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게임즈의 새로운 기대작 '가디언 테일즈'가 출시 전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간 모습이다. 해외에서 한차례 좋은 평가를 받은 '가디언 테일즈'이지만 국내에서는 '~가테'라는 다소 '아재 개그'스러운 광고 문구 이외에는 제대로 된 게임 영상이 공개되지 않아 궁금증이 모아지기도 했다.
'가디언 테일즈'는 직접 조작하는 재미를 내세운 정통 모바일 어드벤처 RPG다. '자동 사냥'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했던 시장 초기와 달리, 이제는 '자동 사냥'이 없는 모바일 게임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오토 플레이가 표준으로 자리잡은 상황. 짧은 시간 집중해서 즐기기 좋은 '캐주얼 게임' 영역에서는 아직 직접 조작하는 재미가 유지되고 있지만, 장시간 즐겨야 하는 RPG 장르는 '자동 사냥'이 잠식하다시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디언 테일즈'는 다시 모바일 게이머들의 엄지손가락을 되찾아올 수 있을까? 마침 정식 출시 이전 비공개 사전 체험을 통해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할 예정인 '가디언 테일즈'의 국내 서비스 버전을 조금이나마 만나볼 수 있었다.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밀집도가 높게 촘촘하게 구성된 스테이지에서는 과거 피처폰 시절의 모바일 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으며, 특유의 유머 코드가 가득한 퀘스트도 흥미롭다. 다만, BM 구성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조금 남는데, 정식 서비스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손길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밀도 높은 스테이지, 직접 탐험하는 재미를 느껴보자
모바일 게임에서 '스테이지'란 으레 거쳐가는 과정에 불과하다. 이렇다 할 상호작용 요소가 없이 고 레벨 몬스터를 늘어놓고 보스 스테이지로 가는 길목을 가로막는 정도의 역할이 모바일 게임에서 '스테이지'를 취급하는 방식이다.
정통 어드벤처 RPG를 표방하는 만큼 '가디언 테일즈'의 스테이지는 밀도가 높고 섬세하게 구성되어 있다. 플레이어는 각 월드를 책임지는 메인 퀘스트의 흐름을 따라 스테이지를 돌파하게 되지만, 메인 퀘스트 이외에도 다양한 서브 퀘스트와 수집 요소, 그리고 퍼즐들이 기다리고 있다. 여느 모바일 게임과 달리 행동력은 처음 스테이지를 개방할 때만 소모되는데, 같은 스테이지에 여러 번 입장하면서 각종 퍼즐과 퀘스트들을 여유롭게 즐기라는 개발사의 배려가 되겠다.
퍼즐 요소에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어드벤처 게임 역작 '젤다의 전설' 시리즈, 그 중에서도 클래식 시리즈를 많이 참고한 흔적들을 엿볼 수 있다. 스테이지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다가 수집 요소를 발견하는가 하면, 사각형의 맵을 이리저리 탐험하며 숨겨진 장소로 가는 길을 찾아내게 된다. 특히 가로막혀 있는 길을 다른 스테이지에서 얻은 특수 장비로 돌파하는 '젤다의 전설' 시리즈 특유의 레벨 디자인도 인상적이다.
이에 메인 퀘스트의 분량이 그리 긴 편이 아님에도 '가디언 테일즈'의 스테이지는 굉장히 빽빽하고 밀집도가 높게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미 한번 돌파한 스테이지라도 다른 퀘스트를 수행하기 위해 다시 방문해야하기도 하며, 어떻게 해도 갈 수 없던 길을 다른 스테이지에서 얻은 장비나 아이템으로 돌파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서브 퀘스트나 NPC를 찾아내면 서브 스테이지가 열리는데, 고민할 거리를 최소화했던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 비교하면 패키지 게임을 즐기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패러디가 한 가득, '가디언 테일즈' 특유의 유머 코드
어드벤처와 함께 '가디언 테일즈'를 관통하는 또다른 키워드는 '패러디'다. 게임 곳곳에는 개발진의 '덕력'을 느낄 수 있는 패러디 요소들이 가득한데, 서브 퀘스트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 역시 이러한 패러디 요소 덕분. 개발팀의 유머 코드가 상당히 독특한데, 취향에 맞는다면 이보다 재미있는 스토리가 모바일 게임에서 또 있을까 싶다.
