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직접 채집한 돌부터 모션 캡처 액터들의 땀방울까지... 펄어비스 사옥에서 만난 독자 기술을 향한 집념

등록일 2026년02월25일 10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과천 지식정보타운에는 펄어비스의 신사옥 ‘홈 원(Home One)’이 들어서 있다. 펄어비스는 2022년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 기지를 꿈꾸며 이곳에 입주했다.

 

펄어비스의 '홈 원'은 설계 단계부터 게임 개발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개발자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했고, 이를 기반으로 '붉은사막'과 같은 게임은 물론 자사의 경쟁력의 원천인 자체 개발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까지 개발해 오고 있다.

 



 

24일 오전, 웅장한 자태로 서있는 펄어비스의 사옥 '홈 원'을 찾았다. '붉은사막'의 패키지 구성품이 전시된 공간을 포함해 깔끔하게 구성돼 있는 로비를 지나 실제로 개발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살펴보니 단순한 사무 공간을 넘어선 이색적인 모습이 펼쳐졌다. 게임 개발 기지라는 표현이 피부에 와닿는 한편, 이곳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적 집념과 의지도 함께 느껴졌다.

 











 

메가 스캔 데이터도 부족... 지자체 협조 구해 실제 돌 채취 후 스캔해 활용
개발 현장 투어의 첫 장소인 3D 스캔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셀 수 없이 많은 카메라가 정교하게 배열된 거대한 부스가 일행을 반겼다. 특히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고품질 기성 데이터인 '메가 스캔'에 대한 이야기였다.

 

펄어비스는 국내 게임사 중에서도 드물게 3D 스캔 스튜디오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 갑옷, 무기 등을 200대 가까운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해 정확하고 빠르게 데이터화하여 실제와 가까운 모습을 게임에 담아내기 위함이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메가 스캔 데이터를 가져와 게임에 적용해 봤지만 생각만큼 퀄리티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원하는 일정 이상의 수준과 특유의 느낌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여러 차례의 시행착오 끝에 내려진 결론은 '개발진이 원하는 것은 직접 찾아서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고.

 

이러한 퀄리티에 대한 집념과 목표는 곧장 실행으로 옮겨졌다. ‘붉은사막’ 속 파이웰 대륙의 돌을 높은 퀄리티로 표현하기 위해 안산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실제 돌들을 채집하고 촬영할 정도로 퀄리티에 타협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펄어비스 사운드의 핵심은 '기성품 거부', 엔진과의 완벽한 연동으로 '디테일' 잡았다
다음 장소인 오디오실로 이동하자 다소 생경한 풍경이 펼쳐졌다. 흙과 돌 외에도 세탁기 호스, 낡은 배전함 같은 일상적인 사물들이 놓여 있었다. 이는 상업 영화 제작에 쓰이는 '폴리(Foley)' 기술을 게임에 도입하기 위해 마련된 폴리 사운드 스튜디오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사물들을 활용해 게임의 상황에 어울리는 소리들이 만들어진다.

 

현장에서는 세탁기 호스와 배전함을 활용해 '기계용'의 움직임에서 나오는 소리를 구현하는 것이 시연됐다. 최초 녹음된 소리에 약간의 믹싱을 더해 게임 내 '기계용'이 날아다닐때 나는 금속 소리를 구현한 것이었다. 이외에도 갑옷이 부딪히는 쇳소리 조차도 기존에 존재하는 소스가 아니라 실제 갑옷을 입고 움직이며 녹음했다는 설명이다. 또 성우 녹음실과 모니터링 실도 존재해, 음성으로 게임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었다.

 








 

펄어비스 사운드의 핵심은 '기성품 거부'에 있었다. 상용 사운드 에셋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그대로 쓰는 법은 없다. 에셋에 독자적인 변화를 주어 가공하거나 아예 무(無)에서 유(에셋)를 창조하듯 사운드를 직접 만들어 게임의 분위기에 완벽히 녹여내는 것이다.

 

이러한 완벽주의는 자체 엔진인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구현된다. 예측 불가능한 오픈월드의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수많은 소리들이 엔진과 함께 연동되어 있으며, 전투 상황에 따라 함성이 실시간으로 터져 나오거나 나무와 돌이 파괴될 때 그리고 바람의 강약 세기와 같이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소리를 엔진이 자동으로 출력하는 기술이 적용됐다고 한다.

 

특히 오디오실의 개발진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전투 사운드라는 설명이다. 펄어비스 류휘만 감독은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소리를 '깔끔하고 멋있는 소리'로 구현하는 표준 내지는 기준이 있는데, 우리는 그 기준과 달리 직접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며 "소위 말하는 '타격감'에 매우 많은 신경을 썼고, 업계 표준을 따르지 않는 우리만의 독자적인 접근을 시도했다"고 강조했다.

 

또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는 "이러한 디테일들이 게임의 재미를 직접적으로 결정짓는 요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런 작은 부분들조차 소홀히 생각하지 않고 정교하게 만들려 노력했다는 점을 봐주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밀 카메라 및 마커와 엔진의 실시간 연동… 찰나의 합을 위한 액터들의 숨은 노력
투어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압도적인 규모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였다. 펄어비스는 홈 원 내 3개실(약 180평) 규모의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홈 원 시설 외에도 펄어비스 아트센터를 설립하고 이곳에 모션 캡처 스튜디오를 구축했다. 아트센터는 9m 이상의 층고, 150대의 카메라, 300평 규모의 대공간으로 꾸며져 공간의 제약 없이 사실적인 모션 캡처 촬영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모션 캡처 장비와 블랙스페이스 엔진이 실시간으로 연동된다는 것이었다. 마커를 부착한 액터의 움직임은 오차 없이 엔진에 입력돼 게임 캐릭터의 동작으로 변환된다. 또 현장에는 인게임 카메라 역할을 하는 외부 카메라가 존재해, 액터와 개발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인물이 어떤 동작을 하는지를 게임 화면 그대로 모니터링하며 촬영할 수 있다. 덕분에 현장에서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져 액션의 완성도를 극대화 할 수 있게 된다.

 








 

스튜디오의 한쪽에는 액션의 리얼리티를 더해주는 각종 무기류부터 식기 도구까지 수많은 장비가 구비되어 있다. 이를 소화하는 액터진은 스턴트 배우, 댄서 등 액션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단 몇 초의 짧은 합을 위해서도 수많은 훈련을 거치며, 상호작용에서의 '사람다운 리얼리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펄어비스 모션 스튜디오 관계자는 "사람이 무의식중에 놀랄 때 나오는 미묘한 상호작용 등은 오직 사람만이 구현할 수 있는 '리얼리티'다"라며, 단 하나의 액션 장면에만 3일 이상 연습과 촬영을 한 사례도 소개했다.

 











 

개발력과 기술 최우선으로 삼는 펄어비스, 사옥에서 만난 독자 기술을 향한 집념
이날 개발 현장 투어를 하며 ‘홈 원’에서 확인한 것은 단순히 고가의 장비들이나 관성적이고 일반적인 게임 개발 환경이 아니었다. 사소한 것 하나조차 소홀히 여기지 않는 철두철미함과 개발진 및 현장 액터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펄어비스의 기술 독자 노선에 대한 집념이었다.

 

이러한 노력으로 빚어낸 펄어비스의 액션 어드벤처 신작, '붉은사막'의 출시가 눈앞에 다가왔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개발 현장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니 새삼스럽게 게임 개발에 많은 이들의 노력이 녹아 들어있음을 실감했다. '붉은사막'이 이러한 개발진의 집념과 노력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게임으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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