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넷플릭스의 신작 '아리스 인 보더랜드(Alice in Boderland)'가 화제다. 해외에서는 인기 순위 7위를 돌파, 국내에서도 인기 작품 TOP10을 기록하면서 넷플릭스의 '자본 테라피(…)'를 받으면 일본 실사 드라마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양새다.
작품은 아소 히로의 만화 '임종의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중증 히키코모리인 주인공 '아리스'가 갑자기 알 수 없는 세계로 전송된 이후 살아남기 위해 무지막지한 게임들에 참가한다는 것이 작품의 주된 줄거리. 키치(Kitsch)한 느낌이 가득하고, 사람이 거침없이 죽어나가는 괴상한 게임 사이에서 삶의 의미를 논한다는 점에서는 카네시로 무네유키의 만화 '신이 말하는 대로'와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이다.
메가폰을 잡은 것은 '아이엠어히어로', '블리치(…)' 등 여러 만화 기반 실사물을 제작해온 사토 신스케. '강철의 연금술사' 등 국내외를 막론하고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던 기존의 일본 실화 영화와 비교하면 앞서 언급한 두 작품은 나름대로 봐줄 만한 퀄리티를 선보였던 바 있다. 작품을 재해석하기보다는 원작의 장면들을 실제 연기로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일본 영화계인 만큼, '아리스 인 보더랜드' 역시 척 봐도 만화가 원작이겠구나 싶을 정도로 과한 연출과 설정들이 곁들여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리감은 덜한 편이다. 세상 끝장날 것처럼 고래고래 소리치는 일본 실사 영화 특유의 발성법이나 과도한 표정 연기도 '아리스 인 보더랜드'의 극한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어울린다. 작중 호랑이나 표범 등의 동물들도 등장하는데, CG의 퀄리티가 상당히 좋아 극의 몰입감을 더해준다. 사람들이 텅 빈 도쿄 거리의 모습도 전부 CG로 표현한 것이라는데, 최근 화제가 된 국산 웹툰 원작 '스위트홈'도 그렇고 CG 퀄리티에 대해서는 넷플릭스를 믿어봄직 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기존의 실사 영화와 비교하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주연 '아리스'와 '우사기'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안정적이지만, 그 주위를 둘러싼 조연들의 연기력이 널뛰기를 뛴다. 소위 '피어싱남(작중 제대로 된 이름은 있지만 외적인 인상이 너무 강렬하다)'이나 '문신남(이하 동일)'의 연기는 방금 막 애니메이션에서 건져 올린 것처럼 오글거림이 살아있다. 또다른 주연 역할을 하는 '치시야'는 연기력보다는 복장이 문제인데, 제발 실사물에서는 그에 걸맞는 헤어스타일을 코디했으면 좋겠다는 느낌이다.
군데군데 오글거리는 연기력이 발목을 잡지만,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술술 잘 넘어가는 작품에 속하는 편이다. 한 화에 굵직한 사건 하나씩을 배정해 빠르면서도 흡입력 있는 전개를 유지하고 있다. 전반전까지는 보는 사람도 피가 말리는 쫄깃한 스릴러를 지향하지만 분기점이 되는 '비치'에 진입한 이후부터는 극의 양상이 조금 달라진다. 주인공 '아리스' 역시 두뇌파로 묘사되지만 어째 게임이 계속될수록 논리적으로 퍼즐을 풀어나가기보다는 요행이나 우연으로 난관을 극복하는 일들이 늘어난다. 치밀한 심리전과 두뇌 싸움보다는 머리를 비우고 극의 흐름에 몸을 맡겨보자.
'아리스 인 보더랜드'는 해외에서의 호평을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무래도 18일부로 넷플릭스에 공개된 네이버 웹툰 원작의 드라마 '스위트홈'과의 비교는 피할 수 없을 터. 두 작품 모두 CG를 통해 비현실적인 대상들을 묘사하고 있으며,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어 원작의 요소들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지 비교될 수밖에 없겠다. 연말을 기점으로 넷플릭스에 여러 기대작들이 속속 공개되고 있기에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좋은 때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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