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인터뷰]'로도스도 전기' 미즈노 료를 만나다 - 1부

등록일 2014년08월06일 12시10분 트위터로 보내기


미즈노 료.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 판타지 소설 작가이자 우리 시대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 문학 작가로, 특히 검과 마법을 내세운 정통 판타지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그가 창조한 '로도스도(島)'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은 일본은 물론 한국의 크리에이터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끼쳤다.

 

미즈노는 대표작 '로도스도 전기' 후에도 '마법전사 리우이' 등 판타지 소설 집필을 계속해 왔지만, 장편 마법전사 리우이가 국내에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고 로도스도 전기의 후속작들도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국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국내에서는 한 동안 듣기 힘든 이름이었던 미즈노 료의 이름이 근래 들어 다시 판타지 팬들 사이에 회자가 되고 있다.


2013년, 들녘에서 로도스도 전기를 재출간해 팬들의 환영을 받은 데 이어 2014년에는 또 하나의 세계 창조에 도전하는 역작 '그랑크레스트 전기'가 국내 정식 발매(6월 15일)되었고 역작 로도스도 전기를 원작으로 개발된 온라인게임 '로도스도 전기 온라인(가칭)' 역시 2014년 여름 중 테스트를 시작할 예정이다.

 

게임포커스는 때가 무르익었다는 판단 하에 미즈노 료 작가에게 인터뷰를 신청했다. 일본 간사이의 코우베 시에 거주하고 있는 미즈노 작가 역시 흔쾌히 인터뷰를 수락했고, 소년 시절 로도스도 전기를 읽은 후 20여년 동안 그의 팬이었던 담당기자가 코우베를 찾게 되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판타지 거장 미즈노 료

 

(아래 내용은 미즈노 료와 기자가 주고받은 대화를 정리한 것으로, 원 대화 내용을 살리고 거장에 대한 존경심을 담아 경어체로 구성했습니다.)

 

TRPG, 로도스도 전기의 시작
게임포커스: 로도스도 전기가 미즈노 료 선생님과 게임 친구들이 모여 진행한 테이블 토크 RPG(TRPG)를 정리한 리플레이 연재에서 소설로 발전한 것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팬들 사이에서는 TRPG 진행 시 판 유저와 디드리트 유저가 실제로는 사이가 안 좋았다거나, 특정 플레이어 성별이 남자라는 등의 소문이 퍼져 있는데 당시 이야기를 좀 들려 주시기 바랍니다.
미즈노 료: 로도스도 전기가 TRPG 리플레이에서 시작해 소설로 나아간 것은 맞습니다. 28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콤프틱이라는 잡지에 연재한 던전앤드래곤(D&D)라는 RPG 시스템에 기반해 제가 구성한 오리지널 스토리의 TRPG 리플레이에서 기획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당시 플레이어는 전원이 남자였으므로 남녀간의 연애같은 것은 실제로는 처음부터 성립이 안 되는 거였죠. 소설에서처럼 판과 디드리트 유저가 알콩달콩 연애를 한다니, 어... 상상이 안되네요.(웃음)

 

당시 저희가 했던 플레이는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스타일로는 진행이 안 될 것 같네요.

 

당시 디드리트 플레이어는 굉장히 개성적인 플레이어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일종의 트랩성애자(웃음)로 트랩을 너무 좋아해서 트랩을 해제하고, 박살내는 것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그런 유저였습니다.

 

주인공 판으로 플레이 한 친구는 단순한 플레이를 선호하는 친구라 그야말로 '적이 보이면 달려가서 때린다!'는 알기 쉬운, 전형적인 전사 타입이라 이야기를 진행하기가 편했습니다. 저는 생각을 많이 해서 플레이하는 스타일이라 적이 보이면 무작정 달려드는 스타일은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지더군요.

 

게임포커스: 미즈노 선생님은 당시 게임마스터로 참여하셨었죠. 판이 실력있는 전사임에도 용병왕 카슈 등에게 번번이 패배하는 것을 두고 창조한 NPC를 편애해 지나치게 강하게 만들었던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웃음)
미즈노 료: 네. 제가 게임마스터였죠. 저는 애초에 마법사나 도적같은 비교적 특징적인 게임플레이가 가능한 직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판을 자주 패배하도록 한 것은 게임마스터로서 반칙을 한 건 아니었어요. 단순하게 강력한 적을 등장시켰고, 그 적과 싸워 이기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던 것 뿐이죠.

