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영웅전설: 시작의 궤적', 시리즈 팬이라면 꼭 해야할 수작

등록일 2020년09월11일 13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팔콤을 대표하는 RPG 시리즈로 자리잡은 '궤적' 시리즈 최신작 '영웅전설: 시작의 궤적'을 나오자마자 끝까지 플레이했다. '몽환회랑'이 생각보다 재미있어서 중간에 몽환회랑에서만 긴 시간을 보내느라 클리어가 늦어졌다.

 

이번 작품은 크로스 스토리 시스템을 채택해 세 명의 주인공 각각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흔히 이시이 지로 스타일 어드벤쳐 게임이나 '제로 이스케이프' 시리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캐릭터 별 이야기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특정 스토리가 진행되기 전까지는 루트가 잠겨있고 하는 식으로 게임이 구성되어 있다.

 



 

게임의 각 요소에 대한 감상을 정리해 봤다.

 

리뷰 협력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길지 않은 본편과 시간먹는 하마인 몽환회랑
 게임 내 시간으로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여러가지 일이 펼쳐지고 등장 인물은 수십명 수준이라, 파티를 셋으로 나눠 뒀지만 대기멤버가 넘쳐난다.

 

몽환회랑을 제외하고 보면 '종장을 대폭 축소시킨 벽의 궤적' 정도의 분량을 담고 있는데, 즉 그렇게 길지 않고 적당히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다가 마지막엔 확실하게 결말을 내고 깔끔하게 끝나는 게임이었다.

 



 

스토리 구성은 '벽의 궤적'에 이어 논스톱 클라이막스로 텐션이 계속 유지되어 끝나고 나서야 생각보다 시간이 적게 걸려 볼륨이 적었나 싶은 것이지, 플레이하는 중 '짧다'고 느낄 겨를이 없었다.

 

본편의 분량이 조금 짧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몽환회랑이 달래주는 구성으로, 몽환회랑에는 서브 이벤트, 미니게임, 파밍 등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있어 마음에 든다면 몽환회랑에서만 긴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몽환회랑에서 강적을 처치하면 '봉인석'이 나오는데, 이 봉인석에서 쿼츠/장비/음식재료 등 여러가지 아이템이 나오고 몽환회랑의 보물상자에서는 회랑에 편성된 캐릭터의 방어구/무기 도 나오므로 좋아하는 캐릭터로 파티를 편성하여 계속 공략하고 싶게 만든다.

 

완성된(?) AT 배틀, 크래프트와 오더의 황금비
전투의 기본 시스템은 쭉 이어져 온 AT 배틀 시스템을 사용하면서 이것저것 추가된 형태를 보여준다.

 

EP를 소모하여 아츠를 발동하고, CP를 소모하여 크래프트를 발동하고, BP를 소모하여 오더, 러쉬 등을 발동하는 기본 구조에 아이템, 오더 등으로 EP를 보충하고 오더, 마스터쿼츠, 장비 등을 이용해 CP를 보충하고, 추격, 크래프트 등을 이용해 BP를 보충하며 전투를 이어가게 된다.

 



 

여기에 BP를 보충하면서 공격/회복이 가능한 밸리언트 레이지(어썰트 게이지 소모)가 추가되어 BP 활용이 조금 더 유동적이 되었는데, 편성멤버가 늘어나면서 대기멤버로 두거나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멤버도 엑스트라 칸에 설정하면 오더를 활용 가능해 다양한 구성을 활용해 보는 재미가 있다.

 

이번 '시작의 궤적'에서는 크래프트와 오더 양쪽의 비중이 꽤 균형있게 맞춰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전 나온 '벽의 궤적 Kai'가 '아츠의 궤적'이라 불릴 정도로 로이드+3아츠 공략이 정석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시작의 궤적'에서는 균형을 잘 맞춘 것 같다. 다만 회피세팅(100%)한 탱커를 구석에 던져두고 반대쪽에서 장거리 크래프트나 오더로 공략하는 방식 자체는 '시작의 궤적'에서도 비슷하게 기능한다.

 



 

노멀 난이도의 경우 세팅에 따라 거의 일방적인 전투가 가능한데, 보스전은 고양 타이밍 파악에 실수하면 조금 힘들어지지만 그 부분만 주의하면 어려움 없이 진행되는 수준이다.

 

지연시간 감소 오더를 깔고 계속 공격하다가 적 턴이 오기전에 가속으로 아군 턴을 강제하고 부족한 BP는 밸리언트 레이지와 버닝하트 등으로 보충해서 계속 이어나가게 되는데, 배속 전투 기능, 자동전투 기능, 연출 스킵 등 유저 편의 기능도 모두 들어있어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하다.

