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Z세대 42% 국산게임 "부정적", '기회의 평등' 중요... 미래 신흥 소비자 Z세대에게 묻다

게임포커스-이동건 게임연구소 '대한민국 청소년 게임 인식 실태 조사'

등록일 2020년01월16일 15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Z세대. 1995년 이후 태어난 세대인 이들의 특징은 '디지털 원주민(네이티브)'이다.

 

아날로그 시대에 태어나 이후에 디지털 콘텐츠를 접한 '디지털 이주민'과 달리,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콘텐츠를 접하면서 성장한 Z세대들은 기성세대와는 생각과 행동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에 분야를 불문하고 각 시장에서는 미래의 핵심 소비자가 될 Z세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상황.

 

게임업계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매출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3040 게이머들이 VIP로 불리지만, 향후 시장에서 세대 교체가 일어난 뒤에는 지금의 Z세대들이 게임 시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전체 소비 인구의 12%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Z세대. 미래 게임업계의 핵심 소비자 층이 될 그들은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게임포커스가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용 게임을 개발하고 관련 연구를 제공하는 이동건 게임연구소가 진행 중인 '대한민국 청소년 게임 인식 실태 조사'에 참여했다. 2019년 11월부터 12월 13일까지 약 한달 간 중학생 20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기자는 미래 게임 시장의 핵심 소비자 층이 될 Z세대들이 국산 및 해외 게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있는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Z세대 51% "국산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 '기회의 평등' 해치는 과도한 BM이 이유

 



 

이번 조사의 가장 핵심적인 질문은 "Z세대가 국산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젊은 게이머들이 주로 모여있는 커뮤니티에서는 매일 양산형 게임의 범람과 과도한 BM 설계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데, 이것이 실제 게이머들의 인식으로 이어지는지가 궁금했기 때문. 결과는 기대에 비하면 조금 나은 수치이지만, 세부 응답을 살펴보면 국내 게임업계가 충분히 주의를 기울일 만했다.

 


 

"국산 게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42%가 "부정적이다"라고, 44%가 "긍정적이다"라고 응답했다. 긍정과 부정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하는 수치로, 게임을 즐기는 중학생 중 절반에 조금 못미치는 정도가 국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셈.

 

흥미로운 점은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저마다 제각각이지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통일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세부 질의 결과,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 중 "단순히 게임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은 전체의 67%에 해당하며, 그 밖에도 "국산 게임에 대한 막연한 호감(16%)"와 "그래픽과 일러스트가 화려하다(5%)"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국산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응답자 중 69%가 "과도한 BM 설계"를 이유로 꼽은 것. 이 밖에도 "장르 획일화 등 게임성의 부족(28%)"와 "선정적이고 폭력적이다(3%)"라는 답변이 이어졌다.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가 다양했던 것과 달리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에는 "과도한 BM 설계"가 자리하고 있는 것.

 

"과도한 BM 설계"는 분명 Z세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의 게이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불만이다. 확률을 이겨내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었을 때의 희열은 타 상품에 비해 큰 편이지만, 최근에는 확률이 턱없이 낮거나 확률형 아이템 없이는 게임을 정상적으로 플레이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 해외에서는 확률 일변도의 상품 판매에서 탈피해 게이머가 투자한 금액 대비 만족을 보장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연구하고 있지만, 게임 산업이 발달한 국내에서는 여전히 BM이 정체되어 있는 상황이다.

 

