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20년 '디즈니 맨' 김상진 감독이 디즈니를 떠난 이유, 그리고 그가 만드는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등록일 2017년11월02일 14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김상진 감독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디즈니'일 것이다. 김 감독은 디즈니에서 20년간 일하며 '라푼젤', '겨울왕국', '빅 히어로' 등 국내 영화팬들에게 친숙한 작품들에 애니메이터,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여했다.

 

세계적 명성을 쌓은 그가 지난해 돌연 디즈니를 떠나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제작에 참여한다는 소식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김상진 감독은 그가 애니메이션 작업을 지휘한다는 이유만으로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가 세계적 기대작으로 분류되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그런 대단한 크리에이터이기 때문.


전체 공정의 60% 가량이 마무리된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는 2018년 4월경 개봉될 예정이다. 김상진 감독은 막바지 작업에 돌입하기 전 바쁜 일정 속에서도 주최 측의 간곡한 부탁에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BIAF) 경쟁부문 심사위원직을 수행했다.

 


 

김상진 감독과 만나 디즈니에 들어갈 당시의 이야기부터 떠나게 된 계기,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에 대한 이야기 등과 함께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제작상황에 대해서도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이혁진 기자: 한국에 돌아오신 후 자주 질문을 받으셨을 텐데, 먼저 디즈니에 입사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김상진 감독: 처음에는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데 캐나다에서 온 애니메이션 슈퍼바이저와 친해졌습니다. 그 슈퍼바이저가 캐나다에 돌아가 토론토에 스튜디오를 하나 차릴 거라며 같이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캐나다로 돌아가더니 진짜로 창업을 하고 연락을 해 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3년 정도 해 봐야지 하고는 3년 계약을 하고 갔는데 가서 하다보니 오래 있게 됐습니다.

 

그러다 회사가 망하고 미국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에 입사지원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죠
김상진 감독: 네. 디즈니, 드림웍스, 워너까지 3군데에 입사지원을 하고 포트폴리오를 보냈습니다.

 

다른 곳은 떨어지고 디즈니만 합격하셨다던데 정말인가요
김상진 감독: 그렇죠. 다른 데서는 다음에 기회가 있다면 같이 하자며 '노'라는 답변을 정중하고 길게 보내 왔습니다. 그런데 디즈니에서는 연락이 와서 테스트를 해 보자고 하더군요.

 

테스트 과제를 보내 왔는데 마침 그때 아내가 임신한 상태였어요. 몇 주 동안 테스트 과제를 마무리해서 보냈더니 합격 통지가 와서 지금 당장 오라고 하더군요. 아내가 임신 중이니 아이가 태어난 후에 가면 안 되겠냐고 하니 당장 와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혼자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가서 일을 하다가 아이가 태어날 때 잠깐 캐나다에 가서 아이를 보고 가족이 모두 미국으로 옮겨갔습니다.

 

디즈니에서의 20년간을 돌아보면 어떤 느낌이신가요
김상진 감독: 지금은 거의 고향같은 느낌이 듭니다. 예전에 같이 일하던 친구들이 많이 떠났지만 아직 오래 함께한 친구들이 많이 남아 있기도 하고. 제가 애니메이션 일을 85년에 시작해 30년 넘게 했는데 그 중 20년을 디즈니에 있었던 거니까요.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때가 그 때고, 저에게는 언젠가 다시 돌아갈 장소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 요즘도 언제든 다시 돌아오라고들 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돌아가서 옛 친구들과 다시 일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진짜 자주 들으신 질문일 텐데, 왜 한국으로 돌아오신 건가요
김상진 감독: 네. 자주 들은 질문이네요.(웃음)

 

제가 한국을 떠난 게 27년 전인데 친지들은 한국에 다 남아 있었지요. 가족과 함께 다시 한국에서 살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이유라면 디즈니에서 20년 일했으면 오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한 회사에 오래 있으니 좀 새로운 바람을 맞고 싶어졌달까요. 당시 앞으로 디즈니에서 만들 라인업된 영화 목록을 보니 '주먹왕 랄프' 속편과 '겨울왕국' 속편 등이 올라와 있던데 속편 작업은 좀 내키지 않더라고요. 디자이너라면 새로운 캐릭터, 새로운 주인공을 디자인하고 싶은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속편 라인업이 되면 주요 캐릭터의 디자인은 이미 다 되어있는 상태이고 추가되는 엑스트라 캐릭터나 조연급 캐릭터만 작업하게 될 것 같아서 재미가 없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로커스에서 만들고 있던 신작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가 본격적으로 제작에 들어가며 저한테 요청이 왔습니다. 급하게 결정하진 않았고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져서 돌아오게 된 겁니다.

