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그 모바일(절지구생)' 대신한 텐센트 '화평정영', '배그 모바일'과 무엇이 달라졌나

등록일 2019년05월17일 09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중국 현지에서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펍지 주식회사와 텐센트가 공동 개발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 버전 '절지구생: 자극전장'과 '절지구생: 전군출격'이 끝내 판호를 발급받지 못한 채 서비스를 종료한 것.

 

여기에 텐센트 측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 외형이나 시스템 측면에서 상당 부분 유사한 정식 판호 발급 게임 '화평정영'을 서비스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시장의 높은 문턱을 실감할 수 있기도 했다.

 

특히 텐센트의 신규 게임 '화평정영'이 공개된 뒤에는 중국 내부의 검열 규정을 준수하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에 이목이 집중되었다. 중국에서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를 발급받지 못할 경우 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에 중국이 요구하는 각종 규정을 준수해야한다.

 

또한 유혈 묘사를 전면 금지하거나 도박 게임에 대한 심사를 거부하는 등 판호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중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텐센트가 앞장서서 변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화평정영'은 기존의 '절지구생'과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게임포커스가 중국 현지에서 서비스 중인 '화평정영'을 살펴보았다.

 

* 관계자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는 별개의 게임으로, 펍지 주식회사 측과는 관련이 없다. 또한 텐센트와 펍지 주식회사는 글로벌 시장에서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서비스를 진행하며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당신의 배틀로얄, 군사훈련으로 대체되었다

 

출처 - 화평정영 공식 홈페이지
 

텐센트 측이 밝힌 '화평정영'의 장르명은 배틀로얄이 아닌 '군사 경쟁 훈련'이다. '화평정영' 공식 홈페이지의 게임 소개란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군사 경쟁 훈련' 게임이며 중국의 영공을 수호하는 'Blue Sky Warriors'에게 헌정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기존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각 플레이어들은 1위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화평정영'은 설정상 테러 진압을 위한 모의 전투 훈련으로, 플레이어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것은 일종의 시뮬레이션에 불과하다.

 

이처럼 텐센트가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는 배틀로얄 장르의 근본을 바꿔가면서까지 설정을 변경한 것은 배틀로얄 게임에 대한 중국 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 때문이다.

 

판호 발급을 담당하는 광전총국은 주관업계협회 산하 언론을 통해 “중국은 배틀로얄처럼 살육을 장려하고 단순히 다른 게이머를 죽이는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는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라며 배틀로얄 장르의 판호 허가가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맞게 다른 플레이어를 죽여야 승리하는 배틀로얄 장르의 기본적인 목표도 변경되었다. 기자가 플레이한 결과, 플레이어가 10등 이내로 진입하면 계속해서 게임을 할 것을 묻는 알림이 출력되었다. 계속해서 게임을 하는 것을 선택하면 좌측 상단에 조그맣게 '승리'라는 명패가 표시된다.

 

이는 1등을 해야만 '치킨'을 뜯을 수 있던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10위권 내에만 진입하면 게임에서 '승리'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서로 죽여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중국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불가피한 변화다.

 

떠난 자리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자, 유혈 묘사 및 시체 표현 삭제

 


 

'화평정영'이 공개되었을 때 가장 화제가 되었던 부분은 유혈 묘사 및 시체 표현의 삭제다.

 

일반적인 FPS 게임이나 '배틀그라운드' 등 배틀로얄 장르에서는 상대를 쓰러트리는 데서 오는 재미가 핵심인 만큼 유혈 묘사나 시체가 남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화평정영'에서 체력이 다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상자에 담은 뒤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모의 훈련인 만큼 실제로 사람이 죽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연출. 다른 플레이어를 처치했을 때 출력되는 문구도 '사망'이 아닌 '도태'라고 표현되어 있다.

