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5'의 외전이자 후일담을 다룬 신작 '페르소나 5 스크램블 더 팬텀 스트라이커즈(이하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이 드디어 국내에도 한국어 번역판으로 발매되었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본편 '페르소나5' 이후의 이야기를 그리는 후일담 성격의 외전이다. 턴 기반의 RPG였던 본편에 비해 이번에는 무쌍 액션의 요소를 섞은 실시간 액션 게임으로 등장한 것이 특징.
공개 당시에는 “또 무쌍 콜라보냐”라는 아쉬운 평가들이 많았는데, 생각 이상의 수작이 나왔다는 느낌. 앞으로도 P 스튜디오와 오메가 포스의 협업을 더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OST는 이번에도 준수한 편인데, '페르소나5'의 저장 데이터가 있으면 시리즈 작품들의 전투 BGM을 사용할 수도 있다. 게임이 더욱 풍성해지니 잊지 말고 챙기자.
후일담으로 완성되는 괴도단의 이야기, 전국 일주 플롯도 흥미롭다
그동안 IF 스토리나 본편 사이에 가상의 이야기를 넣어 선보였던 '페르소나' 시리즈의 외전과 달리,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본편 이후에 이어지는 후일담을 다룬 첫 외전이다.
본편에서 일련의 사건들을 마무리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다시 시부야를 찾은 주인공은 괴도단 멤버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려고 하지만, 다시 한번 이세계과 '개심'을 둘러싼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괴도단 활동을 이어간다는 것이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의 스토리다.
이번 작품 역시 이세계를 배경으로 사람의 욕망이 만들어낸 기현상들과 대립하게 된다. 본편에서 괴도단이 마주했던 보스들, 즉 '팰리스'의 주인들은 근본부터 타락한 철저한 '악인'에 가깝게 묘사된 반면,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 등장하는 '제일'의 왕들은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악에 물든 사람들로 그려진다.
전반적으로 '악'의 정의에 대해 좀더 심도 깊게 다루는 만큼 본편 못지 않게 생각할 거리는 충분한 편이다. 타깃 선정에서 개심으로 이어지는 패턴은 본편처럼 고착화되어 있지만 스토리의 완성도 측면에서는 본편보다 좋은 평가를 주고 싶다.
특히 본편에서는 분량 문제로 제대로 그려지지 않았던 괴도단 멤버들의 개성이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을 통해 완성되었다는 느낌이다.
확장판 개념인 '페르소나 5 로열'에서도 멤버 '하루'는 합류 타이밍으로 인해 공기보다 가벼운 비중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인지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는 캐릭터의 성격이나 개성 등을 풍성하게 그려냈다. '하루' 이외에도 기존 괴도단 멤버들의 캐릭터성과 강화되었으며, 새롭게 추가된 캐릭터 '소피아'나 '젠키치' 역시 매력적이다.
게임의 무대 역시 시부야에서 일본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플레이어는 여름방학 동안 시부야부터 교토, 오키나와 등 일본의 각 지역을 순회하며 '개심'과 관련된 사건들을 추적하게 된다. 각 지역마다 현실의 모습을 반영해 특색 있는 랜드마크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게임으로 일본 전국 관광을 간접 경험하는 느낌을 준다.
이 밖에도 자유시간에는 지역 특산품을 직접 구매할 수도 있는 등 괴도단과 함께 플레이어도 여행을 떠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국내에서도 관광지를 순회하는 콘셉트의 게임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무쌍은 아냐, 원작 시스템 계승한 실시간 액션은 만족스럽다
공개 초기에는 오메가 포스와의 협업을 통해 무쌍 액션을 표방했지만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무쌍 액션보다는 여타 실시간 액션 게임에 '페르소나' 시리즈 만의 전투 시스템을 결합한 것에 가깝다. 기존의 무쌍 시리즈와 비교하면 등장하는 적의 수도 적으며, 적과의 전투 역시 심볼 인카운트 형태로 진행된다.
눈 여겨볼 만한 부분은 실시간 액션 게임에 '페르소나' 특유의 전투 시스템을 결합한 점이다. '페르소나' 시리즈는 다양한 속성의 스킬을 활용해 적의 약점을 찌르고 추가 공격을 하는 '프레스 턴' 시스템이 특징인데,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도 적의 약점을 찌르면 기절시키고 강력한 '총공격'을 사용할 수 있다. 연출은 본편 못지 않게 시원하며 패드의 진동도 상당하기 때문에 화끈한 본편의 전투를 그대로 즐길 수 있다.
여기에 각 캐릭터마다 다른 조작법을 채택, 캐릭터의 개성도 뚜렷하다. 원작에서 높은 크리티컬 확률을 사용해 적들을 쓸어 담는 '유스케'는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 한층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스킬을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들을 위해서는 일반 공격 중에도 스킬 공격을 사용하도록 해 캐릭터의 개성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일반 스킬에도 범위 판정이 더해져 기존에 광역 공격 역할을 하는 '마하' 계열 스킬은 조금 차별화 요소가 적어졌다.
