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게임은 세상에 참 많다. 한때 컬트적인 인기를 누렸던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 뛰어난 완성도를 보여준 '할로우 나이트' 등의 플랫포머 게임들, 한 번 죽으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하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게임들, 필드에 널려 있는 해골마저 자비 없는 패턴으로 공격해오는 '다크 소울' 등이 대표적으로 떠오른다.
이토록 어렵고 하드코어한 게임들은 양날의 검과도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한 번 맛을 들리기는 어렵지만, 공략하는 재미에 맛을 보고 나면 그 맛을 잊지 못해 망령처럼(?) 그 게임을 떠나지 못하거나 고난이도의 게임만을 골라서 플레이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 기자가 이번에 체험해본 10 챔버스 컬렉티브의 호러 하드코어 코옵 슈팅게임 'GTFO' 또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또 다른 4인 코옵 슈팅 게임으로 국내외에서 인기가 높은 '페이데이' 시리즈의 핵심 개발진이 참여했으며, 현재 '스팀'에서 얼리액세스 형태로 판매 중에 있다.
플레이어는 죄수가 되어 4명이 1개 조를 이뤄 '소장'의 명령에 따라 폐쇄된 지하 연구실로 내려가 목표를 수행하고 탈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수많은 괴생명체는 물론 턱없이 부족한 물자와도 싸워야 한다.
글로만 봤을 때는 별것 아니게 보일 수 있지만, 게임은 정말 보기보다 쉽지 않고 하드코어하다. 프리알파 단계의 테스트 당시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고 탈출한 인원이 수십만 명 중 1% 내외였다는 데이터가 증명한다.
1.0 버전 업데이트 전 마지막 대규모 런다운 '리버스'
10 챔버스 컬렉티브는 지난 4월 29일 5번째 '런다운'인 '리버스'를 업데이트 했다. 이는 네 번째 런다운 업데이트가 적용된 지 약 반년 만이다. 2021년 12월에는 1.0 버전이 출시될 예정인데, 이번 런다운 업데이트는 1.0 버전 이전의 마지막 대규모 런다운 업데이트다.
이번 '런다운 #005' 리버스 업데이트에서는 게임의 흐름을 바꿀 두 가지 변경점이 있다.
먼저 신규 적 '스포너(Spawner)'가 추가됐다. 기존에는 특정 목표에 도달하기 전까지 지역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적이 추가로 등장하지 않아 안전한 상태였다. 하지만 이제는 천장에 붙어 있는 큰 주머니 형태의 괴물들이 존재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고 나면 '스포너'가 다시 적을 생성해 안전하지 않게 된다.
또 '부스터'라는 추가 기능이 업데이트 되었다. '소장'이 수집하고 싶어하는 유물을 찾게 되면, '소장'은 이것을 평가해 플레이어(죄수)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는 액체를 뇌에 주입한다는 설정이다. '부스터'를 사용하면 총기를 더욱 잘 다루게 되거나, 해킹에 능해지는 등 강화된 능력을 얻게 된다. 반복적인 플레이에 대한 당위성, 그리고 게임의 진입장벽을 다소 낮추는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한편, 10 챔버스 컬렉티브는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개발자들과 게임의 콘텐츠를 미리 즐겨볼 수 있는 온라인 시연회를 진행했다. 다만 기자는 아쉽게도 일정상 개발자들과 플레이할 수는 없었고, 대신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할 3명의 지인 용사(?)들을 모집했다.
기자는 이미 게임의 악명(?)은 익히 보고 들어 알고 있었기에 음성 채팅과 공략 글까지 서브모니터에 띄워 놓을 정도로 철저히 준비했다. 하지만 게임은 결코 만만치 않았고, 고난이도의 게임이라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혼돈과 공포, 그리고 긴장감으로 가득했던 게임의 체험기를 전한다.
나 어려운 게임인데, 진짜 도전할꺼야?
게임의 첫 인상은 '긴장된다'라고 짧고 굵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UI의 구성부터 색깔, 폰트 크기까지 불친절하고 불편하며, 게임 내 전체적인 분위기도 으스스하고 어둡게 구성되어 있다. 게임을 시작하며 나오는 '내려가는' 로딩 연출과 숨소리, 빗방울이 떨어지는 장면부터 상당히 기괴하고 소름끼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게임 내에서는 정말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 수행해야 하는 메인 미션과 간략한 설명, 현재 보유하고 있는 무기와 남은 탄약의 퍼센트, 자신의 체력, 에임을 팀원에게 가져다 대거나 지도를 열었을 때 나오는 정보가 전부다.