 

디즈니에서는 애니메이터로 계시다가 캐릭터 디자이너 일을 하셨습니다. 두 작업의 차이는 어느 정도였나요
김상진 감독: 애니메이터는 간단히 말하자면 자기가 맡은 신 하나를 만드는 사람입니다. 한 작품에 100개의 신이 있다면 100명의 애니메이터에게 한개씩 맡기면 됩니다. 애니메이터는 자기가 맡은 그 신 하나만 책임지는 사람입니다.

 

그에 비해 캐릭터 디자이너는 작품 전체를 보면서 영화 전체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죠.

 

계산을 해 보면 디즈니같은 경우 큰 작품에는 100명 정도의 애니메이터가 투입됩니다. 100분 정도의 영화 한편에서 1인당 평균 1분 정도의 장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겁니다. 1년 동안 열심히 해서 1분을 만드는 겁니다.

 

제가 캐릭터 디자이너로 참가할 경우 초기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서 길게는 2년, 짧게는 1년 정도 참여해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게 됩니다. 영화 제작의 기여도 면에서는 좀 더 많은 기여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디즈니에서 하신 작업 중 인상에 남은 작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상진 감독: 애니메이터로서 인상에 남은 신은 확실히 있습니다. 보물성(2003년작)에서 주인공 짐 호킨스가 보드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이에요. 처음에 하늘을 쭉 올라갔다가 내려와서 좁은 공간 사이를 날아다니는 다이나믹한 신입니다. 그 신 전체를 제가 맡아 했는데 너무 재미있게 작업한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연구를 위해 서핑하는 걸 찾아보고 스케이트보드 타는 사람들의 움직임도 연구하고 스카이다이빙도 연구하며 그런 것들을 조합하는 작업을 재미있게 한 기억이 있습니다.

 

캐릭터 디자인은 역시 라푼젤의 '플린'이나 캐릭터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빅 히어로의 캐릭터들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플린은 참 의미있는 캐릭터였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캐릭터는 '라푼젤'의 고델입니다. 그 캐릭터를 작업할 때 너무 고생도 했고 시간도 걸렸고 개인적인 에피소드도 있고... 여러모로 애착이 많이 남아있는 캐릭터입니다.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제작상황은 어떤가요? 디즈니와 제작 환경이 많이 달라 힘든 점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김상진 감독: 60% 정도는 된 것 같습니다. 반은 넘었으니 한고비 넘은 셈인데 아직 갈길이 멀죠. 처음에 로커스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한국에 내가 가면 누구와 어떻게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부분 말이죠.

 

그래도 한국에 와서 한국 애니메이터들과 함께 장편을 만든다는 게 흔한 경험도 아니고 의미있는 발자국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 생각이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 계기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제작환경은 아무래도 많이 다를 수 밖에 없죠. 디즈니에서 하던 제작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상황은 안됩니다. 그래도 제작 과정에서 이건 정말 필요하고 디즈니에서 하던 방식으로 해야한다는 부분은 로커스에 와서도 해보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대한 그렇게 노력을 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을 생략하고 갈 수 밖에 없는 환경인데 그런 부분이 참 안타깝습니다. 조금씩 나아지기를 기대할 수 밖에 없고. 성공적인 작품이 나오는 게 도움이 될 거라 봅니다.

 

감독님의 참여로 작품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커졌습니다
김상진 감독: 기대받는 만큼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와서 처음 몇달 동안 애니메이터들과 작업하던 것과 비교해 보면 요즘은 작업속도가 훨씬 빨라졌습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게 보입니다.

