘텐츠산업 전반에 걸쳐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하 성명서 전문.

게임개발자도 창작자입니다. 우리도 연대하겠습니다.

게임개발자 연대는 갈수록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이하 레진)의 갑질 문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웹툰과 웹출판은 게임과 멀지만 가까운 콘텐츠 산업으로서, 창작자를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주나 납품을 담 당하는 프리랜서로서 계약하는 것이 상당히 보편화한 시장입니다. 프리랜서들은 직접 고용이 아닌 갑과 을로서 계약하기 때문에 노동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이로써 노동의 결과물인 창작물을 회사 측에 제공하고 있음에 도 불구하고 사업체와 갈등이 있을 때 동등한 것처럼 여겨져 왔습니다. 노동법에 어긋나는 근로계약은 무효지 만, 갑과 을이 나눈 계약은 서로 동의했으니 문제가 없지 않냐는 식으로 옹호 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보다 큰 자 본과 정보는 권력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를 통해 작가들은 명백히 을로서 여러 불공정한 계약 조항에 시달려 왔 습니다.

지각비 논란과 불투명한 해외 수익 정산 등을 통해 쌓인 논란과 갈등이 일거에 폭발한 사태로 저희는 '웹소설 사업 철수'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작가들의 분노에 거친 부분이 있었다는 비판도 많지만 문제제기에서 태도를 묻는 것은 갑과 을의 문제에서 을이 흔히 받는 비난입니다. 문제 제기는 명백히 타당했으며, 레진 측에서 작가 를 배려하거나 수평적인 입장에서 공정하게 계약을 맺고 이행했노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습니 다. 심지어 최근에는 작품을 프로모션에서 제외하는 등의 방식으로 문제를 제기한 작가들에게 불이익을 줬다는 소문이, 한 지상파 뉴스의 취재를 통해 구체화한 의혹으로써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레진은 문제를 제기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하고 작가들은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겠다고 합니다. 주장을 확인할 수 없다며 허위사실로 몰아붙이는 것 또한 을이 갑에게 흔히 당하는 일입니다.

레진이 정말 생태계를 생각한다면 계약은 상무 적이며 서로를 보호할 수 있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웹소 설 시장 철수 때도 작가들이 토로했듯, 레진의 계약은 그렇게 바라보기 어렵습니다. 작가들이 SNS 등을 통해 레진 측에 울분을 토해낼 수는 있을지언정, 자신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기 힘들다면, 이는 명백한 을인 작가 들의 탓이 아닙니다. 공정을 내세웠으나 공정하지 못한 계약을 제시한 레진의 책임입니다. 좋은 의도가 깔렸으 니 걱정하지 말하는 웃음을 마주하고도 법적인 권리를 프리랜서가 먼저 주장하는 게 한국 사회에서 쉬운 일은 아닙니다. 꼼꼼한 검토는 마찰을 빚는다는 통념이 가득한 사회에서, 레진은 시장과 작가를 먼저 생각한다는 꾸 준한 홍보를 소비자도 믿고 작가도 믿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레진은 일방적 계약해지 후 고소라는 형태로 자사 의 지침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시비비는 결국 법정에서 가려져야 하겠으나, 레진이 어떠한 대화와 해명을 시 도한 끝에 이러한 선택을 했는지 저희로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너희 게임개발자들의 일이 아니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개발자연대 에서는 2016년부터 개발자의 장시간 노동 문제 해결과 처우 개선을 위해 힘을 보태주신 게임 업계 외부 분들 의 연대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힘들 때 도움이 있었듯, 우리도 도움이 필요한 이웃과 동료를 위해 연대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는 개인 개발자와 외주 노동자들이 갈수록 늘어만 가는 게임 업계의 미래를 위함이 기도 합니다. 프리랜서에 대한 부당한 계약과 처우가 반복된다면 연결된 여러 업계 또한 부정적 영향을 함께 받 을 것을 게임개발자연대에선 우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게임개발자연대에서는 이제라도 레진이 적극적인 대화와 해명에 나서기를, 제한된 창구를 통해 자사의 주장만 반복하는 행위를 그만두기를, 의혹을 전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정의해 문제 제기를 허위사실로 고소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아울러 게임 관련 웹툰 등을 통해 게임 회사로부터 부당행위를 당 한 작가분이 있으면 저희가 직접 도울 것을 밝힙니다.

2018년 1월 31일

게임개발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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