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음악, 세계와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창조공작소 신소헌 대표를 만나다

등록일 2015년09월11일 10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게임 음악 중에 기억나는 음악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버릇이라고 할 만한 습관이 있다. 업무상 게임개발자를 비롯한 관계자들 그리고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들과 만나는 일이 잦은 게임 전문 기자이기 때문에 인터뷰가 끝나고 약간 남는 여유시간에 이런 돌발 질문들을 종종하곤 한다. 이유라면 단순하다. 내가 경험했던 게임의 추억과 요즘 젊은 세대가 경험하는 게임의 추억을 비교해보기 위해서다.

어쩌면 나에게는 당연하게 물어볼 수도 있었을 법한 이 질문이 요즘 젊은 게이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질문으로 들렸나보다. 질문을 하면 명쾌하게 답을 하는 유저들도 있었지만 10대에서 20대 사이의 젊은 게이머들 중 대다수는 이러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같은 질문을 기자와 같은 또래인 30대에서 40대 사이의 게이머들에게 하면 질문의 답변은 상당히 달라진다. 노래를 알고 있는 것은 기본이며 심지어 가수와 배급사의 이름을 외우고 있는 유저가 허다하다. 고작 10년이지만 게이머들이 느끼는 게임에 대한 추억의 간극은 기자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넓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인터뷰는 평상시에 하고 다녔던 이 질문과 연관이 있다. 최근 많이 인식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완성된 게임의 부차적인 콘텐츠로 여겨지고 있는 국내 게임 음악. 그러한 국내 게임 음악 산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 약 20년 동안 게임 음악과 연을 쌓고 있는 창조공작소 신소헌 대표. 최초 게임 음악으로 터전을 만들었지만 일반 음악 제작도 병행하며 내공을 쌓고 있는 한국 게임 음악계의 고렙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미리 양해를 구한다. 시간관계상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 인터뷰를 통해 게임 음악 산업에 대한 갈증만이라도 풀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창조공작소를 모르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 창조공작소는 어떤 곳인가
창조공작소라는 이름만 들으면 게임과는 크게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이곳의 기반은 게임 음악으로부터 시작됐습니다. 1999년 게임종합지원센터라는 곳에서 팀장으로 일하던 시절에 게임 음악으로 보다 더 다양한 것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시작된 일이었죠. 물론 결국엔 게임 음악이었지만요(웃음).

지금은 게임 음악뿐 아니라 일반 음악제작 유통도 하며 음악 디자인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익성을 강화하기 위해 우리가 보유한 게임 음악에 대한 라이브러리 사업을 진행 중이며 외주 작업, 음악 교과서 사업 등 다양한 음악 관련 사업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사운드 라이브러리 작업은 이미 유니티와는 협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도 대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수익이 일정하지 않습니다. 이번 라이브러리 사업이 그런 부분을 해소하고 전체적인 게임 음악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음악을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게임음악의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게임 음악은 크게 BGM, 효과음, 음성 녹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BGM의 경우는 영화나 드라마, 방송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실용음악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군요. 다만 여기에 음성이 포함되지 않는다고 이해하시면 편합니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부분이 있는데 영상이나 화면의 느낌을 그대로 전달해야 된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무대가 가상인 만큼 일반적인 음악 제작보다 좀 더 높은 이해도가 요구됩니다. 효과음과 음성 녹음의 경우 효과음은 이름 그대로 새로운 도구들과 소리들을 조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작업이며 음성 녹음은 전문 성우 및 가수들이 참여한 음악 녹음 작업입니다. 

사실 게임 음악은 사운드 디자인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러한 작업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나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의 전체 크기가 넓어진다는 측면에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게임 음악 시장의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음원 판매 시장과 자체 제작한 음원의 판매 수익 등을 포함해서 설명해달라
게임 음악 시장 초기는 온라인게임이 주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불과 2000년대 초반만 생각해봐도 게임음악 시장의 크기는 일반 음악시장 못지않을 정도로 컸습니다.
 
게임 개발에 수백억 원씩 투자되는 대형 게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고 그러다보니 테마송 작업도 많았습니다. 국악, 밴드, 오케스트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래가 생겨났으며 하나의 타이틀에 수천만 원 이상의 음악 제작비가 투자된 대작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돈이 투자되는 만큼 제작 기간도 길었습니다.

그러다가 모바일 피처폰 시장이 활성화 됐고 제작 프로세스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모바일인 만큼 온라인에 비해 단가가 저렴했고 연 단위로 제작되던 음악도 달 단위로 빠르게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한 번에 많게는 20타이틀의 음악작업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다이야기 사건이 터지면서 게임 음악 시장의 수요도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굴지의 온라인게임 회사들은 살아남았지만 그 외의 회사들은 엄청난 재정난에 시달리게 됐죠. 불행 중 다행으로 피처폰 시장만큼은 크게 변하지 않고 살아남게 됐습니다. 하지만 게임 음악 시장의 수요가 없던 만큼 저희도 흔히 아는 벨소리와 핸드폰 링 음악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나가게 됐습니다. 당시 거의 모든 게임 음악 제작사가 같은 사업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 음악의 전체크기는 크게 변하지 않았지만 피처폰과 온라인게임이 양분하던 시장에서 피처폰이 서서히 없어지고 그 자리를 스마트폰 게임이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온라인게임 보다는 높은 수준의 음악을 필요로 하지 않지만 수요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형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많은 게임사들이 게임 음악의 중요성을 크게 못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만큼은 지금까지도 아쉽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약 10년전 지스타를 통해 개최됐던 게임음악제 많은 관람객의 관심을 받았다

