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PG의 교과서 '택틱스 오우거: 리본', 시대가 지나도 퇴색되지 않는 완벽한 게임

등록일 2022년11월16일 14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긴 세월을 거쳐 부활한 '택틱스 오우거: 리본'을 플레이했다. 일세를 풍미한 '오우거 배틀 사가' 시리즈 중 하나로, '전설의 오우거 배틀'(1993)과 '오우거 배틀 64'(1999) 사이의 작품인 '택틱스 오우거'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리메이크라고 해도 슈퍼패미컴으로 나왔던 1995년 작품을 리메이크한 것은 아니며, PSP로 2010년 나왔던 '택틱스 오우거: 운명의 수레바퀴'(2010)를 리메이크(리-본) 한 타이틀이다.

 


 

그래픽, 사운드, UI, 배틀 디자인 모두 개선된 작품으로 원작과 PSP판을 절충해 유저 편의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스토리 전반은 원작 그대로 가져왔다. 합성이 무조건 성공한다거나 적이 루팅한 장비는 그 적을 쓰러뜨리면 회수 가능하다거나, 대부분의 맵을 편성 화면에서 정찰로 미리 볼 수 있는 등 슈퍼패미컴판의 기억만 가진 사람에게는 환골탈태한 게임으로 느껴질 것 같다.

 

'택틱스 오우거: 리본'을 플레이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 봤다.

 

리뷰 작성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첫인상, 2022년에 할 만한 게임인가 라는 본질적 질문에 대해
노장 게이머인 기자는 어린 시절 '택틱스 오우거'를 플레이했고, PSP판은 지금도 소장중이지만, 리뷰어는 '택틱스 오우거'를 플레이한 경험이 없이 '택틱스 오우거: 리본'을 접했다.

 

'오우거 배틀 64'는 몇번이고 플레이한 인생게임이지만 우연이 겹쳤는지, 아니면 운명의 수레바퀴 탓인지 '택틱스 오우거'와는 연이 없는 상태로 게임을 시작했다.

 

리뷰어처럼 원작 플레이 경험이 없는 게이머라면 가장 먼저 '게임이 '지금' 할만한가'와 '초심자가 할 수 있는 게임인가'를 궁금해할 것 같다. 게임의 스토리는 걸작으로 평가받는 원작과 똑같은 마스터피스이니 걱정할 것 없겠지만, 리메이크했다고 해도 게임이 전반적으로 지금 시대에 할만하게 완성되었는가를 먼저 따져봐야할 것 같다.

 


 

첫인상으로는 일신했다는 그래픽과 UI가 조금 미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그 시절-27년전 혹은 12년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 맞지만 2022년 기준으로는 조금 모자라다는 느낌이다.

 

유저 편의를 최대한 고려했다지만 당장 턴 종료는 왼쪽 방향키를 두번 누르고 방향을 지정하는 조작으로 이뤄지는데, 고전 게임에 익숙한 리뷰어도 처음에 30초 가량 헤매야 했다.

 


 

다만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첫인상의 영역으로, 최신 RPG의 그래픽이나 UI와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이고 만나기 쉽지 않게 된 SRPG 장르 내에서는 최상급이다. 게임을 즐기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으니 안심하자.

 

사운드는 평가할 말이 없다. 'Overture'가 흘러나오는 순간 평가를 포기했다. 10점 만점에 10점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必要韓地...

 

최고 혹은 악마의 전투 밸런스와 흡입력은 여전
이런 게임이라고 듣긴 했지만 배틀 디자인을 일신하면서 AI를 개선했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일단 '부상자 0명'으로 클리어 같은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나 싶은 수준으로, 다들 동의하는 시체술사도 명불허전이었지만 챕터 보스는 스킬 한번에 한명씩 아군을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린다.

 

유니온 시스템으로 레벨 제한이 있기 때문에 '레벨을 더 올려서 해결한다'는 답도 없다. 레벨은 레벨 제한이 상승하면 바로 연습장에 뛰어가서 연습으로 제한까지 꽉꽉 채워야 살아남을 수 있는 필수 조건이지, 더 쉽게 클리어하기 위해 레벨을 올리는 평범한 게임들과는 궤를 달리한다.

