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스테이션5로 나온 '인왕 2 컴플리트 에디션'을 클리어했다. 인왕 컬렉션 패키지 하나를 사면 수십 시간 플레이해야 하는 시리즈 1, 2편 리마스터판을 모두 주는 초월적 가성비 타이틀로, 플레이스테이션4 버전을 이미 플레이했더라도 더 좋은 그래픽으로 다시 한번 플레이하라고 권할만한 타이틀이었다.
인왕 첫 작품은 출시 후 시간이 꽤 흘렀지만 인왕 2의 경우 나온지 1년 정도밖에 안 된 게임이다. 큰 변화가 있을까 싶었는데 4K로 즐기는 인왕 2는 느낌이 꽤 달랐다. 기자는 1, 2편을 플레이스테이션4로 플레이했던 바, 이번에는 소울라이크 게임 경험이 없는 리뷰어에게 플레이를 시켜봤다.
기사 작성: 이혁진 기자
리뷰 및 스크린샷 제공: 게임포커스 리뷰어 김명훈
리뷰어는 인왕 1, 2를 모두 이번에 처음 플레이했으며, '다크소울', '블러드본' 등 소위 '소울'류 플레이 경험이 없다. '인왕'은 베타 체험판을 삼십분 정도 하다 포기했고 블러드본은 처음 만나는 늑대인간을 몇대 때려보다가 포기했던, 소울류 액션게임에 자신이 없는 게이머라는 점을 밝혀둔다.
플레이스테이션5를 구입했는데 할만한 게임이 없어 고민하다 플레이스테이션4에서 포기했던 인왕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구입해, 인왕 1을 클리어한 후 인왕 2를 쭉 이어서 5회차까지 플레이했다.
인왕 2를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를 위한, 미리 알아둬야 할 게임 시스템
낙명과 신사, 그리고 암리타. 플레이어가 쉽게 사망하는 게임이다. 물에 빠지면 죽고 높은 데에서 떨어지면 죽고 지나가던 잡몹이 푹 찌르면 죽는다. 게임에선 낙명(落命) 이라고 부른다.
낙명하면 신사에서 부활하게 된다. 타 게임의 '경험치' 에 해당하는 암리타를 이용해서 레벨업을 하는데, 레벨업은 신사에서만 가능하다.
모험 도중 낙명하면 암리타를 잃는데, 낙명 시 암리타를 바로 잃는 것은 아니고 수호령이 낙명한 지점에 머물며 무덤을 지키고 있다. 부활해서 달려가 무덤을 만지면 수호령과 암리타를 회수할 수 있는데 낙명한 다음 무덤 찾아가다 한번 더 죽으면 분통이 터져서 패드를 집어던지게 된다.
자세와 스테미너, 잔심, 그리고 음양술과 인술. 특이하게 상단, 중단, 하단 자세가 있다. 상단은 느린/강한 기력소비가 많은 공격, 하단은 빠른/약한 기력소비가 적은 공격이다.
대쉬, 회피, 가드, 공격 모두 스테미너를 소비한다. 스테미너가 소진되면 헉헉대며 잠시 행동불능 상태에 빠진다. 이 때 죽는 경험을 매우 자주 하게 될 것이다.
공격 후 적당한 타이밍에 자세를 바로잡으면 호흡을 가다듬어 스테미너가 일부 회복된다. 이를 '잔심'이라고 부른다. 다른게임의 마법 카테고리에 해당할 법한 스킬은 '음양술'로 부적을 써서 강화, 약화를 걸거나 광탄을 쏘아 데미지를 준다. 시대 배경 상 빠질 수 없을 '닌자!'의 인술도 물론 준비되어 있다. 수리검 투척, 은신술, 독 등등...
마지막으로 수호령과 속성에 대해 설명해야할 것 같다. 수호령은 크게 맹/신/환 3종류로 나뉘는데, 맹은 파워형, 신은 회피형, 환은 원딜/음양술/인술 특화형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속성 대미지는 크게 5종류, 불/물/번개/정/요 로 나뉜다. 정은 요괴 상대 특화되어 있고 요는 인간 상대 특화 속성이다. 별도로 인술에서 독, 마비 속성이 있고 메인 속성 5종류는 중첩되면 '혼돈' 이라는 특별한 상태이상을 건다.
그래픽과 스토리, 그리고 음악
인왕 1편은 도쿠가와 세력과 도요토미 세력이 일대 결전을 치룬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 전후를 배경으로, '이방인'인 윌리엄이 역사의 곁가지를 따라가는 여정을 그린다. 대체 역사소설의 관찰자 포지션인 윌리엄, 이방인의 눈에 비친 그때 그 시절을 같이 따라가는 느낌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인왕 2는 '노부나가의 야망'으로 따지면 노부나가 원복 언저리부터 시작해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기까지를 그리는 인왕 1편의 프리퀄 내용으로, 토키치로(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주인공(사이토 도산의 숨겨진 자식이라는 설정)의 여정을 그린다.
