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위협이 아니다. 게임 개발자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어줄 ‘게임 체인저’다.”
지난 4월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나온 이 발언은 오늘날 게임업계가 AI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를 함축한다. AI는 이제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개발 현장 곳곳에 스며들어 창작 방식을 바꾸고 있다. 동시에 개발자들의 고용 불안이나 인간의 창작 가치에 대한 철학적 논의까지 불러일으키며, 산업과 사회 전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사실 게임산업은 AI와 빠르게 만난 분야였다. NPC의 행동 패턴, 자동 매칭 시스템, 운영 데이터 분석과 보안 탐지까지 게임은 일찍부터 ‘약인공지능(Weak AI)’을 활용해온 대표 산업으로 손꼽힌다. 여기에 생성형 AI, 대규모 언어모델(LLM)과 같은 최신 기술이 더해지면서 AI는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핵심 성장 동력으로 그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이러한 AI를 적극 활용하고 도입하는 흐름은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이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은 GPU 확보 경쟁에 뛰어들었고, AI 반도체는 신 시대의 석유로 불릴 만큼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 역시 ‘강인공지능(Strong AI)’ 또는 범용 인공지능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수조 원대 투자를 아끼지 않으며 경쟁하고 있다.
흐름에 발맞춰 이재명 정부 역시 집권 초기부터 AI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보고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후보 시절 공약과 123대 국정과제의 핵심에는 AI가 빠짐없이 포함됐다. ▲AI 기본사회 구축 ▲세계 1위 AI 정부 실현 ▲AI 고속도로 구축 ▲공공서비스·재난 대응 등 사회적 기능 확장까지, AI를 국정 운영의 핵심 축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부터 정부까지 모두가 ‘불가피한 대전환’을 받아들이며 준비하는 지금 국내 게임업계는 이 흐름에 어떻게 호응하고 있을까. 또 산업 동향은 어디까지 와 있으며 한계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일까.
게임업계는 'AI 퍼스트 무버'... AI 도입에 적극적
게임과 같은 콘텐츠 산업에서 AI에 대한 인식은 과거 단순한 보조 도구에서 몇 년 사이 콘텐츠 창작, 제작 파트너로 급격히 변화했다. 실험적인 기술로만 여겨졌던 생성형 AI 제작 영화가 영화제에서 상영되거나, AI로 만들어진 음악이 샘플 또는 실험이 아닌 상업적 상품으로 인정 받는 사례도 나왔다.
특히 게임업계는 'AI 퍼스트 무버'라고 불리울 정도로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의 국내 콘텐츠 기업별 생성형 AI 도입 여부를 살펴보면, 게임 기업 중 20%는 이미 자사 내 생성형 AI 기술을 도입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만화(4.2%), 음악(6.2%), 영화(0.9%), 애니메이션(12.7%) 등 타 콘텐츠 분야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더불어 향후 생성형 AI를 도입했을 경우 콘텐츠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한 인식 조사에서 게임사 중 60%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한 게임사는 3.2%에 그쳤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콘텐츠분야별 국내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현황)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2023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콘텐츠분야별 국내기업의 생성형 AI 도입 현황)
또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연구 및 발표한 'CONTENT with AI: 2025년 콘텐츠산업 생성형 AI 활용 동향과 일자리 변화'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국내 콘텐츠산업 생성형 AI 활용률은 20%(조사 응답 사업체 2513개, 생성형 AI 활용 사업체 503개사)로 2024년 하반기 대비 7.1%p 증가했다.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 이래 가장 높은 활용률이다.
생성형 AI 활용 사업체 503개 중 전사 도입 활용은 25%(126개사), 일부 부서에만 도입 및 활용했다는 응답은 75%(378개사)로 나타났다. 더불어 게임산업은 2025년 상반기 기준으로 41.7%가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2위인 방송 영상(30.8%)보다 10% 가량 높은 활용률을 기록했다.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CONTENT with AI 2025년 콘텐츠산업 생성형 AI 활용 동향과 일자리 변화' 리포트)
(출처: 한국콘텐츠진흥원 'CONTENT with AI 2025년 콘텐츠산업 생성형 AI 활용 동향과 일자리 변화' 리포트)
이처럼 게임업계의 AI 도입율이 높게 나오는 이유는 개발부터 서비스, 마케팅 및 PR, 비즈니스, QA 등 다방면으로 일찌감치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이를 통해 다양하게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회사의 규모가 크고 작음에 관계 없이 저마다 개발 비용 절감 및 효율화, 게임 IP의 고부가가치화 전략 등을 이유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개발 단계별로 AI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단순한 아이디어, 데이터 조사, 프로젝트 목표 설정 등 기획 단계부터 밸런스 디자인, 리소스 제작, 코드 리뷰 및 코딩 등 실제 개발, 이용자 이탈 방지를 위한 데이터 관리, 어뷰징 및 핵 프로그램 감지, 마케팅 효율화 등 서비스 등 운영까지 게임 제작과 서비스 전반에서 사용되고 있다. 특히 콘셉트를 구상하는데 있어서는 ChatGPT, MidJourney, Stable Diffusion 등의 툴이 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단순히 게임 개발에 필요한 리소스 제작이나 아이디어 브레인스토밍을 넘어 자체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회사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발전시켜 가는 사례도 보인다.