 

이게 RPG 시나리오로 좋았나 아니었나는 판단하기 조금 어렵습니다만 로도스도 전기에서는 스토리도 중요했으므로 화려한 전개를 위해 그렇게 진행한 것입니다. 확실히 플레이어들에게 가혹한 조건을 제공한 건 사실인 것 같네요. 회색의 마녀 카라같은 상대와는 제대로 싸울 수 없는 상황을 제시했었고 말이죠.

 

TRPG의 현재와 미래 예상
게임포커스: 당시 D&D는 시스템만 있고 세계가 없었습니다. 미즈노 선생님의 로도스도 전기는 D&D룰로 플레이하며 세계와 스토리를 붙인 것이었죠.
미즈노 료: 로도스도 전기는 상당히 복잡한 시나리오를 준비해 진행했습니다. 플래그를 위한 플래그를 제공하는 등 복잡하게 공을 들인 시나리오를 만들어 제공했던 거죠.

 

D&D는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사망할 수도 있는, 게임 오버가 존재하는 게임이었습니다. 성공과 실패의 결과 차이가 큰 게임이었고요. 게임의 목적은 적을 쓰러뜨리고 보물을 가져오는 것이었고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보다는 보물을 확보해야 경험치를 많이 획득할 수 있었죠.

 

게임마스터의 입장에서는 플레이어들이 어떤 과정을 거치든 보물만 획득하면 경험치를 얻게 되지만 아무 의미 없이 보물을 제공하는 건 말이 안되니까요. 밸런스를 맞추기가 어려운 시스템이었습니다.

 

게임포커스: 보물로 경험치를 획득한다는 개념은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습니다.
미즈노 료: 그 후 제가 개입한 RPG 시스템들에서는 보물이 아닌 미션을 클리어했을 때의 미션 경험치로 레벨을 올리는 디자인을 채택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는 게임성보다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메인으로 즐기는 게 많아져서 게임성을 따지는 부분은 좀 약한 것 같네요.

 

게임포커스: 한국에서는 TRPG가 한 때 인기를 얻었지만 그 인기가 지속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미즈노 선생님이 관여한 소드월드도 일단 소개는 되었었죠.
미즈노 료: 소드월드 게임북이 한국어로 번역되었었죠. 특히 당시는 일본 문화가 한국에 정식으로 소개되지 않던 시기로 기억하는데, 소드월드가 빠르게 소개되어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소드월드는 제가 확립한 TRPG 세계관인데, 일본에서는 D&D를 누르고 가장 많은 인기를 얻었습니다. D&D도 아직 계속되고 있지만 소드월드 역시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고요.

 

한국에서는 룰 북이 번역되기도 했지만 연계가 되지 않아 단절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제가 쓴 로도스도 전기 같은 소설도 10여년 후에나 소개가 되었죠.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로도스도 전기의 인지도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합니다.


게임포커스: 30대라면 대부분 알고 있지 않을까 합니다. 로도스도 전설 완결편이나 신 로도스도 전기가 소개되지 않았던 게 아쉽네요. 처음 로도스도 전기가 소개될 때, 원 제목이 아닌 '마계마인전'이라는 이상한 제목으로 나왔던 게 생각납니다.
미즈노 료: 네? 그럴 리가, 그건 아마도 해적판이겠죠.

 

(*이 부분은 미즈노 료 작가의 오해(?)로, 마계마인전은 정식 라이센스 출판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포커스: 일본의 TRPG 상황은 어떤가요?
미즈노 료: 몇 만명 정도의 코어한 팬이 중심을 이룹니다. 액티브 유저가 몇 만명 정도는 될거라는 거죠. 컨벤션 같은 행사가 활기를 띠는 것에서도 사람들이 TRPG를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근래에는 온라인으로도 쉽게 TRPG를 즐길 수 있게 되었고, TRPG를 즐길 수 있는 매장도 있어 가보면 플레이하는 팀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한국의 TRPG 플레이어들이 부러워할 것 같습니다.
미즈노 료: 개인적 의견이지만, 한국은 네트워크 환경이 급격히 발전하며 자연스럽게 온라인 게임을 하게 되었을 거라고 봅니다. 온라인 게임이 발달하면 TRPG의 성장은 아무래도 힘들 수 밖에 없겠죠. 온라인 게임과 TRPG 가 비슷한 점도 있기 때문에 TRPG 유저들이 온라인게임을 접하기가 더 쉬웠을테고 그것이 한국 TRPG에 영향을 줬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온라인 게임이 더 즐기기 쉽기도 하니까요. 시스템도 확실하고, 혼자 즐길 수도 있고, 온라인 게임을 하던 유저가 TRPG로 가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 TRPG와 온라인 게임(* 미즈노 료는 부인과 함께 스퀘어에닉스의 MMORPG '파이널 판타지 11'을 플레이하고 있다)을 모두 플레이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TRPG도 계속 즐기고 싶은 것입니다만 아무래도 TRPG에서 친구들을 모으기가 힘들게 되어 다소 대체제 개념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느낌도 있습니다.