당초 커스텀 캐릭터가 주인공이라고 해서 스토리가 약화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예상과는 정반대로 주인공이 중심에 놓은 스토리였다. '평범한 여고생이었던 내가 이세계에선 풍신수길의 고향친구?'(여성 캐릭터를 골랐을 경우) 같은 느낌으로, 라이트노벨을 읽듯이... 전란의 한복판에서 죽고 죽이는 와중이지만 스토리 전개는 주인공의 집안사정, 친구사정...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주인공이 위치한다다
PS5로 리마스터되면서 그래픽이 일신되어 해상도 중시(주로 4K) / 프레임 중시(120프레임 가능) 중 선택이 가능해졌다.
120프레임 지원 기기가 없고 60프레임보다 4K의 쨍한 해상도를 중요시하는 리뷰어는 4K 해상도를 선택했는데, 거대 보스전에서 이펙트가 조금 화려하면 살짝 프레임 하락이 있으나 꽤 무난한 그래픽을 보여준다. 인왕 1편은 현세대 게임이라 부르기엔 조금 미묘하지만 2, 특히 리마스터 버전은 현세대 게임이라 평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발매되고 1년밖에 안 된 게임이다.
음악의 경우 신사에서 대기할 때 나오는 메인테마, 보스전의 진중한 배경음악, 궁지에 몰렸을때 긴박한 리듬 모두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로 사용되어 몰입감을 높인다. 꽤 만족스러웠다.
딱 이거다 싶은 작품을 대표하는 수준의 테마('디아블로'의 트리스트람 같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 어울리게 적절히 좋은 음악들이 사용되고 있어 아쉬운 부분은 없었다.
인왕 2 플레이에 대한 전반적 느낌
게임을 하기 전 선입견은 '소울라이크'였지만 진득히 잡고 해보니 '디아블로' 느낌의 게임이었다. 회차를 거듭하고 평가하자면 소울라이크 요소를 도입한 디아블로라이크 게임이 더 정확하지 않나 싶다.
인왕 1편은 디아블로1 딱 그느낌이었다. 어두운 배경, 처음보는 마을, 복잡하게 꼬인 길, 무기 하나 들고 아귀 한마리와 사생결단을 벌이는 누더기를 입은 주인공...
디아블로1의 분위기에 소울류를 좀 끼얹고(회피-공격-방어 주고받기에 지형에 자주 죽고 살아나고 등등) 장비를 파밍해서 장비를 맞추고 보스몹에 맞춰 세팅하는 것이 메인 요소였다.
인왕 2는 마찬가지로 디아블로 느낌이 강한데 '디아블로3' 느낌을 많이 받았다. 용병을 소환해서 같이 싸울 수 있고, 스킬트리에 따라 다양한 전법이 가능해진 점. 음양술도 다양해졌고 다마시로를 장비해서 소환하는 요괴 스킬만 수십가지가 되었다.
1회차(보통 난이도)를 클리어하면 어려움 난이도가 열리고 그 위에 고수 달인 고행... 고행 위에는 고단 난이도까지 존재하며 고단으로 가면 보통 난이도에선 듣도보도 못한 아이템과 옵션들이 열리며 게임 자체가 1회차와 전혀 달라진다.
인왕 1편도 다회차 콘텐츠가 비슷하게 존재하지만 연속해서 할 것이라면 1편은 1회차로 스토리만 훑어보고 2편을 제대로 잡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인왕 2의 장단점
먼저 장점부터 언급하자면, 일단 캐릭터 커스터마이즈가 매우 훌륭하다. 조금 노력하면 다른 게임의 주인공 모습으로 플레이할 수 있으며, 리뷰어는 '라이트닝'(FF13)을 만들어 플레이했다.
그리고 1회차 플레이 기준 긴장감 넘치고 적당히 화를 돋구고 흥미진진하며 짜릿한 성취감을 준다. 시작하고 첫 메인미션, 처음 만난 아귀를 가볍게 컷하고 마주치는 고즈키와의 사투(28트)가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를 잘 선행 체험시켜주는 구성인데...
잡졸 두마리를 잡는데 스킬이 빗나가서 기력이 소진되더니 그대로 옆에서 찌르기 한방에 어이없이 죽고 뛰어가는데 절벽에서 낙사하면 분노가 솟구친다. 복잡하게 꼬인 길을 이리저리 헤메면서 신사로 이어지는 숏컷을 발견하고 세이브했을 때의 안도감, 코다마 트로피가 떴을 때의 성취감과 이제 더 이상 길을 헤메지 않아도 된다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디아블로라는 소감에 걸맞게 시스템을 잘 이해하고 세팅만 잘 해두면 꽤 평온한 진행이 가능한데, 힘든 것은 초반 뿐으로 중요 스킬이 개방되고 방어/체력/기력이 충분히 갖춰진 시점부터 디아블로 파밍하는 느낌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실제 플레이어의 피지컬도 중요하다면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준비 단계가 더 중요하다. 대장간과 신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전투시간보다 길었다.(리뷰어는 이런 스타일의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다)
단점도 찾자면 많이 보이는 게임이 인왕 2였는데, 무엇보다 장점으로도 언급한 가혹한 구성의 초반을 버텨낼 수 있는가가 문제가 될 것 같다. 못 버텨낸다면 힘든 초반이 너무나 큰 단점으로 작용해 게임을 포기하게 만들 것 같다.
