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시장은 이른바 3040과 '덕후'가 양분한 모양새다. 모바일 MMORPG와 소위 '2차원 게임'이라 불리는 서브컬처 장르의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을 대부분 점령하고 있다. 다만 미소녀가 등장한다고 전부 성공하는 것은 아닌 만큼 치열한 서브컬쳐 장르 게임의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덕심'을 공략하기 위한 저마다의 무기가 필요하다.
특히 서브컬쳐 게임 시장 초창기에는 온갖 대상들을 모티브로 삼은 미소녀가 등장하는 소위 '모에화' 게임들이 성행한 반면, 최근에는 미소녀라는 소재와 다양한 장르를 결합하려는 시도가 유행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차원 게임'의 본고장 중국 시장에서는 디펜스 장르가 인기인지 최근 '명일방주'와 '일령계획'이라는 두 게임이 미소녀와 디펜스 장르의 결합을 통해 유저들을 사로잡은 바 있다.
이 가운데 '일령계획'이 룽투코리아를 통해 먼저 한국 땅을 밟았다. 동일 장르 내에서는 선점효과가 유독 강력한 국내 게임 시장이기에 '일령계획'이 한발 앞서 나가는가 싶었지만 출시 초반 이런저런 구설수에 오르며 암초를 마주한 상황. 다행히 룽투코리아 측의 빠른 대응으로 초기의 논란은 어느정도 수그러든 모양새다.
화제작 '일령계획'을 플레이 해봤다. 일반적인 디펜스 게임 장르의 규칙을 조금씩 바꾼 게임성은 매력적이지만 '덕후'들을 자극할 만한 요소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다.
단순한 방어를 넘어 고도화된 전략을 요구한다
디펜스 게임 장르는 그 이름처럼 '방어'가 핵심이다. 여기에 몰려오는 적들로부터 목표 지점을 어떻게 방어하는지가 디펜스 장르의 재미를 다양하게 만들어주는 요소. '일령계획'은 기존의 다른 디펜스 게임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방어하는 재미를 추구하고 있다. 디펜스 게임의 탈을 쓴 가벼운 미소녀 게임일 것이란 생각과 달리 '일령계획'은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일령계획'의 가장 큰 차이점은 유닛의 영구적인 성장 및 강화다. 일반적인 타워 디펜스 게임에서는 각 유닛들이 1레벨부터 시작하고 웨이브를 클리어해가며 이를 강화해야하지만 '일령계획'에서는 스테이지 진입 전부터 유닛을 미리 강화해야 한다. 한 스테이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총 유닛의 수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가능한 최선의 전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강화나 한계돌파 등 RPG 감성이 더해져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고 성장시키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유닛의 배치도 전략적인 재미를 높여주는 요소다. 타워 디펜스 장르에서는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유닛을 배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령계획'은 유닛을 배치할 수 있는 위치가 제한되어있다. 여기에 유닛의 직업에 따라서도 배치할 수 있는 자리가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강한 유닛을 마구 배치해서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 없다. 마치 퍼즐을 풀듯이 지정된 위치에서 최적의 조건을 찾아나가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블록' 시스템도 '일령계획'만의 특징이다. 근접 계열 유닛들은 적의 진로를 막을 수 있는데, 직업에 따라 막을 수 있는 적의 숫자나 공격 범위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방어선을 구축하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특히 플레이어가 능동적으로 병목 구간을 만들고 화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점도 다른 디펜스 게임과 차별화되는 재미.
이 밖에도 특수한 적이 등장하는 스테이지나 보스전에서는 본격적으로 유닛을 배치하고 공략하는 재미가 있어 일러스트에 혹해 게임을 접한 플레이어도 금세 디펜스 게임으로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빈약한 사운드, 아쉬운 게임 그래픽… '덕심' 자극하기에는 부족하다
'2차원 게임'의 기본 소양인 일러스트의 퀄리티는 준수하지만 시장을 이끄는 '덕후'들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냐는 질문에는 확신하기 힘들다. 일러스트 자체는 매력적이지만 캐릭터에 생명을 불어넣는 스토리나 게임 내 시스템이 조금은 아쉽기 때문. 특히 게임 내 사운드가 상당히 빈약하다. 공격하거나 스킬을 사용할 때 캐릭터의 음성이 출력되지만 그 수가 적어 사운드가 비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러스트와 실제 게임 내 그래픽의 차이도 큰 편이다. 한번에 모든 전황을 파악해야하는 장르 특성상 캐릭터가 작은 크기로 그려져 있는데, 별도의 확대 기능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 스토리 상에서 캐릭터의 성격이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지만, 모바일 게임에서 스토리에 유의하는 유저가 드물다는 것 역시 약점. 추후 캐릭터 별 에피소드가 추가될 여지가 있지만 지금까지의 '일령계획'에서 일러스트를 제외하면 '덕심'을 자극할만한 요소는 조금 부족하다.
디펜스 게임으로서 높은 완성도, '덕후' 만족시킬 장치가 더 필요하다
'일령계획'의 가장 큰 매력은 디펜스 게임으로서의 높은 완성도다. 미리 유닛을 수집하고 성장시켜 최고의 전력을 투입하는 것은 물론, 적의 진로를 방해하는 '블록' 등 독특한 시스템을 통해 매 스테이지를 공략하는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높은 등급의 캐릭터가 무조건 강력한 것은 아니기에 조합이나 여력에 따라 낮은 등급의 유닛도 활약할 수 있다는 점도 칭찬할만한 부분이다.
다만 '덕심'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스토리 이외에는 캐릭터에 대한 추가적인 이야기가 없으며 음성도 타 게임과 비교하면 조금 빈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일러스트와 게임 내 그래픽 사이의 괴리감이 조금 있는 편이니 미리 플레이 전에 참고할 필요가 있겠다. 또한 최적화 상태가 좋지 않아 한번에 많은 적이 등장하거나 스킬을 사용할 때 프레임 드랍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이 부분도 빠르게 개선해야 한다.
이제 곧 미소녀 디펜스 게임의 후발주자 '명일방주'가 국내에 상륙한다. 이미 입소문을 타고 국내에서도 중국 버전을 즐기는 유저들도 많기에 향후 시장에서 '일령계획'과 '명일방주'의 경쟁이 예고된 상황. 초기의 잡음을 해결하고 '일령계획'이 보다 많은 유저들에게 사랑받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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