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좀 더 일찍 출시됐다면 어땠을까? 넷이즈 무협 MMORPG '검은달'

등록일 2020년03월23일 12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지난해 늦은 여름, 넷이즈가 개발한 모바일 MMORPG '검은달'의 미디어 쇼케이스가 열린 적이 있다. 당시 현장에 취재차 참석하여 커스터마이징에서 보여준 그래픽에 놀란 기억이 있다.

 

한편으로는 무협 장르의 게임이 국내 시장에서 얼마나 흥행할 수 있을지 걱정되기도 했지만, 완성도를 높여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한다면 이전에 선보여졌던 무협 MMORPG와 비슷한 성적을 거둘 것이라고 속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커스터마이징에서의 그래픽에 대한 놀라움도 잠시뿐이었다. 잊고 지내다 무려 약 반년 만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검은달'은 기대치에 썩 미치지 못했다. 시장의 반응도 좋지만은 않다. 사전체험 당시 지적된 로컬라이징의 완성도는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게임 특유의 난잡한 인터페이스와 콘텐츠들은 진입장벽으로 느껴졌다.

 

물론 장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기존의 타 MMORPG와는 게임 진행에 있어 방향성이 다르다. 얻을 수 있는 경험치의 한계치가 정해져 있다거나, '닥사'가 아닌 천천히 스토리를 보며 세계관에 빠져들게끔 한 장치들도 엿보인다.

 

미디어 쇼케이스 이후 약 반년 만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검은달'을 직접 플레이해 봤다.

 



 

전면에 내세운 스토리, 로컬라이징에 빛이 바래다
캐릭터를 처음 생성할 때의 그래픽은 어느 모바일게임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이다. 커스터마이징 옵션도 상당히 세세하게 지원한다. 넷이즈의 차세대 자체 개발 엔진인 '메시아' 엔진으로 개발되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정작 인게임 내에 들어가면 최고 옵션을 사용해도 캐릭터의 얼굴과 의상 외에는 썩 좋다는 느낌을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PC로 즐기기엔 상대적으로 아쉬운 수준인데, 별도의 텍스쳐 팩을 사용해도 인게임 컷씬에서 머리카락이나 배경, 바닥 등 텍스쳐가 뭉개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400여 개가 넘는 퀘스트와 선택지에 따라 조금씩 이야기가 달라지는 스토리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게임의 연출과 번역 문제로 몰입감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동일한 캐릭터가 플레이어와 대화하며 존댓말과 반말을 오가거나, 다소 어색하게 느껴지는 구어체도 몰입을 방해한다.

 




방금 전까진 반말 하셨잖아요

 

뿐만 아니라 전달력의 문제인지, 읽으며 상상하는 소설과 달리 게임이라는 전달 매개체이기에 생기는 문제인지 스토리의 매력 포인트도 그다지 느껴지지 않았다. 중간중간 선택지를 통해 이야기의 소소한 분기점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했지만, 결말이 다소 달라질 뿐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물론 번역이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나 작년 미디어 쇼케이스 당시 '검은달'의 특징으로 소개된 것이 다름 아닌 700만자 이상의 방대한 스토리였다. 애초에 원작 자체가 '초류향'이라는 무협 소설이기에 특유의 '테이스트'가 느껴지는 것도 당연하다. 사전체험 당시와 같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분명 로컬라이징은 부족한 점이 많다.

 

어떠한 소설에서도 이런 식으로 화자의 생각을 서술하지 않는다
 

기존의 타 MMORPG에서 스토리텔링의 비중을 줄이고 성장과 경쟁 콘텐츠에 집중하는 것과는 달리, 한 편의 드라마나 소설을 보는 듯한 특유의 느린 템포는 인상적이다. 기존에 무협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무협 소설 한 편을 읽는 느낌으로 천천히 플레이하며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 다른 매력 포인트로 내세운 UGC는 '물음표'
중국 현지에서 많이 즐기고 있다는 '기담'이나 '몽경' 콘텐츠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남는다. 유저가 직접 퀘스트를 만들고 이를 공유하며 즐기는 시스템인데 대화, 분기 선택, 채집, 전투, 길찾기 등을 하나하나 지정해줘야 하는 등 제작하는데 있어 접근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편이다.