공격, 회피, 방어 모두 기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스테이터스가 낮은 초반에는 뭔가 해보려고 하면 기력 고갈에 허덕이고 그대로 죽게 된다. 체력도 마찬가지로 잡졸1 포지션인 창병의 찌르기를 두어번 맞으면 바로 낙명으로 이어지고...
회피하려고 여기저기 구르다가 절벽으로 떨어지면 바로 낙명에 한번 죽은 다음 무덤 찾으러 뛰어가다가 자주 사고가 발생해 멘탈을 파.괴.한다.
보스전의 경우 공격이 미묘하게 호밍기능이 있어 미리 굴렀다가 두들겨 맞고 때리다가 반격에 맞기 일쑤다. 무기스킬, 음양술, 인술 모두 부족한 초반에는 특히 별다른 선택지 없이 평타로 치고 빠지고만 반복해야 하는데 그러다 기력이 소진되면 한방에 주님 곁으로 가게 된다.
여기에 복잡한 시스템이 적응도 힘들게 하는데, 게임 초반에 튜토리얼이 있긴 하지만 아이템 옵션이 굉장히 복잡해 적응이 쉽지 않다.
파고들기 / 받아내기 / 견고함 / 기력데미지 / 요력 가산 모두 중요한 개념이지만 1편이라도 해 봤으면 모를까, 2편으로 처음 접한 신규 유저에게는 당혹스런 부분이 한두군데가 아니다. 견고함이 A이면 무엇이 바뀌고 민첩이 B면 기력 소비가 어떻게 바뀌는지, 음양술 숙련도는 어떻게 올리는지 등등을 일일이 찾아봐야 하는데, 대충 하다가 막히는 유저가 많을 것 같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느끼게 되는 불합리한 대미지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고회차에서는 다른 의미로 나오는 이야기 같으나 1회차 기준 잡졸의 데미지가 너무 강하다. 필살 휘두르기 한방에 바로 낙명하는 수준인데 보스전보다 잡졸 3명과 벌이는 3:1 전투가 더 긴장된다. 도망칠 곳 없는 절벽 위라면 답이 없는 수준이다.
보스전도 크게 다르지 않아 인간형 보스의 한방에 그대로 낙명하는 경우도 자주 있다. 보스의 패턴을 맞아가며 파악한다거가 공방의 합을 맞추다가 실수하면 조금 다친다거가 하는 게 아니라 한번의 작은 실수가 바로 리트라이로 이어진다.
총평
단점도 이것저것 나열했지만 1편, 2편 모두 50시간 정도로 1회차 엔딩을 보고 2편은 5회차까지 쭉 진행중인데 1회차만 한다고 생각해도 100시간 정도 플레이한 인왕 1, 2편 두개의 게임을 합쳐서 하나 가격에 샀으니 가성비만으로도 추천할만 하다. 가성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기에 취향에 맞으면 5회차까지 간 다음 무한 파밍도 가능하고 무기마다 스타일이 뚜렷해서 파고들 콘텐츠가 가득해 두고두고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앞서 장점으로 언급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는 갓겜의 영역으로, 라이트닝쨩과 함께하는 전국시대 여행을 잘 즐기고 있다.
물론 플레이 도중 낙명하면서 암리타를 잃었을 때 패드를 던지고 포기할 뻔한 순간이 여러 번 있었지만 엔딩까지 보고 파밍까지 하며 돌아보니 참 좋은 게임이었다, 지나고 나니 좋은 추억이라는 느낌이다.
점수를 매긴다면 2편 기준 91점, 콜렉션 디스크 기준 93점(가성비로 2점 +) 정도를 매기고 싶다. 시스템이 복잡하고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잘 만든 웰메이드 액션 추천작이었다.
아직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상태로 1, 2편 중 어느 쪽을 해야 하내는 질문에는 1회차만 딱 하고 끝낼 거라면 1편, 길게 잡고 즐길 게임이 필요하다면 2편이라고 답해야겠다. 이왕 플레이할 거라면 콜렉션을 사서 1편 1회차를 정주행 후 2편을 이어하길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게임이 계속 너무 어렵던데 무슨 무기를 쓰셨길래 후반이 그리 편하게...' 라고 하실 분들에게 다음 답변을 드리고 마무리하겠다.
"하나만 기억하세요. 용 호 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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