 

물론 저같은 올드 RPG팬에게나 그럴 것이고, 새로운 팬들에게는 TRPG와 온라인 게임이 별개의 장르일 수도 있을 겁니다.

 

현재 일본의 상황을 보면 TRPG에도 젊은 유저가 계속 들어오고 있는 것을 감안 할 때 TRPG에서 단순히 커뮤니케이션만을 원하는 건 아닌 것 같고요, 역할 게임이라는 롤플레잉 본연의 가치에 관심을 가지는 부분도 있을 겁니다.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는 TRPG가 온라인 게임보다 우월한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보면 코스츔을 갖춰 입고 TRPG를 하는 팀이 늘고 있더군요. 프랑스 등에서는 상당히 왕성한 것 같고, 일본에서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걸 라이브 액션 RPG(LARPG)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게임포커스: 근래 일본산 TRPG들을 보면 시나리오 진행을 쭉 해 나가는 게 아니라, 시나리오를 신이나 페이즈 별로 구분하는 형태가 많더군요. 일본 TRPG 1세대 숙련자로서 이런 방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미즈노 료: 그런 방식을 주로 취하는 것은 도쿄디자인그룹 계열이죠. 신 별로 진행해 가는 건 그쪽이 주류이긴 한데, 제가 근래 선보인 그랑크레스트 전기도 신 별로 진행하는 형태이긴 합니다. 저 자신은 그런 방식을 선호하지 않지만 어디까지나 유저들의 취향에 따른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시나리오를 따라가기보다는 시츄에이션을 제공하고 플레이어가 닥친 사건을 어떻게 준비해 풀어나갈 것인지를 선택하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플레이어에게 모두 맡겨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바뀌어 가도록 하고 싶습니다. 플레이어에게 문제를 제시하고 답을 찾도록 하는 수수께끼 풀이 게임을 선호하는 것이죠.

 

TRPG를 할 때에는 그런 시나리오를 주로 하고 있습니다만 역시 어렵습니다. 플레이어의 능력을 요구하니까요. 플레이어에 따라서는 게임을 전혀 즐기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신 별로 진행하며 시나리오를 따라가도록 유도하는 방식은 플레이어에게 이런 걸 즐기라고 딱 제시해 주는 것이라 놀기 쉽도록 하는 면에서 우월합니다. 저는 올드 유저다 보니 아무래도 고전적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죠.


저 자신이 상상력이 풍부하다 보니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는 게임은 재미가 없습니다. 그럴 거라면 그냥 컴퓨터 게임을 하면 되지 않나 하는 거죠. 준비된 걸 그저 즐기는 것이니까요. 이왕 오프라인에서 함께 게임을 즐긴다면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하며 상상력을 발휘하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연기력보다는 상상력을 말이죠.

 

그렇다고 해서 연기력을 요구하는 게임 스타일이 나쁜 건 아니고 취향의 문제니까.(웃음) LARPG같은 것도 재미있을 것 같고, 한번 해보고 싶네요.

 

게임포커스: 향후 TRPG가 어떤 흐름을 보일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미즈노 료: 온라인 세션이 주류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온라인 세션으로 TRPG에 입문해서 집 근처에 있는 오프라인 거점에서 리얼 TRPG를 해 보고 함께 즐기는 흐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를 포함해 협회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고요. 개인적 희망으로는 TRPG 게임샵을 하나 운영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인터뷰 후 사진 촬영을 부탁하자 미즈노 료 작가가 '여기서 찍어야 한다'며 안내한 곳은 근처 계곡이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10여분을 도보로 이동해야 했다.