특히 개발팀의 유머 코드라는 어시스트를 카카오게임즈가 훌륭하게 골로 연결시킨다. 게임에서는 다양한 패러디 요소들이 등장하는데, 카카오게임즈 측의 현지화가 게임의 재미를 한층 더해준다. 월드 3까지를 기준으로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난해한 번역은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오히려 국내 정서에 맞는 번역으로 재미가 한층 더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스토리 중심으로 진행되는 게임 특성상 텍스트의 분량도 많고 패러디 요소들을 잘 전달하는 것이 앞으로도 중요하겠다. 향후 출시될 스테이지에서도 카카오게임즈의 안정적인 현지화 실력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중요한 것은 연계기와 회피, '가디언 테일즈'의 전투
전투는 총 4명의 캐릭터(주인공 캐릭터는 고정 편성이므로 3인까지 자유롭게 편성할 수 있다)로 팀을 구성해 진행된다. 주인공 캐릭터는 여러 무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다른 동료 캐릭터는 저마다 속성과 사용하는 무기가 정해진 것이 특징. 2등신 캐릭터가 이리저리 부딪히며 전투가 진행되기 때문에 '우당탕탕'이라는 표현이 좀더 적절할 것 같다.
게임 초반에는 때리고 피하는 간단한 액션처럼 보이지만, 레벨이 높아지고 적들이 강력해지면서 기본 공격보다는 '연계기'가 더욱 중요해진다. 각 캐릭터는 저마다 무기에 따라 다른 상태이상을 부여할 수 있는 스킬을 얻게 되는데, '연계기'는 특정 상태이상 조합을 구성하면 적에게 강력한 공격을 이어나갈 수 있는 시스템. 보스 몬스터의 경우 직접 맞서기보다는 연계기를 적재적소에 활용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갈 수 있어 개개인의 능력 못지 않게 연계기도 염두에 두고 파티를 구성해야 한다.
전투의 또다른 핵심 요소는 회피. 거의 대부분의 몬스터의 공격은 시전 시간과 범위가 미리 표기되는데, 아무리 때려도 흠집이 나지 않는 몬스터와 달리 아군 캐릭터는 강력한 공격 한번에 빈사상태까지도 갈 수 있다. 다행히 장판 형태로 공격 범위가 표시되기 때문에 언제나 적의 공격 신호에 유의해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한 셈. 상위 스테이지로 진입할수록 패턴 공략 형태의 전투가 많아지기 때문에 전투 파트에서도 의외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BM은 마냥 귀엽지 않다
귀여운 2등신 캐릭터에 인기를 끌기 좋은 도트 스타일 그래픽, 개발진 특유의 유머 코드 등 '가디언 테일즈'는 전반적으로 아기자기한 게임성을 지향하고 있다. 다만 게임의 수익구조는 꽤나 가혹한 편이라 향후 PvP 콘텐츠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여러모로 고통을 받을 일이 많다.
먼저 '가디언 테일즈'에서는 캐릭터와 장비 두 콘텐츠에서 확률형 상품이 존재한다. 캐릭터는 태생 등급이 정해져 있어 높은 등급의 캐릭터일수록 기본 공격력 및 방어력이 높다. 여기에 특정 캐릭터에게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전용 무기'까지 존재. 물론 스테이지 클리어를 통해 어느정도 뽑기를 돌릴 수 있을 정도의 재화를 제공하고 있지만, 확률형 상품은 어디까지나 운의 영역인 만큼 플레이어의 상황에 따라서는 조금 아쉬운 상황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의 육성 역시 만만치 않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노말 등급의 캐릭터를 제외하면 각 캐릭터에 해당하는 조각을 모아야 상위 등급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데, 요구량이 꽤나 많은 편이다. 조각을 모을 수 있는 던전에 입장하는데 필요한 행동력에 비해 수급량은 조금 짠 편이라 정식 서비스 이후에도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스탯을 올릴 수 있는 '각성' 역시 여러 캐릭터를 한꺼번에 육성하려면 부담이 상당해 전반적으로 사용할 캐릭터를 정하고 해당 캐릭터에 재화를 몰아주는 편이 수월하다.
