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학회장 "'게임이용장애' 질병 코드 등재, 만장일치 결정 놀라워"

등록일 2019년07월04일 16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 중독 문제에 대해 기존의 의학적인 접근이 아닌, 심리 사회적 모델을 적용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지 토론해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금일(4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게임 중독 문제의 다각적 해결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 바른비래당 이동섭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중독심리학회가 주관, 한국심리학회가 후원하여 개최됐다.

 

현장에는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을 비롯해 발제를 맡은 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학회장, 서울대학교 안우영 심리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최진영 교수, 한국심리학회 조현섭 학회장, 동명대학교 고영삼 교수, 한국문화 및 사회문제심리학회 이장주 이사, 아현산업정보학교 방승호 교장 등 다수의 정계, 학계 인사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부정적 가치판단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가치중립적인 용어 사용해야
먼저 패널 토론에 앞서 주제 발표가 이어졌다. 첫 번째 발제는 한국중독심리학회 신성만 학회장이 나서 '게임 이용 장애 진단명 과연 필요한가?: 행동 중독의 심리학적 이해'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신 학회장은 발제 서론에서 '행동 중독'과 '행위 중독'이라는 단어에 대해 정의했다. 그는 '행위 중독'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되는 이유로, 먼저 '행위'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상 부정적인 가치 판단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므로 학문적 영역에서는 가치 중립적인 '행동'이라는 용어를 써야 함이 옳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행위는 (보통 아주 좋거나 아주 나쁜) 행위, 또는 (어떤 목적이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 행위 등을 일컫는다. 행동은 인간의 행실, 품행, 태도, 심리적인 행동과 습성 등으로 정의된다. 말 그대로 '행위'라는 단어에 부정적인 뉘앙스가 숨어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찬가지로 중독이라는 단어는 학술적으로는 쓰지 않는다. 느낌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중독 현상 자체는 진단명이 없다고 하더라도 광범위하게 진단한다. 전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의 성 중독이 대표적인 예다"라며 "행동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의도와 책임 소재성을 강조하기 위해 '행위'라고 말을 붙인다. 이는 법적인 용어이고, 행정학에서도 행위 당사자에 대한 가치 판단이 이루어진다. '행위'에 부정적인 말을 붙이면 해당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나쁘게(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법적으로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었는지 따져 처벌하듯이, 행위를 일종의 '병'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가치 판단을 배제하고, 있는 그대로의 '행동'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러한 용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게임 장애, 게임 이용 장애, 게임 사용 장애, 게임 중독 등 모두 제각각인데, 선행 연구에서 통일된 용어 사용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은 곧 다양한 현상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즉, '게이밍(Gaming)'이라는 용어는 게임을 하는(동작하는) 주체로서의 성격이 들어가 있고, '게임(Game)'이라는 용어는 그 매개체의 속성이 강하며 도구의 속성을 갖기 때문에 '게임'이라는 용어만으로는 '게이밍(Gaming)'의 의미를 정확히 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그는 'Gaming disorder'는 국내에서 '게임 이용 장애'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제안했다.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한 논의 너무 빠르다… 낙인 효과 등 폐해 우려돼
한편, 신 학회장은 'ICD-11'의 게임 이용 장애 등재 과정에 참가한 19명 중 16명이 의학 분야 전문가인데, 이들이 많은 시간을 들여 집중적인 연구와 토론을 한 후 결정한 것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장일치라는 결과가 놀랍다. 일반적으로 학계에서 어떠한 결정을 할 때 절대 만장일치가 나올 수 없다. 누군가는 다른 관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정상이다. 