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언제나 매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면서 저력을 과시하는 게임사다. 자사의 대표작인 '클래시 오브 클랜'과 '클래시 로얄' 그리고 비교적 최근 출시된 신작 '브롤스타즈'까지 연타석 홈런에 성공하면서, 슈퍼셀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독보적인 캐주얼 모바일게임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브롤스타즈'는 MMORPG가 득세하는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캐주얼게임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양대 앱 마켓 TOP 10 내에서 순항하며 의미 있는 성적을 내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특히 게임 이름을 알리기 위해 배우 이병헌을 주연으로 한 유쾌한 CF를 여러 편 선보이면서 국내 유저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타이틀이기도 하다.
넥슨의 게임업계 지식공유 컨퍼런스인 'NDC 2019' 현장에서 다수의 모바일게임을 히트시킨 슈퍼셀의 성공 노하우를 들어볼 수 있는 강연이 열렸다. 슈퍼셀에서 게임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는 김우현 아티스트가 연단에 올라, '브롤스타즈'를 예로 들어 슈퍼셀만이 갖고 있는 도전과 극복의 기업 문화에 대해 공유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기업 문화가 왜 중요한지, 그리고 슈퍼셀의 개발자들이 '브롤스타즈'의 개발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그들이 어려움을 극복하고 떳떳할 수 있었던 이유, 마지막으로 이러한 슈퍼셀의 문화를 어떻게 국내 게임업계에 적용하고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제언했다.
평등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 "독립성이야말로 슈퍼셀의 최고 강점"
김 아티스트는 다양한 기업에서 근무하며 그 기업의 고유한 기업 문화를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재미있는 게임은 리더의 선견지명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존중받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개발자들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즉 타인의 의지에 의해 일하는 과정에서는 좋은 게임이 만들어질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경험해본 많은 국내 게임사들이 피라미드 구조의 조직을 갖고 있었고, 강력한 리더 한 명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방식을 고수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슈퍼셀은 개인과 팀으로부터 모든 것이 결정되는 기업 문화를 갖고 있다. 특히 재택근무가 보편화 되어있어, 사소한 개인 사정을 이유로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김 아티스트는 슈퍼셀의 세 가지 가치로 자유, 평등, 독립을 들었다. 슈퍼셀은 근무시간이나 휴가 회수를 추적하지 않는다. 병가를 냈을 때 그 증거로 처방전을 제출하는 등의 절차도 없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특히 CEO라 할지라도 회사 행사에 참여할 때 직원들과 같은 수준의 숙소에 머무르고, 같은 방법으로 이동한다.
그는 이와 관련해 성과급 분배 방식에 대한 일화를 소개했다. 사내의 일반 사원이 CEO에게 찾아가 성과급 분배 방식에 대한 불만을 직접 토로했고, CEO는 CFO와의 회의를 거쳐 바로 그 다음주에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김 아티스트는 "개인적으로 매우 인상적인 일이었다. 성과급 지급 방식까지 한 직원의 목소리에 의해 바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당시 생각을 전했다.
김 아티스트는 이러한 일화들이 모여 '우리는 평등하다'는 생각을 들게 하고, 동등한 구성이라고 생각할 때 비로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강조했다. 아랫사람, 윗사람을 가리며 회의할 때만 평등하자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슈퍼셀은 입사 초기 아무도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지 않는다. 모든 것을 개인이 스스로 결정하고 진행해야 한다. 이러한 독립성은 사람에 따라 고통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김 아티스트는 "이러한 독립성이야 말로, 슈퍼셀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소다. 회사 차원에서는 관리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때문에 슈퍼셀은 소규모 조직으로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슈퍼셀의 기업 문화, 실패 앞둔 '브롤스타즈'를 다시 일으키다
이러한 슈퍼셀의 문화는 실패할 뻔했던 '브롤스타즈'의 성공을 가져왔다. 김 아티스트는 "슈퍼셀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누구든 아이디어를 낼 수 있고, 개발 과정에서 그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다. 팀을 전적으로 믿고 모든 과정을 맡기며, 개발이 진척되어 플레이 방법이 정립되면 사내 테스트와 베타 테스트를 거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이름도 알려지지 못한 채 사라진 게임들이 수도 없이 많다"고 설명했다.
