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 트로피 순위 세계 45위인 세계구 트로피헌터 기자의 게임 경험을 적는 비정기 기사입니다.
'클라나드'(CLANNAD)라는 게임이 있다. 비주얼아츠의 산하 브랜드 'Key'에서 2004년 선보인 걸작 미소녀게임으로, 감동적인 스토리로 시대와 세대를 넘어 사랑받고 있는 작품. PC로 먼저 출시된 후 콘솔로도 이식되어 플레이스테이션4, 플레이스테이션3, PS Vita, 닌텐도 스위치 등으로 즐길 수 있으며, 스팀을 통해 영문판도 출시되어 있다.
클라나드의 히로인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고 매력적이었지만 기자가 특히 좋아한 캐릭터는 '토모요'였다. 토모요는 기자 외에도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 후일담을 담은 독립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으니 바로 '토모요 애프터'(智代アフター)이다.
이벤트 회장 내 한정 판매였지만 꾸준히 판매가 이뤄져 지금은 쉽게 구할 수 있다
토모요 피규어도 구입한 기자는 2012년 '토모요 애프터' 플레이스테이션3 버전이 출시되자마자(이벤트 회장 한정 판매) 구입해 플레이했는데... 7년여에 걸친 악연(?)의 시작이었다.
토묘요 피규어. 명품이다. 여러분 모두 구입하도록 하자
토모요 애프터는 어드벤쳐 파트와 작중 타카후미가 개발한다는 설정의 동인게임 '던전 앤 타카후미'(D&T) 파트로 나뉘어지는데, 평범한 텍스트 어드벤처인 어드벤처 파트는 문제가 없지만, D&T에 트로피가 집중되어 있는 것이 문제였다.
D&T는 4명의 캐릭터에게 명령 순서를 정해주고 전투를 시작해, 전투 시작 후에는 커맨드 변경이 불가능한 스타일로 난이도가 기본적으로 꽤 있는 게임이다. 여기에 트로피 조건 중에는 레어 아이템인 '엑스칼리버'(エクスカリバー)나 '해성'(海星) 입수 등이 있는데, 특히 '해성'의 경우 수백시간 플레이해도 획득하지 못했다는 유저가 수두룩할 정도로 악명을 떨치는 아이템이다.
'해성'은 주인공의 고유스킬인 '후코' 소환 시 후코가 강화되는 아이템인데, 대개 이 아이템을 획득하기 전에 게임을 포기하거나 접고, 아니더라도 '해성' 입수가 게임의 목표로 입수하고 나면 게임을 끝내 실 사용 경험을 가진 유저가 거의 없는 아이템.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수백시간 플레이해도 '해성'을 얻지 못한 기자는 수년 동안 시간이 날때마다 플레이했지만 7년5개월 동안 해성은 나오지 않았고... 세계 웹을 뒤져도 '안나온다', '조건이 있느냐' 는 의문만 검색될 뿐이었다. 일본 웹을 구석구석 뒤져 '해성'을 입수했다는 사람들이 입수 당시의 상황을 설명한 걸 보고 하나하나 재현해 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은 1.D&T 실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레어 아이템 드랍률이 올라가는 것 같다는 것 2.던전의 특정 계층에서 잘 나오는 것 같다는 것 3.게임 내 플레이 일 수(던전에 한번 들어갈 때마다 하루씩 늘어난다)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것 등이었다.
이 중 2번은 35~40층 사이에서 잘나온다, 40~45 사이에서 잘나온다, 30~50사이에 똑같이 나온다 등등 의견이 갈렸고, 3번도 1주일 안에 잘나온다, 99일 뒤에 나온다, 50일쯤에 나온다는 등 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나마 실행 시간이 길어질수록 잘나오는 것 같다는 의견이 공통되게 많았기에 7년 5개월이 지난 2019년은 넘기지 않겠다는 각오로 25일 크리스마스부터 플레이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토모요가 선물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10년 된 플레이스테이션3이 힘들어하기 시작했지만 '해성'이 나오기 전에는 전원을 끄지 않겠다는 각오로 켜두고 틈만 나면 플레이했는데...
해성 입수 장면. 감동적이다
30일 새벽 1시경... 자기전 한번만 더 던전에 들어가자고 들어가 돌다가 획득아이템 창을 보니... '해성'이 보이는 것 아닌가. 새벽에 소리를 지르고 입을 벌린 채 잠시 숨쉬는 걸 잊고 말았다.
기자는 국내에서 '토모요 애프터'를 처음 플레이한 게이머로, 2번째로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한 게이머가 되었다.(세계에선 127번째. 7년 5개월 동안 127명밖에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했다)
2012년 당시 트로피헌터들 중 '토모요 애프터'를 트로피 획득이 쉬운 텍스트게임이라는 '오해'하에 플레이하는 사람이 많아 '어렵다'고 경고했지만 다들 믿지 않았는데... 7년여가 지난 지금 보니 기자 외에는 아무도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토모요 애프터'는 토모요 팬으로서 꼭 해야할 수작이지만 트로피 목적이라면 손대선 안될 게임이다.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이 나온다면... 아마 시작도 안 하지 않을까... (구입은 할 것이다. 팬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