 


 

앞서 언급했듯 개선된 AI가 정말 악랄해서 '분명히 죽일 수 있는' 상황-각-이 보이면 조금씩 전제조건을 바꿔도 어떻게든 그 행동을 시도한다. 수레바퀴 시스템과 맞물려서 게임을 어렵게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버서커 보스가 체력이 반 정도 남은 아군 테이머에게 달려들어 필살기로 죽이는 것을 보고 수레바퀴를 돌려 테이머 앞을 다른 유닛으로 막아놨더니 스킬을 발동하고 달려와 대각선 공격으로 테이머를 죽이더라 같은 경험을 하며 요행이 아닌 계산이 필요한 게임임을 배워나가게 된다.

 


 

좋은 스토리와 잘 짜여진 어려운 밸런스가 어우러져 몰입감이 대단했다.

 

기능이 거의 열리지 않은 초반에는 조금 지루할 수 있으나 수레바퀴 시스템과 합성이 개방된 시점 쯤 되면 게임을 '꺼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게 된다.

 


 

전투가 종료되면 열린 스킬을 배치하고 새 직업으로 교체하고 주운 습득물을 팔아서 다음 장비를 맞춰주고, 다음 전투로 가서 전장 정찰을 한 뒤 마수를 확인하고 테이머 스킬을 바꾸고 드라군 스킬을 바꾸고 출전유닛을 딱 맞추고.

 

전투가 끝나면 정리를 한 다음 유니온 레벨이 오르면 자동전투로 멤버를 바꿔가며 레벨 캡까지 올려주고...

 

보통 중간에 지치는 타이밍이 생기는데 '재미없는 간단한 전투는 자동으로', '중요한(유닛이 사망 할 수 있는) 전투는 수레바퀴를 돌려가며' 로 스스로 템포 조절이 가능하다는것이 포인트이다.

 

자동전투 동안 일상생활 -식사, 설거지, 청소 등- 을 끝내고 집중해서 수동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저는 이 게임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상태인 초보자를 위한 팁
기본 시스템 자체는 간단한 가위바위보 상성의 전형적인 SRPG라서 어렵지 않다. 기사는 마법에 약하고 마법은 궁수에 약하고 궁수는 기사에게 약하니까 기사를 마법사로 때리고 마법사를 궁수로 때리고 궁수를 기사로 때리면 됩니다. 문제는 AI도 똑같이 한다는 것이죠.

 


 

스킬, 주문, 도구는 4개까지 미리미리 장비해 줘야 한다는 점만 주의하면 되는데, 자동전투 시 도구를 다 사용해버리니 잊지 말고 아이템을 해제했다 장비해야 한다.

 

로우, 뉴트럴, 카오스?? 신규 유저가 맞닥뜨리는 장벽이다. 도데체 어떤 근거로 카오스/로우가 정해지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정작 게임에서는 스토리 분기의 중심인데다 설득 커맨드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요소인데... 고민하지 말고 오래된 게임이니 검색을 활용하자.

 


 

기본적으로 이 게임은 편의적으로 구성되지 않은 공평한 게임이라는 것을 빨리 알아채야 한다. 적과 아군에게 치유와 공격이 다 가능하다.

 

왜 범위 힐을 했는데 적도 치유하죠? 잘못 눌렀는데 왜 확인없이 아군 뒤통수를 때리죠? 투사 마법이 왜 아군을 때리죠? 같은 의문을 갖지 말고 '이건 이런 게임'으로 빠르게 이해, 수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수레바퀴 시스템. 전투 중 중간 세이브가 없는(중단 컨티뉴 데이터는 존재한다) 대신 유닛의 턴을 정해진 횟수만큼 저장한다. 2010년 PSP 버전에서 나온 시스템이다.

