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게임업계 지식공유 컨퍼런스 'NDC 2019' 현장에서 펍지주식회사 이성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게임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이성하 디렉터는 과거 8년여 동안 카피라이터로 활동하며 삼성전자, 맥심 등의 브랜드 콘텐츠를 제작 및 담당했으며, 이후에는 라이엇게임즈를 통해 게임업계와 연을 맺은 후 3년 동안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담당으로 '일해라 라이엇' 캠페인과 '17/18 시즌 론칭 영상' 등을 제작했다. 이후 펍지주식회사로 옮겨와 1년 가량 '배틀그라운드'의 브랜드 마케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며 활약하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 게임 회사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 그리고 크리에이티브가 회사와 브랜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하고, 참관객들과 자유롭게 질의응답 하는 시간도 가졌다.
게임회사에서 보여준 '크리에이티브' 전략
이성하 디렉터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자신이 과거 했던 작업물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는 자신이 커피 마니아임을 밝히며 맥심의 인스턴트 커피 '카누'와 2015년 광복 70주년을 기념한 철조망 피아노 영상 등을 작업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철조망 피아노는 실제로 수거한 철조망을 활용해 악기를 만들어 그 의미를 더했으며, 공연을 통해 '아리랑'을 연주해 통일부로부터 의미 있었다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는 이후 라이엇게임즈로 옮겨온 후 작업한 '리그 오브 레전드' 캠페인 작업물도 함께 소개했다. 이전에 라이엇게임즈는 새로운 시즌에 참가하는 유저들을 응원하는 콘텐츠를 만든 적이 없었다. 이에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새로운 시즌을 맞아, 유저들을 대상으로 '페이커' 이상혁 선수 등이 출연하는 시즌 론칭 영상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성하 디렉터는 당시 직책이었던 '크리에이티브 커뮤니케이터'에게 회사가 요구한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고 짧게 소회를 밝혔다.
한편, 2016년 당시 불법 핵 프로그램과 욕설 문제로 인해 라이엇게임즈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일명 '헬퍼'라는 이름의 불법 핵 프로그램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들의 플레이 경험을 해치며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고, 이에 유저들은 '일해라 라이엇'이라는 밈(Meme) 문장으로 라이엇게임즈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던 상황이었다.
당시 라이엇게임즈 내부에서는 '데마시아' 안티 치트 프로그램과 욕설 제재 솔루션 등을 준비하고 있었고, 이 디렉터는 라이엇게임즈가 유저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어필하고자 개별로 준비되고 있는 솔루션들을 한데 묶어 '일해라 라이엇' 캠페인을 만들어냈다.
이 디렉터는 "플레이어들을 위한 라이엇게임즈의 노력을 인식하게끔 하고 싶었다. 안티 치트 솔루션과 욕설 제재 외에도 솔로 랭크 재도입, 판매자 법적 대응 등의 솔루션도 함께 진행됐다. 솔루션 자체의 힘이 떨어지긴 했지만, 이를 캠페인으로 묶어 여론이 급격히 좋아졌고, 개인적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펍지주식회사에서 그는 '사녹'과 '비켄디' 트레일러 등에 참여하여 게임의 마케팅에 힘을 실었다.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이 기본적으로 인기있고 유명했던 만큼, 업데이트를 포장하기 보다는 홍보에 집중했다. 특히 업데이트 전부터 많은 유저들이 기다렸던 겨울 배경의 신규 전장 '비켄디' 트레일러는 탈것과 신규 총기 등의 새로운 요소들을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하게 전달하면서 800만 뷰를 돌파하는 등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또한 그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론칭 영상도 호평 받은 크리에이티브의 좋은 예시로 소개했다. 해당 론칭 영상은 'My Way'의 가사에 맞춰 구성한 인게임 플레이 영상,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특성을 반영한 '이제, 모든 곳이 배틀그라운드'라는 짧지만 인상적인 카피라이트를 통해 많은 유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
이어 이 디렉터는 본격적으로 브랜드에 크리에이티브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게임의 출시부터 새로운 시도까지의 과정을 인공위성에 비유했다. 게임이 출시되어 궤도에 오르기 까지를 론칭 단계, 궤도를 일정하게 도는 것을 지속적인 성장 및 유지에 빗대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해 도전을 할 때는 새로운 궤도로 항해하는 '비전'이라 표현했다.
크리에이티브가 가미된 콘텐츠들은 론칭 단계에부터 브랜드가 궤도에 오르는데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일정한 궤도에 오른 후에도 콘텐츠를 새로이 공급할 때 이를 효과적으로 알리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이 디렉터는 "게임의 완성도가 뛰어난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콘텐츠가 서포트 될 때 다른 게임들과 차별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슈퍼셀의 '클래시 오브 클랜' 슈퍼볼 광고를 예로 들었다. 그는 게임의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론칭 초기부터 게임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콘텐츠들을 보여주면서 궤도에 빠르게 올랐다고 평가했다. 또한 궤도에 오른 이후에도 슈퍼볼 광고로 큰 금액을 지불하며 한 차례 더 치고 나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의 본질에 가까운 크리에이티브가 좋은 크리에이티브
그렇다면 어떤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난 것인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이 디렉터는 이 질문을 한 번 꼬아, 크리에이티브가 뛰어나다는 것은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크리에이티브를 일컫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모든 브랜드들이 갖고자 하는 '단어'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행복, 혁신, 인간, 나눔 등이 그것이다. 또 IT 계열 브랜드라면 혁신이라는 단어를 갖고 싶어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탄산 음료의 대표주자인 코카콜라는 언제나 행복을 이야기해왔고, 사회적 기업들은 나눔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그 개념이 크고 누구나 좋아하는 단어라는 것이다.
브랜드가 뜻하고 싶어하는 특정 단어가 오히려 약점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이 디렉터는 브랜드의 본질을 앞서가지 않는 크리에이티브야말로 진정한 '좋은' 크리에이티브가 된다고 말했다. 무조건 좋은 단어라고 해서 브랜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너무 크리에이티브한, 즉 이색적이고 톡톡 튀는 것에만 몰입한다면 브랜드와 잘 어울리지 않음에도 채택하는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이 디렉터는 "가장 훌륭한 것은 브랜드의 본질에 가까운 크리에이티브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두산의 '사람이 미래다', 대림의 '진심이 짓는다'라는 카피라이트는 크리에이티브적으로는 뛰어나지만, 브랜드의 본질과 일치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두 회사 모두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주는 사건이 일어났고, 이후 과거 선보였던 광고의 카피라이트가 역풍이 되어 브랜드의 이미지를 훼손시킨 사례라고 덧붙였다.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이해는 기본, 크리에이터로서의 전문성과 경험도 필요해
그렇다면 브랜드와 잘 어울리고 가까운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는 좋은 콘텐츠는 훌륭한 크리에이터와 에이전시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그 중간에 위치한 브랜드 크리에이터에게서 나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랜드 크리에이터는 브랜드에 대한 애정과 이해가 뒷받침되는 것은 물론이고, 크리에이터로서의 경험과 전문성도 요구된다.
이 디렉터는 "경쟁력을 키우고 싶다면 상위 0.1%의 전문가 급 실력을 갖추거나, 혹은 상위 10%의 실력 두 가지를 합쳐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추천한다. 둘 다 갖고 있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라며 전문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높은 크리이에티브에 대한 안목을 바탕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이면서 동시에 브랜드에 어울리는 뛰어난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주어진 과제를 크리에이티브적으로 해결하는 능력을 함양해야 하며, 실제 개발팀과의 협업하며 업데이트와 크리에이티브 마케팅을 함께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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