해외에서는 게임의 제작 단계 및 관리 경영 측면에서 AI를 활용 중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게임 전문 매체인 게임 디벨로퍼가 2024년 1월 3천 명의 게임 업계 종사자를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생성형 AI 사용 여부에 대해 49%가 사용 중이라고 응답했으며, 사용하지 않은 사람들 중 15%도 사용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대부분 경영 및 금융(44%)과 마케팅 및 PR(41%) 분야에서 적극 생성형 AI를 사용한다고 밝혔으며, QA와 글쓰기 및 오디오 같은 분야에도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한 활용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출처: 코카포커스, 게임산업 AI 활용 현황과 쟁점)
안티 치트부터 콘텐츠 생성, 함께 게임하는 능동형 NPC까지 활용 사례도 다양
게임 개발에 AI를 활용하거나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시켜 가는 국내외 사례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루어지고 있으며, 가시적인 성과나 결과물을 낸 곳도 상당수다. 특히 국내에서는 엔씨소프트 자회사 엔씨 AI와 크래프톤이 이러한 흐름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모습이다.
엔씨 AI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는 독자 인공지능 기초 모형(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참여할 5개 업체로 최종 선정되었고, 크래프톤은 5개 업체 중 SK텔레콤의 컨소시엄에 포함되면서 비단 게임 뿐만 아니라 신규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뿐만아니라 넥슨, 넷마블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사내에 AI 전담 조직을 세우고 R&D 및 활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엔씨 AI는 본사의 AI 연구 조직이었던 엔씨 리서치가 신설 법인으로 출범한 회사다. 2011년 업계 최초로 꾸려진 연구 조직이 모태로, 게임을 포함한 각종 산업에서 혁신적인 AI 솔루션을 접목하며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자체 개발한 거대 언어모델 '바르코(VARCO)' 외에도 ▲그래픽 ▲오디오 ▲챗봇 ▲기계번역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을 활용한 상용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르코의 경우 차량 플랫폼, 교육, 로봇, 금융,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망 파트너들과 성장 모멘텀을 구축해 가고 있다. 엔씨 AI는 엔씨소프트의 게임 프로세스를 혁신했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패션, 미디어, 콘텐츠 등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크래프톤은 전사 AI 도입을 추진해 도입율 95%를 달성하고, OpenAI와 국내 최초로 ChatGPT 엔터프라이즈 파트너십을 맺어 AI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또 딥러닝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 '크래프톤 AI'을 설립하고 게임 제작, 퍼블리싱, 운영 효율화 등 AI와 게임의 융합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크리스(KRIS)라는 AI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크리스는 사내 분산된 데이터를 통합 데이터베이스로 연결하고, 구성원 개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답변을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 지능형 AI 비서의 역할을 수행한다.
여기에 더해 크래프톤은 사내 업무 효율성 증대 뿐만아니라 게임과 AI를 접목하는 시도도 지속하고 있다. 먼저 라이프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서는 2D 이미지를 업로드 하면 이를 기반으로 3D 오브젝트로 변환 및 생성하는 기술, 텍스트를 입력해 의상이나 사물의 패턴을 생성하는 2D 디퓨전 시스템, 게임에 대해 궁금한 점이 생겼을 때 묻고 답을 들을 수 있는 '프시캣' 봇, 모션 생성 기술 등을 구현해 게임 플레이 경험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또 펍지 스튜디오와 협력해 CPC(Co-Playable Character) 개발에도 한창이다. 크래프톤은 엔비디아와 함께 공동 연구개발한 'PUBG Ally'를 올해 초 공개했다. 'PUBG Ally'는 기존에 정해진 알고리즘과 스크립트 대로만 움직이고 말하는 NPC나 일반적인 '봇(Bot)'과 달리, 능동적으로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고 실제 사람처럼 플레이하며 음성으로 대화하는 동료다. 발전된 CPC 구현을 위해 게임 내에 게임 특화 소형 언어 모델(Gaming SLM)을 개발 중으로, 기존 LLM과 차별화된 게임 특화 모델이다.