차이가 큰 것은 아니지만 장비의 옵션이 랜덤이라는 점 역시 향후 게이머들이 부조리하게 느낄 우려가 있는 부분이다. 동일한 장비라도 하더라도 추가로 붙어있는 옵션이 다른데, 이는 뽑기에서 획득할 수 있는 전용 장비 역시 마찬가지다. 증가 폭이 큰 편은 아니더라도 '종결 급' 장비를 원하는 플레이어가 랜덤 옵션이 붙은 전용 장비를 얻었을 때 느낄 불합리함은 생각보다 클 수도 있겠다.
직접 조작하는 재미가 중요하지만, 조금 아쉬운 편의성
한편, 편의성에서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직접 조작하고 재미를 느끼는 게임 특성상 '가디언 테일즈'에서는 요일 던전 등의 콘텐츠를 제외하면 자동 조작을 이용할 수 없다. 반복 플레이가 중심이 되는 요일 던전에서라도 자동 조작을 주는 것이 감사한 일이지만, AI의 성능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결국 직접 게임을 붙잡게 되는 것이 아쉬운 부분. 스킬의 효율도 떨어지는 편이며 클리어 타임도 수동 조작에 비교하면 오래 걸리는 편이라 초반 단계에서는 아쉬움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지 곳곳을 돌아다니며 서브 퀘스트 등 각종 숨겨진 요소들을 찾아다니는 것 역시 '가디언 테일즈'의 재미이긴 하지만, 게임 내에서 별다른 메모나 체크 기능이 없다는 점은 아쉽다. 어렵게 히든 퀘스트를 찾더라도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퀘스트 수주가 불가능한데, 나중에 조건을 달성하고 다시 퀘스트를 수행하려고 하면 어디서 그 퀘스트가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플레이어가 직접 스테이지에 메모를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있다면 보다 수월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정식 서비스 이후 초반에는 부각되지 않지만 향후 콘텐츠 고갈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서비스 버전을 이용한 게이머들을 기준으로 (정말 열심히 게임을 즐길 경우)일주일 정도면 준비된 메인 스토리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이후 남은 과제는 PvP 콘텐츠인데, 이 부분에서 중소과금 이용자들이 뒤쳐질 우려가 있다. 소위 '무한의 탑' 같은 '미궁' 역시 끝이 존재하기 마련. 자동 생성되는 로그라이크 형태의 콘텐츠가 있다면 서비스 중반부까지도 이용자들의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그리고 재미있는 게임 '가디언 테일즈'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할 예정인 모바일 게임 '가디언 테일즈'는 기존의 모바일 게임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게임이다.
캐릭터를 육성하고 지켜보는 방식의 모바일 게임 구조를 탈피해 직접 엄지 손가락을 움직여가며 스테이지 이곳저곳을 탐험하고 퀘스트를 진행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 과거 레트로 풍의 어드벤처 게임의 감성을 원한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개발팀 특유의 유머 코드와 패러디가 게임 전반에 녹아있는 가운데, 카카오게임즈의 현지화를 통해 게임의 매력을 100% 느낄 수 있다는 점도 만족스럽다.
다만 정식 서비스 이후에는 카카오게임즈의 또다른 손길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캐릭터와 장비를 모두 뽑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게임 구조상 과금 체계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결국 '프린세스 커넥트! Re:Dive'에서 보여준 것처럼 카카오게임즈 만의 운영의 미학이 필요한 것. 또한 노멀 등급 캐릭터 대부분이 일러스트가 없는데, 대형 퍼블리셔를 통해 서비스되는 만큼 게임의 빈 부분들을 채워나가는 작업들도 필요하겠다.
사전 체험을 시작하기 전에는 '자동 사냥' 없이도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싶었는데, 하루에 못해도 3시간 이상씩은 '가디언 테일즈'를 즐기게 되더라. 사전 체험 기간 동안 게임을 전부 해치우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기로 했다. 맛있는 것은 아껴 먹는 편이 좋다. 정식 출시 이후 다시 처음부터 '가디언 테일즈'의 재미를 느끼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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