 

총이나 주먹으로 상대를 때리면 피가 튀던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피격 효과는 격투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빛이 폭발하는 형태의 이펙트로 변경되었다.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자신이 공격이 상대에게 도달했는지를 판단하기는 좀더 쉬워졌다.

 

검열과는 크게 관련이 없지만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대표 시스템인 자기장에도 변화점이 생겼다. '화평정영'에서는 전투 구역에서 벗어날 경우 신호량이 줄어들게 되며, 신호량이 전부 소진될 경우 남은 체력과 관계없이 '도태'된다. 신호량은 체력 회복 아이템 대신 별도의 아이템을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데, 중국 당국의 검열보다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과의 차별화를 위한 선택인 것으로 보인다.

 

미군 수송기는 중국의 수송기로, 백분율 확률 표기는 그대로

 


 

이 밖에도 게임 내 묘사에서도 중국적인 요소들이 추가되었다. 특히 플레이어들을 전장으로 이동시키는 수송기도 중국 현지에 맞게 변경되었다.

 

출처 - 배틀그라운드 커뮤니티
 

기존에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사용되던 수송기는 미국 록히드 사의 'C-130 허큘리스'인 반면, '화평정영'의 수송기는 중국항공공항그룹의 '시안 Y-20 제트 수송기'다. 수송기에 앞서 출격하는 전투기는 중국의 스텔스기 'J-20'. 여기에 플레이어들이 집결하는 대기실에는 중국어로 쓰인 문구가 담긴 전광판들이 추가되는 등 보다 중국적인 요소들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부분이 바뀐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출처 - 화평정영 커뮤니티
 

'텐센트 안전 시스템 16+'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텐센트 측이 공지한 내용에 따르면, '화평정영'은 '텐센트 안전 시스템 16+'의 시범 게임으로, 만 16세 이상의 유저만 로그인할 수 있다. 처음 접속 시에도 실명 인증이 필요한 'WeChat'이나 'QQ'를 통해서만 로그인할 수 있어 미성년자의 게임 접속은 불가능한 상황. 최근 중국 정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게임 이용 시간이나 연령을 제한하는 등 건전한 게임 문화 조성을 강조하는 만큼, 텐센트 측이 앞장서 연령별 게임 이용을 규제하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판호 발급 규정이 공개되었을 당시 화제를 모았던 랜덤 박스의 확률 표기 방식은 반영되지 않았다. 중국 광전총국이 4월 20일 발표한 판호 발급 규정에 따르면, 확률을 표기할 경우 백분율이 아닌 시도 횟수에 따른 결과를 표시해야하지만 '화평정영'에서는 여전히 백분율로 랜덤박스의 확률을 표기하고 있다. 확률 표기 방식에 대해 국내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중국 측이 원하는 형태의 확률 표기를 파악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게임만의 이야기가 아닌 검열, 국내 게임에는 어떤 영향 미칠까

 



 

판호 발급을 위해 '화평정영'이 많은 부분을 변경하면서 중국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국내 게임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배틀로얄 장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중국 당국의 검열을 준수하기 위해 장르의 성격을 바꿔가면서까지 대대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점에서도 '화평정영'에 많은 관심이 모아진다.

 

당장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게임들이 준수해야할 규정은 다수의 플레이어가 무리를 지어 경쟁해서는 안된다는 항목이다.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MMORPG 장르 대부분이 플레이어들이 서로 길드를 구성하고 1등을 목표로 경쟁하는 진영간 대립이나 공성전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시장에서 판호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해당 콘텐츠를 제외하거나 대대적인 수정을 가할 필요가 있다.

 

4월 2일부로 해외 게임에 대한 외자 판호가 발급되면서 굳게 닫혀있던 중국 게임 시장의 문이 열렸지만, 보다 강화된 검열 규정 등으로 인해 여전히 국내 개발사들의 해외 진출 문턱은 오히려 높아지고 있다. 열린 듯 열리지 않은 중국 게임 시장의 향후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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