 

처음에는 정해진 일정에 계속 맞추질 못해서 '이거 우리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하고 '다 만드는 데 10년 정도 걸리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지금은 일정대로 맞춰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질적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그런 작품이 나오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론 제가 디즈니에 오래 있다보니 애니메이션 스타일에서 디즈니 스타일이 조금 묻어나긴 할 것 같습니다.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에는 어떤 역할로 참여하고 계신가요
김상진 감독: 캐릭터 디자인도 했고요. 지금은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홍성호, 장무현 두 감독이 공동감독이고, 저는 애니메이션 디렉터로 애니메이터들과 열심히 그림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애니메이터와 캐릭터 디자이너 중 좀 더 애착이 가는 작업은 어느 쪽인가요? 이번에 BIAF에 오신 디즈니 노감독님들의 스토리보드를 보니 스토리보드 작업도 재미있어 보이던데요
김상진 감독: 캐릭터 디자인이 재미있습니다. 사실 작품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스토리보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디즈니에서도 재능있는 애니메이터들이 스토리보드를 하고 있습니다. 스토리보드를 보면 애니메이터 출신과 아닌 사람이 한 건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애니메이터 출신이 만든 쪽이 아무래도 좀 더 디테일이 들어가고 그 신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움직임같은 걸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해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저도 스토리보드 작업도 해 봤습니다만, 현재로선 더 잘 할 수 있는 작업은 캐릭터 디자인인 것 같아서 만족하고 있습니다. 물론 애니메이션 작업을 할 때도 즐거움이 있죠. 좀 다른 방향의 재미인 것 같습니다. 나이도 있고 애니메이션 작업을 직접 앉아서 하라고 하면 이제는 못할 것 같기도 해요.(웃음)

 

돌아와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제작 상황, 환경을 보고 어떻게 느끼셨나요
김상진 감독: 한국의 스튜디오를 많이 둘러보진 않은 상태라 피상적인 감상이 되겠습니다만, 일단 인력풀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규모 면에서 비교대상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일본과 일본과 비교해 스튜디오들이 영세하게 운영되는 측면이 있고 좋은 애니메이터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작품 제작에 필요한 애니메이터를 외부에서 데려올 수 있을 만한 여건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전반적으로 한국은 애니메이션 아티스트들이 와서 일해보고 싶어할 만큼 매력있는 곳이 아닙니다. 많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걸 돌아와서 며칠 만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제작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상진 감독: 일단 투자자들이 많아져야겠죠. 한국 애니메이션은 정부에서 키우려고 해 정부 돈이 들어가고 있는데 사실 이건 일반 기업들이 해줘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이런 쪽에 너무 의식이 없는 것 같고, 그런 면에서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좀 더 투자가 되어야 하는데 투자할 여건을 만들려면 좋은 작품을 만들 스튜디오가 생기고 재능있는 아티스트들이 나오고 매력적인 작품들 보여줘야 할 텐데 엇박자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이게 안 되니 이것도 안 되고... 뒷받침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참여한 '빨간구두와 일곱난장이'가 그런 면에서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소식을 처음 듣고 긴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영화 공개 시기는 언제쯤이 될까요
김상진 감독: 현재 전체 공정의 60% 정도를 마무리했으니까요. 애니메이션 작업이 50% 이상 끝났고 이펙트, 랜더링, 라이팅 같은 것들이 바로바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60%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은데, 2018년  4월 개봉을 목표로 제작중입니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4월에는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BIAF 심사위원으로 심사에 참여하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김상진 감독: 하루에 영화를 5편씩 봤는데 좀 무리했네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을 여럿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힘들어도 좋았고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가지 아쉽다면 심사를 하는 입장이라 다른 보고 싶은 작품은 못 봤다는 점이네요. 단편 작품들도 흥미로웠는데 시간을 낼 수 없었습니다.

 

여러 나라에서 오신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도 되었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감독님이 앞으로 개인적으로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어떤 것인가요
김상진 감독: 구체적인 구상은 아직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한국적인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러면 한국적인 게 뭐냐는 질문이 있을수 있는데, 한국 사람이라 표현할 수 있는 그런 것 말이죠. 역사일 수도 있고 주변에 일어나는 일일 수도 있을 겁니다. 아직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진 않았어요.