어떤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무언가 다른 요인들이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한 신 학회장은 ICD에서 질병과 장애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정의(definitions) ▲임상적 기술(clinical descriptions) ▲진단 기준(diagnostic criteria) ▲인과 기제(causal mechanism) ▲기능적 속성들(functional properties) 등 다섯 가지가 마련되어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정의'에 대한 합의부터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인과 기제'에 대한 병인론(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 및 병리론(병의 진행 과정 및 생리적 변화에 대한 이론) 연구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병리나 병인을 알 수 없는 경우 '신드롬(증후군)'이라 부르며, 병인이나 병리 둘 중 적어도 어느 한 영역에서 근거가 충분히 쌓인다면 장애라 부를 수 있다. 병인과 병리에 대한 근거가 모두 충분할 때 '질병'이라 이름을 붙이게 된다. 하지만 신 학회장은 게임 이용 장애는 현재 병인 및 병리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질병 코드화를 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진단 시 예상되는 어려움과 문제점으로 진단 남용에 대한 위험성과 낙인으로 인한 폐해를 짚었다. 진단을 내릴 때 그 병이 지속되는지 여부가 매우 중요한데, 코카인과 같은 마약의 경우 사용 장애 진단을 받으면 해당자가 오래 코카인을 사용할 것으로 예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게임은 이에 대한 연구가 원활하지 않고, 또 현상이 평생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신 학회장은 "자발적으로 없어지는 것을 우리가 질병이라 진단 내릴 필요가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낙인을 찍을 필요가 있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진단 기준 자체가 적절하지 않고, 물질 중독 등의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확대 해석의 가능성도 높다. 진단명이 나올 단계가 아닐뿐더러, 진단명에 대한 근거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진단 남용과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한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행동 중독에 대한 부정적 영향력은 조현병과 같은 정신장애나 물질 중독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종양 제거 후 사회로 복귀하는 것과 같이 간단한 수술과는 완전히 결이 다르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는 이러한 편견이나 차별이 될 수 있는 부정적 낙인 효과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잉 의료화로 인한 폐해 있을 수 있어… 사회 및 심리학적 접근 필요
이와 함께 최근 '게임 이용 장애'와 관련된 화두 중 하나인 과잉 의료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그는 과잉 의료화의 문제점으로 의료적인 개입을 너무 보편화 시킨다는 점, 독점적 전문가 집단에게 사회가 의존하게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의존을 바탕으로 하여 문제 해결을 상품 및 서비스화 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신 학회장은 "카페인에 과하게 의존하는 것에 '중독'이란 이름을 붙이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실 때 일반인들에게 '내가 카페인 중독은 아닐까'라는 스트레스를 줄 필요가 없다. 물론 카페인 금단 증상이 있지만 진단명을 굳이 내려서 사람들의 목을 조르는 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익보다 폐해가 더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이미 국내에서도 이러한 '게임 이용 장애'에 대해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지역사회 심리 센터가 운영 중에 있지만, 명확한 진단명이 만들어지면 의료법에 의해 의료인이 아닌 사람들의 개입이 불가능하다. 의료인이 아닐 경우 법적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의 정신과 전문의 수도 부족한 상황이다. 중증 정신 장애인은 2019년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약 42만 명이지만, 국내 정신과 전문의 수는 2019년 통계청 집계 기준으로 3,584명밖에 되지 않는다. 합리적 방향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도한 게임 이용에 대한 대안으로 신 학회장은 우선 사회 문화적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게임 이용자들이 동아시아 특유의 사회 문화적 스트레스로 인한 부정적 정서를 감소하고자 게임을 이용한다고 분석되는 바, 게임이 아닌 건강한 사회의 프로세스 속에서 소속감과 자율감, 유능감, 목표 달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를 마무리하며 신 협회장은 "현재 연구 부족으로 인해 지금의 이해 수준으로는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등재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시기 상조다. '게임 중독자'를 돕는 데는 질병 코드화는 필요하지 않다. 질병 등재는 이익보다 문제점이 더 크기 때문이다"라며 "게임 중독과 관련된 약은 없다. 지금은 우울증이나 ADHD 약을 제공하는 상황인데, 매우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부모들과의 대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등을 만들어 검증해야 할 것이며, 게임과 관련된 이용 장애 문제는 병원이 아닌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한 개입이 전세계적 추세이므로 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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