한국의 게임음악 수준은 어떠한가? 요즘에는 개발사 단위에서 프로젝트 앨범이 많이 디지털 앨범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도 게임 음악 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작곡가들을 알고 있지만 수준이 높아지고 싶어도 높아질 수가 없는 환경입니다. 들이는 노력에 비해 단가가 낮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능력이 있는 작곡가가 게임 음악 작업에 매달리지 않게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외국의 경우는 다릅니다. 게임 음악이 영화 음악의 모티브가 되는 경우도 있으며 영화 음악을 모티브로 게임 음악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만큼의 투자가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사회에서 이름을 알린 작곡가 중에서는 게임 음악 제작을 통해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대중음악으로 빠지는 경우가 있죠.

일반 유저들은 공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게임 음악 제작 수준은 상당히 높습니다. 외국에 비해 전혀 뒤처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격대비 효율만 생각하는 현재의 프로세스 때문에 높은 수준을 가진 음악이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음악 녹음 역시 실제 악기를 다루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모두 시간대비 효율이 높은 컴퓨터 작업이 주를 이루지요.

또한 게임 제작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음악 작업이 대부분의 게임 제작에서 후반부 작업이다 보니 게임의 분위기와 '적당히' 맞아 떨어지면 그냥 그 음악을 쓰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작곡가와 음악단을 보유한 경우가 많지만 영세업자들에게는 쉽지 않은 부분이지요.

창작자도 욕심이 있습니다. 같은 돈을 가지고 더 많은 악기와 음악을 넣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헐값으로 오케스트라급 음악을 원하는 회사들이 대부분입니다. 이것은 욕심입니다.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보니 다수의 창작자들이 의욕을 잃고 떨어져 나갑니다. 제가 아는 후배들 역시 게임을 사랑해 시작한 작곡가들이 있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게임 음악과는 연을 끊고 대중음악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반복적인 악순환을 약 20년 가까이 지켜보니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게임 음악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가수를 키워보고 싶었지만 그마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포기는 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여러 가지 게임 음악제를 통해 게임 음악을 키우기 위한 준비 작업을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최고의 게임 축제인 '지스타'에서 게임 음악제를 해보고 싶은 것이 단기적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여러 단체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다시 한 번 게임 음악제를 진행하고 싶은 것이 신 대표의 목표다

게임 음악 제작을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떤 식으로 작업이 진행되는가
게임의 분위기에 맞춘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관련 영상이나 게임 플레이 화면을 샘플로 받게 됩니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요.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발자와 PD와의 미팅을 통해 음악의 분위기, 악기, 사운드 디자인에 대한 협의를 진행한 후 샘플링 작업에 들어가게 됩니다. '게임'이라는 특수한 요소만 제외한다면 일반적인 음악 제작과 동일한 절차를 밟게 됩니다.

게임 음악 제작자의 감으로 볼 때 성공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게임도 있나
당연히 있습니다(웃음). 그렇지만 꼭 음악이 잘 나왔다고 해서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음악 때문에 게임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은 음악 하나 없이 성공하는 게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게임 음악으로 인한 분쟁 사례도 있을 듯 하다
게임 음악 초창기에는 많은 분쟁 사례가 있었습니다. 초기에는 제작자의 저작권을 업체가 빼앗아 가는 사례가 많았지요. 업체는 저작인접권을 가져가는 것인데 그것도 모르고 저작권 자체를 넘기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여윳돈이 없다보니 소송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부담돼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예전에 비하면 많은 것이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영세 업체들은 영세 제작자들을 상대로 저작권을 가져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법적인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어야 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진대학교에서 지난해 창작 영상음악가들이 참여하는 '제1회 대한민국 영상음악제'를 개최했다.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광고, 영화, 다큐멘터리 등 6개 분야 예선을 거친 22개 팀이 올라 화제가 됐었는데 게임 음악을 접해보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앞서 말했듯이 '지스타'를 통해 게임 음악을 알릴 수 있도록 게임 음악회를 추진 중입니다. 게임 음악을 접해볼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는 깊이 동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게임이 중심이 되는 음악회를 열고자 많은 협회와 단체를 만나 관련 내용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게임 음악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가장 기본적으로 음악을 잘 이해해야 되며 그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기본 실력이 중요합니다. 게임 음악을 쉽게 보고 접근하는 이들이 많은데 오히려 밑바탕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이 게임 음악 작업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더욱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되고 게임에 대한 이해도 높아야 됩니다. 단일 캐릭터에 대한 음악 작업도 있지만 맵이나 사물을 대상으로 한 음악 작업도 있기 때문이지요.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일에 대한 열정 역시 필요합니다.

게이머들과 게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인터뷰를 통해 기본적으로 하고 싶은 말은 전부 한 것 같습니다. 상투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도 한국 게임 음악 산업과 더불어 저희가 준비 중인 다양한 게임 음악 사업에 대한 아낌없는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게임 음악도 세계를 흔들 수 있는 저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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