특히 Z세대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BM이 무엇인지에 대해 업계 차원에서 긴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히 게임 상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것이 주된 불만이 아니라, 소위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이동건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게임 내 자산가치의 변동폭과 BM과 게임성의 상관관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부분유료화 모델을 채택하고 있지만 '클래시 로얄'이나 '브롤스타즈' 등 Z세대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게임 대부분은 플레이어의 순발력이나 시스템 이해도,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승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국내에서 출시되는 대부분의 게임들은 과금이 승패에 미치는 영향이 큰 소위 'Pay to Win'의 과금 모델을 채택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이용자가 현금을 주고 구매한 아이템 또는 캐릭터의 가치가 유지되는가 또한 Z세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많은 시간과 노력, 돈을 투자해 얻은 보상이 신규 업데이트로 인해 저평가되는 등의 가치 하락이 발생하면 Z세대들은 결국 불만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것. 이동건 소장은 "Z세대들은 무조건 과금요소가 많다는 이유로 게임을 비판하지 않는다"라며 "경제력이 부족한 Z세대의 입장에서는 투자 대비 보상이 게임을 그만둘 때까지 유지되는지가 중요한 판단 요소기 때문에 돈을 많이 쓴 사람은 절대 이길 수가 없다는 좌절감과 패배감을 안겨주는 게임을 선호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무과금' 혹은 '소과금' 유저들에게도 좋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는가 또한 Z세대들이 BM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게임개발자연대의 김환민 사무국장은 세대들이 국산 게임의 BM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것은 '기회의 평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적은 금액을 게임에 투자하는 소위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들도 특정 캐릭터 또는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어야 Z세대들이 게임 내에서 '기회의 평등'을 느낀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일례로 카카오게임즈가 국내에 서비스 중인 모바일 RPG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는 타 게임과 마찬가지로 확률형 상품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게임 내에서 무료로 지급하는 재화가 충분한 것은 물론 '천장(특정 횟수까지 도달할 경우 확정적으로 해당 상품을 제공하는 것)'이 마련되어 있어 '무과금'이나 '소과금' 유저들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얻을 수 있다.

 

반면, 모바일 MMORPG를 중심으로 한 국내 게임 대부분은 확률형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원의 배포가 한정적인 것은 물론 과금 없이는 성장의 정체 구간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이 드문 편. "나도 좋은 캐릭터를 얻거나 시간을 투자해 강해질 수 있는가"가 Z세대가 생각하는 '좋은 BM'과 '나쁜 BM'의 차이점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환민 사무국장은 "Z세대들이 '셧다운제'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성인 유저에 비해 아이템을 파밍하거나 몬스터를 사냥할 시간이 적기 때문일 정도로 이들은 '기회의 평등'에 민감한 편"이라며 "단순히 확률형 상품이 나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Z세대가 생각하는 평등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게임 긍정 답변은 72%, 국산 게임의 장르 다변화 필요하다

 


 

국산 게임에 대한 Z세대의 반응이 반으로 나뉜 반면, 해외 게임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응답이 이어졌다. 전체 응답자 중 72%(복수응답 포함)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해외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답한 것.

 

특히 해외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를 묻는 세부 질문에서는 국산 게임이 가진 취약점이 드러났다. 해외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응답자 중 38%가 "작품성과 소재의 다양성"을 이유로 꼽은 것.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응답한 이유 중에서는 작품성에 대한 언급이나 소재의 다양성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던 것과 비교하면 극명한 온도차를 느낄 수 있다.

 

이는 결국 중세 판타지 풍의 MMORPG 장르에 편중된 국내 게임 시장의 흐름에 Z세대가 진부함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같은 MMORPG에서도 시스템이나 소재 면에서 다양한 시도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게임 시장의 핵심 타깃 층인 3040 게이머들이 선호하는 중세 판타지 풍의 세계관이나 진영 간의 대립 콘텐츠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과거 유행했던 PC 온라인 게임 IP를 모바일로 이식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IP에 대한 인지도가 없는 Z세대가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도 조사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내 게임 시장에서 독특한 장르나 게임성을 시도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타 국가에 비해 게임 시장의 크기가 작은 국내에서는 시장성이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작품을 꺼릴 수 밖에 없다는 것. 시장의 주류로부터 독립한 인디게임들이 게임의 다양성을 더해줄 것이라는 기대도 모아졌지만, 대형 게임사에 비해 자본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 개발사의 입장에서도 모험보다는 안전한 길을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내 게임 시장의 현실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출시되는 게임들이 많아지면서 개발뿐만 아니라 홍보에도 많은 금액이 투입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시장의 크기가 작은 국내에서 개발에 투입된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모험보다는 검증된 장르와 안전한 BM을 추구하는 경향이 굳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해외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답변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해외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응답자 중 35%가 "언어의 장벽"을 꼽은 것. 최근에는 게임 시장의 장벽이 낮아지면서 해외의 게임사가 국내 퍼블리셔를 거치지 않고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지만, 여전히 Z세대들에게는 언어의 장벽이 주된 불만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선정성이나 게임 시스템의 복잡함, 허위 및 선정적인 광고 등도 해외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의 원인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국가 간 장벽이 낮아지면서 중국을 비롯한 해외의 게임사들이 직접 게임을 서비스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번역기를 사용한 듯한 완성도 낮은 현지화와 국내 유저들의 성향에 맞지 않는 운영 정책 등을 통해 문제가 생기는 일도 많다. 여기에 중국산 모바일 게임을 중심으로 타 게임사의 이미지를 도용하거나 게임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이미지로 관심을 끄는 질 낮은 광고들이 범람하는 것 역시 Z세대들이 생각하는 해외 게임의 문제점. 2020년에도 외산 게임의 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Z세대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좀더 면밀한 현지화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상 시청의 목적은 간접경험보다는 정보 습득, 신뢰도 역시 높아