슈퍼셀의 '스매시랜드'는 '브롤스타즈'의 초기와는 완전히 반대의 행보를 걷고 있었다. 리텐션과 수익이 높았고, 개발팀의 의지도 강력했다. 하지만 '스매시랜드' 팀원들은 곧 출시될 '클래시 로얄'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 하에,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끝내는 것 모두가 팀에게 달려있고, 여기에 그 누구도 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브롤스타즈'는 테스트 초기 유저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수 차례 게임의 코어 시스템을 바꾸고 인터페이스와 조작 방식까지 바꿔가며 노력했지만, 그 결과는 긍정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악재가 계속되었음에도 '브롤스타즈'는 슈퍼셀 특유의 기업 문화 덕분에 버텨낼 수 있었다.
김 아티스트는 "사실 '브롤스타즈'는 소규모 조직인 슈퍼셀이 감당하기 힘든 게임이었다. 콘텐츠가 무거웠고, 그동안 보여준 게임들과는 완전히 다른 장르와 그래픽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슈퍼셀은 '브롤스타즈'만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로 결정하고, 계속해서 개선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유저들의 평가는 당연히 좋지 않았다. 많은 시도를 했지만 그 어떤 것도 유의미한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클래시 로얄'의 성적에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이에 슈퍼셀은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로 결정하고,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사전 예약 30일 만에 1,400만 명의 사전예약자를 모집했다. 이중 실제 플레이어로 전환된 비율은 60%로 상승세를 탔다.
슈퍼셀 특유의 '제도적 안전망'이 '브롤스타즈' 있게 한 원동력
김 아티스트는 실패의 위기 앞에서도 겁 없이 맞설 수 있었던 이유로 슈퍼셀 특유의 제도적 안전망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슈퍼셀의 채용 프로세스는 매우 길고 고통스럽다. 또한 인사관리 팀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개발팀에서 채용에 관여한다. 하지만 이러한 검증 시스템을 거쳐 슈퍼셀에 소속된 후에는, 최고 수준의 관리(케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팀원과의 마찰이 있거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계속해서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또 개발자들의 도전을 격려하는 문화도 슈퍼셀의 안전망 중 하나다. 실패를 축하하는 샴페인 파티를 열고, 실패한 프로젝트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찾아 내부에서 공유한다. 김 아티스트는 "실패 책임자를 찾아 징계를 내린다면 절대 이런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슈퍼셀은 성과 분배 또한 공정하게 구성해 모두가 회사 전체의 발전을 위할 수 있도록 했다. 매출이 잘 나오는 프로젝트의 팀이 모든 보상을 독차지한다면, 팀들은 새로운 도전을 하기 보다는 기존 기성 게임들을 배껴 만들거나 프로젝트에 숟가락을 얹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 아티스트는 "모두가 같은 비율의 성과급을 받게 되면 모든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회사 전체 매출을 올릴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다른 팀을 시기하거나 질투할 필요도 없고, 우리 팀을 원망할 이유도 없다"며 "적극적인 협동과 지식 공유가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지만, 물론 쉽지 않다. 슈퍼셀의 이러한 문화가 흔치 않기에, 오히려 더욱 조직을 사랑하고 문화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외국 기업의 문화가 무조건 옳은 것 아냐... 조직에 맞는 방식 필요해
강연의 끝에서 김 아티스트는 "북유럽의 기업 문화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이면 좋은 것은 아니다. 각 국가마다 사회적, 역사적 바탕을 갖고 있고, 이러한 기업 문화가 우리 기업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다. 서양의 것을 무조건 이상적인 것으로 맹신하면 안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슈퍼셀의 기업 문화 핵심인 자유, 평등, 독립은 참 듣기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과정을 거쳐 쌓은 그들의 가치다. 좋은 점은 받아들이되,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눈치는 보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서로 존중하고, 모두에게 동등하지만 예절은 지키고, 의존하지 않되 공동체 의식은 갖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또 김 아티스트는 "한국 게임업계도 찬란했던 시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도 그 시기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하는 방식과 업무 문화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다른 회사의 장점들을 흡수해 조직에 접목시킨다면, 침체를 이겨내고 도약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 |
| |
| |
| |
|
관련뉴스 |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