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넥슨 '던파'의 믿음과 신뢰 회복, 그 무엇보다 솔직함이 필요하다

등록일 2020년09월15일 10시30분 트위터로 보내기

 

사회적 신뢰라는 용어가 있다. 국가와 개인, 또는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상식적이면서도 기본적인 믿음이 있어야만이 사회가 안정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신뢰가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말 그대로 불안정한 상태가 된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의 문제라면 말 그대로 그들의 문제로 끝날 일이다. 하지만 정부나 공공기관과 개인 사이의 신뢰가 무너진다면 그 여파는 걷잡을 수 없을 것이다. 발전을 저해하고 추가적인 비용이 들어갈 것이며, 혼란스러운 삶과 사회가 될 것이다.

 

갑자기 이러한 용어를 왜 들먹이냐고 물을 수 있다. 하지만 게임과도 아주 관계가 없지는 않다. 게임 또한 하나의 사회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 환경이 기본이 되는 RPG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재화가 존재하고,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있다. 게이머(개인)들은 게임사(국가 또는 정부)가 게임(공공기관 또는 사회 시스템)을 잘 운영해 줄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를 갖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과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게이머들이 몸담고 있던 게임이라는 사회에서의 믿음과 신뢰는, 시스템의 헛점을 악용한 이에 의해 산산히 박살났다. 유저들의 의심은 사실이 됐다. 온라인게임이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 이야기가 아니다. 2020년 현재, 그것도 가장 인기가 높은 15주년 온라인게임 '던전앤파이터'의 이야기다.

 

그는 권한을 악용해 아이템을 임의로 생성하여 게임 내 콘텐츠에 직접적으로 개입한 것도 모자라, 아이템을 외부로 유출하여 개인적인 이득까지 취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공직자가 개인의 이익을 위해 비리와 횡령을 저지르고 이를 은근히 과시하다 꼬리가 길어 잡힌 것이다.

 

'던전앤파이터'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말 그대로 관리직에 대한 관리의 실패로부터 기인한다. 심지어 '던전앤파이터'라는 게임 하나만 놓고 봐도 처음이 아니며, 이벤트 정보 유출 이후 재발방지를 약속한 지 채 1년이 되지도 않아 같은 사람에 의해 더욱 큰 사건이 터졌다. 회사의 재산을 횡령했다는 측면에서 어찌 보면 가장 잘 알려져 있으면서도 또 유사한 '노토리우스당 사건'보다도 그 사안이 무겁다.

 

그동안 게임업계에서 비슷한 사건들이 여러 차례 있었고 그때마다 재발 방지 대책마련과 시스템 개선, 그리고 관계된 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때 뿐, 잊을만 하면 한 번씩 들려오는 GM과 관계자들의 권한 악용은 게이머들에게 허무함과 실망감을 줬다.

 



 

게이머들의 의심과 신뢰도의 하락은 곧 게임의 불안정을 뜻한다. 이미 '다크서클 사건' 등 비슷한 크고작은 사건들을 겪어온 '던전앤파이터'라고 할지라도, 심지어 이번 사건을 결백하게 끝낸다고 하더라도 게임과 회사 브랜드에 가해진 타격은 꽤나 크다.

 

비슷한 사건들은 여럿 있었지만, 유독 이번 사건의 여파가 크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던전앤파이터'가 많은 이들이 몸담고 있는 '아라드'라는 사회이기 때문이며, 그들이 실망하고 의심할 큰 여지를 제공했기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게임사들이 혹여 자신들의 내부에서도 이와 비슷한 문제가, 또는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조용히 내부 감사를 진행할 것이라는 예측도 하고 있다. 나 또한 각 게임사들의, 또는 직원들의 시시콜콜한 모든 사정을 알 수는 없으니 비슷한 문제나 사람이 없길 바란다는 정도에서 생각이 그친다.

 

다만 게임 또한 하나의 작은 사회이다. 사회에서 신뢰와 믿음이 가지는 힘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혹여 '이번엔 걸리지 않았으니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이번 사건은 디렉터 등 상급 관계자에 대한 징계와 해당 관리자 개인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로만 끝나서는 안될 것이다. 개인의 권한 악용이라는 그동안 많이 밝혀온 변명만으로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그 어떤 때보다도 철저하고 명확한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과 자정 작용 그리고 솔직함이 필요하다. 사회적 신뢰의 하락으로 인한 비용과 절차 증가라는 큰 리스크를 감수해서라도 말이다.

 

게이머들은 게임이라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 명의 시민이자 감시자이며, 순한 양이자 포악한 늑대이기도 하다. 게임의 안정을 위해 게임사들이 부디 청렴결백하고, 솔직하고, 철저하고, 공정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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