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용 게임에서 시작해 몇 세대 전 콘솔로 이식되었던 걸작 어드벤쳐게임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가 최신 콘솔로, 그것도 한국어화되어 출시되었다. 새턴판 패키지를 여전히 소장중인 기자로서는 감회가 새로웠는데...
결론부터 적고 넘어가자면 큰 기대를 안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리메이크가 잘 되었다. 올드 팬들도, 플레이스테이션4로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게이머들도 모두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완성된 것 같다.
이 게임의 원작은 1996년, 지금은 사라진 일본의 미소녀게임 전문 개발사이자 브랜드 'elf'(エルフ)에서 출시한 성인용 미소녀게임이다. 일본식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로 훌륭한 설정과 스토리로 호평받고 고전 명작 어드벤쳐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본의 5pb가 리메이크해 2017년 플레이스테이션4와 PS Vita로 출시한 리메이크작을 디지털터치가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만 한국어화 출시했다.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는 과학 어드벤쳐 시리즈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일본 어드벤쳐 장르에서 명맥을 이어온 과학 소재 어드벤쳐를 계승, 발전한 것임을 확인시켜주는 타이틀이다.
이 게임의 각 요소에 대해 감상을 정리해 봤다.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리뷰 협력,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첫인상
평범한 어드벤쳐 텍스트 게임으로 시작한다. 선택지를 골라 대화, 관찰, 이동을 하면서 진행되는데 고전 어드벤쳐에선 흔한 방식이지만 신기하다(?)고 느낄 유저도 많을 것 같다.
게임은 초반 일자 진행으로 흘러가다 이벤트 발생 후 본편으로 넘어간다.
본편에 접어들면 포인트 앤 클릭 어드벤쳐 스타일로 진행되어, 포인트를 클릭하여 대화, 관찰, 이동 등 행동을 진행한다. 진행 과정에서 스토리 분기점이 다수 존재하고 해당 분기점에서의 행동을 기반으로 A.D.M.S(아담스) -병렬세계의 분기를 도식화한 지도- 가 작성된다. 엔딩이 복수 존재하며 시작부터 엔딩까지 게임시간 기준 약 50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이세계편은 본편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진행되는데 프롤로그와 같은 방식으로 일자진행 후 엔딩으로 이어진다. 이후 본편에서 진엔딩이 개방된다. 본편에서 주인공은 어떤 장치를 이용해 아담스 맵 위에 일회성 웨이포인트를 다수 만들 수 있으며 웨이포인트 사용 시 아담스의 상태와 소지품이 보존된다.
스토리
실종 후 죽었다고 판정된 아버지가 어딘가에 살아있을지도 모르니 찾아보자는 것이 게임 전체의 목표로 제시된다. 다만 플레이어는 '아버지를 왜 찾아야 하는지' 에 대한 감정이입이 쉽지 않고, 본편 전개도 아버지를 찾는 것보다는 주변의 여성진들과의 좌충우돌 사건사고 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편.
히로인은 크게 세명, 아유미, 미오, 칸나로 스토리 상 분기되어 각각의 스토리를 갖고 있다.
아유미는 주인공의 계모로 아버지와 결혼한 지 반년만에 사별한 상태이다. 주인공 타쿠야는 아유미에게 부모와 자식 이상의 마음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감정이 게임 여기저기에서 표출된다. 가족, 불륜, 근친 등의 주제를 건드리게 되며 대부분의 이벤트는 집과 회사(아유미가 근무) 상에서 이루어진다.
미오는 학교 친구로 역사 오타쿠라는 설정이다. 시장 따님으로 아가씨 포지션. 전통적 츤데레 속성으로 주인공과 티격대는 것과 신사의 비밀을 파헤치는 것이 주된 내용을 이룬다. 칸나의 경우 전학 온 신비한 소녀 포지션으로 캐릭터 설명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니 설명은 생략.
감상
성인용 게임 원작이라는 점도 있어서 내용이 가볍지가 않다. '슈타인즈게이트' 등 과학 어드벤쳐를 접했던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평범한 텍스트노벨 게임을 생각하고 접근하면 충격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가 가득하다.
불륜, 계모와의 관계, 원조교제, 선생과 학생의 관계, 비서와 사장의 불륜 등등...
