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다 준비했어, 미소녀 종합 선물세트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

등록일 2019년04월02일 10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그동안 미려한 일러스트의 미소녀들과 살아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Live 2D' 등을 특징으로 내세운 수많은 서브컬쳐 기반의 게임들이 시장에 나왔지만, 그 중에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둔 게임은 그리 많지 않다. 사실 국내에서는 서브컬쳐 그리고 미소녀를 중심으로 한 게임들을 플레이하는 유저의 수 자체가 MMORPG나 캐주얼게임에 비해 다소 적을뿐더러, 아직까지는 '미소녀'나 '애니메이션'이라고 하면 대중의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극소수만 시장에서 살아남아 선전하고 있어 마치 성공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카카오게임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양사'를 시작으로 꾸준히 서브컬쳐 게임들을 선보여왔다. 그리고 그 게임들은 실제로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두면서 국내에서도 MMORPG나 캐주얼이 아닌 장르의 게임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증명한 바 있다.

 

'음양사', '뱅드림! 걸즈 밴드 파티!', '앙상블스타즈'는 각각 높은 매출 순위와 인기 순위를 기록하며 보란듯이 흥행했다. 아쉽게도 장기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지는 못했지만, 이러한 성적을 보면서 기자는 가능성을 증명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 3월 28일, 드디어 카카오게임즈의 2019년 상반기 야심작 '프린세스 커넥트: 리다이브(이하 프리코네)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티저 페이지가 열린 지 무려 반 년, 카카오게임즈가 '지스타 2017' 트위치 부스에서 게임을 처음 공개한 것으로부터 무려 2년이 훌쩍 넘은 시간이다. 수년 간의 기다림 끝에 정식 출시된 '프리코네'는 어떤 게임인지, 직접 플레이 해봤다.

 



 

'애니 RPG'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은 완성도
최근 일본 게임사들의 모바일게임 개발 트랜드와 전략이 게임성은 가볍게 가져가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프리코네' 또한 이와 비슷한 기조를 보여주고 있는 게임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애니메이션 연출과 풀 보이스, 그리고 캐릭터 및 스토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우선 게임 내에 포함되어 있는 애니메이션의 완성도가 상당히 뛰어나다. '진격의 거인'과 '갑철성의 카바네리'를 제작한 위트 스튜디오답게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들의 움직임이 역동적이면서도 작화 또한 우수하다. '애니 RPG'라는 이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완성도라는 느낌이다.

 



여기에 애니메이션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풀 보이스 더빙도 호평하고 싶다. 인게임에서 스킬 사용시 외치는 대사는 물론이고 각종 메인 메뉴에서도 한 두 마디씩 캐릭터가 거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별다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사소한 것들이 모여 몰입감과 만족감 그리고 유저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호리에 유이, 카와스미 아야코, 아마미야 소라, 하나자와 카나, 우에다 카나, 하야미 사오리 등 성우진도 사실상 '올스타즈'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상당히 화려하다.

 

'아메스'는 '죠죠' 시리즈의 '스피드 웨건'과 유사한 느낌이다
 

스토리와 캐릭터가 중심이 되는 게임인 만큼, 이를 유저에게 전달하는 방법에도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난다. 우선 스토리의 경우 기본적으로 스킵을 하면 유저를 위해 '한 줄 요약'을 해줄 뿐만 아니라, 메인 스토리 진행 진도에 따라 아메스가 '막간' 이라 이름 붙여진 컷씬을 통해 요약을 한 차례 더 해준다. 빠르게 게임을 진행하고 싶은 마음에 스킵을 누르더라도 친절하게 '한 줄 요약'까지 해주는데, 스토리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는 구조다.

 



 

당신이 어떤 미소녀 취향인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
캐릭터에 힘을 한껏 준 게임의 콘셉트도 호평하고 싶다. 기본적으로 스토리 탭에서는 메인 스토리를 다시 감상할 수 있는 메뉴 외에도, 캐릭터와 길드, 엑스트라 등으로 분류된 탭들이 캐릭터의 각자의 매력을 어필하고 있다.

 

보상도 주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캐릭터도 많지만, 그 캐릭터들이 속한 길드도 많다
 

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추억 앨범이나 아이콘 표시와 전투 캐릭터 표시 등을 따로 설정할 수 있는 등 유저로 하여금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다수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더해 스토리 중간중간 등장하는 애니메이션과 대사 등을 통해 캐릭터가 스토리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적극적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유저에게 제공한다. 나이와 생일은 기본이고 별자리와 혈액형, 취미까지 세세하게 짜인 캐릭터 설정도 함께 제공한다.

