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강매, 위메이드에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나

등록일 2011년04월10일 15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일할 의욕이 생기겠습니까? 회사 내 직원들 분위기도 당연히 좋지 않죠."

"저는 그나마 금액이 크지 않아서 버티고 있지만 몇 천만원씩 손해 본 분들은 지금 죽을맛일겁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어도 엄청난 빚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사채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 마음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최근 기자와 만난 위메이드의 직원은 걱정이 많아 잠도 잘 못이룬다며, 거의 강제적으로 매입한 우리사주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난 7일, 위메이드는 공시를 통해 위메이드의 서수길 공동대표가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50만 4천주와 스톡옵션 25만2천주를 전량 매도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도한 서수길 대표의 보통주는 전체 위메이드 주식의 6%에 해당하는 것으로 서수길 대표는 이번 매도를 통해 24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하며, 수 백억원대의 현금을 보유한 게임업계 부호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서수길 대표의 갑작스런 보유주식 매도를 위메이드와 결별하기 위한 수순으로 보고 있다. 결별 의사가 없지 않고서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기업의 주식을 전량 처분할리가 없기 때문.

물론, 대한민국에서 본인이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고 회사를 떠나는것은 철저히 개인의 자유의사지만 이번 서수길 대표의 행동에 대해서 많은 위메이드 직원들은 커다란 상실감과 함께 배신감을 느끼며 분노하고 있다. 도대체 위메이드 직원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위메이드, 전문 기업경영인 서수길 대표 영입
서수길 대표는 지난 2007년 위메이드에 영입됐다. 위메이드의 창업주였던 박관호 대표가 개발자출신이었기 때문에 본인은 개발업무에 집중하고 전문적으로 기업을 경영 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을 필요로 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 시리즈로 중국시장에서 커다란 성공을 거두긴 했으나 액토즈, 샨다 등과의 수익배분 분쟁과 불투명한 중국시장에서의 서비스 때문에 고민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 액토즈 대표이사로서 중국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당시 중국내 퍼블리셔였던 샨다와 누구보다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서수길 대표는 그야말로 위메이드에 꼭 필요한 전문경영인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서수길 대표의 취임 이후 위메이드는 액토즈 및 샨다와의 분쟁을 말끔히 해결하고, 2006년말 7%였던 영업이익률이 2007년말에는 30% 가까이 상승했을 뿐만아니라 2009년에는 창사 10년만에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가도를 달렸다.

서수길 대표는 이후 이윤열, 장재호 등 당대 최고의 프로게이머들을 최고의 몸값으로 영입해 온라인게임 기업으로는 최초로 e스포츠단을 창단하고 SNS포털인 버디버디를 인수,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으로 회사의 몸집을 부풀렸다.

물론, 이 기간에 창천, 아발론 등 위메이드의 신작 게임들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미르의전설2가 중국에서 롱런하며, 위메이드는 높은 영업이익을 지속적으로 거두었다. 그리고 결국 위메이드는 지난 2009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며, 온라인게임사로서 또 한번 대박신화를 꿈꾼다. 물론, 당시 대표였던 서수길 공동대표도 엄청난 스톡옵션과 임원으로서 매입한 보통주 등으로 주식부자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그러나 위메이드 직원들의 상처는 바로 여기서부터 곪기 시작했다.

◆ 코스닥 상장, 그러나 직원들에게는 불운의 시작
위메이드는 코스닥에 상장하며, 전체 상장주식 840만주 중 일반 공모주 210만주에 대한 청약을 실시했다. 이 공모주 중 10%인 21만주는 우리사주로 배정했다.

공모주 가격은 6만2천원으로 그해에 코스닥에 상장됐던 기업들 중 가장 비싼 가격이었던 것은 물론 다른 게임기업들의 공모가와 비교하더라도 절대 낮은 가격이 아니었다.

일반 투자자에 배정된 총 42만주의 공모주 청약의 최종 경쟁률은 5.63대1로 700억원이 겨우 넘는 돈이 몰렸다. 당시 위메이드와 같은 시기에 공모를 진행했던 한국전력기술과 현대푸드시스템에 2조원이 넘는 시중자금이 몰린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이었다는 것이 증권업계의 평가다.

당시 위메이드에 대한 코스닥시장의 평가도 좋았고 게임산업의 전망이 밝았음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의 공모주 청약 열기가 낮았던 것은 6만2천원이라는 높은 공모가 때문이었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공모주 가격이 비쌌기 때문에 당연히 일반 공모주 청약뿐만 아니라 우리사주로 배정된 21만주에 대한 매입 비율도 낮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위메이드 관계자에 따르면, 공모주 청약당시 순수한 우리사주 청약 비율은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렇듯 우리사주에 대한 청약비율이 낮자 코스닥 시장에서의 회사 가치에 대한 평가가 나빠지는 것은 물론,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 위메이드는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라며 우리사주 구매를 강요하기 시작했다.

"과장, 팀장급들 이상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달라고 얘기하는데 어떻게 구매하지 않겠다고 말을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더구나 당시에는 회사 인사시즌 이었기 때문에 회사의 요구를 함부로 거절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돈이 없어 우리사주 청약이 힘들었던 직원들에게 위메이드는 최대 1억원씩 돈까지 빌려주며, 우리사주 청약을 강요했다. 직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회사의 요청을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대출 기간은 우리사주의 보호예수 및 매매금지가 풀리는 1년이었다.

"회사가 1년간 대출 이자도 내주고 1년 후에 주식이 오르면 갚으면 된다고 하는데, 이를 거절 할 수 있는 명분이 없었습니다."