 



 

또 오픈 초기이기에 그런 것일 수 있으나 아직 이 콘텐츠가 활성화되지도 않았을뿐더러, 굳이 유저가 직접 퀘스트를 만들어서 플레이 해야 하는 당위성도 느끼기 어렵다. 애초에 스토리 전달력도 떨어지고 스토리 자체의 매력도 부족한데, 해당 세계관에 매력을 느껴 직접 퀘스트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수없이 늘어놓은 콘텐츠들도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이에 대해 한 유저는 관광지에서 말이 안 통하니 물건들을 구경만 하다 나온 기분이라고 표현했는데, 직접 플레이해 본 결과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난잡한 UI, 낯선 단어, 수없이 많기만 한 각종 시스템들은 정렬되지 않고 그저 늘어놓기만 한 느낌을 준다. 방대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려 한 점은 이해되나 매력적이지 못하다.

 

이정도면 양호한 편. 한 눈에 알아보기 어려운 UI들이 상당히 많다
 

한편, 그동안 중국 현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모바일게임의 자체 PC 클라이언트를 선보이는 경우가 있어 왔다. '랑그릿사'를 비롯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M'과 함께 출시된 '퍼플' 그리고 넥슨의 'V4' 등이 이에 해당한다.

 

'검은달' 또한 모바일 외에 PC 클라이언트를 지원한다. 로그인 시 QR코드를 사용하는 것은 '랑그릿사' 등의 모바일게임 또한 같았기 때문에 둘째 치더라도 PC 버전에서 완전한 전체화면을 하지 못한다거나, 30레벨이 되어야 조작 모드가 PC에서 모바일로 변경할 수 있다거나, 일부 단축키를 내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고 고정되어 있는 등 불편한 요소가 눈에 띈다.

 

PC 온라인게임과 유사한 이 UI는 30레벨부터 사용 가능하다
 

아쉬운 출시 전략과 서비스 시기, 국내 시장에서는 '호불호' 갈릴 듯
중국 현지에서 흥행했다는 것이 반드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는 보증수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국가별로 유저들의 성향이 천차만별이고, 게임을 들여오는데 있어 지역의 문화나 색깔에 맞춘 로컬라이징이나 시스템, 콘텐츠에 대한 개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미디어쇼케이스 현장에서 소개된 '검은달'의 성적은 글로벌 iOS 매출 3위, 중국 iOS 매출 6위다. '검은달'은 글로벌과 중국 현지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적어도 국내 시장에서는 크게 흥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블레이드 & 소울'이 보여준 세련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유저를 충분히 배려한 시스템이나 국내 정서를 충분히 고려한 수준 높은 로컬라이징을 갖춘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무협 장르가 중국 현지에서처럼 인기가 높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여러모로 국내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어려운 게임이다.

 



 

물론 미디어 쇼케이스 당시 질의응답에 대한 답변에서처럼, 기존 무협 MMORPG와는 구조적으로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다.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양산형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천천히 즐기면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언급한 것이 이 때문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 가치가 사라진 스토리, 경쟁과 성장만이 중심이 되는 게임들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다만 이러한 '슬로우라이프' 적인 게임이 성공하기에는, 게임 시장의 분위기나 유저들의 성향이 많이 바뀐 것 같다.

 



 

한편으로는 출시 시기의 전략도 아쉽다. 지난해 늦은 여름에 미디어 쇼케이스와 사전 체험을 진행하고, 무려 반년가량이 지나서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심지어 3월은 'A3: 스틸얼라이브'나 '테라 히어로' 등 신작들이 속속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시기다. 이슈메이킹을 하기에 불리하고, 또 유저들의 이목을 끌기도 어렵다. 더군다나 타겟 유저층도 무협을 좋아하는 유저로 한정되어 상당히 좁다. 한 번쯤 '찍먹'을 해보는 이는 많을지 몰라도, 완전히 정착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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