 

로도스도 전기의 캐릭터와 스토리
게임포커스: 이제 판타지와 로도스도전기에 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미즈노 선생님이 판타지의 다양한 종족 중에서도 드워프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실은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이야기더군요.
미즈노 료: 네. 드워프는 정말 매력적입니다. 여담이지만, 근래 본 영화 중에서는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가 정말 최고였어요. 드워프들이 잔뜩 나와 활약하는 영화라니 정말 최고, 최고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원작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이 녀석은 죽는데, 이 녀석 애가 아...' 같은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 조금 우울해지긴 합니다.(웃음)

 

게임포커스: 미즈노 선생님의 로도스도 전기에 나오는 드워프는 톨킨의 '반지의 제왕'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겠죠?
미즈노 료: 네. 제가 묘사한 드워프는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드워프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습니다. 물론 드워프는 '백설공주'에도 나오고 다양한 스타일로 등장하고 각각의 개성과 매력이 있죠. 게임에 나오는 드워프도 그렇고요. '워해머'에 나오는 드워프는 잔인한 종족이고, '룬퀘스트'의 드워프는 세계의 부품과 같은 존재일까요? 이들 모두가 그 나름대로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로도스도 전기에서는 반지의 제왕과 호빗의 영향을 그대로 받았죠. 용과 대결하는 장면은 호빗에서 스마우그를 쓰러뜨리는 장면을 생각하며 쓴 게 확실합니다. 금에 대한 욕망 등을 포함해서 그야말로 드워프죠. 드워프도 정령에 가까운 존재였지만 스피리추얼한 부분을 잃어버렸다는 설정입니다.

게임포커스: 드워프에 비해 엘프는 꽤 다르게 묘사했습니다. 지금에 와서는 로도스도 전기에 나오는 엘프의 이미지가 더 친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요.
미즈노 료: 엘프의 이미지가 반지의 제왕에서는 요정보다는 고귀한 종족에 가깝죠. 제가 그린 엘프는 좀 더 요정에 가까운 존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간보다 덩치도 작죠.

 

디드리트 같은 젊은 요정은 장난을 좋아하는 식으로 그렸는데 (도중에 하이엘프다운 면모를 그려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엘프는 좀 더 스피리추얼한 존재로 묘사했습니다.

 

게임포커스: 다크엘프는 어떤가요? 드로우와는 전혀 다른 존재이고, 로도스도 전기의 묘사를 보면 엘프라기보다 닌자, 쿠노이치(여닌자)를 연상시키는데요.
미즈노 료: 닌자, 그렇네요. 다크엘프는 닌자처럼 묘사된 게 맞습니다. 어둠 속에서 활동하는 요정이 다크엘프인데 일본에서 어둠 속에서 활동한다고 하면 바로 닌자가 연상되죠.

사실 소설에서의 필로테스의 묘사는 OVA로 나온 로도스도 전기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좀 받은 게 사실입니다. 애니메이션을 보면 필로테스가 쿠노이치같은 캐릭터로 나오죠. 저도 필로테스의 묘사는 마음에 들었습니다. 복장은 요염하고 방어력이 높을 것 같지만, 멋있는 캐릭터였습니다.

 

애니메이션에서 묘사된 필로테스가 매력적이기에 소설에도 수용했고, 활약을 많이 시켰죠. 디드리트와는 다른 답을 발견하는 캐릭터로서 다른 작품에도 등장할 정도로 중요한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사실 인기도 무척 높았고요.(웃음)


게임포커스: 필로테스가 마음에 드셨다지만 역시 로도스의 캐릭터 중에서는 드워프인 '김'을 가장 좋아하시는 것 아닌가요?
미즈노 료: 아닙니다. 김도 물론 좋지만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니스 3대입니다. 제가 창조한 로도스도 이야기의 근간을 쥐고있는 게 바로 니스, 레일리아, 소 니스까지의 3대죠. 그녀들 3대가 작품의 중심이며 이야기 전체를 끌고가는 존재입니다.

 

게임포커스: 제가 로도스도 전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장면은 역시 도적 우드척이 동료들을 배신하고 서클릿을 갖고 달아나 카라가 되는 부분과, 결국 서클릿의 지배에서 벗어나 동료들과 재회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미즈노 료: 그렇죠. 도적 우드척이 동료들을 배신하고 서클릿을 가지고 달아나는 장면은 저도 좋아합니다. 이야기의 전개상 그렇게 되기도 했지만, 우드척이란 도적은 역시 동료들과 비교하면 능력도 부족하고 운도 없고, 사회적으로도 인정을 못 받는 존재였죠. 거기에 콤플렉스를 느끼는, 센치한 감성을 가진 캐릭터였습니다. 동료들에 대한 우정은 갖고 있었지만 그들과 함께 나란히 서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고, 그걸 위해서는 힘이 필요했던 거죠. 눈 앞에 힘이 보이니 당연히 그것을 자기 것으로 하고 싶었을 겁니다.