 

게임을 쉽게 만들고 캐릭터를 잃는 아픔 없이 게임을 할 편리한 시스템일 것 같지만, 실제 사용해 보면 유닛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회피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 다른 세계선을 엿보았지만 정해진 죽음을 피할 수 없었... 다거나 대신 다른 유닛이 죽는 결과만 가져오는 잔혹한 시스템이라는 걸 금방 알게 될 것이다.

 

이 게임의 핵심요소이자 잔혹한 부분으로, 간단하게 스테이지를 재시작해서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는 것을 어떻게든 몸비틀기로 수레바퀴를 돌려가며 회피해 보려고 계속 시도하다보면 새벽이 밝아오곤 한다.

 

매우 주관적인 총평
먼저 말하자면 일단 2022년 GOTY는 '택틱스 오우거: 리본'이다. 아니라고? 귓가에 'Overture'이 들리지 않는단 말인가!

 

농담은 짧게 줄이고 진지하게 평가한다 해도 '택틱스 오우거: 리본'은 SRPG의 교과서적인 작품으로 꼭 해봐야 할 게임 리스트에 당연하게 등재되는 게임으로, 시대가 변했다 해도 퇴색되지 않는 강력 추천작이다.

 


 

스토리, RPG 요소, 전투 밸런스 무엇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완벽한 게임이다. SRPG라고 나오는 수많은 아류작들을 플레이해 봤을 것이다. 그들이 모두 '목표했던' 게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듯 이 게임이 모든 부분에서 최고라는 소리는 아니다. 다만 SRPG를 만드는 모두가 펼쳐보는 교과서는 이 게임일 것이다.

 

조작감이 조금 불편하다거나 대기 메뉴가 없다거나 하는 불평은 할 수 있지만 마스터피스는 원래 장인의 고집이 들어간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아무리 마스터피스 게임일지라도 수십년 지난 지금 와서 다시 일러스트만 적당히 손봐서 내는 행태에 대해 분노해 보려고도 했지만, 풀음성 지원이다. 성우 리스트만으로 게임 시작 부분이 늘어지는 수준인데, 목소리가 더해지니 캐릭터들이 새 생명을 얻은 듯한 생동감을 느낀다. 목소리가 생겨서 더더욱 '캐릭터 손실'에 민감해지는 효과도 있었지만...

 

목소리 추가만으로도 이미 버틸 수가 없는데, 여기에 공식 한글화까지 되었으니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사소한 단점들에 불평을 할 마음이 싹 사라져버린다.

 


 

리뷰어는 사심을 담아 93점을 매기려 한다. -5점은 DL 버전이 왜 7200원 더 비싼지 납득하지 못해서이고 -2점은 천 갑옷을 입고 돌진하는 카츄아 누나에 대한 원한이다. 이 원한을 빼면 게임은 그냥 100점이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3장씩 사면 '오우거 배틀 64'도 리메이크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3장 사려 한다. Person of Lordly Caliber...

 

'택틱스' 장르를 정립한, 정립하면서 완성해 버린 전설의 그 작품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으니 꼭 사서 플레이해 보도록 하자. 그 시절에나 재미있었지 지금은 고전게임에 불과하다고 오해하고 넘기지 말고 꼭 플레이하자.

 


 

마지막으로 어떤 플랫폼으로 플레이해야 할까에 대해. 최초 구매부터 게임 초반까지는 '어차피 그래픽은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휴대기기로 들고 다니면서 하면 좋지'라고 생각하고 스위치 쪽을 추천하려 했으나 게임을 어느정도 즐긴 뒤 생각이 바뀌었다.

 

플레이스테이션으로 연습 전투를 오토플레이로 돌리는 동안 스위치로 링피트를 하면 건강도 챙기면서 게임을 할 수 있으니까, 링피트와 세트로 건강을 위해 플레이스테이션 버전을 추천해야겠다. 한번 패드를 쥐면 아주 오래 잡고있어야 하니 스위치로 휴대해서 하더라도 프로콘을 꼭 휴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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