 


 

한편, Z세대는 텍스트보다는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인기 영상 공유 플랫폼인 유튜브는 이제 10대 사이에서 네이버와 구글 등을 제치고 검색 엔진의 역할까지 대신하는 상황. 여기에 최근에는 게임을 직접 하지 않고도 영상 콘텐츠로 간접 경험을 즐기는 소위 '보는 게임'이 유행하는 등 Z세대에게 영상 콘텐츠는 일상생활에서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 되었다.

 

그러나 본 조사 결과에서 Z세대는 여전히 간접 경험보다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게임을 즐기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46%가 PC를, 28%의 응답자가 스마트폰이라고 응답한 반면, 유튜브나 영상 콘텐츠를 통한 간접 경험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영상 콘텐츠를 통한 '보는 게임'이 아직 게임을 직접 경험하는 영역을 뛰어넘지는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건 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Z세대들이 간접적으로 게임을 경험하기보다는 자신이 즐기고있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게임 관련 영상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게임 관련 영상을 시청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41%의 응답자가 "재미있어서"를 꼽았으며, 24%의 응답자가 "게임 관련 정보를 알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미있다"라는 응답과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라는 응답이 사실상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

 

이동건 소장은 "청소년들이 주로 시청하는 게임 관련 영상은 단순히 플레이 장면을 녹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정보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라며 "브롤스타즈나 리그 오브 레전드 등의 인기 게임을 플레이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활용할 수 있는지를 전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트롤 캐릭터로 게임을 캐리하는 영상도 Z세대에게는 나름대로의 정보를 담고 있는 영상으로 받아들여진다"라고 말했다.

 


 

기존의 게임 관련 미디어에서 경각심을 가질 만한 조사 결과도 나왔다. "게임에 대한 정보를 가장 신뢰하는 곳"을 묻는 질문에 대해 63%의 응답자가 '유튜브'를 꼽은 것. 이동건 소장은 평소에도 유튜브를 통해 게임에 대한 정보를 주로 접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유튜버 등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도 역시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Z세대가 선호하는 정보는 기존의 미디어에서 다루기 어려운 게임에 대한 심층적인 공략이나 흥미 위주의 영상인 만큼, 2020년에도 게임업계에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한 인플루언서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협력보다는 경쟁이 익숙한 Z세대, 마인크래프트에서도 경쟁 찾는다

 



 

