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전선'이 열어준 서브컬쳐 게임 시장은 어느새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검증된 BM과 게임 콘텐츠가 정립된 탓에 고 퀄리티의 일러스트나 유명 성우진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변주'를 시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30인 규모의 국내 소규모 개발사 오버부스트 스튜디오가 꽤나 독특한 신작 서브컬쳐 게임을 선보일 예정이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서브컬쳐 게임 시장에서 활동한 게임 개발자들이 힘을 합친 오버부스트 스튜디오가 9월 25일부터 28일까지 자사의 신작 모바일 게임 '디버스 오더'의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것.
'디버스 오더'는 오버부스트 스튜디오가 선보이는 첫 작품으로, '뉴트로(Newtro)'와 '정복(Conquest)', 그리고 'RPG' 요소를 내세운 것이 특징이다. 알파 테스트 버전이지만 게임의 기본적인 틀은 거의 완성된 것으로 보여지며, 특히 타 서브컬쳐 게임과 차별화되는 '정복'과 관련된 콘텐츠가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즐기는 천하통일, 침략과 정복이 핵심 콘텐츠
캐릭터를 수집해 팀을 편성하고 더 강한 적들에게 도전하는 일반적인 서브컬쳐 지향 게임과 달리, '디버스 오더'에서 플레이어의 주된 목적은 '정복'이다.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는 강력한 힘을 가진 최종 병기인 '디버스 오더'라는 존재가 되어, 수 많은 세력들이 난립하는 시국에서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는 1챕터를 중심으로 한 시나리오들을 체험할 수 있다. 1챕터에서는 플레이어가 지휘하는 세력 이외에도 뱀파이어들이 포진한 세력, 용병 집단, 이능력자 집단 등이 플레이어의 거점을 둘러싸고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 플레이어는 이처럼 다양한 세력들 가운데에서 힘을 기르고 타 집단의 영역을 침략해 거점을 빼앗아야 한다.
'디버스 오더'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매 턴마다 플레이어의 세력 이외에도 다양한 세력들이 저마다의 움직임을 보여주며, 플레이어는 정해진 행동력을 사용해 거점을 강화하거나 자원을 수집하고 타 세력을 침공할 수도 있다. 거점이 늘어날수록 행동력 역시 높아지기에 내실을 가다듬는 한편 공격을 수행하는 것이 '디버스 오더'의 핵심. 외관은 수집형 RPG이지만 기존의 게임과는 다른 진행 방식이 상당히 흥미로운 편이다.
특히 하드모드부터는 분기 시스템을 제공, 플레이어의 공략 정도에 따라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점도 매력적인 부분이다. 게임 상에서는 '침략'하고 '정복'해야할 대상이지만 '디버스 오더'의 각 세력들은 저마다의 이야기와 개성들을 가지고 있다. 추후 정식 서비스 버전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공략을 통해 각 세력과 세계에 숨겨진 이야기들을 감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보다는 경영, 전략에 중점 둔 '디버스 오더'
기틀은 수집형 RPG인 만큼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 확인할 수 있는 '디버스 오더'의 핵심 BM은 캐릭터 수집이다.
정해진 턴 내에서 상대 진영을 공략할 경우, 한번 출전한 캐릭터는 다음 턴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기에 최대한 다양한 캐릭터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원활한 공략에 도움이 되는 편이다. 전반적으로 높은 등급의 캐릭터 뿐만 아니라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고루 사용해야해 전략적인 다양성 측면에서는 이용자들을 만족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전투는 조금 심심한 편이다. 육성한 캐릭터들로 팀을 편성해 전투에 진입하면 코스트에 맞춰 스킬을 사용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조작이 필요 없는 정도. 전투 상에서는 2등신으로 표현된 캐릭터들이 앞으로 진격하는데, 게임 상에서의 일러스트에 비하면 퀄리티가 조금은 아쉽다. 취향에 따라서는 호불호가 조금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침공 시에만 조작이 가능하고 거점을 방어할 때에는 시뮬레이션으로 간단하게 전투가 진행되기에 결국 '디버스 오더'의 핵심 콘텐츠는 경영과 전략에 집중되어 있다. 제한된 행동력 내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거점을 성장시키고 공략하는지가 게임의 핵심인 셈. 노말 모드에서는 마음이 가는 대로 플레이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한 수 앞을 바라보는 플레이가 필요해진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2챕터에서는 적대 세력들이 점점 더 늘어나기에 침략 뿐만 아니라 외교에도 주의할 필요가 있겠다.
기본 구조는 만족스러운 '디버스 오더', 남은 것은 친절한 설명과 추가 콘텐츠
이처럼 '디버스 오더'는 수집형 RPG의 외관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의 요소들을 섞어 놓은 독특한 게임이다. 매 턴마다 거점을 육성하는 한편, 적대 세력을 침략하고 아군의 거점을 방어하는 공방전이 이어져 전략적인 플레이를 요구한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알파 테스트 버전에서는 게임 내 설명이 조금은 부족한 편이었다. 기본적인 전투 시스템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 직접 부딪히며 배워가는 일들도 많았으며, 게임의 핵심이 되는 경영 및 운영 시스템에 대해서도 튜토리얼이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어라면 꽤 여러 번 헤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기점에 대한 복선도 부족해 알파 테스트 후반부에는 게임사 측에서 직접 공략법을 제시할 정도이기도 했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와 분기 별로 다른 엔딩을 제공하는 메인 콘텐츠는 만족스럽지만, 콘텐츠 고갈에 대한 우려도 있다. 처음 시나리오를 공략하는 재미는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매력이지만, 모든 루트를 공략한 이후에는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느낄 것으로 보인다. 아직 알파 테스트였던 만큼 게임의 모든 것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시나리오 이외에도 PvP 콘텐츠나 반복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다른 '디버스 오더', 다음 테스트도 기다려진다
알파 테스트를 진행한 '디버스 오더'는 기존의 모바일 게임과는 분명 다른 매력을 가진 게임이다. 반복적인 플레이보다는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즐길 수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요소들을 제공하며, 시나리오의 완성도 역시 높은 편. 특히 각 세력마다 개성 넘치는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 마치 '삼국지' 기반 게임이나 '토탈워' 등의 게임을 즐기는 듯한 감각으로 '디버스 오더'를 플레이했다.
특히 아직 1챕터 정도의 콘텐츠만 선보였던 만큼, 알파 테스트 이후의 행보도 기대된다. 모바일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해 반복성 콘텐츠나 PvP 역시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적으로는 AI 이외에도 다른 플레이어들과 실시간으로 거점을 점령하고 경쟁하는 식의 PvP 콘텐츠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국내 중소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서브컬쳐 게임에 도전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동안 지켜본 중소 게임사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인상적이다.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오버부스트 스튜디오, 그리고 그들의 신작인 '디버스 오더'의 향후 행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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