특히, 직원들에게 우리사주 청약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당시 공동대표였던 서수길 대표가 직원들에게 주가가 떨어졌을 경우 손실금액에 대해 보상을 해주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직원들은 회사의 요구를 거절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당시 위메이드의 팀과장급 이상 직원들은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입했고 이중에는 회사로부터 1억원을 대출받아 우리사주를 강제적으로 매입한 직원도 다수 있었다. 

◆  주식투자의 불문율도 어겨가며 주식매입
주식투자의 불문율이 '빌린돈이나 남의돈으로 주식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만 이들은 회사를 믿거나 혹은 회사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빚을 내 주식을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당시 상장주관사였던 우리투자증권의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6만2천원이라는 높은 공모가를 부담스러워했다"며, "동일업종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6배 수준이었던데 비해 위메이드는 10배 수준으로 그다지 높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가격 우려가 컸다."고 위메이드의 공모가가 상식적으로 너무 높았다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일반 투자자들도 높은 공모가격 때문에 투자를 꺼려했던 위험천만한 주식을 위메이드는 자사 직원들에게 강제로 떠넘긴 셈이다.

그리고 결국 위메이드가 코스닥 거래를 시작한 첫 날인 2009년 12월 18일. 위메이드 주가는 공모가보다 5천원 하락한 5만7천원으로 장을 시작해 최종 50,700원으로 마감하며, 상장 첫 날에만 공모가 대비 11%이상 떨어진 1만 1300원, 시가대비 6,300원이 하락하는 혹독한 신고식을 치루게 된다.

이후 약 한 달간 5만원대 후반과 6만원대 초반을 왔다갔다하며 보합세를 유지하던 위메이드 주식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상장 1년만인 지난 2010년 12월, 3만원대 초반으로 주가가 폭락했다.

상장 당시 당시 돈을 빌려 우리사주를 매입했던 수 많은 위메이드 임직원들은 1년만에 투자금의 절반을 날리게 된 것이다. 더구나 회사로부터 빌린 주식 매입자금의 대출 만기일이 다가왔지만 주식이 폭락해 이 돈을 값을 수 조차 없었다. 결국 위메이드는 지난 해 직원들의 대출 만기일을 1년 더 연장해 줬지만 그것은 미봉책에 불과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수길 대표가 건재했고 당장 대출금을 값지 않아도 됐기 때문에 이 때만해도 직원들의 불만은 그리 높지 않았다. 게다가 향후 1년 동안 주가가 상승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사건이 생기며,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서비스 강화를 위해 지난 2009년 영입한 김남철 부사장과 서수길 대표 사이에 위메이드의 경영방침을 두고 이견이 생기기 시작한 것. 이렇게 되자 자연스럽게 두 사람 각각의 경영방침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이 때부터 위메이드 직원들간에는 소위 말하는 줄타기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서수길 대표라인에 섰던 직원들 일부가 회사를 그만두게 된다. 물론, 겉으로는 조직 개편을 위한 구조조정이었으나 결국은 힘겨루기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결국 이번에 서수길 대표마저 본인이 갖고 있던 위메이드의 주식을 모두 처분하며, 위메이드 퇴사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서수길 대표가 본인이 보유하고 있던 위메이드의 모든 주식을 처분해 240억원에 가까운 현금을 확보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위메이드 내부가 동요하고 있다.

상장 당시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돈을 빌려 직원들에게 우리사주를 매입하게 만들었던 장본인이 바로 서수길 대표였기 때문이다. 빚을 지고 생활이 어렵게 된 직원들은 나몰라라 한 채 본인만 수백억원의 돈을 챙겨 회사를 떠나려고 하자 직원들이 동요하고 있는 것.

더구나 본인 라인의 구조조정을 당한 직원들에게는 회사를 퇴사하기 전에 직원들이 갖고 있던 우리사주에 대한 손해분을 서수길 대표의 지시로 회사가 상당부분 보전해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더욱 악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 회사 그만두고 싶지만 대출금 때문에 고민
현재 회사에 남아있는 직원들 중 퇴사를 원하는 직원들의 경우 묶여 있는 우리사주와 회사로부터 대출 받은 금액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위메이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손해를 본 직원들에 대한 보상책이 공식적으로 없는 상태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달라고 요구해 엄청난 위험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요구를 들어줬지만 정작 회사는 중요한 순간 직원들의 충성심을 배신했고 현재 직원들에게 남은 것은 엄청난 규모의 빚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것의 원인이 된 회사와 당시 대표는 이에 대해 나몰라라 하고 있다.

결국 시간만 남았다 뿐이지 위메이드의 많은 임직원이 사실상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 앉아있는 셈이다.

물론, 우리사주 청약 당시 회사가 직원들에게 청약을 요구했더라도 해당 직원들이 충분히 그 요구를 거절할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회사를 그만 둘 각오를 했다면 말이다. 또한, 공모 당시보다 현재 주가가 떨어졌다고 해서 그것을 회사가 보상해 주어야 한다는 그 어떤 법적인 근거도 없다.

하지만 주가가 절반가격으로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은 그 어떤 손해도 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수 백억원의 막대한 현금을 챙기고 아무런 걱정없이 회사를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우습기조차 할 금액일 몇 백, 몇 천만원이 손해를 본 직원들에게는 목숨만큼 소중하다는 것을 그들은 과연 알고 있을까?

한편, 위메이드는 미르의전설2가 여전히 중국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고 최근 천검영웅전 등을 대만에 수출하는 등 매출 호조 기대감이 증폭되고 있지만 한화증권은 위메이드의 목표주가를 3만8천원으로 제시했으며, 교보증권은 4만3500원을 제시하는 등 목표주가는 5만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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