한편, 선호하는 게임 장르에서는 협력보다는 경쟁에 익숙한 Z세대의 특성이 그대로 반영되었다. "가장 선호하는 게임 플레이 방식"을 묻는 질문에 대해 57%의 응답자가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의 경쟁형 게임이라고 답한 것. 싱글 플레이 게임은 26%로 뒤를 이었으며, 특히 레이드 콘텐츠 등의 협력형 게임을 선호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4%에 불과해 경쟁에 익숙한 Z세대의 성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동건 게임연구소의 이동건 소장은 최근 청소년들을 둘러싼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경쟁형 게임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기존에는 축구나 농구 등의 다양한 스포츠를 접하면서 경쟁을 즐길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런 채널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게임으로 경쟁 요소가 일원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 협력보다는 서열을 통한 줄 세우기에 집중하는 국내의 교육 풍토 역시 Z세대들이 협력보다는 경쟁에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Z세대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마인크래프트'의 선호 콘텐츠를 보면 이런 차이가 더욱 두드러진다. 유튜브를 기준으로 '마인크래프트'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콘텐츠 대부분이 PvP, 달리기 등의 경쟁형 콘텐츠인 것. '마인크래프트'가 다른 플레이어와 협력해 건축물을 짓거나 생존하는 것을 중심 콘텐츠로 내세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Z세대의 특징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특히 경쟁을 목적으로 게임을 즐기면서 언어폭력 역시 더욱 빈번해진 것으로 보인다. 전체 응답자 중 59%가 게임을 1시간 동안 즐기면서 6회 이하의 언어폭력을 겪었으며 6회 이상의 언어폭력을 겪은 이용자도 전체의 27%에 해당한다. 최근 Z세대가 선호하는 '리그 오브 레전드'나 '배틀그라운드' 등의 게임을 한번 즐기는데 30분 가량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거의 매 게임마다 언어폭력을 겪는 셈.

 

방송통신위원회 '2018년 사이버폭력 실태조사'
 

이동건 소장은 과거에 비해 게임의 휘발성이 강해지고 경쟁적인 분위기가 조성된 점이 언어폭력의 증가와도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PC 온라인 게임 초창기 협력 위주의 MMORPG에서는 소수의 이용자들이 서로 교류하는 일이 빈번했던 만큼, 타인을 비방하거나 욕설을 사용하면 커뮤니티에서 배제되는 일이 빈번했다. 반면,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 하루에도 수십 명의 이용자가 교류하는 경쟁형 게임에서는 언어폭력을 행사하는 것에 대한 위험부담이 덜한 것.

 

이동건 소장은 "게임 시장 초창기부터 게임을 접했던 성인 이용자 층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온라인 상에서의 에티켓을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익명성이 강하고 휘발성이 높은 게임부터 접하기 시작해 언어폭력을 보다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라며 "기존에 욕설을 사용하던 청소년은 물론, 그렇지 않던 청소년들도 자연스럽게 경쟁적인 게임을 접하면서 언어폭력에 노출되고 또다른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래의 게임시장 소비자 Z세대, 국내 게임 산업의 고민 필요하다



 

조사 결과 Z세대들은 국산 게임에 대해 긍정과 부정이 섞인 중립적인 모습을 보인 반면, 해외 게임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특히 국산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과도한 BM'과 '획일화된 게임성'으로 모아져 모바일 MMORPG 장르와 'Pay to Win' 구조의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국내 게임사들도 변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Z세대들이 영상 콘텐츠를 통해 게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소위 '보는 게임'보다는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고 게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콘텐츠를 시청한다는 응답 결과도 나와 향후 정보 전달을 중심으로 한 동영상 게임 콘텐츠가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정보를 자주 접하는 영상 콘텐츠 및 인플루언서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기존의 게임 관련 미디어들 역시 Z세대로부터 신뢰를 얻을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에는 경쟁을 추구하는 게임이 주류를 이루면서 Z세대가 게임 상에서 언어폭력에 노출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 짧은 시간 동안 휘발성이 강하고 경쟁적인 관계를 주로 경험하는 Z세대가 게임 상에서 언어폭력의 피해자가 되고 다시 가해자가 되는 구조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각 게임사들 역시 단편적인 차단이나 이용 정지 등의 사후 대책 이외에도 언어폭력에 대한 예방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동건 소장은 "중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게임성과 BM의 균형 사이의 중요성에 대해 느꼈다"라며 "새로운 경험에 대한 Z세대의 욕구는 외국 게임들의 다양한 시도에 지지를 보내고 양산형 국산 게임들에 대해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습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국산 게임을 좋아하냐는 질문에 단순히 한국에서 만든 게임이라고 외치는 Z세대들의 표정을 볼 수 있다"라며 "우문에 현답을 해준 어린 게이머들에게 어떤 게임을 안겨주어야 할지 많은 이들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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