대충 버튼만 눌러도 적들이 나가 떨어지는 본가 무쌍 시리즈와 달리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의 전투는 좀더 생각할 거리가 많아졌다. 적의 상성 문제로 인해 무작정 적들을 쓸어버리는 곤란하며, 보스의 공격 역시 패턴을 공략하는 레이드 형태의 성격을 띄고 있다.
여기에 각종 버프나 상태이상 부여 기술 등 턴 기반 게임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잘 이용해야 원활하게 적들을 쓸어 담을 수 있게 되었다. 실시간 액션 게임에 익숙하지 않다면 조금 당황스럽겠지만 본가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금세 적응할 수 있을 정도. 본편이 그러하듯 SP가 부족한 초반 구간만 잘 넘기면 그 다음부터는 일방적인 학살극이 펼쳐져 난이도가 점차 내려가는 편이니 초반 구간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 되겠다.
한편, '제일'의 최종 보스나 네임드 악마 등의 체력에 비해 플레이어 측의 공격력이 너무 약해 아쉽다는 이야기들도 많았지만 개인적으로 기자는 큰 불편을 느끼지는 못했다. 첫 던전의 경우에는 SP도 부족하고 제대로 된 버프나 디버프 수단이 없어 보스전에 걸리는 시간이 긴 것이 맞지만, 이후에는 페르소나를 성장시키고 다양한 보조 수단을 얻으면서 적을 처리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그리 긴 편은 아니었다. 물론 타 액션 게임에 비하면 보스전의 흐름이 긴 편은 맞으니 구매 이전에 미리 참고해 둘 필요는 있겠다.
부족한 편의성, 너무 긴 로딩 시간 등 아쉬운 부분도 존재
시리즈 첫 실시간 액션 게임인 만큼 아직은 아쉬운 점들도 있다. 특히 게임의 편의성이 부족한 부분들이 다수 있는데, 게임을 진행하면서 너무 번거롭게 현실과 '제일'을 오가야 하는 경우가 많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본편과 마찬가지로 던전 내부에서 SP를 회복할 수단이 없다. 대신 던전 밖으로 나가면 체력이 전부 회복되는데, 던전을 나갈 경우 게임 내 시간으로 하루가 지나가버리는 본편과 달리 '페르소나 5 스크램블'에서는 아무런 제약이 없음에도 별도의 회복 요소를 넣지 않은 것이 의문이다. 회복을 위해 꽤나 먼 길을 돌아가 던전에 다시 입장하는 과정이 번거롭게만 느껴진다.
던전 내부의 가시성도 조금은 아쉽다. 게임 내에서는 괴도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기믹을 이용해 앞으로 나아가게 되는데, 전체적으로 던전의 분위기가 어두운 편이라 길을 찾는 것이 어렵다. 여기에 리퀘스트를 통해서는 던전 안에 숨겨진 요소들을 찾거나 지형지물을 탐색해야 하는데, 가시성이 낮은 편이다 보니 눈에 불을 켜고 던전을 돌아다녀도 쉽게 찾아내기 어려운 편. 한번의 전투에서 여러 적들이 등장하는데, 원하는 적을 록 온하는 것도 꽤나 까다로워 시점 조작이 불편하다.
로딩이 잦고 길다는 점도 큰 문제다. 게임 내에서는 맵 이동이나 컷 신 재생, 아지트 집합 등 거의 모든 행동마다 로딩 과정이 필요한데, 그 시간도 상당히 긴 편이다. 특히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의 편의성이 부족한 편이라 자주 이곳 저곳을 이동해야하는 만큼 로딩의 불편함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기자의 경우 플레이스테이션4 슬림으로 게임을 플레이해 로딩 관련 문제가 더욱 크게 다가왔는데, 프로 이용자들 역시 로딩을 주된 문제로 꼽는 것을 보니 개발 단계에서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기대 이상의 수작, 본가 무쌍은 잊어라
'페르소나 5'의 정식 후속작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은 본가 시리즈의 전투 시스템을 실시간 액션 게임으로 재구성한 것은 물론, 본편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캐릭터들의 개성을 극대화한 수작이다. 본편을 즐겨봤다면 '페르소나 5 스크램블'을 상당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안타깝지만 후일담을 그리고 있는 만큼, 본편을 즐기지 않았다면 스토리가 주는 재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겠다.
다만 편의성이 부족하고 로딩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은 조금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게임 내에서 번거롭게 이리저리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마다 로딩이 너무 길어 지루하게 느껴진 적이 많다. 시리즈 첫 액션 게임이었던 만큼 시점이나 가시성 등이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도 아쉬움이 남는 부분.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처럼 게임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나름대로 익숙해지기는 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4의 막바지에 출시된 게임이 이정도의 최적화를 보여준다는 점은 조금 안타깝다.
P 스튜디오와 오메가 포스의 첫 협업은 상당히 만족스럽다. '페르소나 5 스크램블' 이후에도 새로운 협업이 기대되는 상황. 만약 또다른 액션 게임을 만들 생각이 있다면 우선 '페르소나3'를 리메이크해주고 3편 기반의 액션 게임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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