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진·여신전생 5', 단점 가릴만한 재미와 완성도 갖춘 또 하나의 웰메이드 JRPG

등록일 2021년12월01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최근 몇년 사이 일본게임, 특히 JRPG 수작이 쏟아져 JRPG 장르를 선호하는 게이머들을 즐겁게 해 주고 있다.

 

'스칼렛 넥서스' 같은 신규 IP도 눈에 띄었고, '페르소나5', '용과 같이7', '테일즈 오브 어라이즈' 같은 긴 역사를 가진 시리즈 최신작들도 진화된 모습을 보어주며 판매, 평가 양면에서 모두 좋은 모습을 보였다.

 

역시 긴 역사를 가진 '진·여신전생 시리즈 최신작 '진·여신전생 5'가 한국어화 출시되었기에 플레이해 봤다.

 

근래, 특히 한국에서는 '진·여신전생' 시리즈보다는 파생(?) 프랜차이즈 '페르소나' 시리즈가 많은 인기를 모으며 오히려 본가인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마이너해진 느낌이 있는데, 이건 한국에서만의 일은 아닐 것 같다.

 



 

기자는 플레이스테이션2로 '녹턴'까지는 플레이했지만 4편은 건너뛰었고, 리뷰어는 '페르소나' 시리즈만 쭉 플레이해 왔고 '진·여신전생' 시리즈는 이번 5편이 첫 경험이다. 최대한 사전 정보나 공략 없이 진행했다.

 

진행 난이도는 캐쥬얼을 골랐다. 게임이 꽤 올드/하드하다는 소문을 익히 들었기에, 고통받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시리즈에 입문하며, 퍼스트 임프레션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요소는 '전투 연출이 없다'는 부분이었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고 물리공격을 하면 크게 화면에 금이 간다거나, 상태이상에 걸렸을 때 표시를 해주는 정도는 들어있지만 연출만 봐서는 20년 정도의 세월을 거슬러올라가도 문제 없는 수준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설명이 부족하다. 리뷰어는 '페르소나' 시리즈를 플레이한 경험이 있어 약점, 크리티컬이나 전서 합체 등 코어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필요 없었지만 입문자 기준으로는 매우 복잡하게 느껴질 것 같다.

 

사실 이 게임, 튜토리얼도 없다. 튜토리얼 수준의 전투를 몇번 거치긴 하지만 자상하게 '이것과 이것을 눌러라!'고 하나하나 설명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초반에 느끼는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그래픽이다. 뿌연 화면과 요동치는 프레임. 물론 이것은 어느 정도 플랫폼의 한계니까 게임의 한계라고 보기에는 미묘하다. 일본 게임사들이 스위치에 안주하다가 10여년 전에 겪었던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잃어버린 X년'을 다시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초반부터 느껴지는 이 게임의 최대 난점, '길찾기가 복잡하다'는 점이 앞을 가로막는다. '제노블레이드 2' 수준, 아니 그 이상이다. 수직 구조만 잘 이해하고 샛길 위치만 정확하게 알면 생각보다 쉬운 '제노블레이드 2'에 비해 '진·여신전생 5'는 플레이어에게 고통을 주려는 의도인가 의심하게 만들 정도의 복잡함을 자랑한다.

 

분명 한번 가 본 샛길인데 다시 가려고 하니 진입로를 찾지 못해 10분간 우왕좌왕하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내가 문제인지 게임이 문제인지 고민하게 된다.

 

메인 퀘스트만 진행한다면 위에 적어둔 수준의 복잡함을 겪을 일이 별로 없지만 게임 특성 상 지도를 샅샅이 뒤져야 한다.

 


그리고 '매콤한' 스토리
'진·여신전생 5'의 스토리에서는 자유로운 영혼인 방계 '페르소나' 시리즈에 비해 본가는 조금 올드하면서 진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야기가 무겁다.

 



 

누군가 '매콤하다'고 평한 것을 보았는데 굉장히 공감했다. 스토리가 '매콤하다'. 페르소나의 화려한 학창 시절과 대비되는 직장인의 무거운 출근과도 같은 스토리. 물론 주인공은 학생이지만...

 

세가의 모 카무로쵸 탐험 게임처럼 메인 스토리가 맵더라도 서브 퀘스트는 유쾌한 게임도 있지만 '진·여신전생 5'는 서브 퀘스트도 매콤하다. 방심하지 말자.

 

단점들 있지만 재미있다

하지만 게임은 재미있다.

