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게임업계 지식공유 컨퍼런스 'NDC 2019' 현장에서 스튜디오비사이드 류금태 대표가 '살아남는 서브컬쳐 게임 만들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류 대표는 온라인게임 '그랜드체이스' 개발팀에 합류하며 처음 게임 업계에 입문했고, 이후 '엘소드'와 '클로저스' 개발에 참여하며 이름을 알린 게임 개발자다. 현재는 나딕게임즈에서 나온 후 게임 개발사 스튜디오비사이드를 꾸려 '카운터사이드'라는 모바일게임을 개발중이다.
그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오늘 할 이야기는 서브컬쳐 게임 중에서도 메이저 퍼블리셔에서 서비스할 만한, 상업화된 메이저 서브컬쳐 게임에 대한 이야기다. 인디, 개인개발과는 거리가 있다"라며 "개인의 반짝이는 아이디어나 재능도 중요하지만, 메이저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완성도와 스케일(콘텐츠의 양), 그리고 지속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개발력이 갖춰져야 메이저 서브컬쳐 게임을 만들 수 있다. 서브컬쳐 게임의 디렉터, 혹은 프로듀서를 맡고자 하는 분들을 위해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전에 내가 만든 게임의 공통점으로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비주얼을 갖고 있다는 점, 메인 플레이가 액션이라는 점, 서브컬쳐 장르의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것이다"라며 "내가 만든 게임이 대단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서비스하고 있는 입장에서 최소한 '살아남는 게임을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성공한 게임'이라는 것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다. 이 세션에서 성공한 게임이란 살아남는 것에 성공한 게임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살아남는 게임은 '대중적 성공'과 '상업적 성공' 모두를 겸비한 것
류 대표는 자신이 게임을 처음 만들 당시만 하더라도 '오픈한 게임에는 반드시 배울 것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PC 온라인게임이 인기가 있던 시절에는 게임 하나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고 다양한 요구 사항이 있었기에, 난관을 이겨내고 출시한 게임에는 어떤 것이든 배울 점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임에 반드시 배울 점이 있다고 표현하고 싶다. 출시는 쉬워졌지만, 살아남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가 말하는 살아남는 게임의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최소한 5년 이상 서비스하며 의미 있는 수준의 유저를 유지할 정도로 대중적인 게임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기간이 길지만 액티브 유저 수가 백명 단위라면 '살아남은 게임'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 기준으로 게임 개발비를 청산하고 개발팀을 유지하며 동시에 차기작을 만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상업적 게임이 '살아남은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류 대표는 "천차만별이긴 하나,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면 일반적으로 메이저 게임 개발을 위한 팀의 구성원 수는 최소한 40여 명이 있어야 한다.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2배 이상의 인원이 필요하다. 또한 개발 기간은 2~3년 가량 소요된다"며 "감히 말씀드리자면, 처음임에도 불구하고 2년만에 메이저 게임을 개발해 서비스하는데 성공했다면, 본인 스스로 하나의 비전을 갖고 오롯이 달려 완벽한 게임을 만들었다고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하지만 7~8년, 심지어 10년씩 걸리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게임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예로 들어 세세하게 설명했다. 게임은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좋은 사람이 만들어야 게임이 좋게 나온다며 사람에 투자하지 않으면 결과가 좋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특히 개발자들의 연봉과 개발비 회수, 그리고 유지비 등 현실적이고 금전적인 접근으로 예시를 들었다. 그의 예시에 따르면, 개발자 1인당 연봉이 약 4천만 원이라고 가정하고 40명 개발팀으로 2년간 개발한다면 각종 부대 비용까지 포함해 대략 24억 원, 2년에 48억 원이 필요하다. 또 개발팀 유지를 위해 매달 2억 원 가량이 추가로 필요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개발비를 2년 만에 청산하는 것이 목표일 경우, 유지비까지 고려해 매달 4억 원의 수익을 거두어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퍼블리셔, 플랫폼 수수료 등을 제외한다면 유지를 위해서는 그 이상의 총 매출이 필요하다.
류 대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를 기준으로 대략 20위에서 25위를 2년 동안 유지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혹은 글로벌에서 대박이 나야 한다. 물론 다른 케이스들도 있긴 하지만, 디렉터 또는 PD가 책임져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이정도다. 만약 서브컬쳐 게임의 디렉터나 PD가 되고자 한다면, 자신을 포함해 팀원들을 위해 이정도는 해내겠다는 책임감과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해서 '뽑기' BM을 구성하면 살아남을 수 있느냐면 당연히 아니다. 류 대표는 게임과 영화 등의 대중 상업 예술은 다수가 공감하는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목표라고 보았다. 만드는 이가 혼자 재미있는 것이 아닌, 다수가 공감하는 욕망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욕망을 자극하지 못하면 대중상업예술이 아니며, 반대로 욕망 뿐인 작품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타이타닉', '아바타' 등의 성공한 영화를 예로 들며, 소재는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들면 동시에 상업적 성공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좋은 작품'에는 '재미'와 '매력'이 있다… '팬덤'의 생성은 살아남기 위한 강력한 전략
그렇다면 이러한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류 대표는 재미와 매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이 게임을 왜 만드는지에 대한 고민이 늘 필요하다. 이 게임으로 유저들에게 어떤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인지가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클로저스'를 만든 이유에 대해, 당시 자신이 하고싶었던 게임이 시장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개발에 참여했던 '엘소드'에서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횡스크롤 방식의 빠른 공방전을 특정으로 내세웠고, 진두지휘한 자신의 대표 타이틀 '클로저스'는 '엘소드'의 특징에 더해 8등신 비율의 캐릭터와 현실을 배경으로 했다.
