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0일부터 길게는 5월 5일까지 6일간의 황금 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해야하는 만큼 아쉽지만 이번 연휴는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다.
시간은 넉넉할 수 있겠지만 거의 두 달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한 탓에 소문난 '집돌이' '집순이'들도 더 이상 시간을 때울 수단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기 드라마 '부부의 세계'도 좋지만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을 때에는 좀더 많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이에 황금 연휴를 맞이해 게임포커스 기자들이 이번 휴일 동안 즐길 만한 영화와 드라마를 추천한다. 특히 이번에는 긴 연휴를 버틸 수 있을 만큼 시리즈 물 또는 특정 감독이나 배우가 출연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김성렬 기자 – HBO 미니 시리즈 '체르노빌(2019)'
말 그대로 이번 5월 황금 연휴는 '황금 연휴'인 만큼 시간이 상당히 여유로운 편이다. 다만 5월 5일까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연장되었고 여전히 '코로나19'의 여파가 있는 만큼, 아직까지는 외출이나 모임을 자제하고 집에서 문화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겠다.
황금 연휴 동안 마블 전 시리즈 정주행이나 '반지의 제왕'-'호빗' 감독판으로 이어지는 명작 이어보기 등 다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영화들을 몰아서 감상하기에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잘 만든 영화들이라고 하더라도 매번 추천 하자니 조금은 진부한 느낌이 드는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 기자가 추천할 영상 콘텐츠는 HBO의 실화 기반 단편 드라마 '체르노빌'이다. '체르노빌'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1980년대 실제로 일어났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를 다룬 미니 시리즈다.
'체르노빌'은 1편당 약 1시간 가량의 5부작으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워킹데드'나 '왕좌의 게임' 등에 비해서는 매우 짧은 편이다. 한 번에 몰아보기에 나쁘지 않은 길이인데, 단순히 짧다는 이유만으로 추천한 것은 아니다.
흔히 '2012', '아마겟돈' 등 헐리우드 재난 영화에서는 화려한 연출과 영웅적인 주인공이 부각된다. 이를 뒷받침하는 가족을 위한 희생이나 헌신도 연출된다. 하지만 '체르노빌'에서도 등장 인물들의 영웅적인 면모가 드러나기는 하나 이를 화려하게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마치 잘 구성된 한 편의 무거운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나 작품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당시 상황을 그대로 담아낸 듯한 뛰어난 고증, 방사능 수치를 체크하는 가이거 계수기 특유의 '틱틱'거리는 소리로 대표되는 공포감, 화려한 색채를 최대한 배제해 긴장감을 높이는 영상미와 연출이 일품이다. 후반부로 갈수록 치솟는 몰입감과 긴장감으로 인해 말 그대로 시간이 '삭제'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실화 기반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감상한다면, 각종 자연재해나 인재로 인해 위기를 겪는 것이 단순히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걸 깨닫는 기회가 되리라 생각한다. 이와 함께 단순히 인재에 대한 경각심 뿐만 아니라, 작중 대사처럼 은폐, 축소, 거짓의 대가는 과연 무엇인지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백인석 기자: 에드거 라이트 '코르네토 트릴로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라이브러리 한 구석에 고이 간직했다가 가끔 그리워질 때마다 한번씩 꺼내보는 감독과 작품이 있게 마련이다. 기자에게는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3부작 프로젝트 '코르네토 트릴로지(또는 피와 아이스크림 3부작)'가 딱 그렇다.
특유의 유머 코드와 연출을 통해 기자의 이목을 끈 에드거 라이트는 '앤트맨'의 각본을 맡는가 싶더니 '베이비 드라이버'를 통해 이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린 대감독이 되어버렸다. '나만의 작은 에드거(소위 나.작.에)'를 사랑했던 기자에게는 조금 슬픈 일이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그만의 독특한 세계를 경험하게 되어 행복하다.
'코르네토 트릴로지'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SHUAN of the DEAD)', '뜨거운 녀석들(HOT FUZZ)', '지구가 끝장 나는 날(The World's END)' 세 가지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처럼 각 작품들이 하나의 주제 아래에 놓여 대단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고 각각 '딸기맛', '바닐라맛', '민트맛' 아이스크림의 색상을 모티브로 삼은 것. 에드거 감독의 독특한 유머 센스를 엿볼 수 있는 네이밍이다.
얼굴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 실력파 배우 '사이먼 페그'와 '닉 프로스트'가 언제나 주연으로 등장하는 '코르네토 트릴로지'는 좀비물, 형사물, 세계 종말물 등 각기 다른 장르로 구성되어 있지만, 작중 초반부터 치밀하게 깔리는 복선이나 독특한 유머 코드, 작품을 마무리하는 화끈한 액션신 등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연출 세계를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수작들이다.
개인적으로 세 가지 작품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을 꼽으라면 역시 '뜨거운 녀석들'이다. 대부분의 작품에서 허당 캐릭터 배역을 맡는 '사이먼 페그'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작품 최후반부의 총격전은 언제 봐도 속이 시원하다. '물론 나머지 두 작품도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좋은 작품들이다. '베이비 드라이버'라는 수작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실감할 수 있다.