 

첫인상부터 스토리까지, 그래픽, 연출, 불친절함, 어두움, 길찾기 복잡함 등 단점을 나열한 것 같은데, 아무리 많은 단점을 갖고 있더라도 '게임이 재미있으면 OK입니다' 라고 한다면 이 게임은 강력 추천 타이틀로 변모한다.

 



 

스토리와 수집에서 재미를 느낀다면 세이프티 난이도로 설정해 엔딩까지 달려도 될 것이다. 세이프티 난이도로 엔딩만 본다면 플레이 타임은 20시간 이하, 10시간 언저리면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스토리 외에 악마를 모으고 필드를 탐색하러 나서면 실제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은 필드에서 점프하고 악마 합체 메뉴를 뒤적이며 보내게 될 것이다.

 

게임의 목표는 명확하다. '보스전을 클리어하는 것'으로, 그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 매번 비슷하지만 준비 과정이 재미있고 보람차서 '시간을 투자할 만 한가'라는 질문에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준비가 조금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어디까지나 낮은 난이도 한정일 것이다. 난이도가 올라가면 무리한 준비란 없다. 언제든 게임 오버 화면을 볼 수 있다.

 

레벨 차이에 기반한 계수가 강하게 걸려있기 때문에 압도적인 레벨 차이가 난다면 약점만 조심하면 어려울 것 없는 전투로 바뀐다. 조합과 준비(레벨링)에 재미를 느낀다면 이 게임은 '시간 먹는 하마'가 될 것이다.

 




 

시간을 한참 잡아먹는 대략적인 플레이 양상은 아래와 같다
1. 세이브를 해 두고 중간보스전에 돌입. 만리의 안경으로 정보를 본다. 빙결 약점에 혼란 약점, 물리/번개 공격을 쓴다고 확인


2. 로드 후 아군 라인업을 점검한다. 주인공에게 줄 물리 내성에 번개 내성이 붙은 허물을 확인. 악마 라인업을 점검한다


3. 벨페고르가 물리 내성에 번개 내성, 빙결 마법을 갖고 있다. 다만 조합하려면 주인공 레벨이 아직 1 모자라고, 재료로 쓸 포르네우스가 전서에서 소환하기에는 너무 비싸다


4. 포르네우스 위치를 정보에서 확인, 직접 조우해서 설득하기 위해 용혈을 이용 순간이동. 포르네우스를 찾아서 설득을 시도(x3)


5. 포르네우스를 잡으면서 주변 악마들을 쭉 토벌, 주인공 레벨을 올린 다음 귀환. 악마 합체로 벨페고르를 만드는 동안 레벨업을 포함한 스킬 배분을 고민하는데 5분 정도 투입


6. 벨페고르 외의 멤버도 확인. 고려 순서는 번개 약점이 없고 빙결 공격이 있는가 > 번개 약점이 있지만 빙결 공격도 있는가 순이다. 번개 약점이 있어도 소환하고 바로 회복을 쓰고 교체하면 되니 힐러도 챙겨둔다


7. 상점에서 물리/번개를 막는 아이템을 3개씩 꽉 채운다. 빙결 공격이 가능한 아이템도 10개 꽉 채워둔다


8. 카무이 특성에 아군 악마가 아이템을 쓸 수 있게 해 주는 기능이 열렸으니 필수로 개방해 준다. 게임 난이도가 확 바뀌는 좋은 특성이다. 하지만 개방하려니 미이츠가 조금 부족하다


9. 아까 봐 둔 건너편 건물 옥상의 미망을 찾으면 딱 맞을 것 같은데 올라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 최대한 높은 곳에 가서 내려다보면서 안 가본 샛길을 찾아본다


10. 이제 보스전에 들어가야 하는데 2시간쯤 준비한 것 같다. 보스전 끝내고 미뤄둔 강적도 잡아야 하고 아까 허물이 하나 중복되어 못먹었으니 다시 먹으러 가야 한다

 



 

잘 준비된 밸런싱과 편의성
길찾기가 불친절한 것과는 별개로 게임의 만듬새는 꽤 섬세하다. 레벨 기반으로 빡빡하게 짜 둔 밸런스, 용맥을 통한 순간이동/귀환 시스템, 적당히 귀찮은 악마 설득 시스템 등등.

 



 

물론 레벨 기반 밸런싱을 싫어하고 반복작업으로 레벨만 올리면 만사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평범한 플레이로는 개발사가 설정해 둔 레벨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꽤 반복작업이 필요한 게임이지만 허물 시스템으로 육성에 스트레스받는 일은 거의 없어졌다. 일단 악마 합체로 만들어 두고 입맛대로 쓰다가 필요하면 허물로 스킬을 싹 갈아엎으면 되는 식이다.

