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우드펀딩 중개업체인 와디즈를 통해 7억 원 규모의 투자 금액을 모은 '부루마불M' 개발사 아이피플스가 채권 만기 상환일인 15일을 눈앞에 두고 경영난을 이유로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수 없다고 통보해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지난 11월 아이피플스는 와디즈를 통해 모바일 보드게임 '부루마불M'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했다. '부루마불M'은 씨앗사의 유명 보드게임 '부루마불'을 모바일 플랫폼에 옮겨온 게임으로, 기존의 보드게임보다 다양한 게임 룰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과 씨앗사와의 공식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확보한 게임의 정통성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통성과 관련해, 아이피플스는 지난 2016년 11월 넷마블이 서비스하는 '모두의 마블'이 '부루마불'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저작권 위반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모두의 마블'이 별도의 협의나 허락 없이 '부루마불'의 정통성을 계승한 것처럼 게임을 홍보했으며, 게임 방식과 규칙 등이 자사가 '부루마불'을 모바일로 개발하며 만들어낸 창작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법원은 '부루마불'에 적용된 게임 방식과 규칙은 '모노폴리' 등 부동산 거래 보드게임에서 공통적으로, 또 전형적으로 표현되는 방식이며 이를 '부루마불'만의 창작물이라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더불어 '무인도', '우주여행', '황금열쇠' 등의 요소에 대해서는 저작권 보호가 필요한 것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의 마블과 비슷하다고 해서 게임의 전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고 보고 넷마블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아이피플스가 판결의 결과를 예측했으면서도 게임의 홍보를 위해 커다란 인기를 얻고 있는 '모두의마블'을 활용, 논란을 만든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게임 흥행 실패로 인한 경영 악화, 만기일 되자 상환 불가 통보
이후 아이피플스는 지난해 11월 '부루마불M'의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이틀 만에 목표 금액인 2억 5천만 원을 초과 달성하면서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는 당시 와디즈를 통해 진행된 크라우드 펀딩 중 최단 기간, 최고 금액 기록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건은 만기 6개월 만기 채권으로, 기본 금리 연 10%에 게임 다운로드 수에 따라 최대 연 200%까지 가능한 추가 금리 채권이었다.
투자자들에게는 최소 이율 10%가 무조건 보장된 최고의 투자상품이었기 때문에 투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었던 것. 이 때문에 아이피플스는 기록적인 펀딩 금액을 달성할 수 있었다. 아이피플스는 기세를 몰아 크라우드 펀딩 모집 금액을 7억 원으로 증액하고 공격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누적 모집 금액이 7억 원을 넘어서자 청약 기간과 납입일, 발행일, 만기 상환 일정을 앞당기기까지 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게임은 올해 초 정식 론칭 되었으나 국내에서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서 매출 부진 및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아이피플스가 공개한 데이터를 살펴보면 게임의 다운로드 수는 20만 회를 돌파했으나 'DAU(일일 이용 유저수)'가 1만 명을 넘기지 못했으며, 월 매출은 2천만 원도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에게 돌려줘야 하는 만기 상환일은 6월 15일로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다.
아이피플스가 투자자를 모집할 때 내세운 조건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기본 금리 10%에 약속했던 다운로드 수 기준으로 20만 다운로드를 넘겼기 때문에 추가금리 6%를 더해 합산 금리는 16%가 된다. 그러나 아이피플스는 '부루마불M'의 국내 서비스가 난항을 겪어 현금 보유분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자사 주식으로의 전환, 또는 기존 연이율 16%는 유지하되 기간을 1년 연장하고 3개월마다 분할 상환하는 방식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또 투자자를 대상으로 현재 채권 지급 거절 현황과 투자금 사용 내역, 회사의 재무 현황과 향후 사업 진행 방향에 대해 설명하는 오프라인 간담회를 진행했다.
투자자들 “약속한 투자 원금과 이자 보장 해달라”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이피플스 측의 행보에 불만을 드러내며 무조건 15일 만기 상환일에 원금과 이자를 지급하라는 입장이다. 특히 투자자들은 투자설명서에 표기된 아이피플스의 주식과 주당 액면가 등을 계산해보면 자사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사실상 채권을 갚을 수 없으며, 아이피플스 측이 원금 보장형 채권이라고 수 차례 언급한 만큼 보다 구체적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아이피플스가 처음부터 조건에 도달해도 상환이 어려운 것은 물론, 상환할 의지조차 없었으면서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불어 중개 업체인 와디즈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이어지고 있다. 와디즈가 중개 플랫폼임을 강조하면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으며, 중개 수수료만 가져갔을 뿐 실질적으로 나서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디즈는 홈페이지 곳곳에 중개자임을 강조하며 모금 당사자가 아니므로 투자 손실의 위험을 보전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 설명서와 피드백 메뉴 등을 지원하고는 있으나 투자자 보호 차원의 장치로 보기에는 빈약하다.
또한 투자자들은 업체들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투자자 보호 대책 없는 마구잡이 식 중개로 인해 피해자가 속출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별다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 또한 문제로 지적하며 사실상 사기가 아니냐는 주장까지 펼치고 있다.
성공사례도 있지만… 투자자 보호 약한 '크라우드 펀딩'
사실 이러한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불신과 투자 참여자들의 피해 사례는 수없이 많다. 특히나 게임업계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인해 게이머이자 투자자, 즉 팬들이 피해를 본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게임 개발자 이나후네 케이지와 관련된 일화다. 이나후네 케이지는캡콤의 대표 액션 게임인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 '마이티 No. 9'를 개발하기 위해 킥스타터(크라우드 펀딩) 모금을 진행했고, 당시 '록맨' 시리즈는 신작이 전무한 상황이었기에 팬들은 '마이티 No. 9'에 많은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이미 1차 펀딩에서 큰 액수를 모았음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펀딩을 다시 받는가 하면, 수차례 출시일이 연기되고 펀딩 금액에 비해 너무나도 낮은 게임의 완성도를 보여주면서 많은 논란을 낳았다. 심지어 발매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게임을 받아보지 못하는 등 다양한 문제들이 연달아 발생했고, 결국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모금 방법에 대한 불신만 만들어낸 결과를 초래했다.
이렇듯 투자자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 속에서 금융위원회는 최근 투자자 보호 대책이 포함된 크라우드 펀딩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할 때 기업은 직전 사업연도 감사보고서를 게재해야 하며, 투자자가 투자 위험과 청약 내용을 확실히 인지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청약 전 적합성 테스트를 도입해야 한다. 최소 청약기간(10일)도 새롭게 생긴다.
하지만 여전히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업체가 원금을 보장한다는 조건으로 투자자를 모은 후, 실제 문제가 생겼을 때 중개 업체에 대한 책임 소재를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지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이 있어 더욱 면밀한 검토와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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