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사냥감이 된 사냥꾼, 넷플릭스 '더 헌트'

등록일 2021년02월03일 09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미국 사회를 이끄는 엘리트들이 뭉친 한 모임에는 은밀한 취미가 있다. 바로 일반인들을 납치해 이른바 '인간 사냥'을 즐기는 것. 전용기에서 한가롭게 샴페인을 따며 일방적인 사냥을 기대하던 그들이지만, 사냥감 중에 불청객이 있다는 것은 눈치채지 못했다. 이제 사냥꾼이 사냥감이 될 시간이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크레이그 조벨 감독의 영화 '더 헌트(The Hunt)'가 국내에 공개됐다. 누명을 벗는 개인의 처절한 싸움을 다룬 매즈 미켈슨 주연의 동명의 영화와 헷갈리기 쉬우니, 검색할 때에는 꼭 '넷플릭스'를 붙이자. 유혈이 낭자하고 사지가 관통되는 것도 일상 다반사이니 식사 전후로 30분 정도는 시청을 주의해야겠다.

 


 

1시간 30분 분량의 러닝타임이 훌쩍 지나갈 정도로 영화의 흡입력은 상당하다. 개인적으로는 영화 첫 부분에서 여러 사냥감들을 빠르게 조명하는 연출이나, 마지막 결투씬이 인상깊더라. 액션을 표현하는 방식, 그리고 고약한 유머 감각은 '킬빌'의 그것과도 맛이 비슷하다. 주연을 맡은 '베티 길핀'에게서 '킬빌' 당시의 '우마 서먼'이 보이는 것이 기분 탓만은 아니다.

 

얼핏 영화를 맛 보면 그저 평범한 B급 고어 무비처럼 느껴지지만, 영화의 이면에는 조금 더 복잡한 사정이 숨어있다. 

 

영화의 원제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 vs 블루 스테이트(Blue State)'로, 엘리트 민주당 지지자들과 공화당 지지자들간의 사회적 갈등을 영화 속에 남아내고자 했다. 좌파와 우파, 남자와 여자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 모든 집단이 서로 갈등을 빚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갈등의 무의미함과 화합의 필요성도 조금은 더 와닿는다.

 


 

영화의 제목은 '사냥(The Hunt)'이지만 누가 사냥꾼이고 또 누가 사냥감인지에 대한 경계가 불분명한 것 역시 이 때문. 서로가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누구 하나가 사라지길 원하는 증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영화는 생각보다 많은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셈이다.

 

작중 숨은 의도는 묵직하지만, 사실 공화당이니 민주당이니 신경쓰지 않고 편하게 영화를 감상해도 무리는 없다. B급 간판을 내걸고 장르의 기본조차 이해하지 못한 수 많은 졸작들과 달리, 크레이그 조벨은 자신의 영화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들을 잘 파악하고 이를 담아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사냥감이 사냥꾼을 사냥한다는 이야기는 이렇게 연출하는 것이다. 알겠나 '사냥의 시간'?

 

앞서 이야기한 정치적인 배경 이외에도 총기 사건으로 인해 극장 개봉이 취소되는 등 이래저래 문제의 중심에 놓이기도 했던 작품이다. 대신 극장 이외의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이후에는 대중들로부터 그럭저럭 볼만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 중. 오랜만에 보는 B급 다운 B급이다. 한번쯤 감상하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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