 



 

마카츠카를 격파할 때 마다 지도가 열리고 카무이가 개방되기 때문에 대략적인 진행 순서는 정해져 있다. 맵의 마카츠카를 격파하고 탐색해 레벨업 및 악마 설득, 그리고 악마합체. 준비를 해서 보스전에 도전하는 루틴의 반복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할까 고민되지만 크게 보면 일자진행으로 루틴 작업에 가까운 디자인이다.

 

허물 합체로 (전용기술을 제외하면) 육성 자유도가 최대한 보장되어 있으면서 적성 시스템이 악마 개개인의 개성을 표현해 주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주되 자유는 보장하는 시스템이었다.

 

총평
소문으로만 접한, 취향을 타는, 마이너한, 어두운, 매운, 어려운... 여러 수식어가 붙어 플레이 예정에 없던 게임인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수십시간 플레이하고 한동안 더 플레이할 것 같은 상황이 되었다. 수십시간 플레이했고 매력을 느껴 계속 플레이할 것이지만 여전히 이 게임에 대해 '왜 재미있는가'를 정확하게 설명할 방법은 찾지 못했다.

 

담백하게 보이는 대로 쓰자면 한 20년쯤 된 듯한 UI 테이스트에 '너 한대 나 한대' 식의 고리타분한 턴제에 연출은 단촐하고. 길찾기는 맵을 보는 것이 더 혼란스러운 수준인데다 자동전투는 오토 어택만 하는 수준으로, 한마디로 '올드'하다.

 



 

배경은 대략 '매드맥스' 느낌의 포스트 아포칼립스에 주인공이 부리는 마물들은 (일부 아이돌 스타를 제외하면) 흉칙한 외모에 목소리도 그저 악마 수준이고...

 

하지만 게임은 재미있고 리뷰어의 취향에 잘 맞았다. 게임이 왜 재미있는가? 왜 리뷰어의 취향에 잘 맞는가? 를 설명하려고 고심하다 나름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비유를 하나 생각해 냈다. 이 게임은 잘생긴 남자다.

 

잘생긴 남자에게 허름하고 추레한 옷을 입히면 어떻게 되는가? 얼굴을 보기 전까지는 다들 피할 것이다. 허나 얼굴을 보고 잘생김이 마음에 들어오면? 옷은 장식일 뿐이다.

 

여기서 잘생김이 어떤 잘생김인지가 중요하다. 소위 '남자답게' 로 묘사되는 선 굵은 전통적인 미남형. 즉 시리즈가 쭉 쌓아올린 턴제 전투와 악마 육성 시스템이 잘 짜여져 있다는 것이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에 다른 요소들은 아쉬워도 눈감아줄 수 있게 되는 것 같다.

 

거기에 더해 용맥, 허물 등 편의성은 최대한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육성에 스트레스가 별로 없다는 것이 스트레스를 줄여 아쉬움이 선을 넘지 않은 것 같다.

 



 

리뷰어의 취향에는 거의 90% 이상 부합하는 게임이라 굉장히 높은 평점을 주고 싶었다. 대략 95점 정도는 줘도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옥상에 올라가려고 길을 찾다가 매복한 악마에게 3번 인카운터 당한 후 점수를 85점으로 수정했다. 게임에는 점프가 있어야 하지만 길찾기에 점프를 고려해 맵을 디자인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게임 아닐까 싶다.

 

누구에게 추천할까
시리즈 전작이나 '페르소나' 시리즈를 재미있게 한 사람들에게는 (미리 주의점을 환기시켜 준 다음) 확실히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사빠진 부분 없이 잘 마감되어 있고 한국어화에 어색한 부분을 거의 찾지 못했다.

 



 

'진·여신전생' 시리즈나 '페르소나' 시리즈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사람에게는 조금 미묘할 것 같다. 구매 전 플레이 영상을 조금이라도 보고 고민해 보길 권한다. 턴제 전투는 그만큼 취향을 타는 시스템이다.

 

턴제 전투와 심볼 인카운터에 거부감이 없다면, 시리즈 입문작으로 딱일 것 같다.시리즈 입문은 역시 최신작이 최고다.

 



 

마지막으로, 대세를 따르자면 '아이돌 스타' 로 불릴 멤버는 '아르테미스-앨리스-이둔'일 것이다. 하지만 리뷰어는 '아르테미스-서큐버스-이둔'으로 갔다. 앨리스 대신 서큐버스를 쭉 기용했다는 점을 알아주시기 바라는 마음에 따로 적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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