넥슨 또한 2010년 설립된 데이터 분석 조직을 시작으로 현재까지도 다방면으로 연구 및 솔루션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2025년에는 플랫폼 본부로 기존 인텔리전스랩스의 명칭을 변경하고, 산하에 AI 기술을 집중 연구하는 인텔리전스랩스 그룹을 꾸렸다.
이 조직은 다양한 게임 정보를 활용해 빅데이터, 머신러닝 및 딥러닝, AI 기술과 공학적 사고를 통해 솔루션을 만들고 게임 사용자와 넥슨 구성원이 사용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텔리전스랩스는 현재 데이터 기반 연구와 솔루션 개발, 플랫폼 서비스, 사업 디자인 등 다양한 조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넥슨은 기획과 아트 단계에서 AI를 활용해 프로토타입을 만들거나 QA와 운영에서 AI를 활용한 테스트 자동화와 플레이 패턴 분석을 통해 효율을 높이고 있다. 또 개발 과정에 있어 AI는 분석, 자동화, 최적화 등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넥슨은 AI 음성 제작 툴 '보이스 크리에이터' 도입 후 주기적으로 발행되는 게임 업데이트 소식, 마케팅 영상의 실 녹음 시간 감소로 콘텐츠 작업 시간이 50배 가량 단축되는 등 실무에서의 효율성이 크게 증가하는 효과를 봤다. 보이스 크리에이터는 생성형 AI를 활용, 유명 게임 디렉터나 GM 등의 목소리를 제작하는 솔루션으로 개인의 음성 톤뿐만 아니라 발화 습관, 어조까지 분석해 퀄리티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이 외에도 게임 내 불법 핵 프로그램의 탐지, 재화 흐름 분석을 통한 작업장 탐지, 문맥까지 파악해 부적절한 채팅을 잡아내는 AI 텍스트 탐지, 실제 사진을 기반으로 한 캐릭터 이미지 생성, 코디 추천 AI를 활용한 맞춤형 배너 광고, AI 음성을 활용한 시각장애인의 게임 접근성 강화 등 다방면으로 AI를 활용하고 있다.
일부 리소스 제작이나 효율성 증대를 위해 활용된 것 외에도 게임의 기획부터 개발, 리소스, 핵심 게임성까지 AI가 활용된 사례도 있다. 크래프톤의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는 기상천외한 주문을 직접 외쳐 마법 대결을 펼치는 '마법소녀 카와이 러블리 즈큥도큥 바큥부큥 루루핑', 별도의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고 플레이어가 NPC와 채팅을 하며 살인 사건을 추리 및 해결해 나가는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 2종을 선보인 바 있다.
데모 버전을 세 명이 한 달 만에 제작 완료한 '마법소녀 루루핑'에는 렐루게임즈가 자체 개발한 AI 음성 인식 기술이 플레이어의 목소리 크기, 발음, 감정을 평가해 대미지로 계산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플레이어와 NPC 간의 채팅, 추리가 핵심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에는 OpenAI의 GPT-4o와 크래프톤이 자체 개발한 DiTTo 등의 AI 기술이 적용됐다.
해외 게임사들도 AI 도입에 적극적이다. 2023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스테이블 디퓨전의 개량형인 자체 생성형 AI '블리자드 디퓨전'을 개발했다. 블리자드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디아블로', '오버워치' 등 자사 게임들의 아트를 학습시켜 초기 게임 배경, 캐릭터, 복장 등의 콘셉트 아트를 생성하기 위해 사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IT 공룡 기업 텐센트도 '화평정영'에 딥시크를 도입하거나, 텍스트 입력만으로도 간단한 게임 플레이 장면을 생성하고 객체 움직임 제어 기능을 제공하는 자체 개발 생성모델 '혼원 게임크래프트'를 공개하는 등 적극적이다. 넷이즈는 MMORPG '역수한' 모바일 버전에 LLM을 도입해 AI NPC를 구현했다.
이처럼 국내외 사례를 살펴보면 게임 개발사의 규모에 따라 AI 활용의 방법과 전략에도 차이가 존재했다. 대형 게임사들은 자체적인 조직을 설립해 수백여 명 규모의 인력을 투입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제작 전반에 걸친 적용 뿐만아니라 운영 및 마케팅의 효율화, 고도화, IP 및 브랜드 관리, 데이터 관리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대로 중소규모의 게임 개발사들은 적은 인력으로 효율적인 개발을 해내면서 프로토타이핑 및 개발 기간 단축을 이루어냈다.
AI는 게임 개발 '치트키'? 현직 게임 개발자의 대답은 "NO"
AI는 게임 개발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치트키'처럼 여겨지지만, 그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점도 있다. 복잡한 스토리텔링이나 감정 표현, 독창적 세계관 구축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나 의도된 불균형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임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재미를 만들어내는데 있어 이러한 평범하고 안전한 방향으로의 결과 수렴은 불리하게 작용한다.
