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질병치료제이자 교육 교재, 그리고 미래... 한콘진 제5회 게임문화포럼 '게임&' 개최

등록일 2019년10월19일 13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김영준, 이하 한콘진)이 주최 및 주관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 한국게임학회(회장 위정현)가 후원하는 제5회 게임문화포럼 '게임&(그리고)'이 18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렸다.

 

5회차를 맞이한 게임문화포럼은 게임의 문화적 다양성과 잠재력을 전망 및 공유해보고, 이를 통해 게임 문화의 발전을 위한 정책을 논의하는 행사다.

 

이날 현장에는 게임 관련 학계, 업계, 일반인 등 총 200여 명이 참석했으며, '게임 & 의학', '게임 & 교육', '게임 & e스포츠' 등 '그리고(&)'를 주제로 게임과 관련이 높은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게임의 순기능과 적합하고 옳은 이용 방법에 대한 심도 깊은 발제 및 토론이 이어졌다.

 



 

게임도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이날 행사의 기조강연에는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이자 뉴냅스의 대표인 강동화 교수가 나섰다. 강동화 교수는 '게임 그리고(&) 의학: 게임, 치료제가 되다'라는 제목으로 '디지털 치료제' 시대에서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게임이 치료제로써 가지는 효능과 역할에 대해 조명했다.

 

강 교수는 본격적인 강연에 앞서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의사가 게임을 처방하는 세상이 머지 않아 올 것이라고 예상해본다"며 "뇌 과학적으로 봤을 때 사랑과 게임에 빠진 것은 똑같다. 무엇이든지 양면성이 있고, 긍정적인 면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칼은 위험한 흉기로 쓰일 수도 있지만, 유용한 요리 도구로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게임과 치료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징이 매우 닮아있다며, 게임이 '치료제'가 될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적으로 치료 효과를 검증해야 한다. 흔히 홍삼이나 녹양처럼 좋다고 소문이 난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효과가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치료 효과가 있는 게임이 아닌, 여러 형태를 갖고 있는 치료제 중 우연히 게임의 형식을 가진 치료제, 즉 '디지털치료제(Digital Therapeutics, DTx)'가 등장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디지털치료제는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하며, 소프트웨어로 구성되어야 한다. 더불어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Evidence)가 확실해야 한다는 조건이 따른다. 디지털치료제는 아직 개념이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형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치료제를 연구하고 있는 회사 'Akili'는 'EVO'라는 이름의 게임으로 ADHD 환아들의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임상실험을 마쳤으며, 미국 FDA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승인이 날 경우, 게임이 디지털 치료제로 인정받는 최초의 사례가 된다.

 

한편, 뉴냅스가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지각학습'이다. 지각학습이란 '생활의 달인'이나 한석봉의 어머니와 같이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지각이 향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특히 이러한 지각학습 중에서도 강 교수는 오감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뇌졸중 등 후천적 요인으로 뇌에 손상을 입어 발생하는 시야 장애는 전 세계적으로도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뇌를 다치는 것 만으로도 보는 것에 문제를 겪게 되는 것이다. 특히 뇌졸중 환자의 약 20%가 시야 장애를 겪는다는 것이 강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강 교수는 게임이 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하에 임상실험을 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임상실험에 참가한 환자 중 약 3년 6개월 만에 시야 장애를 완전히 회복한 사례도 있었다. 이 간단한 게임 형태의 디지털 치료제는 식약처에 확증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그는 "처음부터 디지털 치료제를 개발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 단지 그동안 해왔던 것들이 공교롭게도 디지털 치료제였던 것이다"라며 "확증 임상 시험을 통해 효과가 검증되면 디지털 치료제로 허가를 받게 된다. 시야 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배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미 있는 이정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게임과 교육의 만남, 초등학교에서 활용한 '게이미피케이션' 사례
다음으로는 주제 강연이 이어졌다. 송화초등학교 최은주 교사는 '게임 그리고(&) 교육: 수업, 게이미피케이션에서 길을 찾다'를 주제로, 실제 학교 수업에서 게임을 활용했던 사례를 공유하며 학생들의 높은 참여와 몰입을 이끌어내는 게임의 순기능에 대해 설명했다.

 



 

최은주 교사는 새우 과자를 활용한 수업과 '대체현실게임(ARG)' 과 유사한 형태의 역사 수업, 그리고 식물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탈출' 게임과의 접목 등 실제 교육 현장에서 쓰였던 다양한 사례를 소개했다.