요즘 나오는 게임들에는 기본적으로 탑재되는 그 흔한 네비게이션이나 친절하게 환영해주는 NPC는 커녕, 그 어떤 것에 대한 힌트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션을 수행하는데 있어 무작위성이 가미되어 따로 공략을 찾아보더라도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고기를 잡는 방법은 알 수 있지만, 그것을 직접 수행하는 것은 오롯이 파티원들의 몫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제공되는 물자도 넉넉하지 않다. '레프트 4 데드'나 '월드워 Z'와 같이 시원하게 좀비들을 쏴죽이며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조용히 은밀하게 근접 무기로 적을 죽이는 등 '자린고비' 플레이를 해야 한다. 언제 실수해서 추가 교전이 일어날지, 또 남은 물자는 얼마나 되는지 신경 써야 하는 긴장감이 게임 내내 플레이어를 압박한다.
게임을 아우르는 모든 요소들은 마치 '나 어려운 게임인데, 너 진짜 도전 할꺼야?'라고 묻는 것처럼 느껴진다. '페이데이' 그 이상의 하드코어한 코옵 슈팅 게임을 찾고 있다면 'GTFO'야 말로 안성맞춤인 게임이 아닐까 싶다.
게임을 시작한 지 5분만에 첫 전멸, 소문 그대로의 도전적인 난이도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파티는 가장 쉬운 맵으로 보이는 'A1'마저도 두 차례의 도전 모두 실패했다. 처음에는 단 5분만에, 두 번째 도전에서는 약 한시간 반 가량 느릿느릿 진행하다 마지막 격벽에서 알람 소리를 듣고 쏟아져 나오는 적들에게 전멸했다.
적당히 옵션 세팅을 마치고 처음 진입했을 때, 파티는 단 5분만에 로비로 사출(?)됐다. 시작 지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적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었고, 아무 생각 없이 교전해 탄약 등의 물자를 의미 없이 다량 소비했다. 그 이후 격벽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빛과 움직임에 반응하는 적들의 특징을 모른 채 또다시 교전하다 결국 전멸하고 말았다.
마음을 가다듬고 두 번째 도전에 나섰다. 두 번째 도전에서는 어느 정도 게임에 적응한 채로, 최대한 교전을 피하고 물자를 아껴가며 더듬더듬 진행했다. 첫 번째 도전에서 얻은 교훈에 따라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근접 무기를 활용해 적들을 각개격파 해 나갔다.
그리고 '터미널(컴퓨터)'를 찾고(여기에 더해 터미널을 원하는 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는 데에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거기서 'ZONE 2' 지역으로 가야 한다는 힌트를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격벽을 열기 위해서는 발전기를 가동시켜야 했고, 그 발전기를 다시 구동시키기 위해 배터리를 찾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터미널'의 명령어를 사용해 배터리를 찾고 문을 가동시켰지만, 알람 소리를 트리거로 등장한 수많은 적들에게 둘러싸여 다시 로비 화면을 맞이했다.
일련의 과정들은 정말 말 그대로 긴장과 혼돈의 연속이었다. 마치 '얼음땡'을 하듯 적들과의 눈치 싸움을 계속해야 했고, 교전을 시작하기 전에는 항상 전술과 퇴각 경로, 남은 물자와 아군 오사까지 생각해야 했다. 익숙하지 않은 '터미널'에서의 명령어 사용, 움직임을 강제하는 생체 스캔도 클리어를 까다롭게 만드는 요소였다.
매력과 개성 넘치는 하드코어 코옵 슈팅게임 'GTFO'
하지만 마냥 어렵기만 하다면 당연히 지금과 같은 명성과 인기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파티원 모두가 집중해 작은 목표를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재미가 있었고, 다음 도전에서는 어떤 무기와 장비를 세팅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는 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앞서 서문에서 프리알파 단계 테스트에서 탈출한 인원이 수십만 명 중 1% 내외였다고 적었다. 이러한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는, 그리고 개발자들이 이렇게 되도록 의도한 게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족한 물자와 불리한 환경에서 네 명이 호흡을 맞춰 미션을 클리어 했을 때의 성취감이 상당히 높다.
더불어 서문에서 하드코어 게임들이 '양날의 검'과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고도 했다. 'GTFO'는 이러한 설명이 딱 들어맞는 게임으로, 매우 높은 난이도이지만 이를 극복해 나가는 재미가 쏠쏠해 마니아층이 매우 탄탄하게 형성되어 있다.
개발사인 10 챔버스 컬렉티브가 한국어 현지화를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진 만큼, 꾸준한 업데이트와 로컬라이징이 이루어진다면 국내에서도 팬층을 더욱 확보하며 인기 하드코어 슈팅 게임으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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