 

결국 우드척은 카라에게 지배되어 로도스의 역사에 관여하게 되는데, 저는 판 등 과거의 동료들과 적대하며 대결한 것이 우드척에게는 행복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카라에게 지배되어 자신의 의사대로 행동한 것이 아니니 방관자로서 지켜보는 입장이었겠지만 동료들과 싸운다는 것은 결국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는 것으로, 우드척 본인은 만족했을 겁니다.

 

마지막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면 역시 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우드척이 고백하는 장면이 있는데 명대사이고, 제가 쓴 것이지만 정말 훌륭한 묘사라 자신합니다.

 

게임포커스: 위에 언급하신 호빗에서는 드워프와 엘프의 사랑이 묘사됩니다. 로도스에서 엘프와 인간 사이의 사랑을 묘사한 입장에서 그 부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미즈노 료: 드워프와 엘프의 사랑? 그건 아니죠. 그건 없다고 봅니다.(웃음)

 

게임포커스: 조금 의외네요. 그렇다면 판과 디드리트는 어떻습니까? 판과 디드리트 사이에 자손이 있을 수 있다고 보시나요? 나중에 판과 디드리트의 자손이 '내가 로도스의 기사다!'라고 나선다거나?
미즈노 료: 으음. 판과 디드리트가 행복하게 살아갔다~에서 그들의 행복에 아이들도 포함된다고 하면 아이들이 있어도 좋지 않겠나 싶긴 하지만, 제 안에서는 그 둘 사이에 아이들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강합니다.

 

물론 묘사되지 않은 부분은 독자들의 생각에 따르는 것이니 독자들이 원한다면 있다고 생각해도 문제없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저로서는 '어머니' 디드리트는 상상이 안 되네요.

 

자손은 있을 수도 있지만, 장래 자손이 나타나 로도스의 기사를 주장한다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로도스의 기사는 개념적인 것이므로 가문, 혈통으로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로도스의 기사를 참칭하는 인간이 잔뜩 있고, 그 중 하나인 가짜가 진짜가 되어가는 이야기라면 재미있겠네요. 가짜가 진짜가 되는 이야기는 언제나 멋있는 법이죠.

 

게임포커스: 신 로도스도 전기로 로도스도 이야기는 완전히 끝난 것일까요?
미즈노 료: 일단 판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스파크의 이야기도 끝났죠. 하지만 로도스도 전기의 무대인 로도스도라는 세계가 사라지지 않았으므로, 새로운 캐릭터가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가 생각나고 그게 재미있어 보인다면 새로운 로도스도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이 여러분이 원하는 로도스도 이야기인지는 조금 애매하네요.

 

이런저런 아이디어는 있지만 그걸 언제 쓸 거냐고 하면 현재는 없다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디드리트가 나오는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는 현재 갖고 있긴 하지만, 그걸 실제 작품으로 써 낼까 말까는 아직 모르겠네요. 저는 로도스도 전기, 신 로도스도 전기, 로도스 전설은 각각 완결된 이야기로 연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에피소드,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게임포커스: 신 로도스도 전기 마지막에 스파크가 (베르도의) 소울 크래셔를 들고 있는 듯한 일러스트가 나오더군요. 소울 크래셔는 이 시점에는 존재하지 않을 텐데요.
미즈노 료: 그 일러스트는 스파크가 암흑왕이 되었다는 것을 베르도 같은 모습으로 보여준 것입니다. 어둠의 힘을 인정하고, 어둠을 제압하는 이미지이죠.

사실 신 로도스도 전기에 나오는 소 니스가 좀 심한 캐릭터라, 그녀는 두 여신과 모두 이어진 캐릭터로 흑과 백을 합친 캐릭터죠. 마모도 모자이크처럼 양면을 모두 가진 나라입니다.

 

그런 마모의 왕, 스파크 역시 어둠을 무찌르려 했지만 어둠을 인정하고, 어둠을 인정하지만 거기에 먹히지 않는 강함을 추구하는 캐릭터입니다.

 


 


- 2부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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