 

디즈니에 남아 계셨다면 한국 설화나 전래동화 같은 걸 소재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었지 않을까요
김상진 감독: (웃음)그건 감독들이 결정할 일이지요. 제가 캐릭터 슈퍼바이저로 영향을 준 부분이 있긴 합니다. '빅 히어로'에 '고고'라는 캐릭터가 나오죠. '빅 히어로'의 배경은 일본과 샌프란시스코를 합친듯한 도시인데요. 배경이 그렇다고 해서 고고 캐릭터가 일본 캐릭터일 필요는 없지 않나 해서 디자인팀의 한국인 디자이너 친구와 이야기해 고고를 한국 캐릭터로 정했습니다.

 

사실 고고라는 이름에서 특정 국가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니었고, '고고면 성이 고씨에 이름이 고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잖아?' 같은 생각이었죠. 고고를 디자인할 때 한국의 쇼트트랙 선수들의 허벅지를 보면서 한국 쇼트트랙 선수들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였기도 하고요.

 

캐릭터 디자이너로서 그정도의 약간의 영향은 끼쳤네요. 감독을 하게 됐다면 한국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쉽게도 감독은 못 해 봐서 그런 찬스는 없었네요.

 

감독을 하고싶다는 생각은 있으셨나요
김상진 감독: 감독을 할 수는 있지만 일단은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찾는 게 우선이겠죠. 그런 이야기만 찾게 된다면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점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인력을 원하는 수준에 맞춰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거죠.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 제작진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함께 만드시면 되지 않을까요
김상진 감독: 잘 성장한 친구가 벌써 외국에서 제의가 와서 떠난다고 하던데, 그런 면에서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말릴 수도 없어요. 저도 그랬지만 한국의 많은 애니메이터들에게 꿈이랄까 그런 게 있잖아요. 디즈니, 드림웍스에서 일하고 싶다, 일본에서 일하고 싶다는 그런 생각요.

 

애니메이션에 뜻이 있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상진 감독: 제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할 때에는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그랬듯 특별한 뭔가를 한 건 아니었고, 비디오 테입을 돌려보며 프레임 단위로 작화를 보는 걸 즐겨했죠. 지금처럼 DVD가 있었다면 정말 쉽게 했을 일을 그 때는 어렵게 했습니다. 자료도 인터넷도 없고 해서 주로 책같은 걸 봤고, 그렇게 공부를 했었죠.

 

특별히 애니메이션을 위한 특별난 공부 방법이 있다기보다는 많이 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영화보는 걸 좋아해서 많이 봤는데 나중에 작업할 때 도움이 되더라고요. 장면들을 떠올리고 특정 장면에서의 연기, 누구의 연기가 지금 만들어야 할 신에서 보여줘야 할 것과 맞는 것 같다는 식으로 기억해서 응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 만드는 캐릭터 디자인에서는 예전에 봤던 영화의 그 캐릭터가 캐릭터 성격이나 외모 면에서 어울린다면 레퍼런스로 쓰기도 하고요. 감독들에게 제가 이렇게 제의한 적도 많습니다. 내가 떠오른 배우가 있는데 어떻겠냐 해서 같이 살펴보기도 하고, 애니메이션과 영화를 많이 보는 게 공부가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작중이신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에 대해 독자 여러분께 설명을 좀 해 주시고 마무리하죠
김상진 감독: '빨간구두와 일곱난쟁이'의 경우 제목은 현재 가제입니다. 이 이야기를 기획한 감독에게 들어보니 독창적인 이야기를 만들지 않고 흔히 알려진 백설공주 이야기를 변용한 이야기를 만드는 이유는 아직 우리 회사가 신생 회사고 글로벌 기준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회사라 그런 상황에서 세계 관객들에게 어필하려면 '친숙한 소재로 접근하는게 좋지 않나'하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일리있는 이야기라 생각하고요. 이 작품의 이야기는 진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내용입니다.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던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얼마전 칸 영화제에서 마케팅 실수로 오히려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반대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는 오해를 사고 논란이 있었죠. 조금 당황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는 영화이고 재미있고 온 가족이 다 볼 수 있는 그런 영화이기도 합니다.

 

작품 하나로는 부족하겠지만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 면에서도 의미있는 영화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서 한 획을 긋는, 전체 한국 애니메이션 산업을 끌어올리는 동력이 될 수 있는 계기가 이 영화로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 개봉되면 많이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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