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븐나이츠'의 개발자들이 힘을 합쳐 만든 엔픽셀의 신작 '그랑사가'가 게이머들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23일부터 26일까지 총 4일간 '그랑사가'의 CBT가 진행됐다. 만족스러운 그래픽 퀄리티에 비해 아직은 게임의 내실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랑사가'는 왕국을 구하기 위한 기사단의 모험기를 그린 MMORPG로, 플레이어는 여러 캐릭터들로 팀을 구성해 전투를 즐길 수 있다. 화려한 비주얼을 통해 '그랑사가'는 출시 이전 게이머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며, 엔픽셀 역시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업계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그랑사가'를 통해 국내는 물론 서브컬쳐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것이 엔픽셀 측의 바람. 다만 국내와 글로벌 시장으로 향하기 전에 게임의 구성 및 내실을 조금 더 가다듬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 4일간 진행된 CBT에서는 화려한 비주얼이 기억에 남았지만, 그래픽을 제외한 전투 시스템이나 게임 구성에 대해서는 아쉬운 느낌을 받았다.
기본은 모바일 MMORPG, '그랑웨폰'으로 다양성 더했다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겨냥하고 있지만 '그랑사가'의 장르는 모바일 MMORPG다. 게임 초반부부터 다양한 직업의 캐릭터 6인을 기본으로 보유하게 되며, 이들의 속성과 특성에 따라 3인을 골라 팀을 편성해 전투에 참여하게 된다. 모바일 MMORPG에서 여러 직업의 캐릭터를 함께 육성하는 방식의 플레이가 보편화된 만큼, '그랑사가'는 처음부터 여러 캐릭터를 제공하고 이들을 꾸준히 육성하는 방식의 성장 체계를 도입했다.
6인의 캐릭터를 활용한 플레이에 개성을 더해주는 것은 게임 내의 장비 개념인 '그랑웨폰'이다. 게임의 설정상 '그랑웨폰'은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는 무기인데, 단순한 무기의 외형이 아닌 캐릭터의 모습으로 그려진 점도 특징. 하나의 '그랑웨폰'은 캐릭터의 스킬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동일한 캐릭터를 육성하더라도 장착한 '그랑웨폰'에 따라 플레이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도 기존의 모바일 MMORPG와는 다른 부분이다.
'잠재능력' 역시 캐릭터 육성에서 다양성을 추구하는 요소. 캐릭터의 레벨이 상승함에 따라 제공되는 재화를 통해 '잠재능력'을 해방할 수 있는데, 어떤 방향으로 먼저 길을 여는가에 따라 방어, 공격 양 측면으로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다. 다양한 캐릭터들을 선보이고 플레이어가 입맛에 맞는 캐릭터를 선택해 조합을 꾸려나가는 수집형 RPG의 요소들을 모바일 MMORPG에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들을 엿볼 수 있다.
취향에 맞는다면 합격점인 그래픽
첫 공개 당시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던 그래픽은 CBT 버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그랑사가'의 장점이다.
수집형 모바일 게임 대부분이 2D 일러스트를 앞세우는 것과 달리 '그랑사가'는 3D 그래픽을 사용했는데, 서브컬쳐 마니아 층을 겨냥하는 만큼 실사풍 보다는 일러스트의 느낌을 3D로 표현하는 데에 집중했다. 코를 표현하지 않는 데포르메 방식과 특유의 색감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광원 효과나 스킬 사용 시의 연출 등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다.
게임의 또다른 주인공 '그랑웨폰'의 일러스트 역시 기존에 수집형 게임을 즐겨 플레이하던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 특히 여느 수집형 RPG에서 캐릭터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듯이 별도의 콘텐츠를 통해 '그랑웨폰'과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메인 스토리보다 '그랑웨폰'과의 스토리가 훨씬 더 흥미롭다는 느낌이다.
그래픽 퀄리티가 높다 보니 CBT 버전을 기준으로 최적화와 관련된 문제들도 나오고 있다. 기자의 경우 '갤럭시 A90' 기기를 사용했는데, 화면 재생 속도나 화면에 표시되는 다른 플레이어의 정보 등의 옵션을 조금 손보니 게임 플레이가 훨씬 원활해졌다. 다만 3D 그래픽이기에 어쩔 수 없는 기기의 발열은 아쉬운 부분. CBT 이후 최적화 작업에도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전형적인 '모바일 MMORPG'식 게임 플레이, 조작감 개선도 필요해
수준급의 그래픽은 '그랑사가'의 장점이지만, CBT 버전에서는 그래픽 이외에는 뚜렷한 장점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은 크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랑웨폰' 및 '잠재능력'에 따라 자유롭게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은 차별화 요소가 되겠지만, 결국에는 전형적인 모바일 MMORPG의 구조를 따르는 탓에 게임 플레이 자체가 지루하게 느껴진다.