 



 

최 교사는 강연을 통해 아이들이 지루해 하거나 어려워하고, 또 교사 입장에서도 한정된 시간 내에 다뤄야 하는 내용이 많은 역사 수업에 일종의 RPG 형태의 게임 요소를 접목한 사례에 대해 집중적으로 설명했다.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직접 그 시대 백성이 되어 살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삼국지' ARG는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는게 최 교사의 설명이다.

 



 

5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한 달 동안의 역사 수업에서 최 교사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고 '다이나믹'하며, 신라의 삼국 통일이라는 결말까지 존재하는 삼국시대를 선택해 게임 룰을 구성했다. 삼국의 건국과 발전 그리고 통일까지의 과정을 게임으로 몸소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교사는 게임 마스터로, 같은 색깔을 선택한 아이들을 하나의 국가로 정해준다. 이후 학생들은 '왕'과 '백성'이 되어 각종 학습 활동과 체육 활동 등을 통해 점수를 획득하고, 한반도의 백지도에 스티커를 붙여 영토를 확장하는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스티커가 쌓여 국경선이 닿으면 영토 분쟁이 시작되는데, 각 나라에 속한 학생들은 가위바위보 등 본인들이 자신있어 하는 미니 게임으로 겨루며 삼국시대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학습했다.

 



 

이후 역사적 사실을 반영한 초능력 피구 게임으로 통일 전쟁이 진행된다. 예를 들면 신라가 지리적으로 산맥을 끼고 있어 외세의 침략이 적었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경기 시작 후 2분 동안 백제, 고구려에 속한 학생들이 공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식이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학생들은 실제 삼국의 건립과 부흥, 그리고 역사 속에서의 한강 지역의 중요성과 전쟁 과정 등을 알아가게 된다.

 



 

최 교사는 "물론 소프트웨어나 기존 게임을 이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게임에서 중요시되는 시나리오, 스토리가 있었다"며 "교사는 아이들이 어떤 액션을 취할지 모르기 때문에, 다채로운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있어야 했다"고 전했다.

 

f(미래)스포츠로 나아가는 e스포츠
또 다른 주제 강연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스포츠레저학과 박성희 교수가 '게임 그리고(&) e스포츠: 게임을 넘어 미래 스포츠로'를 주제로, 게임이 e스포츠라는 문화산업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현재 상황과 미래 전망을 살펴봤다.

 



 

'스포츠'는 미국의 관점과 유럽의 관점이 다소 다르다. 기본적으로 신체 활동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은 경쟁과 룰을 중요하게 여기며 조직화된 단체와 심판의 존재도 따진다. 즉 미국은 경쟁적인 활동으로 스포츠를 정의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신체 활동을 통해 몸과 정신이 건강해지고,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는 일련의 활동을 스포츠로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e스포츠는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박 교수는 이에 대한 답으로 F1 레이싱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레이싱에서는 차량의 성능보다 드라이버의 기술이 훨씬 더 중요하다. 레이서가 조작하는 것은 핸들과 패달, 기어 정도로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신체 활동으로 인해 결과가 만들어지고, 룰을 기반으로 경쟁적인 활동이 이루어지므로 스포츠라 할 수 있다.

 

e스포츠 또한 이러한 레이싱과 유사하다. 박 교수는 '스타크래프트' 전 프로게이머인 임요환 선수의 마우스 클릭 반응 속도가 축구나 야구 등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 중에서도 높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클릭'이라는 신체 활동으로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므로 미국과 유럽이 정의하고 있는 스포츠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 교수는 '유튜브' 등 동영상 플랫폼의 보급 및 발달로 인해 위기를 맞이한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 IOC)의 방향성에 대해 언급하며,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IOC는 원칙에서 실리로, 성공에서 생존으로 목표를 수정했다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MTB, BMX, 3대3 농구, 스케이트 보드, 서핑, 브레이크 댄스 등 젊은이들의 취미로만 여겨졌던 익스트림 스포츠가 올림픽 정식 종목에 속속 추가되는 이유는 '유튜브'의 성장으로 인해 IOC의 최대 수익모델 중 하나인 TV 중계권의 가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스케이트 보드와 같이 극소수의 청년들이 즐기던 스포츠 활동이 대회를 통해 성장하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현상이 마치 e스포츠의 태동과 닮아 있다며, e스포츠 또한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박 교수는 정통 스포츠와 연결되는 가치가 e스포츠의 가치와 닮아 있음을 설명하며, e스포츠가 단순히 게임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f(미래)스포츠로 나아갈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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