다음으로 류 대표가 강조한 것은 '매력'이다. 재미는 직접적이고 합리적이다. 즉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가 곧 재미가 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재미와 달리 매력은 이유가 없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다"라며 "매력이 있는 콘텐츠는 팬덤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콘텐츠의 '매력'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것이 다름 아닌 아이돌 산업이다. 아이돌은 가수이기에 앨범과 음악으로 승부하지만, 이 외에 앨범만이 아닌 아이돌의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러한 팬덤이 존재하면 때로는 실패하더라도 제2, 제3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항상 성공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팬덤이 있다면 기회를 가질 수 있고, 이는 곧 살아남기 위한 강력한 전략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팬덤'을 만들기 위한 '캐릭터'와 '세계관' 그리고 '스토리'
'팬덤'을 만들기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캐릭터다. '다크소울' 시리즈, '다키스트 던전', '데빌 메이 크라이' 등의 게임과는 달리 서브컬쳐 게임에 있어서 캐릭터는 다른 장르와는 다소 다른 개념을 가진다.
류 대표는 좋은 캐릭터를 만드는 첫번째 전략으로 비주얼, 즉 매력적인 외형을 꼽았다. 다만 어차피 서브컬쳐 게임들의 세계는 현실적이지 않으므로, 개연성을 잃지 않되 현실성을 꼭 추구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인 매력을 만들 수도 있지만, 어차피 현실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돌이 무대에서 화려한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그는 세계관을 구성할 때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한 세계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설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미 그 작품의 팬이 된 사람들이며,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세계관을 구성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류 대표의 대표작인 '클로저스'의 전략은 '알고도 속아주기'였다. 그는 "'아이언맨'이나 '헐크'가 세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지만, 극장에서 관객들은 무의식적으로 '어디 한 번 그럴싸하게 거짓말 해봐'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성의 있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가짜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어쩌면 어딘가에서는 이러한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마네킹'처럼 만들어진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스토리'는 시작이자 끝이라고 강조했다. 판타지, SF 등의 장르적인 소재 보다는, 내가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캐릭터가 '무엇'을 했는지, 그리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얼마나 보여줄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류 대표는 이와 관련된 예시로 인기 아이돌 워너원의 리더 윤지성을 언급했다. 그는 "윤지성은 뛰어난 재능이 있지만 늦은 나이까지 데뷔를 하지 못하다가 성공한 케이스였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이었다. 재능이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다가, 최후의 기회를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꽃을 피운 감동적인 스토리를 가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윤지성은 나에게 하나의 '스토리'를 준 것이다. 단순히 외형이 예쁘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류 대표는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의 미래에 대해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는 "PC 플랫폼에서 그랬듯이 모바일게임 또한 비실시간에서 실시간으로 바뀌어 갈 것이며, 또 SD 캐릭터에서 점차 8등신의 외형으로, 유저간 인터랙션(상호작용)도 더욱 강하게 바뀌어 갈 것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터치 기반의 인터페이스 등은 '바꿀 수 없는' 것으로 이러한 기술의 발달에 따른 변화에는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또 류 대표는 바꿀 수 없는 것을 거스르지 않는 게임 디자인 고민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모바일 플랫폼은 정밀한 조작이 힘들고 레이턴시가 상대적으로 타 플랫폼에 비해 부족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되물어야 '좋은 서브컬쳐 게임' 나온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서브컬쳐 게임을 만들고 있는 디렉터 또는 PD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게임'인지 계속해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신이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즉 장르나 소재 그리고 재미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동료가 중요하며, 지금부터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찾고 '나의 동료로 만드는 것을 추천했다. 류 대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포섭하고, 그 사람을 믿어야 한다. 뛰어난 사람들을 동료로 맞이하면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 그들이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류 대표는 높은 자리에서의 겸손함과 동료간의 신뢰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는 "PD나 디렉터 직에 있다 보면 머리가 하늘로 올라간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도 많고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잘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여러분이 믿는 사람을 만들어야 한다. 당신의 발을 땅에 디디게 해주는, 신뢰하는 동료를 꼭 만들어야 한다. 좋은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류 대표는 당신의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의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함께하는 팀원이 있고 막중한 책임도 있는 만큼 자신이 만드는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만들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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