만약 이 게임이 성인용 게임 기반이 아닌 전연령 텍스트노벨이었다면 실종된 아버지에 대한 묘사와 주인공의 안타까움을 내세워 플레이어가 사건을 추적하면서 그 와중에 소꿉친구나 계모와 약간의 헤프닝(샤워를 훔쳐본다거나 하는?) 정도가 발생하고 마지막에 사건이 일단락되면서 분기에 따라 히로인이 정해지는 게임이었겠지만...
성인용 게임 기반인 이 게임은 소위 '게임을 진행하는 원동력'을 여성 캐릭터와 그 주변 사건에서 찾고있다. 여성 캐릭터는 계속 사건에 휘말리며 주인공은 그 사건에 끼어들고, 그 와중에 연적 포지션의 남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인공 캐릭터의 히로인 캐릭터에 대한 '욕망'을 플레이어가 쫓아나다니는 흐름이 된다.
주요 루트인 아유미 루트만 하더라도 아유미에 대한 주인공의 감정을 계속 묘사하고, 아유미의 매력을 쭉 어필한 다음 아유미를 노리는 남성을 등장시켜 위험한 묘사까지 나온다.
그러면서 플레이어가 주인공 타쿠야에게 감정이입해 아유미를 구하고 악당에게 한방 먹이기 위해 고심하게 만드는 식이다. 서사의 중심에 섹스가 존재하는데 물론 현실에서도 그러하지만 꼭 그런 뒷면까지 보고싶어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게임을 아무에게나 추천 할 수 없게 만드는 부분이다.
많은 플레이스테이션4 유저가 어린 시절 '동급생'과 함께한 추억 정도는 있겠지만 '슈타인즈게이트 제로'가 '슈타인즈게이트' HD 코드와 함께 계속 팔리는 것과는 조금 궤가 다른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조금은 야한 설정과 묘사를 개의치 않는 유저라면 매우 만족스러운 게임일 것이다.
'이 세상 끝에서 사랑을 노래하는 소녀 ~YU-NO~'는 선택지가 매우 다양하고 풀음성이 지원되며 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은 게임이다. 콘솔판이라 섹스신 자체는 삭제되었음에도 이벤트들이 상당히 야하게 묘사되어 완전한 성인게임은 아니지만 성인게임이나 마찬가지인(?) 수준을 보여준다.
계속 콘솔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꼭 구매해서 플레이해 봐야 할 게임이라 할 수 있겠다.
난이도
공략을 보지 않고 진행할 경우 매우 어려운 게임이다. 분기점에서 트리거를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거나 다음에 해야할 행동이 명확하게 표시되지 않기 때문에 특정 시점에서 트리거를 찾지 못해 계속 헤멘다거나 필요한 아이템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해 루트를 포기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물론 100% 달성 후에 다시 보면 등장인물들의 동선이 보이면서 그 시점의 위치와 분기조건이 보이게 되지만 그 부분을 플레이하며 쉽게 알 수 없다. 고전게임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요즘 세태라면 어려워서 불평하는 유저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트로피 면에서도 공략을 보지 않는다면 쉽지 않겠지만... 공략을 보고 한다면 쉽게 트로피 컴플릿이 가능한 게임이다.
총평
난이도가 비교적 높은 것과 원작에 기반한 성인용 게임다운 묘사, 상황설정. 그리고 동일 분기점을 반복 플레이하며 스킵해야 하는 후반 구조, 이세계편의 일자형 구조는 단점으로 꼽아야할 것 같다. 원작 팬이라면 일러스트 부분도 할 말이 있겠지만 리메이크판의 일러스트 수준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풀음성 지원, 미려한 일러스트, 그리고 음악은 훌륭했다. 스토리는 두말할 것 없이 고전의 명성에 걸맞는 수준을 보여준다. 취향에 맞다면 성인용 게임다운 묘사도 장점으로 느껴질 것이다.
그래픽과 스토리는 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은 줄만 했고, 충실한 볼륨과 텍스트 어드벤쳐임 장르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시스템, 구조를 갖췄다.(칸노 히로유키에게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다만 온 가족의 플레이스테이션4를 거실에서 즐기는 유저라면 쉽게 추천하기 힘든 게임인 게 분명하다. 그런 부분에서 걸리는 게 없는 게이머에게라면 추천할만한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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