또 AI가 만든 텍스트나 그림은 일정 수준 이상 품질을 보여주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문화적 맥락을 담아내는 데는 부족함이 있다. 결과물이 불규칙하거나 맥락적으로 어색한 경우도 상당수다. 이러한 일관성을 위한 개선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으나 현재로서는 현업에서 적극 사용하기에는 부적적한 경우가 많다.
AI가 학습한 원본 데이터에 대한 저작권 처리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AI가 만들어낸 리소스를 상업 게임에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불안정한 영역이다.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 AI가 정제되지 않았거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답변을 하는 문제)이나 생성된 콘텐츠 및 리소스들의 저작권 문제, AI 윤리 문제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뿐만아니라 실제 AI를 게임 개발에 활용함에 있어 단순한 프로토타이핑이나 초기 기획 단계가 아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은 퀄리티를 만들어 내는데는 한계가 있음을 명확히 한 사례도 있었다. 시장과 실제 개발 현장에서 요구되는 품질의 요구사항은 일반적인 기준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넥슨게임즈 IO본부 김용하 본부장은 지난해 '지스타 2024' 현장에서 'AI 시대의 2차원 게임 개발'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게임 개발 측면에서 AI의 실제 성능이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하며, 실제로 모션 캡쳐, 퍼즐 레벨을 생성하는 등의 레벨 디자인, 모델링에 뼈를 심는 리깅 작업의 자동화 등에 여러 내부 R&D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매우 간단한 퍼즐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거나 결과물의 퀄리티가 만족스럽지 않아 결국 개발자가 직접 손을 봐야 했다는 사례를 소개했다.
대신 근태 관리, 번역과 같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관련 내용을 처리해주는 봇, ‘캐릭터의 가챠 클로즈업 연출’ 등 기존 게임 개발 과정에 있어 반복 작업이 필요한을 위한 별도의 툴 개발, 캐릭터의 표현을 보다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도입하는 립 애니메이션 AI 개발 및 도입 등 다른 방향성으로 접근해 AI를 활용한 사례도 함께 소개했다.
김용하 본부장은 “AI가 인간이 창작하는 영역을 대체할 수 있다기 보다는, 창작을 하는 이들의 반복에서 오는 부담을 커버하는 형태로 또 엔진의 개발 편의 기능을 추가하는 것처럼 활용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며 “TA라는 직무가 새로이 생겨난 것처럼, 머신러닝 AI 엔지니어라는 직무도 앞으로는 게임 개발에서 중요한 포지션을 담당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올해 'NDC 2025'에서 AI를 활용한 게임 개발에 대해 인사이트를 전한 렐루게임즈 한규선 프로듀서는 "AI 시대를 살아가는 개발자로서 흔히 받는 질문 중 하나가 'AI로 게임을 만들면 쉬운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게임의 핵심 재미와 AI를 결합하는데 있어 AI가 만능이라는, 또는 만능이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다며 이러한 고정관념을 버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게임에서의 재미를 만들어 내는 것는 결국 인간이 해야 하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AI와의 경쟁이 아닌, AI를 통한 확장을 대비해야
그럼에도 AI가 게임업계에 가져올, 이미 가져온 변화는 무시할 수 없다.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개발 공정을 단축시키고 서비스 운영 효율을 높이며 신규 IP 제작 과정에서 ‘프로토타입 실험’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AI 시대를 천명할 정도로 AI는 이미 하나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으며 게임업계도 이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생성형 AI를 비롯한 AI 기술은 앞으로 게임 개발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자본과 예산이 적은 소규모 개발사들이 한계를 뛰어 넘어 양질의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도구로 활용 가능하다.
게임업계는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서두에서 언급했듯 AI는 게임 개발자의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개발자가 자신의 능력을 더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파트너다. 프로토타이핑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반복 작업으로 인한 업무 부담을 덜어주고, 크리에이티브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주며, 궁극적으로는 IP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AI의 장점과 한계, 잠재적인 문제와 해결되지 않은 숙제들까지 충분히 인식하고 이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 국내 게임업계에 필요한 것은 AI를 두려워하는 태도가 아니다. AI를 통해 무엇을 확장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으로 게임의 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고민해야 한다. AI라는 강력한 도구가 등장했지만 게임은 결국 사람이 만드는 엔터테인먼트이다. 그러한 대전제와 중심을 지키면서 AI라는 새로운 동반자이자 도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한국 게임산업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AI 기본사회 구축 등 AI를 국정 운영의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는 이재명 정부의 흐름에 발맞춰, 업계에서도 보다 다양한 시도와 수용을 통해 한 단계 성장하고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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