 

그래픽과 스토리
최대 약점이 그래픽이고 최고 장점이 스토리인 팔콤 '궤적' 시리즈의 전통을 '시작의 궤적'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시작의 궤적'의 그래픽은 '섬의 궤적 4' 에서 크게 변화되지 않은 느낌을 준다. 다만 '제로의 궤적'이나 '벽의 궤적 Kai'를 직전에 플레이하고 온 유저라면 크로스벨이 휘황찬란하게 바뀌어 있어 깜짝 놀랄 것 같다.

 



 

그래픽에 대한 기대치는 아주 높지는 않았기에 기대한 정도의 그래픽으로, 플레이하는 유저가 게임에 몰입하는데 문제되지 않는 선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 정도이다.

 

필살기 연출이나 모션 등은 '섬의 궤적 3' 및 4에서 쓰던 것들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는데,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 숫자, 그리고 외전임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수준이라 본다.

'시작의 궤적' 새롭게 추가된 주인공 파티에는 100점 만점에 95점 정도를 주고 싶다. 딱 필요한 캐릭터, 상황에 맞는 선정이고 신 주인공 파티도 나름의 색깔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 같다.

 



 

100점을 주지 않은 것은 주인공이 '변화하는' 과정이나 '선택하는' 부분이 너무 단순하게 묘사된 점이 아쉬웠기 때문인데, 팔콤 RPG가 늘 이랬나 싶기도 하고, JRPG 스타일이 이렇다고 하면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로이드 루트는 대충 알아서 잘 흘러가는 느낌으로 전개된다. '제로의 궤적'과 '벽의 궤적' 이벤트를 재탕한 느낌이 강하다. 다만 게임 자체가 제로의 궤적부터 벽의 궤적을 거쳐 이어지는 크로스벨 궤적 3편에 준하기 때문에, 최신 궤적 그래픽으로 구현된 크로스벨과 NPC들을 보는것 만으로 꽤 즐거웠기에 합격점을 줘도 될 것 같다.

 



 

린 루트는 린을 제외하면 모두 병풍인 것은 '섬의 궤적'부터 이어지는 전통으로 이번 '시작의 궤적'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준다. 린, VII반, 그리고 나머지로 정리할 수 있는 딱 그것 말이다.

 

시리즈 팬이라면 100점을 줄만한 만족스러울 작품
최근 '제로의 궤적'과 '벽의 궤적'을 PS4 버전으로 다시 클리어하면서 크로스벨에 대한 호감도가 올라간 상태에서 플레이한 탓인지 '시작의 궤적'은 매우 만족스러운 작품이었다.

늘 지적받던 '그럴 필요는 없어!' 남발을 꽤 고심해서 고치려 노력한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늘의 궤적', '제로의 궤적', '섬의 궤적'을 모두 모아 마무리하는 작품이므로 기존 작품을 플레이한 유저가 플레이한다는 기준에서 보면 이것저것 후일담도 보여주고 이벤트도 잔뜩 마련되어 있어 놀거리 가득한 마지막 축제의 느낌이 강하게 든다.

 

다음 작품부터 AT배틀 시스템을 버린다고 했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 특유의 손맛은 이번 작품이 마지막일 것 같은데, 그런 의미에서도 몽환회랑에서 잔뜩 전투하고 잔뜩 노가다해서 최고의 세팅을 갖추라는 개발진의 배려(?)가 느껴진다.

 



 

'제로의 궤적'과 '벽의 궤적'을 사랑하는 유저라면 크로스벨의 뒷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저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궤적' 시리즈, 특히 크로스벨 마라톤의 진가는 NPC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인데, 배경이 같다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제로의 궤적' 시절에 진행한 이벤트가 '시작의 궤적'에서 다시 이어지고 세편의 게임에서 같은 NPC와 대화하며 어떻게 변했고 그대로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은 역시 즐거웠다.

 



 

궤적 시리즈를 쭉 즐겨온 유저라면 크로스벨 주변은 이제 지도 없이도 어디가 어딘지 다 알아서 찾아가는 수준일 텐데, 이 정도로 계속 사건사고가 벌어진다면 역시 '마도 크로스벨'이라는 이름값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게 리뷰어만이 아닐 것 같다.

 

이번 '시작의 궤적'은 '궤적' 시리즈 팬 타깃 게임이므로 시리즈 팬 기준으로 95점을 매기고 싶다. 5점을 깎은 것은 보물상자와 전투노트 트로피 때문인데 개인적인 부분이고 시리즈 팬 기준에서 매우 잘 뽑힌 '수작'으로 평가해도 될 것 같다.

 

그 이야기는 시리즈 입문작으로 이것을 플레이하는 것은 추천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으로, 최소한 '섬의 궤적' 3, 4편이라도 플레이한 뒤에 도전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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