여느 모바일 MMORPG처럼 '그랑사가' 역시 게임의 세계는 넓지만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요소는 그리 많지 않다. 평소처럼 퀘스트 버튼을 클리어하면 NPC에게로 자동으로 달려가고 전투까지 수행하며, 퀘스트의 구조 역시 'XX을 몇 마리 잡아라' 또는 '꽃을 수집해와라' 등 의미 없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화려한 그래픽으로 가득 채웠지만 '그랑사가'의 세계가 어딘가 허전해보이는 것은 이런 전형적이고 무성의한 퀘스트 동선 및 게임 진행 방식 때문이 아닐까.
전투가 흥미롭지 않다는 점도 CBT 이후 '그랑사가'가 해결해야할 문제다. '그랑웨폰' 및 '잠재능력'을 통해 차별화된 육성이 가능하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전투는 '자동 전투'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플레이어가 별다른 차별화 요소를 느끼기 어렵다. 캐릭터와 몬스터가 서로 치고 받는 것을 지켜보다가 타이밍에 맞춰 아군 캐릭터를 교체하거나 '그랑웨폰' 스킬을 사용하는 것 정도가 '그랑사가'에서의 조작의 전부.
직접 게임을 조작하려고 해도 조작감이나 UI의 배치가 수동 전투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불편함이 상당하다. 특히 소위 '밀리는 듯한 느낌의 조작'이 '그랑사가' 전투 콘텐츠의 가장 큰 문제로, 일반 공격을 사용하거나 스킬을 사용했을 때의 '후(後) 딜레이'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게임 상에서는 '회피' 조작이 전혀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들은 범위 형태의 장판 공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물론 '잠재능력'을 통해 적에게 빠르게 접근하거나 공격 시 뒤로 후퇴하는 등의 특수 능력들을 하나씩 얻을 수 있지만 전투가 다채롭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웠다.
국산 게임답게 연출은 화려하지만 모든 동작에 걸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는 점도 '그랑사가'의 전투가 지루해지는 원인이다. 근접 캐릭터를 제외한 원거리 캐릭터 대부분은 스킬 사용에 긴 시간이 걸리는데, 그 사이 적들이 움직이는 경우에는 스킬을 허무하게 날려버리는 일들이 많다. CBT 버전을 기준으로 마법사 캐릭터가 거의 버려지다시피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 CBT 버전 이후에는 전체적으로 캐릭터의 반응 속도를 높이고 모션을 간소화해 전투를 스피디하게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팀에 포함되지 않은 2군 캐릭터들의 육성 방안이 부족하다는 점도 아쉽게 느껴진다. 주로 사용하는 캐릭터들은 퀘스트, 사냥 등을 통해 레벨을 빠르게 올릴 수 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캐릭터는 여전히 1레벨이기에 캐릭터 간의 성장 격차가 심각한 편이다. 캐릭터 육성 자체에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사단 레벨'을 전체 캐릭터의 레벨로 통일시키거나 빠르게 레벨을 올릴 수 있는 아이템 등을 제공 해야겠다.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인 '그랑사가', 완성된 모습 기대한다
4일간의 짧은 여정을 마무리한 '그랑사가'는 화려한 외관에 비해 내실이 조금은 부족한 모습이다. 모바일 MMORPG의 전형적인 구성을 따르는 메인 스토리와 퀘스트는 처음부터 크게 흥미가 가지 않으며, 전투 시스템 역시 불편한 부분들이 너무 많아 결국 자동 전투 기능에 의지하게 된다. 결국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일은 전투를 지켜보고 화면을 터치하는 것뿐이라 게임이 금세 지루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CBT 버전인 만큼, 정식 서비스 또는 이후의 테스트에서는 조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여러가지 개선해야할 과제들이 남아있는 가운데, 기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것보다도 전투의 속도감 자체를 올려줄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거리 캐릭터는 공격도 한세월, 스킬 사용도 한세월인터라 조작을 전혀 하지 않고 지켜만 보는데도 지친다는 느낌을 받았다. 전투의 속도감이 올라가면 교체하는 재미도, 스킬을 사용하는 재미도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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