'코르네토 트릴로지'를 통해 에드거 라이트 감독의 세계에 입문했다면 다음은 숙련자 코스다. 기자가 에드거 라이트의 작품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사실 동명의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스콧 필그림 vs 더 월드'. 게임을 소재로 10대 소년소녀의 사랑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나간 작품인데, 영화 상에서는 연출력이 더해져 색다른 감각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신은서 기자: 애니메이션 '마도조사'
'목향동후'의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중국 애니메이션 '마도조사'.
이 작품은 사문을 배신하고 시체를 조종하는 마도의 길을 걷다 결국 난장강 대토벌로 죽임을 당한 이릉노조 '위무선'이 13년 만에 '모현우'에게 현사 당하면서 생기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탄탄한 동양 판타지 세계관과 위무선, 남망기, 강징, 강염리, 금자헌 등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고 화려한 무협 액션으로 보는 재미도 높였다.
목향동후의 원작은 BL 소설이지만 그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는 남망기와 위무선의 관계는 서로를 잘 이해하는 친한 친구 정도로 축소하고 액션의 비중을 높였다.
애니메이션 기준으로 2기까지 방영된 마도조사는 모현우로 헌사한 현재와 위무선이 죽기 전인 13년 전의 과거를 교차해 보여주며 위무선이 왜 마도의 길을 걷게 되었고 죽은 이유가 무엇인지, 그리고 과거에 어떤 일들이 미래에 영향을 주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라프텔은 마도조사의 자막판은 물론 심규혁, 유승곤, 이호산, 장민혁, 남도형 등 호화 성우진이 참여한 더빙판을 26일부터 공개해 원작 팬들은 물론 국내 성우 팬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편, 마도조사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웹툰, 드라마 등으로도 제작되었으며 드라마의 경우 중국의 인기 배우가 총출동해 열연한 것은 물론 뛰어난 CG로 호평 받은 바 있고 일부 전개는 애니메이션과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다 본다면 웹툰이나 드라마도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박종민 기자: 스트레스가 쌓였을 땐 액션 영화가 최고, 예고편 보다 본편이 화끈한 동남아 최고의 액션 배우 이코 우웨이스 출연작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으면서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와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람이 사람을 조심하고 여럿이 모이는 장소를 기피하는 이러한 부정적인 사회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순수한 게이머를 자처하는 기자인 만큼 문화생활의 폭이 다른 사람에 비해 넓지도 않고 또 해박한 편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상황에서 적어도 기자의 취향과 동일하다면 스트레스와 무기력증을 한 번에 날려보내 줄 뛰어난 배우가 존재한다. 바로 인도네시아의 국민 배우인 이코 우웨이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브루나이의 실전 전통 무술인 실랏의 고수인 그는 우연히 그의 재능을 알아본 가렛 에반스 감독과 만나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다. 데뷔작 '메란타우'를 통해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은 이코 우웨이스의 두 번째 작품이자 감독의 세 번쨰 영화인 '레이드' 시리즈를 통해 동남아는 물론 헐리우드에서도 주목받는 인물로 급성장하게 됐다.
타격 액션영화는 출연하는 배우가 액션을 얼마나 잘 소화하는지, 또 감독이 이를 얼마나 연출적으로 화려하게 만드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이 영화는 역량있는 배우와 감독이 만났을 때 어떤 영화가 탄생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코 우웨이스는 영화에 출현한 야얀 루히안과 함께 스타워즈 시리즈에도 조연으로 캐스팅 된 바 있어 액션 배우로서의 자질은 이미 검증됐다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레이드 시리즈 이후 다수의 헐리우드 영화,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드라마에 출현하는 등 현재 글로벌 영화계를 관통하는 동남아 최고의 액션 배우로 평가 받고 있지만 동남아 감독들의 연출 능력 등의 문제로 아직까지는 레이드 이상의 충격을 주는 작품이 없다는 것은 분명 마이너스 요소.
하지만 그가 보여주는 액션 하나만큼은 진국이다. 레이드 이후 차기작에선 그의 장기라고 할 수있는 실랏의 요소가 많이 줄어들어 아쉽지만 영화배우 생활을 하면서도 자신의 본분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무술 수련을 거듭하는 그의 액션은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다는 말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코로나19로 인한 답답함을 그가 보여주는 화끈함을 넘어선 미칠듯한 액션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혁진 기자: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와 일드 '나만이 없는 거리'
황금연휴.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집에서 뭘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이 기회에 몰아서 보길 권하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있다면 역시 '강철의 연금술사'이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원작 스토리가 완결되기 전 방영된 오리지널 스토리 버전과 원작 완결 후 나온 원작 버전 2종류의 시리즈와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존재한다. TV시리즈 2종류는 모두 걸작으로 오리지널 버전을 먼저 본 후 원작 버전을 보도록 하자.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면서도 오락 애니메이션으로 최상급의 재미를 보장한다. 요즘 시국과도 잘 맞는 작품 아닌가 싶다.
시간이 된다면 세계 만화사에 남을 걸작인 원작 만화도 찾아보면 좋다. 단,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실사영화는 가급적 피하자. 기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권할 만한 영화는 절대 아니다.
이왕 넷플릭스를 켰다면 평소 강추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된 '나만이 없는 거리'도 이 기회에 감상해보시기 바란다. 원작 만화나 애니메이션도 훌륭하지만 실사 드라마도 참 잘 만들었다.
이것들을 본 후에도 시간이 남는다면 무시무시한 넷플릭스의 추천 기능을 활용해 이것저것 더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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