 

쓰리 사이즈가 없다는 것은 의외라면 의외
 

이렇듯 게임에서는 다방면으로 캐릭터에 대해 조명하고 적극적으로 유저에게 권하고 있다. 캐릭터에게 몰입하고 정을 준다는 것은, 그만큼 그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이게 느껴지는지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측면에서 '프리코네'는 거의 완벽에 가까운, 또 서브컬처를 선호하는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영리한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는 흔해진 '럭키 스케베'는 물론이고

 

여자가 꼬이는(?) 운명을 타고 난 주인공도 그대로다


'프리코네'를 하면서 사실 게임이라기 보다는, 인터랙티브가 가미된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많은 미소녀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주인공인 '나'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전형적인 하렘 애니메이션 혹은 라이트노벨에서 볼 수 있는 (좋은 의미로) 클래식 클리셰다.

 

뽑기 연출까지 애니메이션일줄은 몰랐다
 

특히나 수십여 명의 캐릭터들은 저마다 특색 있고 매력이 넘쳐난다. 유저가 어떤 취향인지 모르니 고양이 귀를 가진 '츤데레' 마법사부터 순종적인 소녀, 말괄량이 먹보까지 전부 다 준비한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다. 느긋하게 한 편의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기분으로 즐기기에 좋은 게임이라고 평하고 싶다. 특히 앞서도 계속해서 언급했지만 애니메이션이나 라이트노벨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게는 적극 추천하고 싶다.

 



 

타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게임성은 아쉬워
다만 이러한 스토리와 캐릭터에 과하게 집중한 탓일까? 게임성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다. 스테이지 클리어 기반의 메인 퀘스트, 편하게 캐릭터를 육성하고 재화를 파밍하는 '스킵 티켓' 등은 다른 게임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또 캐릭터들의 역할 분류와 전열, 중열, 후열, 장비와 스킬 업그레이드, 일종의 '각성'이라 할 수 있는 '메모리 피스'를 사용한 재능 개화 등의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이제는 다소 식상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육성에 도움을 주는 '탐색' 시스템과 각종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던전' 등 수집형 모바일게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육성 방법들도 그대로 탑재되어 있어 그다지 흥미롭지 않다. 다른 비슷한 게임을 통해 경험해봤다면 익숙해지기 쉽다는 장점도 있기는 하나 색다르지는 않다.

 



 

앞서 칭찬했던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이나 화려한 성우진, 캐릭터들에 매력을 느껴 플레이 한다면 적극 추천하고 싶다. 하지만 전략이나 캐릭터 조합 등 게임 내에서의 재미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물론 이후 '협동전'이나 '클랜전', 그리고 '배틀 아레나' 등의 콘텐츠들을 본격적으로 즐기려면 상당히 많은 연구와 육성이 수반되어야 하겠으나, 현재까지는 게임성 측면에서는 특별히 매력적인 부분을 찾기 어려웠다.

 



 

순조롭게 출발한 '프리코네', 장기 흥행을 위한 발판은 준비됐다

일단 '프리코네'는 4월 1일 기준 양대 앱 마켓 상위권에 안착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다만 이후에도 꾸준히 순항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특히나 '붕괴3rd', '소녀전선', '벽람항로', '에픽세븐', '페이트 그랜드 오더' 등 캐릭터와 스토리를 앞세운 서브컬쳐 기반의 게임들을 이미 즐기고 있는 유저들을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유저들 사이에서 높은 완성도의 애니메이션과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한 만큼 가능성은 있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전체적으로 또 다른 카카오게임즈의 '2차원 게임' 라인업 중 하나인 '뱅드림! 걸즈 밴드 파티!'와 구성 측면에서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또 사이게임즈가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유저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원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장점으로 활용하면서 내세우는 게임의 '포지셔닝'도 상당히 독특하다.

 

앞서 서문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서브컬쳐 기반의 게임들을 보는 시선 자체는 아직까지는 곱지만은않다. 때문에 모든 모바일게임 유저를 포용할 수는 없겠지만, 주 타겟이 확실하고 그 완성도도 상당히 높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성공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카카오게임즈의 '2차원 게임' 전략이 다시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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